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반 얼짱 열풍을 타고 미인도를 찢고 나온듯한 청순한 얼굴에 섹시한 모습으로 유명세를 탄 신예 스타가 있었다. 어느새 데뷔 10년 차 중견급 연예인이 되어 ‘솔직’ 입담으로 대중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 배우 강예빈을 만났다. 강예빈은 ‘섹시 스타’ 라기보다는 헌신적이고도 사랑스러운 광대다.핀란드의 습식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던 7월의 어느 뜨거운 오후,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강예빈을 만났다. 하얀 원피스를 걸친 가녀린 그가 다가오자 주변에서 “선녀 같다”는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실제로 보니 상상했던 섹시 이미지랑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예빈 씨는 원래 어떤 사람이에요?
성격으로는 차라리 청순 쪽이에요. 생각보다 낯을 많이 가려요. 안 그래 보이죠? ㅎㅎ
그래도 표정은 되게 밝네요. 늘 웃는 거 힘들지 않은지...
즐거운 게 좋잖아요. 안 그래요? 좋은 게 좋은 거죠.(웃음) 굳이 표현해서 분위기 불편하게 만들 필요 있나 싶어요. 저는 술자리도 불편하면 술 한 잔도 못 먹는 편이에요.
주량이 “소주 두 병 반”이라 답하며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찡긋 깜빡이는 그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술을 같이 마셔야 될 것 같았다. 마치 『오딧세이아』에 나오는 요정 세이렌에게 홀린 기분이랄까.
강예빈은 지난해 JTBC <집밥의 여왕> 에서 감춰진 요리 실력을 뽐내 화제가 됐다. ‘오징어 부추 보쌈’ ‘갑오징어 주꾸미 부침개’ 등 특색 있는 음식을 손색없이 해내 유명 요리연구가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여기에 섹시 스타답지 않은 향토적인 방 인테리어며, 가족과 텃밭을 가꾸는 모습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이효리 씨처럼 꾸밈없이 털털한 모습이요. 시대가 바뀌어서 대중은 스타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옛날처럼 신비주의를 원하지 않아요. 스타를 동네 유명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스타가 너무 잘난 척하고 꾸미면 어떻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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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말 스스럼없이 던지는 매력
그래도 인기를 유지하려면 약간의 거짓말은 필요하지 않을까.
인터넷이 너무 발달돼서 오늘 거짓말하면 다음날 걸려요. 그게 쌓여 봐요. 다음부터는 이 사람이 진솔하게 말해도 믿을 수가 없는 거야.(웃음) 어차피 들킬 거. 내가 큰 잘못한 거 아니면 잠깐 창피하고 말지, 그런 심정으로 늘 솔직 하려 해요. 열아홉 살 때 데뷔해서 거짓말하기에 자료가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웃음)
그는 2012년 ‘UFC in MACAU’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옥타곤걸로 선택돼 화제를 모았다. 모델 출신이 아니면서 선택된 최초의 인물이어서 더 화제가 됐다. 3년이 지난 지금도 탄력 있는 몸매는 여전했다.
모델 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다면.
운동을 좋아해요. 엄마가 태권도 사범이고 아빠가 유도 사범이거든요. 덕분에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부에 양궁부까지. 어휴~ 방학도 없었어요. 방학하면 지옥훈련 나가야 했죠. 비닐하우스 쳐놓고 훈련하고.(웃음)
데뷔했던 열아홉 살로 되돌아간다면 그때도 연예인의 길을 택했을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요. 이번에 <라디오스타> 에 같이 나온 배수정 씨처럼 되고 싶어요. 영어 잘하는 회계사잖아요. 뭔가 똑똑한 스타일. 아니면 이집트나 막 이렇게 유적지 돌아다니면서 기행문도 쓰고...
살면서 가장 보람 있던 때는?
부모님이 저를 자랑스러워하실 때요. 열심히 노력해서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릴 수 있게 됐을 때도.
예빈 씨의 ‘보수성’에 대해 궁금해요.
초면에 말을 놓는다든지 예의 없게 행동하는 걸을 못 봐요. 그런 점에서 보수적인 편이죠. 과거 남자친구가 주유소에서 일하는 직원 분한테 ‘이것 좀 해봐!’ 이래서 헤어졌어요. 유행을 좇기보다는 잘 안 바꾸는 스타일이죠. (미용)샵도 거의 10년째 다니고. 같이 일하는 스타일리스트도 그렇고.
최근 강예빈은 한 예능프로에서 “과거에 한 회사에서 경리로 일한 적이 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다른 출연자가 “난 강예빈이 숫자 계산을 했다는 것이 너무 웃긴다”고 농담해 좌중을 웃겼다.
그때 속상하지 않았어요?
뭐 어때요? 예능은 그냥 예능으로 봐야죠. ‘나를 보고 웃는 게 좋아? 그럼, 웃어’ 이런 거죠.(웃음)
Jtbc <집밥의여왕> 과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서 활약했는데 더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는지. 냉장고를> 집밥의여왕>
Jtbc <마녀사냥> 이요. 그런데 내가 나가면 큰일 날 것 같아. 너무 솔직해서.(웃음)
이번에 2년 만에 복귀하면서 배우로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스파이> 라는 영화 보셨어요? 거기서 문소리 씨 역을 너무 하고 싶어요. 평상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백치미로 살다가 위기가 닥치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눈빛이 변하는 그런 역할.(웃음) 12년 간 연기, MC도 했고 심지어 음악에 코믹 프로그램까지 했는데도 제 직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뭔가 하나 보여줄 마음으로 다시 시작을 했으니까 믿고 지켜봐 주세요.
광대(廣大)를 자처한 배우는 타인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가면을 쓴다. 실제로는 똑똑해도 어설프게 굴고, 내면의 정숙함에도 야한 말을 스스럼없이 던지며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기자가 만나 본 강예빈은 분명 헌신적이고도 사랑스러운 광대였다.
- 글 김포그니 월간중앙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스파이> 마녀사냥> 라디오스타>집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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