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붙는 면세점 유치 대전] ‘황금알 낳는 거위’ 누구 품으로
[다시 불 붙는 면세점 유치 대전] ‘황금알 낳는 거위’ 누구 품으로

같은 날 오후 두산그룹이 면세점 특허 입찰에 나섰다. 면세점 예정지는 중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동대문 두산타워다. 두산 관계자는 “동대문의 쇼핑 명소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유치할 방침”이라며 “16년간 두타에서 쇼핑몰을 운영해온 ㈜두산이 주체가 되어 사업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의 면세점 진출 시도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누가 입찰에 나서도 문제 될 것 없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앞선 노하우를 보유한 면세 기업으로, 앞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 후폭풍 우려
이번 입찰의 관건은 롯데면세점이 본점(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지켜낼 것이냐는 점이다. 롯데가 수성에 사활을 건 가운데, 두산이 가장 먼저 참전을 선언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재입찰에 뛰어들 전망이다. 앞서 신세계는 명동의 본점에,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코엑스 무역센터점에 면세 특허 신청을 냈다.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매출만 약 2조 5000억원을 올린 초우량 면세점이다. 면세사업부 전체 매출 3조 95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롯데로선 이곳을 잃는다면 면세점 사업을 넘어 기업 전체가 큰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올 연말에 면세 영업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 본점과 월드 타워점 외에도 두 곳이 더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 면세점(11월 16일)과 신세계 부산면세점(12월 15일)이 5년간의 영업을 마치고 사업권을 내놓는다. 하지만 업계의 관심은 롯데 면세점에 몰려 있다. 현재 롯데가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어서다. 롯데는 1979년 소공점 개점 이후 35년간 면세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면세점 사업에 변수가 생겼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퍼진 것이다.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에 보낸다’는 국부 유출 논란도 온라인상에서 떠들썩했다. 관세청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롯데면세점도 다른 후보자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사에 미칠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국회에선 롯데를 겨냥한 법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내 매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롯데면세점의 위상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롯데의 입지가 좁아지자 당장 경쟁사들이 치고 들어오고 있다. 신세계는 명동 본점에 면세점 유치를 노리고 있다. 신세계 본점이 면세권을 획득하면 같은 상권인 롯데면세점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에 면세점 유치를 준비 중이다. 공항터미널이 위치한데다 코엑스와 연결되는 알짜 상권이라 롯데 잠실점이 받는 부담이 커진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관계자 모두 “이번 면세 입찰 신청을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청 마감일까지 3주나 남은 시점이라 속단하기엔 이르다. 더욱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모두 면세점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세계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조선호텔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도 확보한 상태다.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면 다양한 면세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다. 지난 7월에 승부가 갈린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에서의 실패를 아쉬워하는 이유다. 현대백화점도 꾸준히 면세점 진출을 검토해 왔다. 보수적인 경영을 해온 터라 지점 확장에 소극적인 면도 있었다. 지난 7월 불발에 그쳤지만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사업에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은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팀을 만들어 입찰에 나섰다. 업계에선 현대백화점이 이번에도 모두투어·서한사·에스제이듀코 등 다양한 중소기업과 함께 면세 특허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도전에서도 중소기업과 상생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대형 프로젝트였던 판교점 개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역량을 모아 다시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강남 삼성동 무역점에 면세점을 열면 코엑스 중심의 강남 상권을 주도하는 동시에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곳을 기반으로 면세사업장을 늘려가는 장기적인 전략도 세울 수 있다.
이번 면세점 입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변수는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이 각각 롯데를 정조준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특정 면세점의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기준 롯데의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50.2%이고, 신라는 30.5%다. 법안이 통과되면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정부에서 받은 면허의 일부를 반납해야 한다. 심 의원은 지난 9월 2일 관세법 일부개정법안을 대표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법이 이미 면세점 사업에 대한 대기업 독점을 막기 위해 특정 대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면허 개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사실상 독과점으로 운영되는 면세점 사업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변수 ‘독과점 규제법'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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