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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섹스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싶다

나도 섹스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싶다

여성의 성욕저하장애 치료제 ‘애디’가 드디어 시판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과연 도움이 될지 해가 될지 논란이 많다. 그런 고통 속의 삶이 어떤지, 그 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성 7명에게 직접 들어봤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켈리(34)는 고민이 많다. 그녀는 20대 초반 동네 성당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피트와 결혼식을 올렸다. 난생 처음 머리를 높이 올리고 꿈에 그리던 드레스를 입었다. 주례 신부의 별난 유머 감각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유서 깊은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 진심 어린 부부 서약, 반짝이는 크리스털 장식… 완벽한 결혼의 전통을 따랐다. 그러나 단 한가지 예외가 있었다. “남편과 나는 첫날밤 관계를 갖지 않았다”고 켈리는 말했다.

피로연이 끝나자 피트는 켈리를 따라 호텔의 신혼방으로 갔다. 호텔 직원이 갖다 놓은 샴페인과 초콜릿이 분위기를 살렸다. 피트는 남편과 아내로서 처음 사랑을 나누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는 켈리의 머리 장식에서 핀을 하나씩 뺀 뒤 켈리의 어깨를 문지르며 등 아래로 내려가며 마사지했다. 분명히 좋아하리라 생각했지만 켈리는 갑자기 몸을 옴츠렸다. “지금은 싫어요.” 그날 밤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그냥 잠들었다.

첫날밤만 그런 게 아니었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대부분 켈리에겐 남편과의 육체적 친밀함을 원하는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관계를 가졌다. 남편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컸지만 최대한 맞출 수 있는 게 그 정도였다. 피트는 “그 때문에 늘 화가 나 많이 다퉜다”고 돌이켰다. “아내는 처음부터 ‘섹스로 우리 관계를 규정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그랬다. 섹스 외에는 부부 관계의 모든 면이 정상이었다.”

이제 그런 상황이 곧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월 18일 플리반세린(flibanserin)의 시판을 승인했다. 여성의 성욕저하장애(hypoactive sexual desire disorder, HSDD)를 치료하는 최초의 약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랄리 소재 제약사 스프라우트가 제조하는 플리반세린은 ‘애디(Addyi)’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이제 애디는 수많은 여성이 집에 있는 상비약 상자 속에 타이레놀, 그리고 남편의 비아그라와 함께 놓일 것이다.

그러나 이 약은 시판되기 전부터 숱한 오해와 함께 성정치와 과대선전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흔히 ‘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리지만 실제는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전혀 다르다. 비아그라는 페니스의 혈류를 증가시켜 발기를 유도한다. 그러나 애디는 HSDD를 치료함으로써 성적욕구를 증가시킨다.

스프라우트는 애디가 HSDD로 고통 받는 미국 여성 1600만 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FDA의 승인을 받으려는 스프라우트의 저돌적인 공세는 의사와 환자권익단체들의 큰 우려를 불렀다. 지난해 스프라우트는 ‘차별 철폐(Even the Score)’라는 단체 설립을 후원했다. 그 단체의 회원들은 FDA가 애디의 판매 승인을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나 거부한 처사를 두고 성차별이라고 비난했다. FDA는 애디가 초기 임상시험에서 위약에 비해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며 안전 확인을 위해 더 많은 시험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권주의 단체는 남성의 비아그라처럼 여성의 성적장애도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맞서 ‘새로운 시각 운동(New View Campaign)’을 이끄는 뉴욕대학 심리학 교수 리어노르 티퍼는 애디가 ‘섹스의 의료화’를 부추긴다며 비난했다. 또 스프라우트가 성욕저하를 정서적인 문제가 아닌 의료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단체는 애디가 어지럼증, 메스꺼움, 졸음증 같은 부작용을 유발한다며 여성은 그보다 훨씬 나은 약을 제공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일부 의료전문가는 HSDD에 해결책이 필요하지만 성적욕구처럼 아주 복잡미묘한 문제를 작은 핑크색 알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에 격분한다.

