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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조립식 스마트폰

세계 최초의 조립식 스마트폰

(왼쪽부터) 페어폰2를 구성하는 카메라나 스피커 같은 모듈은 분리해 교체할 수 있다. 페어폰 2의 각 모듈을 분리하려면 작은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페어폰2는 외관상으로는 다른 여느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다.
구글은 조립식 설계(modularity)를 전자산업의 미래로 보고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를 통해 현대의 가장 널리 보급된 기술형식을 변형해 세계 최초 조립식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과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네덜란드의 작은 신생 벤처기업 페어폰에 선수를 빼앗겼다.

페어폰은 2013년 스마트폰의 공급망을 개방해 부품의 출처를 추적하는 과업에 착수했다. 분쟁광물(지역의 게릴라나 반군들이 불법·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채굴하는 자원)을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해 콩고민주공화국의 원산지 추적 프로그램과 협력해 윤리의식에 입각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명실상부한 공정무역 스마트폰을 향한 노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페어폰의 후속 버전은 스마트폰에 관한 기존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페어폰의 대리아 코레뉴슈키나 대변인은 “우리 목표의 다음 단계에 착수해 최신 단말기의 독자적인 디자인에 투자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처음 내놓은 페어폰을 구입해준 6만 명과 우리 공동체 전반의 아낌없는 후원 덕분”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우리의 솔루션은 혁신적인 조립식 구조를 중심으로 페어폰 2를 설계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게 하면 부속품의 수리와 교체가 쉬워진다. 덕분에 수명이 더 길고 이용자의 주인의식을 강화하는 휴대전화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는 어떨까? 우리는 막 출시된 페어폰 한 대를 입수해 분해하고 실험해봤다.
 디자인
외관상 페어폰 2는 여느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전방 카메라와 5인치 스크린을 갖춘 검정색 직사각형 물체다. 크기는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중간쯤 된다. 뒤집어봐야 비로소 이 휴대전화의 어떤 점이 정말로 차별성을 갖는지 감이 잡힌다. 케이스가 투명해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배터리를 비롯한 각종 부품이 그대로 보인다.

후면 커버를 벗겨낸 뒤 뒤집고 밀어내는 간단한 작업으로 배터리와 스크린이 분리된다. 그 다음 나머지 카메라와 스피커, 마이크 부품을 떼어내는 데는 작은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이 모듈들과 마찬가지로 뒤 케이스도 다양한 색상과 소재로 취향에 맞게 교체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케이스가 출시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와 규격
페어폰 2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맞춤 버전을 채택했다. 하지만 최신형 6.0 마시멜로가 아니라 구버전인 5.1 롤리 팝이다. 구글의 표준 버전에 몇몇 작은 변화를 줬다. 예컨대 아래쪽의 앱 서랍(app drawer) 대신 스크린의 측면에서 옆으로 미는 방식으로 앱에 접근한다.

‘프라이버시 임팩트(Privacy Impact)’라는 기능을 추가한 점이 흥미롭다. 새로운 앱을 열 때마다 프라이버시 레벨에 관해 경고해준다. 모바일 메신저 앱 ‘텔레그램’에는 ‘낮음’ 등급을 부여했다.

페어폰 2는 사양 측면에서 대다수 중급 스마트폰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2.26 쿼드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801 칩셋, 2GB 램, 32GB 내장 메모리에 외부 마이크로SD 슬롯으로 보완했다. 또한 듀얼 SIM을 지원해 업무용과 개인용 폰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카메라와 배터리
800만 화소 후면 카메라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지만 기능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장차 성능이 향상된 페어폰 카메라 모듈이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제3의 카메라 제조사에 페어폰용 카메라 모듈을 독자 개발하도록 맡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하드웨어 면에선 배터리가 단연 돋보인다. 너무 많이 사용하지만 않으면 충전 없이 너끈히 이틀을 넘긴다. 요즘 스마트폰에선 들어보지 못한 성능이다. 더 인상적인 건 사용하지 않을 때의 배터리 수명이다. 데이터 네트워크 설정을 끈 채 가방에 넣어두고 가끔씩 와이파이에 연결할 때만 사용했더니 한 주가 지난 뒤에도 배터리 수명이 50% 이상 남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다. 2년 정도 사용한 뒤 배터리 수명이 불가피하게 짧아지기 시작할 때 페어폰에 새 배터리를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페어폰 웹사이트에는 아직 가격이 고시되지 않았지만 초기 페어폰용의 백업용 배터리 가격은 20달러에 불과하다.
일반 스마트폰의 평균수명은 2년도 안 되지만 페어폰2는 5년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가격과 결론
페어폰은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에 앞서 최초의 조립형 스마트폰을 출시했다(왼쪽). 페어폰은 “인간과 지구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되고 생산된 공정한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리콘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적인 휴대전화의 수명은 21개월 정도다.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500달러짜리 스마트폰이 불과 2년 뒤에는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구닥다리 기술이 되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수준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애플이나 삼성전자 간판 모델과 비교하면 590달러는 상당히 비싸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품의 수명을 감안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소비자는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윤리적인 제품 생태계를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사용자는 카메라나 스크린 등 고장 나거나 구식이 된 모듈을 교체할 수 있다. 또한 확장 포트를 통해 신기술을 통합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페어폰 개발자들은 이 단말기의 수명이 5년은 가리라고 본다.

페어폰이 현재 모색 중인 업그레이드 기능도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 가지 숙제는 페어폰의 윤리 기준을 따르는 제3의 하드웨어 개발자를 찾는 일이다.

페어폰의 테사 워닝크 대외협력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페어폰도 우리 자신의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스마트폰에는 30종 정도의 광물이 들어가는데 지금껏 우리가 추적한 바로는 분쟁광물과 무관한 광산은 2군데에 불과했다.”

수백 개의 다른 부품, 그리고 스마트폰 생산에 적용될 수 있는 수천 가지 사회적·생태적 기준을 감안하지 않아도 그 정도다. 페어폰이 정말로 윤리적인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희망에서 시작한 장기적인 프로젝트지만 그 과정에서 전자제품 시장에 조금씩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페어폰 2는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서 590달러에 판매된다.

- 앤서니 커트버트슨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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