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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미국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과 다국적군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몰아냈다. 미국이 근래에 확실한 승리를 거둔 보기 드문 전쟁이었다
2개 사단(병력 약 2만2000명)이 동쪽 강둑에 집결했다. 잘 훈련되고 수적으로 우세인 병력과 강력한 무기, 노련한 장교들, 전투 승리의 오랜 전통으로 무장한 그들은 강 서쪽의 숲과 늪에 매복한 야만적인 오합지졸 게릴라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공격 신호가 떨어지면서 포가 불을 뿜자 군사들이 일제히 강을 건너 돌격했다.

그러나 결과는 허망했다. 3일만에 2개 사단이 전멸했다. 게릴라는 사로잡은 지휘관의 목을 베 강 건너로 보냈다. 다신 강을 건너오지 말라는 경고였다.

현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전쟁이 아니라 AD 9년 토이토부르크 숲(현재 독일 서북부)의 전투 이야기다. 로마군단과 게르만족이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벌인 이 싸움은 ‘역사의 흐름을 바꾼 전투’로 불린다. 바로 거기서 로마 제국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라인강 서쪽에서 라틴어가 발붙이지 못한 이유였다.

그로부터 약 2000년 뒤 미국도 그들 나름의 ‘라인강’을 건넜다. 베트남에서다. 동남아로 진군하기 전까진 미군도 로마군처럼 거의 무적인 듯했다. 또 AD 9년 후의 로마군단처럼 미군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대패한 뒤 다시 재정비하고 다른 곳에서 계속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베트남에서 과욕을 부려 엄청난 희생을 치른 뒤에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 승리보다는 패배 아니면 비싼 희생을 치른 ‘상처뿐인 승리’가 더 많았다.

물론 미국이 소련군과 싸우지 않고 승리한 냉전은 예외다. 그러나 베트남전의 치욕적인 패배 이래 미국은 잇따른 주요 군사분쟁에 개입했지만 두 곳에서만 확실한 승자로 기록됐다. 1991년 쿠웨이트에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을 몰아냈고, 1995년엔 세르비아 공습으로 평화협정을 끌어냈다.

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선 초반에 신속하고 극적인 승리를 거둔 듯했다. 그러나 곧 끝이 보이지 않는 게릴라전으로 진화했다. 그 씨앗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 싹을 틔웠다.

따라서 지난 4월 말로 사이공 함락 4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질문이 시의적절할 듯하다. 과연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끝없어 보이는 혼탁한 게릴라전, 핵무장한 불량국가들, 러시아의 음흉한 책략, 중국의 점진적 영향력 확대 시대에 미국의 승리란 어떤 형태를 띨까?

군사 전문가, 전략가, 역사학자, 전직 관리들에 따르면 러시아나 중국, 또는 이란의 중대한 오판이 없다면 미국이 가까운 장래에 치를 싸움은 확실한 승리 없이 질질 끄는 ‘저강도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점령한 적국 수도에 국기를 세우는 일도, 승리 퍼레이드도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이 빠져 있는 수렁에서 승리 비슷한 것이라도 짜내려면 전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으로선 적대세력 격파가 아니라 견제라는 목표가 역설적이거나 심지어 패배주의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9·11 테러 이래 어느 나라보다 많은 연간 5000억 달러(약 544조500억원)의 예산을 쓰는 미군은 세계 전역에 펼쳐진 작전 지역과 기술적 정교함, 파괴적 화력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와 사이버 전사들은 주요 적들을 완전히 마비시킬 능력을 갖췄다.
 신형 무기보다 창의적 사고가 더 중요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2013년 요르단에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향하는 수송기 안에서 미 공군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라크전은 케리 장관이 참전한 베트남전의 양상과 닮아간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싸우고 있는 전쟁에선 파괴력 강한 신형 무기보다 창의적인 사고가 더 중요하다. 공습과 무인기 공격,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막강한 전자 감시 능력에도 미국은 탈레반이나 IS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사실 미군은 위력적인 기술에도 불구하고 적들의 엉성하면서도 치명적인 무기 ‘급조폭발물(IED)’조차 무력화하지 못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전쟁에 완전히 신물 났다. 미국 전략가들은 이제 승리 비슷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다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육군 대령 출신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현재 보스턴대학 교수인 앤드루 바세비치는 “이제 미국이 가진 힘과 무력 유용성의 한계를 인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라크에 파견됐던 존 슈웨머 중령은 2011년 미군 철수 때 귀국했다가 올해 IS에 대항할 이라크군을 훈련시키기 위해 다시 돌아갔다. 철수 당시 미군은 이라크군이 괜찮은 수준에 올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이라크군 2개 사단이 IS와의 첫 교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슈웨머 중령을 포함한 미군 훈련고문단 약 300명은 몇 달 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32㎞ 떨어진 캠프 타지에 도착했을 때야 이라크군의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았다.

