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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1) 현대엔지니어링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1) 현대엔지니어링

포브스코리아는 국내 유력 기업평판 소셜 미디어인 ‘잡 플래닛’과 손잡고 ‘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 기자가 직접 기업체의 직원들을 만나 취재하는 지면을 신설한다. 그 첫번째는 2014년 기업합병을 겪은 뒤에도 2015년 직원 만족도를 최고로 만들어낸 현대엔지니어링이다.
기업합병은 해당 기업 직원에겐 ‘불리하거나 불안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역량을 결집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수·합병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기업가치와 방향 등 중장기적인 득실을 따져보는 주주들과 달리 직원들은 ‘고용 안정’과 ‘조직 변화’와 같은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이슈들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인수합병 이후 기업 만족도가 대부분 하락하는 이유이다.

2014년 4월,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그룹 자회사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양사의 설계· 시공역량을 결합해 사업수행 역량 및 수주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합병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1년 반이 지난 지난해 연말,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유력 기업평판 미디어인 ‘잡플래닛’(대표 황희승, 윤신근)이 조사한 결과 직원 만족도가 대기업부문 1위에 올랐다. 특히 복지 및 급여,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두 부문은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2014년, 2015년 이 기업의 직원 만족도를 평가한 잡플래닛은 ‘합병 이후 주춤할 틈 없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비상장 건설사 중엔 유일하게 성장세다. 건설업계 전체로 확대해 보아도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도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은 실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잡플래닛에 올라온 직원들의 리뷰에서는 ‘실적’, ‘연봉’, ‘성장’이란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직접 현대엔지니어링 직원을 만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견 제시 활발하고 급여 만족도 높아
“해외 파견근무는 못하겠다고 말했는데, 합격했습니다” 2014년 3월 경력직 면접 채용 현장에서 정채영(32)씨가 면접관에게 한 말이다. 미혼 여성인 정씨는 해외 건설 현장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면접장 분위기가 보수적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경력자를 존중하는 분위기여서 당당할 수 있었어요.”

정씨는 자신의 특기인 불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어 이직을 결심했다. 합병 직후 입사한 정씨는 조직 내에서 큰 갈등이나 혼란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각자 하는 업의 특·장점이 다르니 오히려 잘 맞춰보자는 분위기였어요. 의견 제시도 활발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겹치는 사업이 없으니 인원감축도 특별히 없었다. 정 씨는 ‘일하기 좋은 기업’의 최우선 조건으로 “가정과 직장생활 양립이 가능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런데 잡플래닛엔 ‘업무량이 많다’는 직원들의 리뷰가 자주 보인다. 그럼에도 만족도를 높게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리뷰를 끝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보상받으니…’ 정씨는 개인적 견해라는 단서를 달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 8시 출근에 5시 반 퇴근인데 부서별, 프로젝트별 특성에 따라 업무가 과중한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업 특성상 공기를 맞추어야 하니까. 그래도 회식강요가 없고 의사소통이 활발하며 다른 업무 환경도 좋으니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공채로 직원을 채용하는 현대엔지니어링과 같은 대기업은 이른바 ‘기수 문화’가 있기 마련이다. 경력직들에게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정채영 씨는 “물론 기수를 따지는 문화는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것을 회사 전체의 문화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해외 근무자가 많고 팀으로 일하니 기수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1100여명이 해외 30개국 현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전체직원 수는 5744명이다.

이상욱(38) 과장은 혐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하기 전인 2011년에 현대엠코에 입사했다. 이전 직장은 경남기업. 그가 현대엠코로 이직한 이유는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회사의 매력은 같다”고 밝혔다. “건설사 중 가장 신용등급이 우수한 3개 기업 중 한 곳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과 동일한 AA-(안정적)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한 9위를 기록했다.
 사무실 도심 위치, 기술고문역 재취업 가능
이 과장은 회사의 또 다른 장점으로 “회사가 직원들이 라이프 밸런스를 중요시한다는 걸 알고 있고, 또 이에 맞추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라고 답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격주 목요일, 패밀리데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가 되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퇴근한다. 캐주얼 데이도 있다. 이 날은 정장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출근 하는 날이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로 최고 30% 할인 받을 수 있는 자동차 구매 할인제도도 실생활에 유용한 복지제도로 꼽았다. 이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적용되는 제도로 할인율은 근무연차에 따라 다르다.

