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 탐방] 인생을 바꾸는 한 끼?

스페인 이비사 섬에서의 초현실적 경험

아라키의 비싼 음식 값을 생각하면 이 식당이 런던에 사는 부유한 국제적 인사들의 사설 클럽처럼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스페인 이비사 섬의 ‘서블리모션(Sublimotion)’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이 레스토랑의 20코스짜리 세트 메뉴 가격은 1인당 약 1600달러다. 이곳의 소유주이자 주방장인 파블로 론체로는 페란 아드리아처럼 모더니스트 퀴진 전문가다(아드리아가 운영하던 레스토랑 ‘엘 불리’는 2011년 문을 닫을 때까지 세계 최고로 꼽혔다).
서블리모션은 모든 면에서 초현실적이다. 홀에는 커다란 흰색 테이블 1개와 흰색 의자 12개가 놓여 있다. 손님들이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 주변에는 비디오 프로젝션으로 베르사이유 궁전 내부부터 북극의 빙산까지 극적인 이미지가 시시각각으로 펼쳐지고 다양한 배경음악이 흐른다(이 효과를 위해 막후에서 약 30명이 작업한다). 그리고 항공기 승무원 같은 복장을 한 웨이트리스들이 20코스짜리 모더니스트 요리를 서빙한다. 액화질소로 냉동시킨 올리브 열매들이 빨랫 줄에 걸려 나오고 푸아그라 도넛은 풍선에 실려서 등장한다. 조개 요리는 바닷속에 잠긴 듯 보이는데 이때 손님들 주변에는 해파리가 헤엄치는 듯한 이미지가 투영된다. 론체로는 이것이 “세계 최초의 미식 쇼(gastronomic show)”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이 프랑스 요리사 폴 파이레가 중국 상하이에서 운영하는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 이곳의 저녁 식사 비용은 1인당 약 600달러다)을 흉내 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 요리의 고향 프랑스는 어떨까?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라르페주(L’Arpege)’부터 살펴보자. 이 레스토랑에 가면 ‘쇠고기는 어디 있어요?’라고 묻고 싶어질지 모른다. 저녁 메뉴가 채소 요리 위주로 짜여 값이 비싸진 않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1인당 약 425달러다. 라르페주는 프랑스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나는 25년 전 처음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주방장 알랭 파사르는 당시 전도유망한 젊은 요리사였지만 예전에 할머니가 해주던 음식을 떠올리는 요리를 선보였다. 20세기 말 영국에서 광우병 파동이 일어난 후 그는 적색육 요리를 내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그는 최상급 채소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북부의 채소밭 3군데서 농작물을 재배해 매일 고속열차 TGV로 파리까지 운송한다.
그의 대표 요리인 겨자 아이스크림을 얹은 토마토 수프는 누구든 지금까지 먹어본 중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꼽을 만하다. 파사르는 해산물 요리도 자주 내놓고 가끔씩 가금류 요리도 선보인다. 하지만 최상급 채소를 숭배하는 그의 정신과 채소 요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능력은 세계 오트 퀴진(최고급 요리)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오트 퀴진 요리사로 꼽히는 알랭 뒤카스도 최근 파사르를 본떠 자신의 대표 레스토랑인 파리의 ‘르 플라자-아테네(Le Plaza-Athenee)’ 메뉴에서 육류 요리를 없앴다. 라르페주에서의 식사 경험은 가히 한 끼 식사가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할 만하다. 그러니 그 높은 가격이 전혀 터무니없진 않다.
혁신보다 맛 있는 전통

이탈리아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 ‘에노테카 핀키오리(Enoteca Pinchiorri)’(피렌체 소재)도 전통을 고수하는 레스토랑이다. 1993년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주방장 아니 페올데는 기막힌 프랑스식 요리를 내놓는다. 하지만 부자 손님들을 이곳으로 이끄는 것은 그녀의 요리뿐이 아니다. 그녀의 남편 조르조 핀키오리는 오랫동안 고급 와인에 심취해 20세기 최고 빈티지 와인을 13만 병이나 갖고 있다. 조르조는 손님들에게 이탈리아 와인과 프랑스 와인을 나란히 내놓고 맛을 비교해 보라고 권하길 즐긴다. 예를 들면 1985년산 사시카이아와 1982년산 무통 로쉴드를 함께 내놓는다. 돈이 많이 들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요즘 고급 요리계는 북유럽 국가들이 지배하는 만큼 이 지역의 유명 레스토랑들은 음식 값이 꽤 비싸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Noma)’의 천재 요리사 르네 레드제피는 얼음 위에 살아 있는 새우를 얹어 내놓거나 개미를 흩뿌린 요리를 선보여 놀라움을 주곤 한다. 그 역시 완벽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북극권 바다에서 나는 성게부터 노르웨이 트론트하임 근처의 차가운 바닷물에서 나는 통통한 랑구스틴 새우까지. 노마에서 20코스짜리 저녁(약 250달러)을 먹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한 듯한 기분이 든다. 노마는 내년 초 몇 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 팝업(한시 운영)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다. 이 레스토랑의 1인당 식사 비용은 약 360달러로 호주에서 가장 비싸다. 하지만 호주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10주 동안 문을 열 이 식당의 예약이 시작되자 총 5600석의 좌석이 90초 안에 매진됐다.
최근 고급 요리계는 북유럽이 지배
또 다른 노르딕 요리를 원한다면 마그누스 닐손의 ‘파비켄(Faviken)’을 추천한다. 스톡홀름에서 수백 ㎞ 북쪽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약 90㎢ 의 대지 한가운데 있다. 파비켄은 비요른 프란첸보다 음식 값이 약간 싸며 이곳에서 사용하는 농산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금에 살짝 절인 자연산 송어의 곤이를 말린 돼지 피로 만든 껍데기에 싼 요리나 야구방망이 크기의 뼈를 식탁 위에서 두드려 깬 다음 거기서 뽑아낸 골수로 만든 요리 등 다른 곳에선 접하기 어려운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이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은 음식뿐 아니라 음식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꿔줄 만한 경험을 산다. 값이 매우 비싸긴 하지만 어떤 대도시의 번지르르한 레스토랑에서 먹는 평범하고 기억에 남지 않을 음식값의 3~4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꿔줄 만한 식사비로 수백 달러를 쓴다 해도 현명한 소비가 아닐까?
- 브루스 폴링 뉴스위크 기자 /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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