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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 日 변호사·회계사도 “ 아 ! 옛날이여”

[치열해지는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 日 변호사·회계사도 “ 아 ! 옛날이여”

표정분석 벤처기업 이모션트(Emotient)는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판별한다.
‘미국에서 10~20년 내에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47%에 달한다’. 2013년 영국 옥스포드대가 발표한 논문 ‘고용의 미래’에서 내린 결론이다. 총 72페이지에 달하는 이 논문은 702가지 직종을 열거하면서 각각의 직종마다 기계가 대체할 확률을 기록했다. 통신 판매원이나 데이터 입력원부터 재봉사, 보험 심사 담당자, 은행 융자 담당자까지 사라질 확률이 95% 이상인 직업이 100여 개에 이른다. 이 논문을 정리한 마이클 오스본 교수는 “고용에 대한 테크놀로지의 영향을 많은 사람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논문에 주목한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옥스포드대와 공동 연구를 실시해 지난해 12월 일본판 데이터를 발표했다. 601가지 직종을 분석한 결과, 기계가 대체할 확률은 미국과 거의 비슷한 49%였다. 연봉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상대에 대한 이해와 설득, 교섭이 필요한 직종은 기계로의 대체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달리 공인회계사나 법무 종사자 등은 연봉이 높아도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많은 수치를 취급하거나 다양한 전문 지식을 요하는 직업은 인간에겐 ‘어려운’ 일이지만 기계에겐 ‘단순한’ 일이기 때문이다.

 로봇을 동료로 받아들여야
테크놀로지의 진화가 인간의 직업을 어디까지 빼앗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 배경에는 인류 역사상 3번째 붐이라고도 일컬어지는 AI 기술의 혁신이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진보한 것이 ‘딥러닝’이라는 분야다. 이전처럼 인간이 일일이 기계에 룰을 주입하지 않아도 빅데이터를 통해 사물의 특징이나 법칙을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워 기계가 자꾸 업그레이드되면서 다양한 업계나 직종에 테크놀로지가 침투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를 들어 2010년 미국 구글이 개발하기 시작한 자율주행차는 몇 년 전까지 학자들의 논문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딥러닝의 진화는 기존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 일본 AI 연구의 일인자인 마쓰오 유타카 일본대 교수는 더욱 빠른 기술혁신을 예견하면서 “중요한 것은 AI를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노인 양호나 건설, 외식 등 일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 업종이 꽤 많다. 앞으로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 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다. 데라다 토모타 노무라종합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손이 부족한 곳이야말로 테크놀로지가 활용될 여지가 크다”며 “사람과 기계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가 일을 빼앗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이상적이란 뜻이다. 나카무라 아키에 리쿠르트워크스연구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자신의 일이 기계로 대체될 확률이 높든 낮든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따른) 커다란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앞으로는 30년 이상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토 스콧 파소나(인력공급업체)의 사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그는 “평소 사원들에게 (당신들이) 지금 하는 일의 90%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며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해가는 이상, 스스로 능력(스킬)을 향상시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크놀로지 실업’의 파도에 휩쓸려갈지 아닐지는 이제 스스로에게 달렸다.

실제로 상상 속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AI가 점점 우리의 삶을 파고 드는 중이다. 미국 IBM 설립자 토마스 왓슨은 지금도 테크놀로지의 최첨단을 달린다. 여기서 말하는 왓슨은 AI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이 회사의 컴퓨터 ‘왓슨’이다. 기존 컴퓨터처럼 말을 열거된 문장으로 파악하지 않고, 자연 언어처리에 의해 의미까지 이해하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왓슨은 인간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유력한 어드바이저라고 할 수 있다. 질문에 대해 방대한 정보 속에서 적절한 답을 도출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획서나 전자 메일과 같은 문서 데이터나 영상은 ‘비 구조화 데이터’라고 불린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약 80%를 차지한다. 기존 검색 시스템은 단순한 키워드 검색이 가능한 정도로, 축적된 정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뽑아낸다.
 콜센터에 왓슨 도입해 응답속도 높여
일본에서도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미즈호은행은 2014년부터 ‘미즈호다이렉트’ 등 고객 문의가 많은 콜센터 업무에 왓슨을 이용한다. 대응 매뉴얼을 학습시켜 적절한 회답을 표시하도록 한다. 왓슨 도입 이후 응답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1분 정도로 단축됐다고 한다. 간포생명보험은 지난해 2월부터 보험금 지불 심사업무에 왓슨을 활용해왔다고 발표했다. 현재 왓슨은 과거 지불 사례나 의학, 법률에 관한 지식을 학습 중이다. 히로나카 야스아키 간포생명 집행임원은 “어려운 사안을 판단할 수준이 되려면 10년차 베테랑이 필요했지만 왓슨을 도입 후 인재 교육에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올해 안에 실제 심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올 1월 IBM은 소프트뱅크의 ‘페퍼(가정용 로봇)’용 왓슨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휴대전화 매장에서 접객 서비스를 하고 있는 페퍼는 사전에 준비된 ‘대본’을 읊는 정도다. 왓슨을 탑재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대의 요구에 맞춰 상세한 설명과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우수한 점원으로 변신한 신형 페퍼가 출현할 날도 머지 않았다.

