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회의에서의 ‘꼼수 영어’

무엇보다 아무리 영어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만큼 잘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표현 용량’에 한계가 있고, 때론 말 실수나 오해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회의의 경우 청중의 상당수가 한국인이라 우리말로 소통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기도 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저 사람 글로벌 기업의 대표라고 하던데 영어 한마디 못하나?”하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비쳐질 수도 있고, 우리 직원이나 회사 입장에서 보면 다소 창피할 수도 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영어로 듣되 우리말로 말한다’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영어로 말하는 중에 우리말로 무게잡고 점잖게 말을 하니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할 만큼 말할 수 있어 좋다. 둘째 다른 스피커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니 좋다. 셋째 혹시 오해를 살 만한 대목이 있더라도 통역 실수라고 얼버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좋다.
그러나 이런 점만으로는 2% 부족하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원어민 못지 않은 완벽한 영어로 강력하고 날카로운 질문 하나 던져야 한다. 지난 번 어느 국제 회의 때 그렇게 했다. 그랬더니 우리 호텔의 한 외국인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Dear Mr Kwon, Good morning. Great panel discussion! You sounded great and an authority. Most impressive. Congratulations!(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훌륭하고 감명 깊고 존재감 있는 멋진 패널이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국제 회의에 임하는 꼼수 아닌 ‘꼼수 영어’에 대해 말했지만 외국어를 잘한다는 건 분명 재능이요 축복이다. 영어를 안다는 것과 잘쓴다는 건 분명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혹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지난해 6월 15일 내가 단장을 맡고 있는 청춘합창단의 유엔 공연이 있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합창단으로서 평화통일의 염원을 합창으로 소구할 역사적 공연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거리가 많았다. 특히 내게 주어진 천금 같은 3분의 연설과 연주곡을 두고 고민이 만만치 않았다. 우리말로 하는 게 나을지 영어로 해야 하는지 망설였다. 결국 3분의 연설은 영어로, 15곡의 연주곡 중 2곡은 영어로 진행했다. 다행히 많은 박수를 받고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적절히 섞어서 공연한 게 좋은 결과를 낳았다.
영어는 꼭 좋아서가 아니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열심히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다. 우리말로 감동을 줄 수도 있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선 영어를 써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권대욱 아코르 앰배서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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