장준혁(27) 대리는 4년 전 공채로 입사해 화공플랜트 사업본부 화공사업수행1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그가 밝힌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점은 ‘회사 위치’다. “지금도 전 후배들을 만나면 자랑삼아 이야기 합니다. 공대생이 서울 한복판에서 전공 살려 일할 수 있는 회사.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근무 조건을 가진 회사가 우리회사라고요.”

목동에 위치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양재동에 있던 현대엠코와 2014년 합병해 지금의 계동 사옥으로 이전했다. 사옥 위치는 현대건설 뒷편이다. 장 대리는 2013년부터 2014년 12월까지 UAE에서 근무했다. 남보다 빠르게, 입사 2년 차에 해외 근무를 자원했다. “해외 근무는 회사를 이해하는 데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니 통장이 꽤 두둑해서 좋았습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근무자는 평균 급여의 배를 지급받는다고 한다. 해외근무자에게는 인사평가 시 가점도 부여하고 있다. 장 대리는 “작은 관심일 수 있지만 회사에서 부모님 생신을 챙겨주는 데 참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 칭찬이 이어졌다. “지난해엔 해외수주 1위를 차지했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대형사업을 수주한 덕분인데 치밀하게 분석해 장기적인 투자를 해 온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잡지로 불리는 ENR에서 엔지니어링기업 순위 26위에 올랐다. 아시아 기업 중에는 유일하다.

“회사의 성장에 동참하고 싶었어요.” 박홍재(48) 부장은 삼성엔지니어링과 금호건설을 거쳐 2003년 현대엠코에 입사했다. “당시 급여를 보고 이직을 결심할 만큼 좋은 조건은 아니었어요. 현대차그룹의 신생 건설사 초창기 멤버로 회사를 함께 키워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는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된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시공능력, 경쟁력, 위상과 같은 점들이 좋아졌으니 잘 된 일이죠. 나의 경쟁력, 위상도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에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급여만큼 중요한 일이죠.” 후배들과 달리 그는 부장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물었다. “업 특성상 경력직이 필요합니다. 임원이 아니고선 정년인 60세 전후로 회사를 다니긴 힘든 것이 보통의 경우인데 우리 회사는 기술 자문역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1층엔 정장 차림을 한 60세 전후로 보이는 남성들의 왕래가 잦았다. 학부모이기도 한 박 부장은 “영어캠프 할인, 스키 무료강습 행사, 호텔, 병원과 같은 시설과 연계한 각종 할인 서비스, 자녀수당과 같은 가족과 함께 누릴 수 있는 복지제도도 쏠쏠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인터뷰에 응하기 전 팀원들과 ‘일하기 좋은 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고용 안정성을 주로 많이 이야기 하더군요. 젊은 친구들도 안정에 대한 욕구는 강합니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박스기사] 그룹 대표기업 현대차, 직원 만족도도 가장 높을까?
현대차그룹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직원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총 만족도는 현대차(3.92), 기아차(3.86)에 이어 3번째다. 현대건설(3.47), 현대모비스(3.46),현대카드(3.10)보다 높다. 기업 평판 사이트 잡플래닛의 5가지 평가항목으로 보면 승진기회 및 가능성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가 가장 돋보였고 복지 및 급여는 현대케피코(4.64), 현대파워텍(4.61)이 가장 좋은 점수를 기록했다.

최근 젊은 직장인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기준으로 꼽히는 일과 삶의 균형 부문에선 현대에이치엠씨증권(3.54)이 다른 계열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사내문화는 현대엔지니어링(3.42)이 최고점을 받았다. 경영진 평가 역시 현대엔지니어링(3.25)이 직원들로부터 가장 후한 점수를 받았다. 만족도의 또다른 지표라 할 수 있는 친구 추천비율은 기아자동차(85%), 현대엔지니어링(80%), 현대자동차(78%) 순으로 나타났다. 1년 후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이라 답한 직원이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케피코였다. 직원들에게 1년 후 회사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평가 받은 기업은 현대카드,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 -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현대엠코는 국내에서 매출액 80%를 올리고 있었다. 두 회사의 이런 특성이 합병의 이유이기도 했다. 시공능력과 함께 시장 확대를 노린 것이다. 합병 이후 순항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51위에서 10위로 41단계 상승했고 지난해엔 9위를 기록했다. 해외에선 57억6878만 달러를 수주해 국내에선 해외수주 1위 건설사가 됐다. 2014년에는 여성가족부가 가족친화정책을 시행하는 기업을 심사, 선정하는 가족친화인증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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