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코카콜라가 사랑한 ‘어니스트 티’
-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코카콜라가 사랑한 ‘어니스트 티’

오바마 美 대통령 입맛 사로잡아

매년 4000종이 넘는 새로운 음료가 선보이기 무섭게 사라져버리는 미국의 음료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에 속한다. 살벌한 음료 시장에 겁 없이 뛰어든 어니스트 티의 출사표는 단순명료했다. ‘내가 마실 차를 내가 만들겠다’였다. 하버드대와 예일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투자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세스 골드먼은 땀을 흘리고 목이 말라도 딱히 마실 만한 건강음료가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설탕을 12스푼 이상 넣은 건강 음료와 과일 함유량 0.0002%만 넣은 과일 음료를 더 이상 몸이 원하지 않았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에 재직 중인 스승, 배리 네일버프에게 달려가 목마름을 달래 줄 건강한 음료가 없음을 토로했다. 스승과 제자의 결론은 ‘우리가 직접 만들자’였다.
커피로 스타벅스가 성공했듯이 차로 성공해보자며 의기 투합한 두 사람은 상표등록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배리는 하나의 단어인 어니스트티(Honestea)로 상표등록을 신청했지만 네스티(Nestea) 상표를 침해한다고 등록거부 통지를 받았다. ‘Nestea’ 앞에 ‘Ho’만 붙은 것이 자신이 신청한 상표였음을 뒤늦게 인지했다. 수많은 이름이 떠올랐지만 정직한 ‘Honest’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고심 끝에 궁여지책으로 ‘Honestea’를 두 단어로 변경하여 어니스트 티(Honest Tea)로 재신청해 상표등록에 마침내 성공했다. “정직한 차를 만들어 사업으로 세상에 기여하겠다”는 어니스트 티는 1998년 2월 2일 난산 끝에 태어났다.
휴직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배수의 진을 치기로 한 세스는 투자회사를 박차고 나와 배리가 사준 보온병 5개를 집으로 가져와 차를 만들었다. 미국에서 유행하던 창업을 위한 그 흔한 차고도 필요 없었다. 차를 우릴 수 있는 주방이 사무실이자 공장이었다. 중국과 인도, 모로코산 찻잎을 산지별로 우려낸 시제품을 보온병에 담아 유기농 수퍼마켓으로 유명한 홀푸즈로 가져갔다. 액상이나 가루를 희석해 만든 음료가 아닌 진짜 찻잎으로 우린 차에 관심을 가진 홀 푸즈 구매담당자는 1998년 2월 27일 오전 11시에 어니스트 티 1만5000병을 주문했다. 창업한 지 25일 만에 받은 첫 주문이었다. 입소문 마케팅을 위한 무료시음회를 시작으로 25만 달러의 실적을 올린 첫해보다 4배 이상인 110만 달러의 매출을 다음 해에 기록했다. 2003년 최초의 공정무역 차 음료를 출시한 어니스트 티는 2004년 미 농무부 유기농 인증을 받으며 비즈니스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사회공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어니스트 티는 이름처럼 ‘정직한 차’로 레드오션인 음료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냈다. 설탕과 인공감미료로 범벅인 달디 단 음료를 싫어하는 소비층이 생겼지만 음료회사들은 단맛에 빠진 대다수를 위해 점점 더 당도가 높은 음료를 출시했다. 어니스트 티는 대중 음료 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을 겨냥한 ‘달지 않은 차’로 틈새시장을 확대해갔다. 설탕보다 몇 배나 비싼 꿀과 메이플 시럽을 사용하면서도 원가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은 달지 않은 차 음료의 특성을 살려 소량만 넣어도 되기 때문이었다. 설탕을 사용하지 않은 보상으로 칼로리를 기존 음료의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음료 시장의 블루오션 개척

병에 담은 RTD(ready to drink, 개봉하여 바로 마시는 음료)차 매출이 상승세를 타면서 티백 차 제품을 요구하는 매장이 많아졌다. 티백 차를 고객들이 먼저 찾은 사실에 고무된 세스와 베리는 티백 차 시장에서 손쉽게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차 생산라인을 다각화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 세일즈 팀에서도 티백 차의 승산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대참패였다. 2000년부터 티백 차로 6년 동안 올린 매출은 겨우 35만 달러였다. 차에 대한 무지한 소양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정체성을 망각한 당연한 귀결이었다. 온전한 찻잎으로 우려낸 차와 주머니 속에 마른 찻잎이 들어있는 티백의 간극에 대한 차이는 굳이 소비자 한계효용(限界效用) 체감의 법칙과 균등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차에 대한 상식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피할 수 있는 실책이었다. 더구나 티백 차 출시에 연연하면서 자신들의 강점이 ‘정직한 차’인 것을 망각하고 ‘차’에만 지나치게 집착했다. 티백 차 시장 진출은 “어니스트 티 역사상 최대의 전략적 실수였다”며 반성한 세스와 베리는 자신들도 미처 몰랐던 어니스트 티의 정체성이 ‘티’보다는 ‘어니스트’에 방점이 있음을 티백 차 시장 진입 실패로 확실히 알게 됐다.
어니스트 티 창업자는 한국 보리차에 관심
코카콜라의 신규 사업투자 팀인 뱁(VEB, Venturing and Emerging Brands)은 3000개가 넘는 음료를 비교한 후 어니스트 티를 첫 번째 인수 대상으로 삼아 2007년 7월 세스와 베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 얼마 전 네슬레와 투자협상이 불발돼 좀 더 신중해진 두 사람에게 뱁은 적극 다가섰다. 레드삭스 팬인 세스에게 플레이오프게임에 초대해 함께 경기를 보며 구체적인 투자조건을 제시했다. 이 때 차 음료 분야에서 코카콜라를 앞지른 펩시에서도 M&A 제안이 들어왔다. 네슬레에서도 코카콜라보다 좋은 조건을 다시 제시했다. 세스의 최대 고민은 ‘어느 회사가 어니스트 티의 창업 미션을 잘 살려줄 수 있느냐’였다. 해를 넘긴 협상 끝에 코카콜라 북미지역 사장인 샌디 더글러스(Sandy Douglas)가 나섰다. 샌디는 어니스트 티의 창업 미션을 보장했다. 세스는 최고 경영자인 TEA-EO로 남기로 했다. 혁신적 사고와 창조성에 목말랐던 코카콜라 CEO, 무타 켄트는 ‘음료로 세상을 바꾸려는’ 어니스트 티의 영입을 반겼다. 세스와 베리의 새로운 티파티의 시작이었다. 어니스트 티 회장직을 사임하고 나온 베리는 새로운 음료회사를 만들었다. 어니스트 티를 창업하기 전인 1996년 8월부터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한 베리는 최근 한국의 보리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Klout
Klout
섹션 하이라이트
섹션 하이라이트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 모아보기
- 일간스포츠
- 이데일리
- 마켓in
- 팜이데일리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美FDA인력 감축 칼바람 여파 '촉각'[제약·바이오 해외토픽]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복수하겠다”…이찬원도 ‘깜짝’ 놀란 사연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14배 폭등 끝 ‘급전직하’ 상지건설…장 마감후 대규모 CB 전환 공시(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EU있는경제]투자만이 살 길…PE 규제 허물고 반등 노리는 英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필름형 '서복손' 성공 길 걷겠다"…CMG제약, '메조피' 美안착에 올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