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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베일에 싸인 금융가 존 그레이켄은 자산가치 63억 달러로 사모투자 업계에서 2위를 기록하며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184위)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약탈적 금융(predatory banking)’이 격렬한 비난을 받는 요즘 시대에 그는 거침없이 이기적 수익을 추구하며 탈세를 서슴지 않는 비애국적 행태로도 악명을 떨쳤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서 아일랜드로 국적까지 바꾼 그에게 전세계의 거의 모든 연기금들이 돈을 주지 못해 안달이다.부실채권 투자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에서도 특별한 종자다. 바닥을 친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서 급매로 팔아버리는 강철심장을 가진 이들은 잘못된 결정으로 수렁에 빠진 기업 및 개인 등 금융 약자를 약탈해 돈을 번다는 점에서 공매 투자자와 비슷한 경멸을 받는다. ‘부실채권 투자자’란 명칭 또한 월스트리트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널리 사용됐던 대머리 독수리(vulture), 무덤 춤꾼(grave dancer), 악덕 자본가(robber baron) 등 욕이나 다름없던 별명을 조금 순화해 표현한 말이라 생각하면 된다.

21세기 악덕 자본가 중 론스타 펀드의 존 그레이켄(John Grayken)만큼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는데도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면서 미움을 많이 받는 사람도 드물다. 59세의 그레이켄은 올해 순자산 63억 달러로 포브스 억만장자 순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사모펀드 운용가 중에서는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 블랙스톤 회장 뒤를 이어 2위다. 론스타는 지금까지 약 640억 달러의 자산을 축적했고, 1995년 설립 이후 운영된 15개 펀드는 연평균 20%의 순수익을 기록했다. 그동안 적자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336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산을 가진 블랙스톤은 연평균 순수익 17%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소규모의 전문가 군단을 두고 다양한 자선 활동을 통해 자신과 회사의 이미지를 관리해온 슈워츠먼과 달리 그레이켄은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보이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그의 이름이 붙여진 도서관이나 학교, 병원은 찾아볼 수 없고, 워런 버핏의 ‘기부 선언’ 참여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납세를 하지 않으려고 1999년 미국 시민권을 버리고 아일랜드 시민이 됐으니 애국자라고 할 수도 없다.

경기 대침체 이후 그레이켄은 전세계 국유기관 및 은행이 보유한 주택담보 부실채권 및 체납 채권을 매입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고리대금 기관과 스페인 주택 건설업체, 아일랜드 호텔 체인 또한 인수했다. 규제기관은 그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고, 그에게 자신의 주택 담보 대출이 넘어갔음을 알게 된 대출자들은 그의 투자 기술을 경멸해 마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앙심을 품은 심복으로부터 비난 저격을 당하거나 뉴욕과 베를린, 서울 등의 시위 현장에서 규탄의 대상이 되는데 익숙해진 것 같다. 지난해 뉴욕 법무장관 에릭 슈나이더먼은 그레이켄의 강압적인 담보대출 상환 전략에 대해 감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공격적인 담보물 압류 방식은 주택 보유자와 주택권리 운동가, 노동조합으로부터 광범위하게 규탄을 받고 있다.

