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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0시대(6) 건설업계] 이통형 아이즈비전 회장

[재계 3.0시대(6) 건설업계] 이통형 아이즈비전 회장

샐러리맨 출신인 아이즈비전의 이통형 회장은 쓰러져가는 기업을 인수해 한해 15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회장의 도전은 IoT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도 위기의 부일이동통신을 인수해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이통형 아이즈비전 회장은 알뜰폰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로 꼽힌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미숙(가명, 39) 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휴대폰 요금청구서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는다. 김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휴대폰이 필요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년에 해준다”고 미뤄왔다. 통신비 부담 때문이었다. 남편과 자신의 휴대폰 요금에 인터넷과 IPTV 사용료까지 매달 20만원 넘는 금액이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여기에 아들 휴대폰 통신요금까지 합하면 25만원이나 된다. 고민하던 김 씨는 우체국에서도 가입이 가능했던 알뜰폰을 눈여겨봤다. 기본요금 5000원에 100메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통신료는 매달 7000~8000원에 불과했다. 김씨는 “내가 사용하던 스마트폰에 알뜰폰 유심만 사서 끼웠다. 아들은 학교를 오가며 간단히 통화하고, 카카오톡만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만 사용한다. 알뜰폰의 저렴한 요금제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김씨처럼 통신 3사에 비해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내세운 알뜰폰 이용자가 급속하게 늘었다. 지난 4월 21일, 알뜰폰 가입자 500만명(점유율 9%)을 돌파했다. ‘반값 휴대폰’을 표방하며 2012년 8월 출범 한 이후 급격한 상승세다. 알뜰폰의 역사를 대변하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이통형 회장은 “2020년이면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 회장은 알뜰폰 1호 사업체인 아이즈비전의 회장이다. 알뜰폰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이 회장은 “MVNO(가상 이동 통신망 사업자)의 성장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계 통신비 지출이 높은 나라로 꼽힌다. 알뜰폰은 대국민적 통신서비스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다. 4년 만에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9%에 육박하는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알뜰폰도 데이터 요금제 출시 예정
정부도 알뜰폰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월 22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알뜰폰 제2의 도약을 위한 3차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도매대가(알뜰폰 사업자가 3사 통신망을 이용하는 비용)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1년 연장, 알뜰폰 허브 오픈, 알뜰폰 상품 다양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가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정부와 기관을 상대로 요구했던 내용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회장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알뜰폰 시장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정부에 고마움을 돌렸다. “협회에서 요구한 것은 대부분 기관이 받아들였다. 아쉬운 것은 전파사용료를 3년 유예를 주장한 것이 1년에 그친 것”이라며 “내년에 또 전파사용료를 두고 협의해야 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동통신 3사는 알뜰폰 가입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았다. 알뜰폰 사업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매월 3만원 이하의 요금을 내고 있는 음성위주의 알뜰폰 고객은 통신 3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도 이에 대응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알뜰폰 사업의 2차 도약을 위해서 이통 3사보다 실속있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2020년이면 알뜰폰 가입자가 1000만명이 될 것이다. 이통 3사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그가 제 2대 한국 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에 오른 것은 그가 운영하는 아이즈비전의 성과가 좋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알뜰폰 사업자는 CJ헬로비전, SK텔링크, 에넥스텔레콤, 이마트 등 대기업을 포함해 총 27개사가 있다. 아이즈비전은 2011년 7월 한국에서 S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1호 사업자로 선정되어 영업을 시작했다. 아이즈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2014년 12월까지 35만3000여 명의 가입자를 유치해 4위 사업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아이즈비전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 경쟁사의 부러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선불폰’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니치 마켓에 집중했다. 국제통화 서비스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불폰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아이즈비전의 경쟁력은 20년 이상 통신 전문회사로 커왔다는 것이다. 내 이름도 ‘이동통신’의 이통에서 나왔다”며 웃었다.