슈웨머 중령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이라크군이 전투 능력을 갖춘 집단이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떠난 뒤 그들은 무슨 훈련을 했단 말인가?” 이라크군은 서류상으로만 그럴 듯해 보였다. 미군과 연합군이 전투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수니파를 동원했을 때는 이라크군의 허약한 체질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군이 떠나자 이라크 장교단의 부패가 만연했다. 그들은 부대에 지급되는 식량과 봉급을 횡령했다. 지난해 IS가 남쪽으로 진격하자 싸울 의지나 능력이 있는 이라크군 부대는 거의 없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다. 베트남전 이래 미군 고문단은 대반란전에서 언제나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세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고 적은 늘 강했다. 반면 베트콩이나 탈레반은 외국 고문단 없이도 전투를 잘 치렀다.

이젠 미국도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략을 대폭 축소했다. 목표 기대치를 낮췄다는 뜻이다. 적대세력을 섬멸하는 게 아니라 단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테러공격을 막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며,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오랜 동맹국을 보호하고, 중동 석유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대규모 지상군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표적을 공습하고 이라크군과 시리아 반군이 적대 세력과 싸울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몇 천 명의 군사고문단을 지원하는 소극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이런 전략에는 유용한 정보, 끈덕진 외교, 미 해군과 공군의 전진 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모순과 역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이라크에선 IS와 싸우기 위해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을 공중 엄호하는 동시에 예멘에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싸우는 사우디아라비아군을 지원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로써 충분할까? 미국 매파는 절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군의 IS 표적 공습을 유도하는 병력을 포함해 이라크에 더 많은 지상군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대부분의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반군 공격에 공군을 동원할 수 없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매파가 아무리 목청을 높여도 군사 전문가 다수는 그런 견해를 일축한다. 몇몇 전·현직 미군 사령관은 중동에서 미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지금의 군사력 정도면 충분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들에 따르면 미국은 공습으로 이라크에서 IS의 진격을 저지했고, 저항세력 6000명 이상을 제거했으며, 지난해 6월 미군의 탱크, 포 등을 제공 받은 이라크군이 도피하면서 버린 군사 장비 대부분을 파괴했다.
 전략은 필요 없고 전술이 전부인 전쟁
2003년 이라크 알주바이르에서 미 해병대 1사단 병사들과 교전 끝에 부하와 함께 포로로 잡힌 이라크 장교. 이라크전은 끝이 없어 보인다.
또 그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이 확실한 결과를 신속히 얻을 수 없는 장기적 접근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승리란 IS의 바그다드 점령이나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형 테러 공격을 좌절시키는 것이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사령관을 지낸 대니얼 볼저 퇴역 중장은 “지금 미국의 전략으로도 이라크군은 IS의 발목을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IS를 궤멸시킨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이 싸움은 장기전이 될 것이다.”

NSA·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 미 공군 퇴역 대장은 뉴스위크에 대테러전을 두고 “전략은 필요 없고 전술이 전부인 전쟁”이라고 말했다. “표적 제거는 임시방편이다. 상대방이 주는 시간과 공간을 정치적 해결에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면 영원히 표적 제거에만 매달려야 한다.”