IB타임스는 만성적인 성욕저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여성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중엔 애디의 초기 임상시험에 참여한 여성도 포함됐다. 그들의 이야기는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여성이 애디의 시판으로 직면하게 된 개인적 결정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 모두 ‘이 약을 복용해야 할까?’라는 문제를 두고 고심한다.

애디라는 상표명으로 판매되는 플리반세린은 HSDD 환자를 위한 약이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HSDD를 ‘파트너 사이의 갈등이나 의학적인 원인이 없는 상황에서 불안감이나 개인적 문제를 초래하는 급작스럽고 지속적인 성적욕구의 상실’로 정의했다. 원래 플리반세린은 항우울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임상시험 도중 우울증 완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환자의 성적 환상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방향을 틀어 여성의 HSDD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개발자들도 이 약이 어떻게 HSDD를 치료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애디는 뇌에서 도파민과 2종류의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한다. 과학자들은 이 신경전달물질이 성적욕구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을 조절한다고 본다. 항우울제는 뇌에서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켜 성적욕구를 억누를 수 있지만 애디는 그 대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세로토닌 2종류의 수치를 조절함으로써 성적욕구를 증가시키는 듯하다.

애디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여성들은 24주 동안 그 약을 복용 후 만족스런 섹스 경험 횟수가 월 평균 1.6∼2.5회 늘었다고 보고했다. 비판자들은 그런 결과가 대수롭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임상시험 직전엔 그 여성들의 만족스런 섹스 경험 횟수가 한 달에 2.5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 여성들은 여성성기능지수(Female Sexual Function Index, FSFI)에서도 약 2포인트 증가세를 보여 HSDD 진단 한계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개선됐다. FSFI는 4.8점 만점으로 평가 항목에는 성욕, 흥분, 질 윤활, 오르가슴, 성관계 만족도, 통증 등 6개 항목에 대한 19개의 문항이 포함된다. 제약사 스프라우트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애디를 복용한 여성의 43∼60%는 성적욕구와 만족스런 섹스를 경험한 횟수가 증가한 동시에 불안감은 줄었다고 보고했다. 전반적으로 애디를 복용한 여성의 9∼15%는 FSFI의 평가 항목 전반에서 위약을 복용한 여성보다 개선 효과가 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성적욕구를 의학적 문제로 다루면 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성적 흥분의 자발성과 반응성을 구분한다. 성적욕구를 느끼지 않는 여성의 다수도 전희로 성적인 흥분을 경험할 수 있고 일단 파트너와 관계를 시작하면 완전히 만족할 수도 있다.

HSDD는 임상의나 부인과 의사들이 사용하는 국제질병분류에 공식 진단명으로 명시됐다. 그런데도 HSDD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도 있다. 사실 HSDD는 생물학적 원인이 확실치 않으며 문진 외에는 다른 진단법이 없다. HSDD 환자의 뇌를 촬영하면 일반 여성보다 에로틱한 콘텐트에 대한 반응도가 낮다. 하지만 아직 과학자들은 왜, 어떻게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불균형이 성적욕구의 갑작스런 감퇴를 촉발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FDA는 HSDD를 포함한 여성 성기능장애를 아울러 의학적 대처가 필요한 분야로 인정한다.
 유일한 진단법은 ‘문진’
일부 의료전문가는 성적욕구처럼 아주 복잡미묘한 문제를 작은 알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에 격분한다.
스프라우트는 애디가 성적욕구가 낮은 여성 전부에게 효과가 있는 약은 아니라고 인정한다. HSDD 진단을 받은 폐경 이전의 여성을 위한 치료제이며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그중에서도 일부에게만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학협회지 JAMA에 따르면 애디는 상당히 널리 처방될 가능성이 크다. 폐경이 된 여성이나 성욕 증진을 원하는 다른 여성들의 애디 처방 요구를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아무튼 거의 모든 여성은 성적욕구의 저하를 경험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일시적인 성욕 감퇴를 겪거나 출산이나 부모의 사망 같은 인생 전환의 계기가 발생한 후 갑작스런 성욕 저하를 겪기도 한다. 애디 임상시험에 조사관으로 참가한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산부인과 의사 데이비드 포트먼 박사는 “성생활 문제와 관련해 산부인과 환자들에게 가장 흔한 증상이 성적욕구 저하”라고 말했다.