‘이 기사는 오토메이티트인사이트(Automated Insights)에 의해 작성된 것입니다’. 미국 AP통신이 보도한 기사의 끝부분에 이러한 문구가 쓰여있다. 오토메이티트인사이트란 기자가 아닌 미국 노스캐롤리나주에 있는 벤처기업의 이름이다. AP통신은 이 회사가 개발한 문서작성기술 ‘워드스미스(Wordsmith)’를 이용해 2014년부터 일부 기업 실적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문장의 기본 포맷만 작성해두면 나머지는 엑셀처럼 데이터를 입력하면 끝이다. 사전에 사람이 설정한 기준과 입력된 데이터를 대조해 ‘호조’ 또는 ‘부진’ 등의 단어를 기사에 따라 분류해준다. 자연스러운 표현을 사용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 애플의 기사라면 주어를 ‘캘리포니아를 거점으로 하는 이 회사’라는 말로 전환된다. 그 놀라운 솜씨는 기계가 작성한 문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인간이 담당해왔던 작업을 AI가 순식간에 해치우는 것이다.

최대 이점은 기업 실적 기사와 같이 정형화된 기사 작성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AP통신은 각 분기 실적 기사를 기자가 써왔으나 워드스미스 도입 후 내보내는 기사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기자가 실적 기사를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한다면 보다 가독성이 높은 기사의 취재나 집필에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미국 야후가 보도하는 스포츠 기사에도 워드스미스가 쓰인다. 오토메이티드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상품 설명이나, 부동산 소개, 금융서비스나 마케팅 등에서도 활용된다고 한다. 앞으로 활용 무대는 더욱 넓어질 듯하다.최첨단 AI는 사람의 감정도 세밀하게 이해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분교에서 표정 분석을 연구해온 마리안 바트렛 박사가 이를 실현시켰다. 그는 2012년 자동 표정 분석 벤처기업인 ‘이모션트(Emotient)’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표정 분석 소프트웨어는 카메라를 통해 인간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기쁨·슬픔·놀라움·분노·공포·혐오·경멸 등 7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분석 소프트웨어를 음식점의 카메라에 설치하면 고객이 음식에 만족하고 있는지 표정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AI 연구에 정통한 마쓰오 유타카 도쿄대 교수는 “향후 보급된다면 서비스업 전반에서 활용될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맥도날드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올 1월 이모션트는 애플에 인수됐다. ‘아이폰에 탑재한다면 사용자가 콘텐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별도의 만족도 조사 없이도 파악할 수 있다’(마쓰오 교수). 차기 아이폰은 올가을에 나온다. 표정 분석 소프트웨어가 신형 단말의 주요 기능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5월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 ‘CES아시아’에서는 영국 벤처기업 몰리 로보틱스(Moley Robotics)의 시연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고정됐다. 조리대 위에 매달린 두 개의 로봇팔이 능숙하게 재료를 조리해 크랩비스크(게살스프)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요리 솜씨도 최고 수준이다. 이 로봇은 실제 인간의 움직임을 모션 캡쳐로 기억해 그대로 모방할 수 있다. 상해에서 열린 박람회 시연도 영국 방송국 BBC 요리 콘테스트 우승자의 요리 과정을 재현한 것이다.

