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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되는 향기 접목 연구] 셀카에 향기 담아 보낸다

[진전되는 향기 접목 연구] 셀카에 향기 담아 보낸다

한 소녀가 오폰을 옆에 놓고 아이패드로 오북을 읽고 있다. 오폰은 우리가 전화나 태블릿을 통해 받는 감각 정보에 냄새를 추가한다. / 사진:중앙포토
헝클어진 반백의 곱슬 머리에 강렬한 눈빛. 하버드대학 교수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데이비드 에드워즈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괴짜 초콜릿 제조업자 윌리 웡카에 비유되곤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광기와 즐거움이 교차하는 캐릭터다. 에드워즈는 요즘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실험적인 레스토랑 벤처 ‘카페 아트사이언스(Cafe ArtScience)’를 운영한다. 점심을 먹으려고 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이 바에서 기화한 스카치위스키 향을 들이마시는 동안 그가 두드려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아이패드용 디지털 북을 자랑스레 보여준다.

“여기 골디락스(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가 있어요. 숲 속에 홀로 남겨져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나와 함께 책장을 넘겨가며 에드워즈가 연극하듯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장에 그려진 나무 꼭대기에 코 모양의 만화 엠블럼이 나타났다. 독자에게 그 자리를 두드려보라고 지시하는 표식이다. 그대로 했더니 코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오폰(oPhone)을 준비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우리 앞에 놓인 탁자 위에 오폰이 있었다. 블루투스로 아이패드에 연결해 사용하는 장난감 배 모양의 향기 재생기구다. 살짝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한 실린더에서 숲의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향기는 몇 초 후에 사라졌다.
 숲 속 골디락스 장면에서 숲의 향기가
오폰과 마찬가지로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 향기 버전(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 The Smelly Version)’ 역시 에드워즈와 그의 제자 레이철 필드의 공동 작품이다(두 사람은 2013년 베이퍼 커뮤니케이션스를 창업했다). 이 책은 올 후반기에 멜처 미디어에서 출시될 아이패드용 어린이 고전 디지털 북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뉴욕 무빙이미지 박물관에서 전시됐다. ‘센서리 스토리즈(Sensory Stories: An Exhibition of New Narrative Experiences)’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에서는 전통적인 이야기 전달 체계와 그것이 우리의 감각에 작용하는 방식을 확장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오북(oBook)과 함께 인터랙티브 게임과 영화, 구글 큐브 등이 선보였다.

지난해 베이퍼 커뮤니케이션스는 오미디어(oMedia) 플랫폼을 공개했다. 회사 측은 ‘향기의 아이튠’이라고 자부하는 이 플랫폼을 이용해 프랑스 파리에서 전화기로 샴페인과 쿠키의 향을 뉴욕에 있는 오폰으로 전송했다. 그 후 사진 공유 앱 오노츠(oNotes, 향기 첨가 기능이 있는 인스타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를 소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출시했다. 향기를 재생하려면 오폰이 있어야 하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물량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곧 사정이 달라질 듯하다. 베이퍼 커뮤니케이션스는 올 가을 오북스와 함께 최대 50가지의 향기를 재생할 수 있는 아이패드 케이스 ‘오케이스(oCase)’를 출시할 계획이다. 에드워즈는 오케이스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향기 기능이 추가된 오게임스(oGames)와 오메뉴스(oMenus), 오뮤직(oMusic) 곡목과 함께 짝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야 샌바와 함께 향기 나는 영화 오필름(oFilm)을 개발 중이다.

에드워즈는 2012년 자신이 강의하는 교실에서 필드를 처음 만났다. 그는 후각 관련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 필드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향기를 전송할 수 있는 휴대전화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계기가 됐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쫀득 쫀득한 피칸파이 향이나 땀에 젖은 제이지의 티셔츠 냄새를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다면 어떨까?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냄새가 기억이나 감정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스냅사진을 전송할 때나 포토피드를 스크롤할 때 중요한 감각 정보를 놓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냄새를 캡처하는 기술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드는 그렇게 될 때까지 연구를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후각을 오락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다. 1933년 영화 제작자 아서 메이어는 뉴욕 리알토 극장에 향기 분사 기계 ‘스멜리스(Smellies)’를 설치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번 뿜어져 나온 향기를 없앨 방법을 찾지 못해 얼마 안 가 기계를 치웠다. 그로부터 약 30년 뒤에는 [미스터리의 향기]라는 범죄 스릴러 영화에서 스멜-오-비전(Smell-O-Vision)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역시 실패로 끝났다. 영화 제작자 마이크 토드 2세가 1939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정교한 향기 분사기를 선보인 스위스 발명가 한스 라우베와 손잡고 기계 제작에 들어갔다. 이들은 1969년 미국 3개 도시에서 열린 [미스터리의 향기] 시사회에서 원래의 기계보다 기능이 향상된 ‘스멜 브레인(smell brain)’을 선보였다. 와인과 파이프 담배, 기차 배기가스 등의 냄새가 작은 관을 통해 객석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도했던 감각의 향연은 실현되지 않았다. 뿜어져 나온 냄새 입자가 공기 중에 남아 뒤섞이면서 관객의 옷과 객석 시트에 배어들었다.

냄새를 오락에 접목시키려는 이전의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지만 에드워즈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오미디어의 경우 향기 전달 체계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발전됐고 분사된 향기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오폰 속의 냄새 카트리지는 한 번에 아주 적은 양의 냄새 입자를 분사해 약 10초 동안만 냄새가 지속되도록 디자인됐다. “예를 들어 초콜릿 냄새가 완전히 사라진 뒤 삼나무 향을 맡을 수 있다. 두 가지 냄새가 뒤섞이지 않는다.”
 냄새를 오락에 접목시키려는 과거 시도는 번번이 실패
자칭 ‘향기 과학자’ 에이버리 길버트는 휴대가 가능한 오케이스의 특성이 이 플랫폼의 성공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오케이스는) 주머니 속의 향기 발생기”라고 그는 말했다. “무드 양초나 아로마 알람 시계, 디지털 뽕뽕 쿠션(위에 앉으면 방귀 소리가 나는 고무 쿠션)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냄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메시지에 단순히 사진이나 비디오를 덧붙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미디어의 목표는 스마트폰에 푹 빠진 현대 사회에 물리적 환경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오미디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장미꽃 냄새를 맡게 만들 거라고 말한다. 멜처 미디어의 창업자 찰스 멜처는 그런 아이디어에 이끌려 오북스 사업에 관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라디오와 TV, 넷플릭스가 나오기 전 스토리텔링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멜처는 말했다. “이 기술은 우리를 다시 우리의 몸으로 되돌아가게 만들 것이다. 감각을 강조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사람은 외부 세계와 교류할 때 오감을 활용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은 ‘체감’이라고 부르는 단계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오플랫폼은 우리를 물리적 환경으로부터 떼어 놓는 또 다른 디지털 기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으로 바다 냄새를 맡으면 정말 전화기를 내려놓고 서핑하러 달려가게 될까?

- 린드세이 터커 뉴스위크 기자 /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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