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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기자가 만난 ‘판교밸리언’②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 “판교에 둥지 틀고 ‘스타트업 조직’으로 재출발”

[최은경 기자가 만난 ‘판교밸리언’②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 “판교에 둥지 틀고 ‘스타트업 조직’으로 재출발”

박태형 인포뱅크 대표는 “임직원 투표를 거치는 등 판교 입성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만족도는 기대한 것보다 높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중순 서울 역삼동 큰길타워 빌딩에 입주해 있던 인포뱅크. 임직원 150여 명이 모두 참여하는 투표를 했다. 타이틀은 ‘강남 vs 판교’. 본사를 역삼동에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로 옮기느냐, 마느냐를 구성원들의 투표로 결정한 것이다. 결과는 찬성 68.8%(95명). 국내 최초·최대 통합메시징 서비스 업체인 인포뱅크가 판교에 새 둥지를 튼 과정이다. 지난 4월 26일 성남시 대왕판교로(삼평동) 유스페이스1 A동 사옥에서 만난 박태형(59) 대표는 “판교로 오는 과정이 아주 평탄하지는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인포뱅크가 판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판교 테크노밸리 내에 유비쿼터스 사업을 추진하던 판교인터넷파크조성사업조합(PIPA)에 지분을 투자하면서부터다. 막상 건물 골조가 올라가면서 박 대표의 고민이 깊어졌다. 사내에서는 ‘이전 반대’ 의견이 90% 이상이었다. 서울을 떠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더구나 당시만 해도 판교는 서울 외곽의 ‘판교IC’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투표 직전 임직원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유스페이스 공사 현장에 다녀왔어요. 직접 두 눈으로 살펴보고 결정하자는 뜻에서지요. 당시엔 허허벌판이다 보니 (이전을) 머뭇거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후에도 수 차례 토론을 했고 최종 결정은 투표에 붙였습니다. 다수 구성원의 마음이 ‘미래 가능성’ 쪽으로 움직인 듯합니다.”

이듬해 4월 인포뱅크는 유스페이스1 A동 12층으로 이전했다. 직원은 역동적인 판교의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고, 회사는 통근버스와 기숙사를 운영하는 등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 투자했다. 올해로 ‘판교 5년차’, 인포뱅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박 대표는 “일단 회의실이 늘어나 불편함을 줄였다. 예전엔회의 공간이 두 개 밖에 없어 미팅을 하려면 건물 1층 커피숍까지 숱하게 다녀오곤 했다”며 흐뭇해했다. 단점을 묻는 질문엔 “노선버스가 부족한 것 빼고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 회사 경영전략실 강신훈 팀장은 “(판교는) 친환경적으로 조성돼 있어 점심시간에 주변을 산책하고 나면 업무 집중도가 올라간다”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서울과도 가까워 업무에 거의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통합메시징 서비스 시장 개척
인포뱅크는 ‘모바일 문자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회사로 꼽힌다. 1998년 국내 처음으로 기업용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를 선보였다. 은행에서 예금을 입·출금하거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결제했을 때 휴대전화로 실시간 안내 문자를 보내주는 상품이다. 은행과 신용카드·보험·유통업체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금은 한 해 5000억원 대 시장으로 커졌다. 매달 4억~5억 건, 하루 평균 1500만여 건의 문자 메시지가 인포뱅크를 통해 전송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50억원 가운데 80% 이상을 메시징 사업을 통해 거둬들였다. 박 대표는 “KT·LG유플러스 등이 뛰어들면서 인포뱅크의 시장점유율이 다소 줄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두 회사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며 “시장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문자 투표는 인포뱅크가 내놓고 있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상품이다. 양방향의 인기투표, 퀴즈게임 등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서비스다. 가령 JTBC 예능 프로그램인 [히든싱어]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승자를 뽑는 문자 투표를 한다면 이 회사의 ‘아이미디어’ 서비스를 통해 투표가 이뤄지고 결과가 집계된다. 이처럼 참여형 방송 프로그램에 한 번이라도 문자를 보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인포뱅크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는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방송사의 실시간 문자 투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한 프로그램에서 3시간 만에 매출 10억원을 올린 적도 있다”고 자랑했다. 수백만 통의 문자 메시지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얘기도 된다.

2009년부터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솔루션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무선 인터넷으로 자동차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현재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등과 협업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창립 20주년을 맞으면서 ‘대수술’을 단행했다. 회사 조직을 ‘창업형 구조’로 뜯어고친 것. “구호로만 스타트업 정신을 강조하기보다는 진짜 창업 초기로 돌아가 죽기 살기로 도전해 보자는 뜻에서입니다. 기존 180명이 ‘한 울타리’였던 회사를 10개로 쪼갰지요.” 현재 인포뱅크는 대표이사 아래 8개 사업부와 독립해 나간 2개의 스타트업으로 구성돼 있다.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맡았던 부서는 ‘아이메시지’로, 차량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조직은 ‘아이모터스’로, 문자 투표를 담당하는 조직은 ‘아이미디어’로 이름을 바꿨다. 각 조직은 별개 사업자처럼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각 부문의 사업부장은 ‘사업부 대표’다. 본사 경영전략실에 인사·회계·재무 서비스 등과 관련한 공통비를 부담하지만 수익이 나면 절반씩 나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제안해 심사를 통과하면 3개월 간 5000만원의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독자적인 사업성을 인정받으면 ‘분가(分家)’할 수도 있다. 실제로 특정 번호를 누르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인 ‘헬로우링크’, 유무선 고객관리 앱 ‘텍스토리’ 등이 스핀오프(분할) 형태로 분리해 나갔다.

 “창업형 조직으로 완전히 탈바꿈”
스타트업 정신으로 재무장하기 위해 판교는 가장 적합한 무대였다. 인포뱅크와 투자·분사 등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20여 개 업체 중 줄잡아 6~7개가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LPG 중고차 플랫폼인 ‘박차’, 식물 정보 앱 ‘모야모’ 등이다. 박 대표는 “이들에게 아이디어 논의부터 개발·영업·특허출원 등을 지원하면서 상생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인포뱅크에게도 시너지 효과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조직 개편 이후 ‘8대2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 ‘모든 사업부는 기존 아이템에 80%, 신수종 아이템 발굴에 20%를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신규 사업은 독자 추진하는 것과 외부 스타트업과 협업 중 선택이 가능한데 판교의 창업 환경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자신감이 가득 찬 이유는 또 있다. 인포뱅크라는 회사 자체가 ‘스타 벤처의 산실’이어서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인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를 개발한 인물은 당시 병역특례로 근무 중이었던 이영일 컴투스 창업자다. 세계 최초·최대 규모의 커플 앱인 ‘비트윈’을 만든 박재욱 VCNC 대표, 배달 서비스 ‘부탁해’로 유명한 유정범 매쉬코리아 대표 등이 인포뱅크를 거쳐서 창업했다. 박 대표는 “이 중에는 인포뱅크보다 더 큰 회사로 성장한 사례도 많다”며 “조직을 혁신하면서 ‘스타트업 유전자’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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