바세비치 교수는 이라크에서 아들을 잃었다. 그가 규정하는 승리는 분열된 중동과 남아시아가 ‘적절한 안정’을 되찾아 미국이 그곳의 전쟁에 영구히 휘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 언어, 문화, 지리, 역사를 거의 모르는 미군 병력으로 무슬림 국가를 장기 점령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그는 말했다.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적 패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 상당히 겸허한 해결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럴 경우 미국 정책의 급진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원조를 누구에게 줘야 할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라크와 시리아가 실패한 국가이며, 양국의 시아파 정부가 광활한 지역을 점령한 수니파 무장단체 IS를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가 그 지역을 조만간 탈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라크의 시아파 지역은 현재 이란이 지배한다. 게다가 IS가 계속 버티고 쿠르드족이 갈수록 독립 노선을 추구하면서 레반트(지중해 동쪽 이슬람권 지역의 역사적 명칭)의 새로운 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이 IS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리 세력이나 미군이 소련의 영향력을 견제하려고 싸웠던 중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그런 상황을 받아들였듯이 말이다. 미국은 그 전쟁의 대부분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역설적이지만 냉전 당시 미국의 대리 세력이 무고한 주민을 학살했을 때 미국 정부가 못 본 체했듯이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군이나 예멘에서 싸우는 사우디군이 민간인을 학살할 때도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할지 모른다. 중동과 다른 지역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의존하면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은 그들의 행동을 미국의 도덕 가치에 맞추도록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동의 최대 난제는 이란
지난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참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는 러시아의 역사적 영향권이었던 곳에서 미국과 나토에 도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의 전쟁은 그토록 많은 피와 비용, 고통을 초래했지만 사실은 이 지역에서 더 큰 문제의 서곡에 불과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란이다. 바세비치 교수에 따르면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이란을 국제질서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려 한다. 그래야 이란이 지역 정치에서 합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란이 이슬람 혁명을 후원하지 않고 좀 더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경우에 말이다.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핵협상이 실패하거나 이란이 속임수를 쓴다면 대규모 군사대치 가능성이 커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독자적으로 이란을 응징하겠다고 자주 협박했다. 그러나 국방 전문가에 따르면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우선 이스라엘은 독자적 공습으로 이란의 모든 핵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 또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로 반격하면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그 틈을 타 이스라엘 안팎에서 유대인을 표적으로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흔히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에 나서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페르시아만에서 미 해군 5함대를 이끌었던 패트릭 월시 제독은 어느 쪽이 선제공격을 하느냐에 따라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미국이 이스라엘을 도울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월시 제독에 따르면 이란이 속임수를 쓴다면 국제사회는 경제제재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제재만으론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비책도 있다. 그런 계획은 일급 비밀이지만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이 어떤 형태를 띨지 개략적 윤곽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 나와 있다.
 손쉬운 승리는 없다
공식적으로 휴전이 선포된 상태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반군(사진)은 분리독립을 목표로 정부군과 대치한다.
CSIS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앤서니 코즈먼은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B-2 폭격기 10대와 첨단 전투기 90대를 동원한 대대적인 공습이 계획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모전단, 특수작전부대, 무인공격기, 미사일 방어망, 정찰기와 정찰위성 등 미국 군사력이 총동원된다는 뜻이다.

코즈먼 연구원에 따르면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섬에서 발진하는 미군 폭격기는 60m 강화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는 GBU-57 벙커버스터로 깊숙이 숨겨진 표적을 박살낼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에 대한 선제 또는 보복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군 전투기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기지 8곳, 미사일 제조 공장 15곳, 미사일 발사 기지 22곳을 초토화할 것이다. 또 특수전 부대를 적진 후방에 침투시켜 파괴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정유시설, 군사기지, 도로, 교량 등의 표적을 미군 전폭기가 공습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러시아는 한동안 보류했던 S-300 방공 미사일의 이란 수출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감행할지 모른다.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해협이다. 게다가 “이란은 소모전을 유도해 산발적으로 불시에 공격하거나 수많은 소형 공격보트로 미국과 아랍 동맹국의 해군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코즈먼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 결과 중동의 석유 공급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잘해야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5~10년 정도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라고 코즈먼 연구원은 말했다. 월시 제독 등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란 지도부에 반감을 갖던 일반 이란인이 미국의 공격으로 국가 방어를 위해 결집하면 새로운 ‘혐미’ 감정이 분출될 수 있다.

그런 것을 승리라고 할 수 있을까?

볼저 중장은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하기 전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을 육·해·공에서 무자비하게 격파할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 그러면 이란은 필사적으로 나올 것이다.”
 핵전쟁의 어두운 구름
지난 3월 전인대가 열리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 도착하는 중국군 대표단.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간의 영유권 분쟁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지난 4월 7일 러시아 Su-27 전투기가 발트해 상공 국제 공역에서 미군 정찰기와 조우했다. 러시아 전투기가 약 6m 떨어진 곳까지 근접해 공중 충돌이 일어날 뻔했다. 그 외에도 나토군과 러시아군 전투기 사이의 위태로운 조우는 수 차례 있었다.

