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틈새 주택형] 25·34·43평 공식 깨는 29·39평
[뜨는 틈새 주택형] 25·34·43평 공식 깨는 29·39평
5월부터 인천 중구 중산동 영종하늘도시 A39블록에 분양 중인 스카이시티자이 아파트. 지상 최고 31층의 새 아파트로 85㎡(이하 전용면적) 초과의 중대형 주택형으로 구성됐다. 영종하늘도시에 7년 만에 분양되면서 색다른 주택형을 내놓았다. 이전 단지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타입이 등장했다. 91, 98㎡형이다. 옛 평형으로는 36, 39평형이다. 다소 낯선 이들 주택형이 이 아파트 주력 평형이다. 940가구로 전체 1034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94가구인 112㎡형(43평형)이다. 이는 중대형 아파트에 흔한 주택형인데 이 단지에선 ‘비주류’다.
5월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 Ac20블록에 분양된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 6차는 72, 78㎡형(29, 31평형)으로 지어진다. 이 블록은 85㎡ 이하의 주택형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이런 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주택형이 84㎡형(34평형)이다. 이 회사가 1년 전인 지난해 4월 같은 한강신도시에 분양한 반도유보라 3차도 84㎡형을 주요 평형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5차는 84㎡형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파트 주택형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에서 익숙한 주택형은 59, 84, 113㎡형(25평형, 34평형, 43평형)이다. 웬만한 아파트는 대략 10평 간격으로 이런 식으로 지어진다. 틀에 박힌 주택형이다. 요즘 분양시장에서 이런 틀이 깨지면서 낯선 주택형이 많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주택형 사이에 낀 틈새 주택형이 이전엔 끼워넣기 식이었는데 이젠 주목 받는 집이 됐다.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 인기가 높다.
59, 84, 113㎡형은 어떻게 나왔을까. 통상 60㎡ 이하는 소형주택, 60~85㎡ 중소형, 85㎡ 중대형으로 분류되는데 아파트 크기에 따라 세금 등이 달라진다. 85㎡를 기준으로 이보다 큰 아파트의 분양가에 건축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가 붙는다. 85㎡ 이하엔 부가세가 없어 그만큼 85㎡ 초과의 분양가가 올라가는 셈이다. 85㎡를 기준으로 취득세율이 달라진다. 가격에 따라 85㎡ 이하가 1.1~3.3%, 85㎡ 초과는 1.3~3.5%다. 재건축 등의 경우 소형·중소형 건립 의무비율이 정해져 있다. 과거 큰 주택형을 너무 많이 지은 적이 있어 중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아파트 용지는 60㎡ 이하, 60~85㎡, 85㎡ 초과 등 지을 수 있는 주택형을 기준으로 나눠져 있다. 택지공급가격이 달라 서울·수도권에서 60㎡ 이하는 조성원가의 95%, 60㎡ 초과 용지는 이보다 좀 더 비싼 감정가격이다.
업체들이 주택형 구간에서 가장 크게 짓다 보니 59, 84㎡형이 많다. 중대형에서는 84㎡형보다 10평 정도 큰 113㎡형이 주류를 이뤘다. 주택형이 단순하면 건축공사를 하기가 쉬워 업체들은 굳이 다른 주택형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 소비자들도 주택 공급이 부족한 때에 주어지는 주택형에 만족했다. 대한주택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급자는 공급하기 편해서, 소비자는 선택이 단순해서 이들 세 가지 주택형은 아파트 공식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형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먼저 중대형에서 변화가 왔다. 주택수요자가 가격 부담이 큰 중대형을 꺼리면서 중대형 중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85~102㎡ 크기가 관심을 끌었다. 중대형은 크기에 따라 85~102㎡, 102~135㎡, 135㎡ 초과로 나눠 청약자격이 달라진다. 청약예치금에 차이가 난다. 85~102㎡ 가운데 101㎡형(39평형) 정도가 중대형 틈새상품으로 늘었다. 그러다 근래에 들어 중소형에서도 주택형 분화가 나타났다. 중소형에서 가장 많은 틈새 주택형은 74㎡ 정도의 29평형이다. 리얼투데이가 올 1~4월 전국에 분양된 6만1047가구의 주택형을 조사한 결과 29평형대가 전체 가구수의 18%를 차지해 25평형대 18.7%와 비슷했다. 39평형대는 4%로 43평형대보다 많았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콘텐트실장은 “틈새 주택형이 이제는 틈새가 아니라 대세라 부를 만큼 늘었다”고 말했다.
