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패션의 DNA ‘빈티지 쿠튀르’

뱅크스-블레이니는 런던 메릴본에서 예약제 부티크 윌리엄 빈티지를 운영한다. 그는 아름다운 빈티지 드레스들이 ‘낡고 추레하다’는 인식을 벗고 명품을 뛰어넘는 새롭고 고급스런 이미지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제가 역사 서적 같은 느낌을 주지만 이 책은 누가 어떤 옷을 디자인했고 그 옷들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로운 정보로 가득하다. 책에 실린 드레스 대다수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디자이너 장 데세의 어깨끈 없는 주홍색 시폰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1953년 제작된 오트 쿠튀르 드레스지만 주름을 잡은 몸통 부분과 무릎까지 내려오는 주름 스커트는 요즘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10년 전만 해도 빈티지 의류는 보헤미안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고 뱅크스-블레이니는 말했다. “당시엔 빈티지 의상을 입는 것이 특이했지만 요즘 여성들은 옷장에 환상적인 빈티지 드레스 한 벌쯤은 갖춰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빈티지 패션은 소수만 즐기는 아이템에서 주류로 올라섰다. 나는 책에서 빈티지 의류가 현대 패션의 생명선이자 DNA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빈티지 의류에 대한 반응은 나라마다 다르다. 온라인 부티크 러블리스 빈티지로 유럽 곳곳의 고객을 상대하는 리네트 펙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빈티지 의상의 인기가 매우 높지만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지역이 파리에 국한돼 있다. 프랑스 고객은 샤넬, 디오르, 에르메스 등을 주로 구매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고객은 보헤미안 스타일이나 1970년대 히피 스타일을 선호하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는 제품을 팔아본 적이 없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독일은 어떨까? “독일은 하나로 뭉뚱그려 말할 수 없다”고 보그 독일판의 편집위원 에스마 딜이 말했다.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됐던 역사가 패션에 반영됐다. 생활방식으로 볼 때 베를린은 독일의 다른 대도시보다 미국 LA와 공통점이 더 많다. 베를린 사람들은 색다른 브랜드와 빈티지 패션에 관심이 많다. 뮌헨, 슈튜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 등 부유한 서부 도시들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 개성보다는 사회적 적합성과 품질을 중시한다.”

빈티지 의류에 대한 상류층 고객의 관심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회수의 증가다. 줄리아 로버츠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발렌티노의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을 때 사람들은 호기심에 찬 눈초리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 빈티지는 똑똑한 선택이다. 메리-케이트와 애슐리 올슨 자매는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의상연구소 갈라 행사에 빈티지 디오르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유명인사들은 빈티지가 ‘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나만의 개성과 특색을 드러낼 줄 안다’고 말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뱅크스-블레이니는 말했다.
빈티지 의상의 유행에 따른 또 다른 추세는 중고품의 유통이다. 빈티지라고 할 만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고급 의상을 계속 사들이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옷장을 비우기 위해 처분해야 할 아이템이다. 런던의 더 드레서 같은 상점이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같은 온라인 부티크들은 그런 중고 의상을 비교적 싼값에 사들여 판매한다. 구매자로서는 유명 디자이너 의류 진품을 싼값에 살 수 있으니 모두가 윈-윈이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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