대다수 여성은 주로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통해 성욕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여성은 파트너 사이의 갈등이나 인생 전환적인 사건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갑작스럽고 지속적인 성적욕구 감퇴를 호소한다. 그들의 욕구를 되살리는 방법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럴 경우 자존감과 파트너와의 관계가 손상되며, 무엇보다 가능하다고 기대하는 성관계의 양과 질에 도달하지 못한다. 일부는 섹스테라피부터 호르몬대체요법, 섹스 완구까지 모든 방법을 시도해도 소용없다.

인디애나주 노블스빌에 사는 캐서린 캠벨(30)은 그런 급작스런 성욕 저하를 전기 스위치에 비유했다. 그녀의 경우 3년 전 첫 아이 출산 후 그 스위치가 갑자기 꺼졌다. 두 아이를 둔 캠벨은 남편과 언제 성관계를 가졌는지 기억하기 힘들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6주쯤 지났을까? 생각조차 하기 싫다.”

캠벨은 20대 초반 인디애나주 북부에서 록밴드 활동을 하면서 남편 크리스를 만나 첫눈에 반했다. “내가 먼저 이 사람이라고 결정했다. ‘나와 사귈거야?’라고 다짜고짜 밀어붙였다.”

결혼 초기 그들은 일주일에 6∼7회 성관계를 가졌다. 그러나 아들이 태어난 뒤 섹스 생각이 사라졌다. 둘째를 갖기로 결정했을 때도 나아지지 않았다. “둘째는 의무적인 성관계로 태어났다”고 캠벨은 말했다.

지금도 캠벨은 잘 생기고 친절하며 부지런한 남편을 끔찍이 사랑하지만 그와 섹스하고 싶은 욕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크리스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지만 섹스를 제안할 생각은 거의 포기했다. 캠벨은 가끔 자신의 욕구 저하가 부부관계에 나쁜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 “남편이 다른 여자를 찾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HSDD는 문진 외에 다른 임상적 진단법이 없다. 따라서 의사는 종종 캠벨 같은 여성이 보이는 증상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갑작스럽게 성욕이 사라져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개인의 삶에 장애가 되는 경우를 말한다. 파트너 사이의 갈등, 침실에서의 권태, 건강 문제, 극단적인 사건 등 흔히 성적욕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은 HSDD 진단에서 배제된다.

초야을 치르지 못한 켈리는 20대 초반 놀이공원에서 일하며 동료인 피트를 만났다. 몇 년 뒤 피트가 켈리에게 청혼했다. 피트는 첫날밤 호텔방에서 켈리가 섹스를 거부하자 화가 치밀었다고 돌이켰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그녀가 지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충분히 이해했지만 서로 위로하면 잘 될 줄 알았다. 어쨌든 첫날밤 아닌가? 그런데도 너무 완강히 거부해 완전히 실망했다.”

그런 상황은 지속됐다. 자메이카로 신혼여행을 떠난 첫날 켈리는 피임약 복용을 깜빡했다. 하지만 그게 남편의 섹스 요구를 피하는 편리한 핑계거리가 됐다. 켈리는 피트와 함께 커플 마사지를 받고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셨지만 계속 마음은 불편했다.

몇 차례 노력은 했다. 켈리는 섹시한 잠옷을 입고 분위기를 잡으려 애썼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몸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신혼여행 내내 성관계를 한 번도 갖지 않았다. “그 문제로 남편과 대판 싸웠다.”