틈새 주택형 증가는 높은 청약경쟁률에 힘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주택형보다 경쟁률이 높기도 하다. 5월 경기도 시흥시 목감지구에 분양된 중흥S-클래스는 72㎡형과 84㎡형으로 구성됐다. 가구수는 313가구와 398가구로 84㎡형이 좀 더 많았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72㎡형에 1573명이 신청했고 84㎡형 청약자는 절반 정도인 890명이었다.
틈새 주택형 인기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주택형보다 조금 작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공간 등 기능은 큰 차이가 없다. 고령화·가구원수 감소 등에 따른 ‘주택 다운사이징’에 영향을 받았다. 평균 가구원수가 3명 미만으로 줄면서 이전과 같은 크기의 집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다. 113㎡형에 살다 최근 101㎡형을 분양 받은 박모(48·서울 상도동)씨는 “84㎡형은 갑자기 너무 많이 줄이는 것 같아 101㎡형이 적당했다”고 말했다.
발코니 확장, 평면기술 개발 등으로 아파트 실제 사용공간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74㎡형도 84㎡형과 마찬가지로 방 셋에 화장실 둘을 갖춘다. 발코니 확장면적을 포함한 실제 사용면적은 발코니 확장 이전의 84㎡형보다 더 넓다. 우미건설이 경기도 안성에 분양하고 있는 안성 공도 우미린 더 퍼스트의 74㎡형 실제 사용면적은 95.3㎡에 달한다. 전용면적의 3분의1에 가까운 21.3㎡가 발코니 확장으로 방 등으로 추가로 쓸 수 있다. 우미건설 이춘석 팀장은 “설계기술이 좋아져 죽은 공간이 많이 없어지고 외부와 접하는 면적이 넓은 4베이(거실+방 셋 전면 배치) 등으로 지어져 확장할 수 있는 발코니 면적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분양가가 많이 올라 전통적인 주택형에 따라 집을 넓히기가 힘들어졌다. 10평 정도씩 커지기 때문에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이면 집 크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2억원이 든다. 기존 주택형 중간의 틈새 주택형으로 갈아타는 데는 비용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아파트 59㎡형에 살고 있는 김모(39·서울 상계동)씨는 당초 84㎡형으로 넓히기 위해 분양현장을 둘러보다 74㎡형으로 생각을 바꿨다. 84㎡형은 1억5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74㎡형은 5000만원만 빚을 내면 된다. 김씨는 “59㎡형보다 한 단계 더 큰 집으로 84㎡형만 알고 있었는데 74㎡형이 이보다 좀 작아도 실속이 있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정연식 부사장은 “소비자의 주택형 수요가 다양해지는데다 평면 다양화와 맞물려 아파트도 집 크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빠르게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틈새 주택형이 증가하더라도 같은 단지에서 주택형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층의 아파트 특성상 주택형을 많이 섞어 지으면 설계가 어려워지고 사업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우호재 마케팅그룹장은 “같은 단지에서 주택형 크기의 차이를 너무 적게 두면 주택형 간 차별성이 떨어진다”며 “방 하나 정도 크기인 10㎡ 정도로 차이를 두면서 여러 주택형을 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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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경기도 김포시 한강신도시 Ac20블록에 분양된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 6차는 72, 78㎡형(29, 31평형)으로 지어진다. 이 블록은 85㎡ 이하의 주택형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이런 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주택형이 84㎡형(34평형)이다. 이 회사가 1년 전인 지난해 4월 같은 한강신도시에 분양한 반도유보라 3차도 84㎡형을 주요 평형으로 구성했다. 그런데 5차는 84㎡형을 선택하지 않았다.
주택형 단순해야 짓기 편해
59, 84, 113㎡형은 어떻게 나왔을까. 통상 60㎡ 이하는 소형주택, 60~85㎡ 중소형, 85㎡ 중대형으로 분류되는데 아파트 크기에 따라 세금 등이 달라진다. 85㎡를 기준으로 이보다 큰 아파트의 분양가에 건축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세가 붙는다. 85㎡ 이하엔 부가세가 없어 그만큼 85㎡ 초과의 분양가가 올라가는 셈이다. 85㎡를 기준으로 취득세율이 달라진다. 가격에 따라 85㎡ 이하가 1.1~3.3%, 85㎡ 초과는 1.3~3.5%다. 재건축 등의 경우 소형·중소형 건립 의무비율이 정해져 있다. 과거 큰 주택형을 너무 많이 지은 적이 있어 중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아파트 용지는 60㎡ 이하, 60~85㎡, 85㎡ 초과 등 지을 수 있는 주택형을 기준으로 나눠져 있다. 택지공급가격이 달라 서울·수도권에서 60㎡ 이하는 조성원가의 95%, 60㎡ 초과 용지는 이보다 좀 더 비싼 감정가격이다.
