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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JTBC 예능 전성시대

방송가에 JTBC 예능 전성시대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썰전> 등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점하고 있다. 유명 PD와 스타 MC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지상파 3사 따라잡기도 시간 문제라는 평가다.
1 _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2 _비정상회담 3 _냉장고를 부탁해
종합편성채널 JTBC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상종가다. 지난 8월 한국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10위권 안에 든 프로그램 가운데 JTBC <냉장고를 부탁해> 가 3위, <비정상회담> 이 8위에 올랐고 <썰전> 도 14위로 뒤를 따랐다. 특히 이 조사에서 <냉장고를 부탁해> 는 국내 ‘쿡방’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다.

JTBC의 예능 프로들이 고공행진을 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첫째, 기존 종편채널의 특징인 ‘떼토크쇼(단체 패널이 등장해 진행하는 토크쇼 방식)’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가 대표적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는 독특한 포맷과 새로운 예능 캐릭터들의 힘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15분의 요리시간 제한을 둔 신개념 ‘쿡방’으로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의 냉장고 속 식재료들을 이용해 출연 셰프들이 요리대결을 펼치는 설정이다. 한정된 재료와 한정된 시간 속에 벌이는 요리대결이 박진감을 준다. ENG카메라 18대가 찍어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전달한다.

내로라하는 남성 셰프들의 요리과정이 방송에 생생하게 공개되는 박진감은 물론 냉장고 속의 ‘남은 음식물’에 불과하던 애매한 식재료가 셰프들의 손을 거치면서 예술작품 같은 근사한 요리로 변신하는 즐거움도 있다. 여기에 MC 김성주와 정형돈의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한 재치 있는 진행은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웃음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냉장고를 부탁해> 는 현재 시청률 7.4%로 동시간대 지상파를 비롯한 예능 프로 중에서는 단연 선두를 달린다. 지상파, 케이블 TV에 요리프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셰프가 등장하지 않는 예능 프로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성희성 담당 PD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관련해 “기존 방송에서 요리는 주로 정보성으로 다뤄졌는데 버라이어티와 잘 접목해서 잘 풀린 듯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요리가 방송의 수단이었지만 그 요리과정에서 보여주는 재미적인 요소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높은 시청률에 대해 성 PD는 “신변잡기 식의 토크가 아니라 냉장고를 보면서 음식에 관한 고민도 함께하는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방송 1주년을 맞은 <비정상회담> 은 유창한 한국어로 토론하는 외국인들의 기상천외한 입담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JTBC 간판 예능 프로로 자리 잡았다. <비정상회담> 에서 G12로 출연한 외국인들은 지난해 7월 첫방이 시작된 이래 매회 새로운 유행어를 쏟아내면서 예능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프로에 출연한 줄리안 퀸타르트와 로빈 데이아나는 그 뒤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섰고, 알베르토 몬디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으며 다른 멤버들 역시 TV광고와 잡지 화보의 모델로 활약 중이다. <비정상회담> 은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의 장수위성TV와 터키의 atv에 포맷을 수출하는 경사도 맞았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비정상회담> 의 성공 요인을 두고 ‘소통’과 ‘진정성’을 우선으로 꼽았다. 담당 작가들은 녹화 전에 출연진을 전담해 인터뷰한다. MC 유세윤은 한 인터뷰에서 “MC들과 G12은 가족 같은 사이다. 방송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고민도 많이 나눈다”며 출연진 간의 돈독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비정상회담> 제작진은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변신을 거듭한다. 간판 패널을 교체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러시아 대표 벨랴코프 일리야, 벨기에 대표 줄리안 퀸타르트, 네팔 대표 수잔 샤키야, 프랑스 대표 로빈 데이아나, 일본 대표 테라다 타쿠야, 호주 대표 블레어 윌리엄스까지 G6 멤버가 하차했다. <비정상회담> 측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예고하면서 프로그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JTBC 예능은 스타탄생 산실
JTBC 예능 프로그램의 약진은 유명 PD들과 스타 MC들의 합작에 따른 시너지 효과라는 분석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를 맡은 성희성 PD는 SBS의 간판 예능 PD 출신으로 2011년부터 JTBC에 몸담아왔다. 그 뒤로도 주요 지상파 예능 PD들의 JTBC 이적 바람이 불었다. MBC <무릎팍도사> 와 <나 혼자 산다> 등을 연출했던 오윤환 PD와 <무한도전> 의 마건영 PD가 대표적이다.

지상파 간판 예능 PD들의 이적과 함께 스타 MC들의 러시도 이어진다. 특히 8월 중순에 첫방을 시작한 JTBC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에 ‘국민MC’ 유재석의 영입은 방송가에 화제를 몰고 왔다. 예능계 최고 블루칩인 유재석이 비지상파 프로그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예능계의 권력 시프트’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JTBC가 예능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데에는 유재석 외에도 신동엽, 이영자, 김제동, 이휘재 등의 스타 MC의 영향도 크다. 특히 이번에 JTBC에 출연하는 유재석의 ‘몸값’이 종편과 케이블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신동엽의 몸값보다 더 높을지 여부에 방송가의 관심이 쏠린다. 신동엽은 현재 회당 출연료 1000만~1300만원을 받아 최고 몸값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 최고 입담꾼으로 꼽히는 김제동은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 의 MC를 맡아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청춘 토크콘서트의 형식을 빌려 취업, 진로, 가정 내 갈등, 연애, 국가 모든 분야에 걸쳐 다양한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JTBC 예능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맡고 있는 MC 그룹에는 김구라·전현무·김성주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최근 지상파보다 오히려 종편·케이블에 활동을 집중하면서 이들 방송사의 예능 프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JTBC의 새로운 쇼핑 토크쇼인 <연쇄쇼핑가족> (지난 8월 말에 첫 방송)은 이영자와 박명수 등이 MC로 활약하고 있으며, 9월 초부터 방영하고 있는 키즈 돌직구쇼 <내 나이가 어때서> 에서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로 육아예능의 지평을 연 쌍둥이 아빠 이휘재가 박지윤, 김준현과 호흡을 맞춘다.

JTBC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이 지상파와 종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방송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JTBC는 종편이라는 ‘우산’을 쓴 채 스스로를 규정지어선 안 된다”며 “방송의 힘은 공영·공공성·사회적 공기에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보려면 더 다양하고 질 높은 참신한 기획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고 조언했다.

- 박지현 월간중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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