이번 포브스 기사 취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떤 발언도 거절한 그레이켄은 자신의 회사 내에서도 그다지 사랑 받는 인물이라고 할 수 없다. 연기금 보고서를 보면 그는 론스타와 계열사로 있는 자산운용사 허드슨 어드바이저(Hudson Advisors)의 유일 사주다. 다른 주요 사모펀드가 파트너들에게 지분을 아낌없이 주는 반면, 그레이켄은 회사 소유권을 단단히 움켜잡고 있다. 그의 밑에서 최고의 역량을 선보인 직원들은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며 부자가 됐지만, 그의 부관 중 상당수가 결국엔 그의 곁을 떠났다. 그레이켄이 회사의 주요 지분을 제안할 만큼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레이켄을 사랑하는 유일한 집단이 있다면 바로 연기금이다. 그레이켄을 신처럼 숭배하는 이들은 기꺼이 그의 죄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지난 수십 년간 그레이켄은 경이로운 수익을 안겨주며 절제된 투자전략을 완벽히 수행했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라고 노리 제라르도 리츠(Nori Gerardo Lietz)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말했다. 리츠 교수는 연기금을 위한 사모펀드 투자 전략 자문사를 운영했던 경력이 있다. “다른 부동산 및 사모투자 펀드 다수는 사실 존 그레이켄을 질투하고 있는 거다.”
 뉴욕과 서울 시위 현장의 단골 규탄 대상
오리건 주 공무원 퇴직연금은 론스타 운영 펀드 다수에 22억 달러를 투자했다. 2013년에는 론스타 펀드 VIII에 1억8000만 달러를 예치했으며, 벌써 연수익 29%를 기록 중이다. 2010년 그레이켄이 모집한 46억 달러 규모의 펀드는 오리건 연금 가입자에게 연간 52%의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전세계 거대은행이 대출 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리스크가 높은 사업에서 철수하라는 규제당국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헤지펀드와 론스타를 비롯한 사모펀드는 이들 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며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그레이켄을 비롯해 오크트리 캐피탈(Oaktree Capital)의 하워드 막스, 아폴로 그룹의 레온 블랙 등 부실채권 전문 투자자들은 그림자 금융가 중에서도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 중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사람은 바로 존 그레이켄이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는 첼시 지구에 있는 가장 값비싼 저택 중 하나를 누가 구입했는지에 타블로이드의 관심이 쏠렸다. 침실 9개, 욕실 9개를 갖춘 1600㎡의 벽돌 저택에는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와 지하 수영장, 영화관, 일본식 수생 식물원이 들어서 있었다. 저택은 버뮤다에 등록된 한 법인이 7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실제 구매자는 매사추세츠 주법원 기록에서 발견됐다. 공증 법원 기록에서 저택은 그레이켄의 주소지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레이켄은 런던 외곽에 있는 대지면적 20에이커 저택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침실이 무려 15개나 되는 대저택이다. 그레고리 펙이 출연한 1976년 공포영화 <오멘> 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적이 있다. 법인 기록을 보면 그레이켄은 스위스 제네바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도 거대한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레이켄의 사모펀드 본사는 댈러스에 위치하지만, 미국 납세자가 아닌 그는 미국에서 1년 중 120일 이상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런던에서 거주 중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레이켄은 어린 시절을 보낸 보스턴 근교 매사추세츠 주 코하셋의 가족집 근처에서 여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코하셋에는 민간 소유의 작은 화이트헤드 섬이 있다. 인도양에 떠 있는 이 섬은 코하셋과 작은 다리로만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레이켄이 지배지분을 가진 버뮤다의 한 회사가 2004년과 2007년 2번에 걸쳐 1650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다. 그레이켄은 코하셋에서 주민이 좀더 많은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학업 성적과 하키 실력이 특히 뛰어났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하키팀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다. 향후 자신의 행보를 알려주기라도 하듯 그레이켄은 팀의 최다 페널티 기록을 보기 좋게 경신했다. 대학 졸업 후 198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모건 스탠리에서 투자금융 전문가로 활동했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꿈꿨던 그레이켄은 텍사스 억만장자 로버트 배스(Robert Bass)의 테네시 주 내쉬빌 사무 고층건물 계약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테네시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레이켄은 배스와 굳건한 관계를 쌓았고, 내쉬빌에서 태어난 그의 첫 아내도 만났다. 하지만 그레이켄과 베스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레이켄은 자신의 탁월한 노력과 수완에 비해 수익 배분이 적게 돌아오자 1996년 배스와 헤어졌다. 이후 그레이켄은 댈러스에서 4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집했고, 이 펀드를 ‘론스타’라 이름 지었다. 그는 부실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하는데 일가견이 있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직접 담보대출을 해주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는 쪽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우선 캐나다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레이켄은 이후 국제무대로도 진출했다.

