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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메이트는 ‘당선의 한 수'

러닝메이트는 ‘당선의 한 수'

미국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는 당락을 판가름할 정도로 중요하다. 상대의 허점을 찌르고 나의 능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2016년 대선 후보의 ‘짝’은 누가 될까
지난해 3월 시작된 민주당과 공화당의 기나긴 경선이 6월에 끝나면 7월 말 양당의 전당대회가 기다린다. 사실상 대선 후보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과연 누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것인가가 미국 정계와 언론, 유권자들의 최대의 관심사다. 4년마다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 각 후보는 전당대회 전에 부통령 후보, 즉 러닝메이트를 발표해 본선 레이스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린다. 부통령 후보는 유권자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클린턴과 트럼프가 6~7월에 공식 지명하고 발표할 부통령 후보는 크게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 첫째는 대통령 유고 시에 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직 승계 1순위이므로 대통령직을 언제든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둘째는 부통령이 대통령과 4년 동안 호흡을 맞추고 직무를 수행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두 사람 사이에 인간적인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에서 이겨야 하므로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 수 있는 정치 공학적인 계산이 필요하다.

과거의 부통령 후보 지명과 정치적 논리, 그리고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올해 부통령 지명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08년 47세의 젊은 흑인이었던 버락 오바마 후보는 정치적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고 선거 당락에 결정적인 스윙 주들의 백인 중산층과 서민층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백인을 원했다. 그래서 정치 신예 오바마는 상원의원 35년 경력의 66세 조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바이든의 진보적인 정치 성향 때문에 오바마·바이든 팀은 선거에서 블루컬러 유권자에게 인기를 끌어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2년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65세의 미트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바이든 부통령의 재임을 막을 수 있는 러닝메이트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롬니는 성공한 기업가이자 메사추세츠 주지사로서 많은 경력을 쌓았지만 2030세대 유권자 층을 꽉 잡고 있는 오바마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젊은 피’가 절실했다. 그래서 오바마보다 아홉 살 젊은 42세의 폴 라이언 위스콘신 주 하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는 2000년과 200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2000년 선거 당시 그는 텍사스 주지사 경력이 5년밖에 안된 새내기 정치인이었다. 상대 후보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지만 테네시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18년간 지내고 빌 클린턴 정부에서 부통령직을 8년 동안 수행한 관록의 정치인 앨 고어였다. 그래서 부시는 59세의 딕 체니를 러닝메이트로 깜짝 지명했다. 체니는 35세에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 11년간 와이오밍 주 하원의원, 아버지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의 경험을 쌓은 안정감 있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92년 대선에서 46세의 젊고 매력적인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왜 자신의 경력과 강점이 흡사한 44세의 앨 고어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을까? 당시 68세의 대통령 조지 H W 부시를 평생 정치만 해온 워싱턴 중심의 기득권 세력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또 자신의 젊음을 부각시켜 ‘바꿔’ 열풍을 일으킬 목적으로 고어를 택했던 것이다. 클린턴은 자신과 사는 동네(?)가 비슷한 남부 테네시의 고어를 택해 공화당의 표밭이었던 남부(켄터키·미주리·조지아·루이지애나 주)에서도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정치적 셈법으로 러닝메이트를 선정할까?

힐러리는 자신의 노쇠한 기득권 정치인 이미지를 쇄신하고, 트럼프의 기업가와 비주류 아웃사이더 장점을 희석시킬 수 있는 젊고 개혁적이며 비주류이자 이념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히스패닉과 흑인 등 소수민족 유권자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트럼프에 반대하고 자신을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으로 예상해 백인 중산층 특히 여성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백인 여성을 지명할 수도 있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여성 러닝메이트 대선 티켓은 중도층의 여성 미국인에게 8년간의 민주당 장기 집권이 계속 돼야 하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트럼프는 선출직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정치 무경험을 불안해 하지 않도록 백악관과 행정부를 잘 꾸려나가고 의회를 설득시킬 수 있는 노련한 정치인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공화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핵심 요인이 워싱턴 기득권 정치를 개혁할 비주류 아웃사이더 이미지이기 때문에 러닝메이트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비주류이면서 보수층과 백인 중산층을 대거 투표장으로 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의 승률이 높다.

오는 11월 8일 선거일까지 남은 5개월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이 펼쳐질 것이다. 네거티브 비방으로 역대 최대의 진흙탕 선거가 될 클린턴-트럼프 매치업. 누가 양 진영의 부통령 후보가 돼 이 혼탁한 싸움판에 합류하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는 글로벌정치연구소 소장이자 유환아이텍 대표다. 한국 해비타트 코리아 협력위원, 한국청년해외친선단 대표, 청년창업아카데미 대표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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