 요리 콘테스트 우승자의 요리 과정 재현한 로봇도
더욱 놀라운 점은 AI가 탑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몰리 로보 틱스의 홍보담당자는 “인간의 일련의 동작을 모방하는 특수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어떤 AI보다도 세련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라고 말한다. 2018년 시판 예정으로 가격은 대략 10만 달러(약 1억2500만원). 시판 때까지 최저 2000가지의 레시피를 로봇에 주입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하는 방식까지 실현되면 집에 앉아서 일류 셰프가 만든 전 세계 요리를 먹을 수 있다. 바빠서 요리를 할 시간이 없는 사람이나 고령자가 주 판매 대상이다. 기내식이나 구내식당도 잠재적 시장이다. 게다가 이 요리 로봇 기술은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영역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어느 날 밤, 도쿄 신주쿠역에서 도보로 몇 분 떨어진 회사 미팅룸에 정장 차림의 남성 15명가량이 모여 앉았다. “모두 잘 부탁 드립니다.” 강사가 인사를 하자 방에는 노트북 키보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프로그래밍 강좌의 수업 풍경이다. 이 수업은 강사가 앞에 서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이 자사 노트북으로 과제를 수행해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강사에게 문제점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강좌는 2012년에 창업한 프로그래밍 학습서비스 벤처기업 ‘코드캠프’가 진행한다. 주 3회 열리는 집단 강좌는 입문 편에 해당한다. 보다 본격적인 학습을 희망하면 인터넷을 통해 강사로부터 맨투맨 수업을 받을 수 있다. 이케다 히로노부 코드캠프 사장은 “이전에는 컴퓨터 교실 등에서 완성된 IT 기기의 사용 방법을 배우는 것이 주류였지만 이제는 구조나 제작 방식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수강자는 대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전직을 목표로 기술을 쌓으려는 엔지니어나 창업이 목표인 사람, 신종 서비스 개발을 위해 기술을 익히려는 사람 등 다양하다. 대학생도 전체 수강생의 10~2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날 강좌에 참석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성은 도쿄도 내 대학 경제학부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한 기업의 면접을 마치고 곧장 달려왔다고 한다. 취직할 곳은 정해졌지만 희망하는 기업이 따로 있기 때문에 지금도 취직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며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프로그래밍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 전자제품 제조사 경영기획부서에서 일하는 40세 남성은 “벤처기업과 손을 잡고 무언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관련 지식이 제로라면 힘들 것”이라며 “야근과 겹치는 날도 있지만, 시간을 잘 조절해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중학교 프로그래밍 교육 필수
프로그래핑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초등학교 필수과정으로 채택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사진은 도쿄의 직장인 대상 프로그래밍 강좌.
기업이 프로그래밍 교육에 힘을 쏟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형 출판사 카도카와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얼마 전 동영상 업체 도완가를 인수했다. 도완가는 이전부터 사원들에게 프로그래밍 교육을 해왔다. 이를 카도카와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기술자 시험에 합격하면 보너스를 주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인터넷에서 다양한 콘텐트를 전개해나가는 시대기 때문에 영업이나 편집자도 프로그래밍 지식을 아는 편이 유리하다.’(카도카와 관계자).

사회에서 수요가 확대되는 기능이라면 어릴 때부터 배우게 하자는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중학교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이 필수화됐다. 초등학교 단계부터 필수 과정으로 만든 국가도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 대상 강좌도 성황이다. 대형 인터넷 회사인 사이버 에이전트 산하의 ‘CA Tech Kids’는 초등학교 대상 프로그래밍 교실을 운영한다. 2013년 가을 시작했을 당시 58명이었던 학생은 올해 1월 약 580명으로 증가했다. ‘시장 규모가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연간 3배씩 학생이 늘고 있다.’(우에노 토모히로 사장). 프로그래밍 교실은 도쿄와 오사카·오키나와에서 운영 중이다. 1등학생이 갑자기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는 없다. 우선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개발한 학습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를 사용해 단문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논리 구조 등 기본적인 개념을 익힌다. 학생의 실력에 따라 미국 애플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같은 본격적인 커리큘럼도 준비돼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후원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래밍 콘테스트(22세 이하 대상)에서 상을 받은 학생도 나왔다.

프로그래밍 교육이 장래 직업이나 창업으로 직결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배우는 의미가 있을까? 우에노 사장은 “IT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퇴보하지 않는다”며 “미래 세계의 기본이 되는 구조를 알고 있는가로 창조력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엔지니어가 아니라도 당연히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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