그레이켄은 그의 성공을 특징 짓고 경쟁자와 차별화 시켜주는 여러 전략을 사업 초기부터 구축해 나갔다. 그레이켄은 연체 담보대출 상품처럼 부동산 연계 부실채권에 집중했다. 미국 경제가 좋을 때면 그는 불경기를 맞은 국가로 눈을 돌려 헐값으로 떨어진 자산을 매입했다. 그래서 1998년 론스타의 주요 활동 무대는 일본이었다. 당시 경제위기로 만신창이가 된 일본의 은행들은 공개경매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수치스러움을 감당할 수 없어서 가격을 대폭적으로 낮춰 비밀리에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론스타는 이를 기회로 잡아 은행 자산을 헐값에 매입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독일과 프랑스 등 어려움에 처한 다른 유럽 국가로 진출했다.
 부실채권의 가격을 급등시키는 ‘반전술사’
그레이켄은 부실채권의 가격을 빠르게 급등시키는 ‘반전술사’의 명성을 얻었다. 그가 운영하는 펀드는 주기가 짧아서 투자기간이 기껏해야 3년도 되지 않는다. 자산을 손에 넣으면 즉시 워크아웃을 시켜서 빠르게 매도한다. 그레이켄은 버핏 식의 매입 후 보유 전략이 뭘 모르는 ‘팔랑귀’에나 어울린다는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 론스타는 장기 투자라는 그럴 듯한 말을 늘어놓거나 자산에 괜한 애착을 가지지도 않는다. 수 개월, 수 년을 기다리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더라도 가차없이 팔아버린다. 다른 사람이 함께 뜯어먹을 수 있는 살점을 남겨두고 뼈를 버리는 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레이켄은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매입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라고 믿는다. 매입 후 일어나는 마법은 그리 중요치 않다. 자산을 재량껏 꾸며서 가치를 높이는 일은 다른 사람의 몫이다. 2016년 2월 회의에서 안드레 콜린(Andre Collin) 론스타 사장은 “우리는 매입가로 수익률을 결정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가치 상승 기회가 분명히 눈에 보이면 가끔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도 있지만,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매도 기회가 보이면 바로 매도한다.”

빠른 매도를 통한 이익 실현은 펀드 내부 수익률이라는 중요 지수 개선에 기적을 일으켰다. 보유기간이 짧기 때문에 투자자 배분금은 많아졌고, 흡족해진 투자자는 론스타 다음 펀드에 다시 투자함으로써 그레이켄에 보답했다. 그레이켄이 부과하는 수수료는 상당히 높다. 론스타 투자펀드 수수료는 보통 운용자산의 0.6~1% 사이에서 책정된다. 펀드 수익률이 8%를 넘어가면 20%를 기록할 때까지 전체 수익의 50%를 론스타가 가져가고, 수익률이 20% 이상으로 높아지면 론스타는 총 수익의 20~25%를 가져간다.

“그레이켄은 자산 매입 및 매도 과정을 단순화하는데 능란한 자질을 선보였다”고 론스타 설립을 돕고 이후 6년간 함께 일했던 데이비드 후드(David Hood)는 말했다. “그는 자산을 대량으로 매입해 유동성을 창출한다. 말을 꼬거나 돌려서 하는 법이 없다. 하키선수 출신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언제나 직설적인 펀치를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론스타의 우월한 수익률을 견인하는 중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댈러스에 본사를 둔 자산관리 및 실사기관 허드슨 어드바이저(Hudson Advisors)다. 론스타 펀드 매니저가 투자기회를 발굴하면, 허드슨의 금융 전문팀은 철저한 금융 분석을 실시하고 투자 기회를 검토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허드슨팀은 대출 상품을 만들어 제공한다. 법률 및 회계 자문을 제공하는 것도 허드슨이다. 현재 865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전세계에 사무소를 두고 있지만, 고객사는 오직 하나, 론스타 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에서는 제대로 된 자료풀을 보유하는 게 적정가격 책정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허드슨은 그레이켄의 소중한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하며 론스타에 경쟁우위를 선사했다. 그레이켄이 론스타의 엄청난 자산에서 수익을 추가로 빼내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뒷문이 되어 주기도 했다. 그레이켄이 지분 100%를 보유한 허드슨은 매년 론스타 펀드 자산가치의 평균 0.55%를 자문 수수료로 가져간다.