그런 상황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피트는 침실에서 켈리를 성적으로 흥분시키려 하지만 켈리는 늘 등을 돌린다. 신혼여행 후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켈리는 남편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마음에 죄책감을 갖지만 섹스를 여전히 거부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섹스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싶다”고 켈리는 하소연했다.
 섹스를 위해 억지로 시간 내야
스푸라우트가 제조한 애디는 최초로 FDA의 승인을 받은 HSDD 치료제다.
제약사 스프라우트는 HSDD에 시달리는 미국 여성이 1600만 명에 이른다고 말한다. 신시내티대학 여성건강센터 소장으로 스프라우트가 후원한 ‘차별 철폐’의 공동의장인 리자 라킨 박사는 그중에서 폐경 전 여성 약 500만 명이 애디 복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라킨 박사는 신중함을 당부한다. 메스꺼움과 졸음증 등의 부작용 때문이다. 또 적절하지 않는 시간이나 술과 함께 애디를 복용하면 드문 경우지만 저혈압으로 졸도할 수도 있다. 임상시험에서 애디를 복용한 여성의 8분의 1은 어지럼증을 겪었다. 부작용으로 임상시험 도중 포기한 여성도 13%에 이르렀다(위약 복용자 중 그런 경우는 6%였다).

라킨 박사는 “애디가 완벽한 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약을 계기로 그런 환자를 더 잘 이해하고 앞으로 더 나은 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6월 4일 FDA 자문위원단은 애디의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뉴스위크 한국판 2015년 6월 22일자 기사 참조). 스프라우트로선 어렵게 쟁취한 승리였다. 그러나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자문위원단은 스프라우트에 애디의 위험을 관리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거기에는 처방을 위한 의사 훈련과 약사의 인증 취득이 포함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잠재적인 부작용을 감수하고 애디가 복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는 것은 해당 여성과 의사의 몫이다.

캘리포이나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바바라 가투소(66)는 이미 그 답을 안다. 그녀는 애디 초기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약 25년 전 갑자기 성적욕구가 사라진 후 5∼6년 동안은 욕구 저하를 무시하고 지냈다. 남편 그레그에게 섹스를 요구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관계를 가질 때도 그녀는 마지못해 응했다. “의무적인 섹스였다”고 가투소는 말했다. “함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섹스 도구가 됐다. 결혼 생활이 그래선 안 된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땐 그렇지 않았다. “20대였을 때 우린 야외나 공사장을 불문하고 어디서든 섹스를 즐겼다.” 거의 섹스 없는 부부생활이 오래 이어지면서 서로 간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사실을 알지만 두 사람 모두 그 이야기는 피한다. 결국 두 사람은 점점 사이가 멀어졌다. “연속되는 침묵의 긴장이었다”고 가투소는 말했다. “답이 없기 때문에 거론하고 싶지 않았다.”

성욕 저하의 치료는 복잡한 문제다. 정서적인 문제나 파트너와의 갈등이 없는 여성에게서 HSDD를 일으키는 생물학적 기저에 관한 과학적 지식은 거의 없다.

성욕 저하를 호소하는 여성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사들은 일상에서 탈출하는 낭만적인 여행부터 상담, 항우울제, 그리고 섹스 완구까지 다양한 방법을 권한다. 라킨 박사는 “바이브레이터 같은 자위 기구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섹스를 위한 시간을 억지로라도 내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켈리는 철인 3종 경기 팬이다. 그녀는 싸구려 산악자전거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고통을 기억한다. 지금도 경기의 리듬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한다. 반면 섹스는 그와 정반대다. 피트가 자신을 원하는 눈짓만 보내도 죄책감과 좌절감이 엄습한다. “이젠 남편도 거의 포기했다. 내가 너무도 자주 거부했기 때문이다.”

켈리는 약 1년 전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철인 3종 경기 동아리에서 한 여성이 성의학 전문 산부인과 의사를 칭찬하자 귀가 솔깃했다. 그 의사는 켈리가 성적욕구에 기여한다고 알려진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고 판단했다. 켈리는 테스토스테론요법을 시작했다.

“남편을 위한 일이다. 그에겐 부부관계에서 섹스가 매우 중요하다. 수년 동안 그 면에서 내가 기여하지 못해 죄책감이 너무 크다.”
 건강한 섹스는 식사와 같다
스프라우트에서 애디 개발과 제조를 맡은 팀.
일부 의사는 오래 전부터 성욕 저하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테스토스테론과 항우울제 웰부트린을 처방했다. FDA가 공식 인정한 치료법은 아니지만 그들은 그런 처방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캘리포니아주 테메쿨라에 사는 주디스 리드-해프(67)는 열정적인 여성 사업가로 무엇이든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그녀는 과거 남편 데렉(72)과 하루 한 두 차례씩 섹스를 즐겼지만 약 20년 전 유방암 치료를 받은 후 갑자기 욕구가 사라졌다. 난생 처음 섹스를 피하기 시작했다.