그런 대치는 블리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역사적 영향권에 있다고 보는 나라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을 견제하려는 군사작전의 일부다. 푸틴은 2000년 권력을 잡은 이래 서방으로 기울던 옛 소련 공화국들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무력화하고 EU와 나토 회원국들 사이를 떼어놓으려는 새로운 전술을 펼쳤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비밀요원들에 의한 파괴활동, 러시아 특수전 부대의 은밀한 동원, 천연가스 공급의 경제적인 무기화, 서방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선전 공세, 경제위기에 처한 서유럽 국가들에 대한 달콤한 차관 제안 등이 그 전술에 포함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조지아의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 지역,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 주둔하며, 최근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또 지난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 내전을 은밀히 지원했다.

미국 전략가들은 러시아가 2008년 조지아 일부를 삼켰을 때와 똑같이 크림반도도 점령했다고 본다. 나토 사령관을 지낸 웨슬리 클라크 대장을 비롯한 여러 군사 전문가는 푸틴을 막을 일관된 서방의 계획이 없다고 우려한다. 미국이 주도한 러시아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군 훈련은 지금까지 별 효과가 없었다. 클라크 대장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치러야 하는 대가가 커져야만 푸틴 대통령의 야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과 특수표적 레이더 등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좀 더 집어삼키고 다른 표적으로 눈을 돌리도록 내버려 두기보다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러시아의 야망을 억제하는 게 미국으로선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그처럼 원대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소련 붕괴 후 나토의 세력 확장을 막고, 국경 주변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권을 확대하며,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어느 정도 되찾는 정도가 그의 목표라는 분석이다.
 지속 가능한 균형을 찾아라
김정은은 최근 용성기계연합기업소 공장을 시찰했다. 북한은 체제 붕괴 위험이 없는 한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도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나토 회원국이 아니다)에서 미국의 승리는 서방과 러시아의 이익에 균형을 맞추는 정치적 해결일지 모른다. 헤이든 대장은 “우크라이나의 경우 적의 격파가 승리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한 평형을 찾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그를 비롯한 일부 분석가는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연방체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 동부가 러시아와 제휴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이다. 헤이든 대장은 크림반도와 동부 지역을 제외하고 “안정되고, 어느 정도 번창하고, 민주적인 우크라이나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뛰어넘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는 EU와 나토 내부의 소소한 갈등을 이용해 더 깊은 분열을 조장하려 한다. 그는 제재가 계속될 경우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독일을 은근히 협박했다. 또 그리스엔 천연가스 가격 인하와 투자, 관광 외에도 유로존의 구제금융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물론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충돌에는 핵전쟁의 어두운 구름이 도사린다. 푸틴 대통령은 그런 두려움을 적절히 활용한다. 지난 3월 러시아는 덴마크가 나토의 미사일 방어망에 동참할 경우 러시아 핵미사일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의 계획을 방해하면 핵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며 서유럽인을 회유하려는 속셈인 듯하다.

그러나 헤이든 대장은 그런 위협을 엄포라고 본다. “러시아가 부흥할 가망은 없다. 러시아에선 기업도 민주주의도 다원주의도 사라져간다. 석유와 천연가스도 고갈돼간다. 출산율도 떨어져 인구도 줄어든다. 10~15년 뒤의 러시아를 걱정할 필요 없다. 그보다는 지금부터 3년 안의 러시아가 문제다.”

지금 거의 매일 중국 해양 정찰선과 어선들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부근에 몰려든다.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그곳의 영유권을 똑같이 주장하는 일본의 해안경비대 쾌속선이 그들에게 해당 해역을 벗어날 것을 촉구하지만 중국 선박들은 개의치 않는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 동맹국들 사이의 이런 충돌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으로 양국의 일부 전문가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평화적 경쟁이 양측에 훨씬 큰 이익이며, 무력 분쟁으론 잃을 게 너무 많아 전쟁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20년 전만해도 중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맞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에 공개적으로 항의했지만 내심 힘이 약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힘도 갖췄다. 미 해군 정보에 따르면 중국은 막강한 ‘지역제압 무기(area-denial weapons)’를 보유한다. 항모를 침몰시킬 수 있는 극초음속 둥펑21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또 중국은 다양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했고, 먼 대양에서 해군력을 투사할 능력을 갖췄으며, 미국의 정찰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위성 시스템과 미국의 지휘통제 네트워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사이버전 능력도 갖췄다.