연기금 관리자들은 그레이켄의 수익 배당 수표를 간절히 기다리지만, 그레이켄이 눈여겨 보다가 손에 넣은 부동산 세입자나 소유주들은 새로운 건물주를 두려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금융위기 이후 그레이켄이 맨해튼 워싱턴 하이츠에 위치한 아파트 건물 10채의 담보대출을 앵글로 아이리쉬 뱅크에서 할인가에 매입하자 거주자들은 창문 밖에 “투기꾼 주의”라고 적은 침대 시트를 걸어놓았다. 론스타가 일본에서 인수 계약 논의를 시작했을 때 일본 언론은 론스타를 대머리 독수리란 뜻의 ‘하게타카’로 지칭했다. 한국에서는 론스타가 ‘먹고 튄다’는 뜻의 ‘먹튀’ 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언론은 론스타가 주택담보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인수한 후 주택을 압류해 거주자를 쫓아내자 론스타를 ‘텍사스 사형 집행수’로 부르기까지 했다.
 일본에선 대머리 독수리, 한국에선 ‘먹튀’ 자본
그레이켄을 향한 독일의 경멸은 한국에서의 악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를 진화하는 과정에서 론스타는 한국 외환은행의 지배지분을 2003년 18억 달러에 인수했다. 2007년이 되자 론스타는 외환은행 보유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여러 곳에서 받았다. 인수 희망가는 64억 달러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서울에서 공분을 일으켰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외국 자본의 횡포로 촉발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가장 괘씸하게 여기는 인식이 팽배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및 별도로 운영되던 신용카드 사업부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헐값에 사들였다는 혐의가 제기됐고, 이에 대한 사법기관 및 규제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론스타 한국법인의 유회원(폴 유) 대표는 신용카드 사업 주가조작 혐의를 인정 받아 징역 3년 형을 확정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론스타 한국법인의 또 다른 직원이 사모투자사에서 110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레이켄은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조치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이며, 론스타가 침몰 중이던 한국 대형은행을 구조한 사실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대단하게도 그레이켄은 이런 험악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버텼다. 그리고 2012년 외환은행 소유지분을 하나금융그룹에 넘기며 40억 달러 수익을 확보했다. 물론 그레이켄에게 이 정도 수익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원래 매도 계약에서 거둘 수 있었던 나머지 수익을 회수하기 위해 현재 중재재판을 추진 중이다.

미국 금융기관의 비윤리적 운영방식이 지나간 과거의 일이라고 믿는다면, 그레이켄이 텍사스에서 운영 중인 담보대출업체 캘리버 홈 론(Caliber Home Loans)이 생각을 바꿔줄 지도 모른다. 캘리버는 서브프라임 대출상품 제공을 위한 잔기술 사용으로 악명을 높이는 중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담보대출 상품 중에는 심지어 금융위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미국에서 몸집이 가장 큰 서브프라임 전문 대출기관으로서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총 70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32만 5000개의 담보대출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캘리버의 담보대출 상품 중 상당수는 론스타 펀드가 헐값에 매입한 것이다. 주택도시개발부와 연방정부 보증 주택융자기관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주최한 경매에서 70%까지 하락한 가격에 인수된 부동산이다.