데렉과 약 25년을 함께 지낸 시점이었다. 리드-해프는 남은 여생에서도 만족스런 성생활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도 100세까지 살았다며 “건강한 섹스는 수면이나 식사와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샌디에이고 소재 알바라도 메디컬센터의 성의학 전문가 어윈 골드스타인 박사를 찾아갔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애디 임상시험을 주도했고 성의학 분야의 일인자로 알려졌다. 그는 리드-해프의 문제점 중 일부를 확인했다. 유방암에서 회복하면서 호르몬요법을 중단한 결과 질건조증이 시작됐다. 그에 따라 섹스가 고통스러워지면서 성적욕구가 더욱 떨어졌다.

그래서 골드스타인 박사의 처방에 따라 질건조증을 방지하고 성적욕구를 높이는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스테로이드제 등 여러 가지 요법을 시작했다.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녀와 데렉은 요즘 하루 한 번씩 관계를 갖는다. 그래도 그녀는 과거의 열정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애디를 복용할 생각이다. 켈리도 테스토스테론요법이 성욕 증진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피트는 오랜 세월 거부를 당한 탓에 주저했지만 이제는 자신을 갖고 이전보다 그녀와의 섹스를 더 즐긴다. 켈리는 “몇 달만에 한 번씩에서 이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관계를 갖는다”며 “큰 발전”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신체적 친밀감이 없으면 서로간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관계가 소원해진다.”

테스토스테론요법이 켈리와 리드-해프에겐 효과가 있었지만 다른 여성들은 여드름과 지성피부, 원치 않는 체모 증가 등 잠재적 부작용을 우려해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테네시주 내슈빌에 사는 아만다 패리시(52)는 테스토스테론요법보다 애디를 다시 복용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2009년 애디 1차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당시 애디는 제약사 베링거 인겔하임의 소유였다가 나중에 스프라우트로 넘어갔다.

패리시는 애디에 관해 듣기 오래 전 핼로윈 파티 초대장을 전달하려고 이웃집에 사는 벤의 문을 두드렸다. 파티 다음날 벤은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패리시와 벤은 이전 결혼에서 낳은 자녀가 모두 합해 6명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지만 만난 지 첫 몇 년 동안 함께 지낼 수 있는 밤이면 빠짐없이 섹스를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패리시가 성욕을 잃었다. 같이 지내는 날의 절반 이상 섹스를 거부했다. “갑자기 나는 침대에서 잠이냐 섹스냐 선택하라고 하면 잠을 택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패리시는 섹스가 즐겁지 않다고 느끼진 않았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이전에 난 벤에게 열광적으로 끌려 열정적인 섹스를 즐겼다.” 그러나 섹스에 흥미를 잃자 먼저 제안하는 책임은 벤에게 넘어갔다. 패리시는 “오르가슴을 느낄 때도 의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패리시는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으로 테스토스테론제를 주문했다. 그러나 막상 배달되자 두려워 복용할 수 없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산부인과의사를 찾아가 상담했다. 의사는 애디 임상시험 참가를 권했다. “집에 돌아가 벤과 매우 힘든 대화를 나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당신을 사랑하지만 섹스는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애디 복용을 시작한 지 몇 주 후 큰 변화가 생겼다. 패리시는 벤의 차에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고 대낮에도 문자를 보내 만나서 즐기자고 했다. 한번은 빨간 실크 팬티를 그의 사무실에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저녁에 외식하면 디저트는 생략하고 바로 집으로 가자고 졸랐다.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그도 나도 죄책감이 없어져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임상시험이 끝났다. “그동안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제 패리시는 공식 시판되는 애디를 복용할 수 있다.