그 대응으로 미국은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 정책을 채택했다. 미국 군사력의 재편성으로 해군 함정과 잠수함의 60%를 태평양에 주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지스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장착된 전함과 전투기 F-22·F-35, 장거리 폭격기 B-2·B-52도 태평양으로 보낼 계획이다.
 ‘대국이면 대국답게 행동하라’
지난 4월 18일 테헤란에서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국으로선 중동에서 가장 큰 문제가 이란이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장거리 대함 크루즈 미사일, 레일건(rail gun, 전자기포) 등 신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우주전과 전자전 능력도 강화한다.

중국도 그 점을 인지하고 일본, 한국, 필리핀과 방위동맹을 맺은 미국과 직접적인 군사 대치를 피하려고 하는 듯하다. 대신 영유권 분쟁 중인 섬들을 선박으로 포위해 다른 나라의 접근을 막고,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용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서서히 영향력 확장을 꾀한다. 과거 하나의 암초에 불과하던 곳을 이젠 중국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오판과 급속한 긴장고조로 이어질 수 있다. 대다수 군사 전문가는 군사적 충돌시 재래식·전략적 군사력이 우세한 미국이 중국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도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지금 중국은 대항모 미사일과 정찰위성을 갖췄기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미군을 상대로 사용한 인해전술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훔치든 자체적으로 개발하든 군사적 차원에서 기술 격차를 계속 줄여나갈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보다 전함과 전투기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바세비치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마찰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수 세기 동안 서방의 착취와 멸시를 받아온 중국은 정당한 방어권으로 지평을 넓히겠다는 민족주의적 결의를 보이고 있다.

역사를 잣대로 삼자면 평화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과학과 국제관계 연구소인 하버드대학 벨퍼 센터의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은 AD 1500년 이래 신흥 세력과 기존 세력이 갈등을 일으킨 15사례 중 11건이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런 전쟁의 승자도 대부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서방은 20세기 전반 독일의 부상을 다뤘던 것보다 더 현명하게 중국의 부상에 대처해야 한다. 바세비치 교수는 “1900~1905년 당시 프랑스, 영국, 러시아는 부상하는 독일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재앙이 닥쳤다.” 1930년대에도 똑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

따라서 냉전 당시 미국이 소련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면서 핵전쟁을 피한 것처럼 서태평양에서도 미국은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곧 승리하는 길이다. 평형을 유지하는 한 가지 도구는 중국과 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는 경제적·문화적·정치적 유대 강화다.

다른 도구는 중국 지도부가 강대국 지위에 걸맞게 처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강대국이 되는 것은 아프리카 수단 같은 곳에서 자원을 착취하는 것 이상이 돼야 한다. 헤이든 대장은 “그들이 ‘우리도 대국’이라고 말하면 우리는 ‘그러면 대국처럼 행동하라’고 일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강대국이라면 그에 걸맞게 국제체제를 유지할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중국은 그런 훈수를 무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은 무력으로라도 동맹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야 한다고 헤이든 대장은 말했다.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그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의 이익이 일치하는 곳이 한반도다. 한국전쟁 후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모두에게 득이 됐지만 특히 한국이 가장 큰 수혜국이었다. 한국은 특히 30여 년 전 군사독재를 떨쳐버린 후 산업·기술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북한에서 세습체제로 최근 정권을 잡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부친과 조부만큼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핵무기와 미사일을 장난감처럼 휘두르며 도발을 일삼고 걸핏하면 한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한다.

김정은이 한국을 공격할까? 아니면 위협한대로 미국 알래스카에 핵미사일을 쏠까? 미국 정부에 자문하는 한반도 전문가(민감한 사안을 감안해 익명을 요구했다)는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그가 한국을 상대로 전면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금 그는 북한의 생활수준 향상과 경제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 전쟁은 그런 계획에 큰 차질을 빚는다. 그들이 전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다시 지금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한반도에선 아직 핵억지력이 통한다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이라크군 병사들을 포로로 잡은 이슬람국가(IS) 대원들. 앞으로 미국은 이슬람 부족국가의 점령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고문을 지낸 로버트 A 매닝은 “한반도에선 아직 핵억지력이 통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이 휴전선에 병력을 집결시킨다면 미국은 북한에 끔찍한 결과를 각오하라고 경고할 시간이 충분하다. 국제관계 전문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의 선임 연구원인 매닝은 “북한은 자폭테러를 이상으로 여기는 알카에다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 지도부는 무엇보다 정권의 존립을 중시한다. 그들은 만약 전쟁을 일으키면 나라 전체가 어둠 속에서 불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매닝 연구원은 “핵억지력이 먹히지 않는 한 가지 시나리오는 북한의 붕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무너질 상황이면 그들은 미국과 함께 죽자고 나올 것이다.” 현상 유지가 아무리 만족스럽지 않아도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전쟁억지뿐이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난민 수백만 명이 중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지할 듯하다. 그런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북한의 현 정권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매닝 연구원은 “지난 25년 동안 흔히 북한의 붕괴를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외 다른 모든 것은 미국으로선 집안 관리인 셈이다. 서아프리카부터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소말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테러조직에 맞서 미국 특수전 부대가 수행하는 ‘그림자 전쟁’은 대규모 지상군 파견도 없고 강대국 사이의 직접적인 대치도 없다.

