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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도 거센 재개발·재건축 바람] 고점 대비 낮지만 가격 큰 폭 올라

[수도권에도 거센 재개발·재건축 바람] 고점 대비 낮지만 가격 큰 폭 올라

과천에서도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다. 사진은 원문동 주공 2단지.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정부청사 맞은편의 과천주공2단지. 올 들어서만 아파트값이 6000만~1억원 정도 올랐지만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은 꾸준하다. 인근 황금공인 황수빈 사장은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시세가 얼마나 더 오를지, 지금 사야 할지를 문의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이어 수도권에서도 재개발·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한동안 멈춰 섰던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 몸값도 급등세다. 올 들어 주택시장에 활기가 돌자 서울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돌던 온기가 수도권으로까지 퍼진 것이다. 특히 경기도 과천·성남·광명 등 서울 인접 지역에서 활발하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공공택지 개발이 중단된 만큼 앞으로 서울과 서울 인접 지역 재개발·재건축이 주요 주택 공급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시 구도심 전체가 재개발 구역
성남시에선 구도심인 수정·중원구 재개발 사업장이 잇따라 닻을 올렸다. 최근 수정구 신흥2구역이 GS건설·대우건설 컨소시엄을, 중원구 상대원2구역이 대림산업을 각각 시공사로 선정했다. 산성구역은 조합설립을 위한 막바지 주민동의를 받고 있다. 신흥2구역 등의 시행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장종식 성남재생사업단장은 “내년 이주를 목표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빠른 사업 추진으로 공공의 역할과 원주민의 이익이 서로 부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은 구도심 전체가 재개발 사업장이나 다름없다. 주택 경기가 좋던 2000년대 중반 잇따라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재개발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업이 멈춰 섰다. 3.3㎡당 2200만원을 호가하던 정비구역 내 주택 몸값은 3.3㎡당 800만원로 폭락했다. 그래도 사는 사람이 없어 매물만 쌓였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 말부터다. 분양시장에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재개발 사업장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아파트 값이 뛰면서 재개발 사업성이 좋아지자 여기저기서 사업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사업장들이 올 들어 잇따라 시공사를 선정하거나,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이 같은 재개발 사업 재개에 몸값도 크게 뛰었다. 3.3㎡당 800만원으로 내렸던 재개발 구역 내 주택 값은 3.3㎡당 1400만원을 호가한다.

서울 강남권에 이은 대표적인 재건축 지역인 과천시에서도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눈에 띄는 단지는 주공1·2·6·7-1·7-2단지다. 7-2단지는 관리처분계획(재건축 일반분양 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나머지 4개 단지는 지난 6~8월 그 직전 단계인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다.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탔다. KB부동산 아파트 매매 가격지수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과천의 아파트 값은 4.9% 올랐다. 서울(4.52%)은 물론 서울·수도권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4.76%)을 웃돌았다. 재건축이 확정돼 이주 중인 단지는 물론이고 재건축이 임박한 곳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무엇보다 정부청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수요시장이 더해져 한때는 강남보다 단위면적당(3.3㎡당) 아파트 값이 비쌌던 적도 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서울에 비해 연간 2배 이상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과천 아파트 가격은 급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되자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냉각됐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지역 특성상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청사 이전 등의 악재가 잇따랐다. 하지만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 호재 등과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원문동 주공 2단지 전용면적 45㎡은 현재 6억원대 초반으로 1년여 만에 7000만~8000만원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과천의 경우 당분간 재건축 사업의 활기와 전세 부족,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에 힘입어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연구 위원은 “추가분담금을 고려해도 재건축을 완료한 주변 단지 가격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주택시장에선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은 안산시에서도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안산은 내년이면 시로 승격한지 30년이 된다. 당시 지어졌던 아파트와 연립들이 줄줄이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고잔동의 J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집값을 끌어 올렸고, 오른 집값으로 사업성이 좋아지면서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시의 재건축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43개 구역에서 1만4000여 가구의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중앙주공2단지(안산센트럴푸르지오), 성포주공3단지(안산파크푸르지오), 군자주공5단지(안산롯데캐슬더퍼스트) 3곳은 올해 성공리에 분양을 마쳤다. 또 군자주공6단지(SK건설 컨소시엄), 군자주공7단지(대림산업), 선부동2구역(현대건설), 선부동3 구역(롯데·현대건설), 원곡연립2단지(경남기업) 등 6개 구역은 시공사를 선정하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아파트값 상승폭도 크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올 들어 11월까지 안산시 아파트 값은 7.08% 올랐다. 경기도 평균(4.23%)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광명(7.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21%)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안산은 계획도시로 조성돼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사업성이 좋은 저층 아파트·연립이 대부분이라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크다”며 “향후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대형 브랜드촌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시에도 철산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 들어 경기도에서 광명시 아파트값이 상승률 1위를 차지한 것도 이 덕분이다. 이들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성도 나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분(재개발 구역 내 주택)이나 재건축 아파트 값이 과거 고점보다 아직 많이 낮기 때문이다. 성남 지분값만 해도 고점 대비 아직도 3.3㎡당 800만 원 정도 싼 수준이다. 과천의 재건축 단지 역시 2006~2007년 기록한 고점 대비 70~90% 수준에 그친다.
 경기도에서 광명시 아파트값 상승률 1위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개발 기대감도 크다. 성남 구도심은 위로는 위례신도시, 아래로는 분당·판교신도시와 맞닿아 있고 과천·광명은 사실상 서울 대접을 받아왔다. 안산은 각종 도로와 전철 개발로 서울은 물론 주변 인접 지역 접근성이 확 좋아졌다.

그렇다 해도 투자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내년부터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변수로 주택시장이 위축돼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마칠 때까지 시간이 적잖게 걸리는데다, 주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황정일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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