론스타는 기발한 금융기법을 이용해 이들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묶어서 채권으로 만들어 판매하며 즉각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확보했다. 동시에 캘리버는 연체자의 상환 조건을 5년간 금리만 납부하도록 ‘임시’로 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대출 원금은 조금도 줄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담보대출을 한 주택 구매자들은 어떤 영구적 구제조치도 받지 못했다. 결국, 5년의 유예 기간이 끝나면 대출은 이전 상환 조건으로 되돌아갔고, 그 동안 유예됐던 원금 상환까지 조건으로 붙어서 상환 금액은 더욱 커졌다. “론스타는 이들 융자상품을 정부로부터 헐값에 사들였다. 실질적으로 원금이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는 가격이다. 그러나 이렇게 얻은 혜택을 주택 보유자, 지역사회와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고 미 금융개혁 국민연합의 리사 돈너 상임이사는 말했다. 지난해 9월 뉴욕 타임스 사설진은 론스타가 “돈을 벌기 위해 주택을 압류하고 재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비난했다. 뉴욕 법무장관 에릭 슈나이더먼이 조사를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론스타와 캘리버 측은 어떤 논평도 거절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12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집어삼킨 그레이켄은 어떤 논란에도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76억 달러에 인수한 뉴욕주 로체스터의 아파트 리츠 투자사 홈 프로퍼티즈(Home Properties)도 그레이켄이 손에 넣은 자산 중 하나다. 가장 최근 조성된 론스타 펀드는 금융기관이 빠르게 차입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유럽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부동산 대출상품을 넘겨 받아 지금까지 50억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그레이켄은 자신이 16번째로 조성한 이 펀드에 개인자금 2억 5000만 달러를 예치하며 론스타 펀드에 투자한 개인자금 규모를 13억 달러로 늘렸다.

로드아일랜드 직원퇴직연금과 뉴욕 교사퇴직연금을 비롯해 댈러스 소방 및 경찰 공무원 퇴직연금 등 연기금 고객은 그레이켄의 서브프라임 대출 사업이 얼마나 지저분하게 운영되는지 잘 모른다.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와 다름없는 미국 출신 아일랜드 시민권자를 보며 이들이 유일하게 느끼는 불안감은 그의 건강과 급작스럽게 부재하게 될 경우 론스타의 승계 문제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경영자
지난 수년간 그레이켄과 가까이서 함께 일했던 능력 있는 파트너 대부분이 제대로 된 몫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의견 차이로 사이가 틀어져서 대부분 회사를 떠났다. 론스타 설립을 돕고 오랜 기간 그레이켄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엘리스 쇼트(Ellis Short)는 2007년 회사를 떠났다. 또 다른 중역 랜디 워크(Randy Work)는 그레이켄과 갈라서는 과정에서 2억 2500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다 한들 그레이켄의 돈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냉혹한 경영자인 그레이켄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걸로도 유명하다. “많은 경우 그는 밑에 있는 사람을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과거 론스타에서 최고 펀드매니저 대우를 받았던 한 사람은 말했다. 그레이켄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국적을 바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부인과 이혼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혼 판결을 받은 지 1달도 지나지 않아 부인을 설득해 재결합에 성공했고, 6개월 후 다시 이혼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런던 사무소 비서와 재혼을 해서 4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레이켄은 최근 사우스 다코타로 직접 가서 연기금 투자 담당자를 만나 승계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줬다. 사우스 다코타 투자협의회 위원이 최근 한 말처럼 투자자들은 “존이 죽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 어쩌면 그냥 다 끝날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실제로 올 때까지 연기금은 아일랜드 억만장자의 그림자 은행에 더 많은 퇴직연금을 기꺼이 예치할 것이다. 그레이켄과의 회의 직후 사우스 다코타 또한 론스타가 가장 최근 조성한 투자펀드에 3억 달러의 돈을 투자하는데 동의했다.

- NATHAN VARD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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