역시 애디 임상시험에 참가한 가투소는 어느 날 밤 그 약을 복용한 후 성적욕구가 발동해 새벽 3시에 남편을 깨웠다. 한 달에 한 번이던 그들의 섹스 횟수는 임상시험 동안 한 주에 두세 번으로 늘었다. 가투소는 “오래 전으로 돌아간 듯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물론 애디를 복용한 모든 여성이 그런 놀라운 효과를 보진 못했다. 임상시험 동안 애디 복용으로 만족스런 섹스 횟수가 월 4차례 이상 늘었다는 여성이 약 25%였다(위약을 복용한 대조군에선 15%). 가투소와 패리시는 그 정도면 상당히 의미 있는 효과라고 말했다.
 “섹스는 내 인생의 짐”
파트너간의 진지한 노력이나 건강한 성생활이 갖는 의미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HSDD에 시달리는 모든 여성이 애디나 호르몬요법을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부는 그런 치료를 아예 배제하고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워싱턴주 시애틀에 사는 수전(52)은 결혼 후 몇 년이 지난 뒤 성적욕구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런 상황이 5년 정도 지속되면서 오르가슴을 느낄 능력도 잃었다. 수전은 지난해 10월 FDA 청문회에서 “섹스가 내 인생의 짐”이라고 말했다.

켈리의 경우처럼 수전의 의사도 테스토스테론 수치 저하가 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수전은 성욕 저하를 순전히 생물학적 문제로 다루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과 터놓고 대화하면서 약으로 섹스를 원하도록 만들기보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그녀는 남편의 눈빛, 손길, 친절한 행위에 더 집중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느끼던 섹스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다고 수전을 말했다.

수전은 지금도 남편의 손길에 쉽게 흥분하진 않는다. 그녀는 자발적인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 결혼생활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그녀의 성적욕구는 자발적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인정한다.

수전은 애디가 과거 원했던 마술 같은 욕구의 발현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약을 복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로선 우리 두 사람의 원만한 관계를 추구하는 게 먼저다. 과거에도 내가 자발적인 성욕을 느낀 것은 아니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런 결론에 이른 여성은 수전만이 아니다.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 사는 심리학자 로리 민츠(55)는 30대에 둘째를 낳은 뒤 섹스 욕구를 잃었다. 어느 날 남편은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테스토스테론의 효과를 다룬 신문 기사를 오려 그녀 책상에 뒀다.

하지만 그 대신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날을 정해 섹스를 하기로 합의했다. 민츠는 그렇게 정한 뒤로는 남편이 섹스를 원하고 자신이 원치 않을 때 느끼던 불안감과 부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해 둔 날은 섹스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에너지를 아끼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 침대에 들어가면서 ‘오늘 밤 남편이 원할까? 난 피곤해서 싫은데’라고 생각하며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그들은 늘 섹스를 즐긴다. 좀 따분해지면 새로운 체위나 섹스 완구 또는 윤할제를 돌려가며 시도한다. 민츠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욕 저하를 겪는 여성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썼다.

우리가 인터뷰한 여성들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HSDD 대응 방식이 달랐다. 제약사 스프라우트는 애디가 거기에 도구 하나를 추가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뉴저지주의 섹스테라피스트 멜리사 도나휴는 애디 같은 약을 복용하면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파트너간의 진지한 노력이나 건강한 성생활이 갖는 의미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모두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알약을 원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깔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약도 소용없다.”

켈리는 자신에게 HSDD가 왜 생겼는지 알게 돼 위안이 되지만 테스토스테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아직 애디를 복용할지 마음을 정하지 않았지만 그 약이 만능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녀와 피트는 여전히 다른 문제로 침실에서도 언쟁을 벌이고, 서로 선호하는 섹스 스타일도 다르다. “남편은 상당히 공격적인 스타일인 반면 나는 내성적이라 다 받아주기 힘들다. 몇 번 그 문제를 두고 대화했지만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켈리는 섹스 문제를 두고 10년 넘게 지속된 교착상태를 풀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또 이전보다는 남편과 섹스를 더 많이 하지만 섹스가 단순히 성욕에 관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이젠 더 확실히 안다.

- AMY NORDRUM IBTIMES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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