존 브레넌 CIA 국장은 지난 4월 하버드대학 강연에서 알카에다, IS 등의 테러조직을 무력화하는 노력을 두고 “불행하게도 오랜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전쟁은 수천 년 동안 계속돼왔다. 따라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 저강도로 진행되는 영원한 전쟁’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승리란 9·11 같은 테러공격의 방지를 의미한다. 또 대규모 개인정보 수집이나 영장 없는 수색도 그 효용성에 대한 논쟁과 시민사회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동안 지속될 게 뻔하다. 미국의 양면적인 대외 전략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대테러전에서 무인항공기를 사용한 공격과 함께 현지의 불량정권이나 부족과 손잡는 정책을 말한다.

군사 분석가 앤드루 코번은 저서 ‘킬체인: 첨단기술 암살단의 부상(Kill Chain: The Rise of the High-Tech Assassins)’에서 베트남전 당시 전투기 조종사로 우주과학자와 국방 전문가가 된 렉스 리볼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투에서 첨단기술이 승리를 가져다 준다는 논리를 불신하는 리볼로는 우연히 이라크 주둔 미군 본부의 비밀 첩보부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통계 수치를 검토하면서 소위 ‘고가치’ 표적을 무인기 공격과 수색사살팀을 사용해 제거할수록 미군과 연합군이 더 많은 공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볼로는 코번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가치 표적 추적과 그 효과에 관해 묻자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지난달 주요 표적을 제거했는데 그후로 우리가 IED 공격을 더 많이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적을 제거할 때마다 그 다음날 더 똑똑하고 더 젊고 더 공격적인 새 인물이 등장해 우리에게 보복하려 한다.’”

글로벌 테러리즘의 주요 온상인 파키스탄, 예멘, 지금 IS가 장악한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에서도 상황은 똑같다. 헤이든 대장은 알카에다 표적을 겨냥한 무인기 공격이 미국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대규모 테러공격을 막는데 결정적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알카에다 지도부가 제거됐지만 조직이 전이하면서 새로운 인물이 그들 대신 등장했다. 알카에다와 IS는 현재 리비아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각지에서 추종자를 끌어들이려고 서로 경쟁한다. 이런 상황을 ‘승리’라고 말할 순 없다.
 그냥 놔두는 게 상책?
이런 전쟁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모두 같은 생각이다. 표적을 계속 제거할 순 있지만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들은 말한다. 이런 영원한 전쟁에선 효과적인 위협 관리가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중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미군이 내년 말 철수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는 암울할 따름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탈레반의 준동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탈레반이 승리하면서 남부의 파슈툰족과 북부의 타지크족 사이의 새로운 내전이 발생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아프가니스탄 중앙 정부의 영향력은 수도권을 멀리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느 시점에 가면 미국은 또 다른 실패한 국가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게 현명한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미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리비아는 2011년 미국의 개입으로 혼돈에 빠졌고 지금 여러 민병대가 각 도시와 지역을 분할 지배한다. 바세비치 교수는 “이런 문제에선 현지인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마군단이 토이토부르크 숲의 대패배에서 얻은 교훈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라인강 동쪽에서 여러 차례 패배를 겪은 뒤 게르만족의 위협을 줄이는 최선의 방책은 그들을 그냥 두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덜란드 학자 요나 렌더링에 따르면 고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는 이렇게 적었다. “게르만족은 그냥 두면 다시 분열돼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큰 대가를 치르고 얻어야 할 교훈도 바로 그것일지 모른다.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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