업체들이 주택형 구간에서 가장 크게 짓다 보니 59, 84㎡형이 많다. 중대형에서는 84㎡형보다 10평 정도 큰 113㎡형이 주류를 이뤘다. 주택형이 단순하면 건축공사를 하기가 쉬워 업체들은 굳이 다른 주택형을 늘릴 필요가 없었다. 소비자들도 주택 공급이 부족한 때에 주어지는 주택형에 만족했다. 대한주택 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급자는 공급하기 편해서, 소비자는 선택이 단순해서 이들 세 가지 주택형은 아파트 공식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형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먼저 중대형에서 변화가 왔다. 주택수요자가 가격 부담이 큰 중대형을 꺼리면서 중대형 중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85~102㎡ 크기가 관심을 끌었다. 중대형은 크기에 따라 85~102㎡, 102~135㎡, 135㎡ 초과로 나눠 청약자격이 달라진다. 청약예치금에 차이가 난다. 85~102㎡ 가운데 101㎡형(39평형) 정도가 중대형 틈새상품으로 늘었다. 그러다 근래에 들어 중소형에서도 주택형 분화가 나타났다. 중소형에서 가장 많은 틈새 주택형은 74㎡ 정도의 29평형이다. 리얼투데이가 올 1~4월 전국에 분양된 6만1047가구의 주택형을 조사한 결과 29평형대가 전체 가구수의 18%를 차지해 25평형대 18.7%와 비슷했다. 39평형대는 4%로 43평형대보다 많았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콘텐트실장은 “틈새 주택형이 이제는 틈새가 아니라 대세라 부를 만큼 늘었다”고 말했다.
틈새 주택형 증가는 높은 청약경쟁률에 힘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주택형보다 경쟁률이 높기도 하다. 5월 경기도 시흥시 목감지구에 분양된 중흥S-클래스는 72㎡형과 84㎡형으로 구성됐다. 가구수는 313가구와 398가구로 84㎡형이 좀 더 많았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72㎡형에 1573명이 신청했고 84㎡형 청약자는 절반 정도인 890명이었다.
틈새 주택형 인기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주택형보다 조금 작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신 공간 등 기능은 큰 차이가 없다. 고령화·가구원수 감소 등에 따른 ‘주택 다운사이징’에 영향을 받았다. 평균 가구원수가 3명 미만으로 줄면서 이전과 같은 크기의 집을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다. 113㎡형에 살다 최근 101㎡형을 분양 받은 박모(48·서울 상도동)씨는 “84㎡형은 갑자기 너무 많이 줄이는 것 같아 101㎡형이 적당했다”고 말했다.
발코니 확장, 평면기술 개발 등으로 아파트 실제 사용공간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그러다 보니 74㎡형도 84㎡형과 마찬가지로 방 셋에 화장실 둘을 갖춘다. 발코니 확장면적을 포함한 실제 사용면적은 발코니 확장 이전의 84㎡형보다 더 넓다. 우미건설이 경기도 안성에 분양하고 있는 안성 공도 우미린 더 퍼스트의 74㎡형 실제 사용면적은 95.3㎡에 달한다. 전용면적의 3분의1에 가까운 21.3㎡가 발코니 확장으로 방 등으로 추가로 쓸 수 있다. 우미건설 이춘석 팀장은 “설계기술이 좋아져 죽은 공간이 많이 없어지고 외부와 접하는 면적이 넓은 4베이(거실+방 셋 전면 배치) 등으로 지어져 확장할 수 있는 발코니 면적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주택형으론 집 넓히기 어려워
틈새 주택형이 증가하더라도 같은 단지에서 주택형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층의 아파트 특성상 주택형을 많이 섞어 지으면 설계가 어려워지고 사업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 우호재 마케팅그룹장은 “같은 단지에서 주택형 크기의 차이를 너무 적게 두면 주택형 간 차별성이 떨어진다”며 “방 하나 정도 크기인 10㎡ 정도로 차이를 두면서 여러 주택형을 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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