이통형 회장이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샐러리맨 출신의 기업 오너이기 때문이다. 아이즈비전의 전신은 이른바 ‘삐삐’ 015 기간통신 사업자였던 부일이동통신이다. 당시 삐삐 사업자는 10개 회사가 선정됐는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부일이동통신 뿐이다. 1997년 부산에서 100만 고객을 확보해 매출 1000억원을 올려 코스닥에 상장될 만큼 잘 나가던 회사였다. 당시 이 회장은 LG전자에서 15년 동안 경력을 쌓고 1993년 부일이동통신 영업본부장으로 이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삐삐로 잘나가던 회사는 PCS(개인휴대통신)가 나오면서 곤두박질 쳤다. 부일이동통신은 당시 대주주였던 한창그룹에 2500억원을 지급보증했는데, IMF 사태 이후 모그룹의 부실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

1998년 당시 이 회장은 무너져가는 부일이동통신 대표를 맡게 됐다.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2년 만에 워크아웃 조기졸업에 성공했다. 워크아웃 졸업의 밑거름이 된 것은 PC통신 나우누리에 투자했던 지분이었다. “당시 빚이 850억원 정도였는데, 나우누리 지분 판매로 200억원이 생겼다. 채권단과 딜을 해서 700억원을 탕감받고, 차입금을 상환해서 졸업할 수 있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그는 회사의 지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부일이동통신이라면 평생 함께 가고 싶은 회사라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는 회사를 사랑하는 직원들과 기술력이라는 무기가 있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렸고, 집도 팔았다. 대주주였던 한창그룹은 부일이동통신을 포기했지만, 이 회장은 부일이동통신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부일이동통신 지분 13.35%를 사들였다.
 1500억원 매출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
2000년 부일이동통신이라는 사명을 아이즈비전으로 바꿨다. 회사 체질도 바꾸기 시작했다. “내 회사가 아닌 직원과 함께하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회사에 ‘열린 제안’ 시스템을 만들었다. 직원들은 누구나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할 수 있게 한 것. 회사는 제안심사위원회를 두고 모든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원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100% 피드백을 한다. 이 회장은 “된다, 안된다는 답변이 없으면 제안제도는 유명무실해진다. 시간이 걸려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타당성 조사를 해서 결과를 즉각 발표한다”고 말했다.

아이즈비전으로 사명을 바꾼 후 시작한 사업은 카달로그 홈쇼핑 사업이었다. 하지만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한 직원이 TV홈쇼핑을 제안했다. “이것이다 싶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이라는 아이템으로 중소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맺어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2003년 400억 자본금으로 설립된 우리홈쇼핑이다. 아이즈비전은 이중 100억원을 투자했다. 2005년 아이즈비전은 1000억원에 롯데쇼핑에 지분을 팔았고, 2006년 롯데쇼핑은 우리홈쇼핑을 완전 인수했다. “1000억원으로 차입금 150억원을 갚았다. 아이즈비전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자본을 얻은 셈이다.”

2008년 400억원을 들여 와이파이 공유기 제조를 주력사업으로 하던 머큐리(옛 대우통신)를 인수했다. “아이즈비전이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사업”이라고 했다. 당시 머큐리는 법정관리를 받았던 기업이지만, 기술력을 눈여겨 봤다. 적자투성이던 머큐리도 2012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의 와이파이 공유기 시장이 1000억원 정도 하는데, 머큐리가 60% 정도 점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장이 한계가 있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4분기 중 공유기 수출 실적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도직전의 회사를 인수해 15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것이 이 회장의 힘이다. 운도 좋았지만, 기회를 잡는 능력이 탁월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직원들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대리급 이상 직원들은 독서토론회를 한다. 10여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회사의 전통이다. 매주 2~3회씩 외국인 강사를 회사로 불러 직원들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샐러리맨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까, 직원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이 회장은 강조했다.

이 회장의 다음 목표는 IoT다. 알뜰폰 사업을 하면서 얻은 통신 노하우와 머큐리가 가지고 있는 통신 기술이 무기다. “2020년까지 아이즈비전의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도태된다.” 샐러리맨 신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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