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해치를 넘어 ‘슈퍼해치’로
핫해치를 넘어 ‘슈퍼해치’로
신형 포드 포커스 RS 시승기…속도의 재미 느낄 수 있지만 연비 낮은 게 흠 신형 ‘포드 포커스 RS 2016’만큼 상징적이고 인상적인 족보를 가진 차도 드물다. 에스코트 RS 멕시코, 시에라, 에스코트 RS 코스워스, 그리고 첫 2세대에 걸친 포커스 RS 등. 이 모든 모델은 실용적이고, 저렴하고, 재미있게 속도와 힘을 제공하면서 운전자를 마치 자동차 경주 트랙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RS(rally sport)는 일반 차를 경주용 차 수준으로 진화시킨 고성능 모델이다].
이제 이 모든 RS 배지를 단 차들은 전설의 대열로 올라섰다. 그중 최신 모델인 포커스 RS Mk3를 보자. 포드는 이 모델을 지난 1월 선보이기 몇 달 전부터 세부 사항을 조금씩 공개해 애호가들의 애를 태웠다. 포커스 RS는 포커스 시리즈에 사륜구동을 처음 도입한 모델로 350마력, ‘드리프트 모드’를 자랑하며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차가 과연 그 영광스런 RS 배지를 달 자격이 있을까? 핫해치(hot hatch, 스포츠카 뺨치게 잘 달리는 해치백, 실용성을 추구하면서도 고성능의 스포티한 주행을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차)를 슈퍼해치(super hatch, 핫해치 수준을 넘어선 고성능 해치백)로 격상시키려는 포드의 시도가 너무 앞서간 건 아닐까? 얼마 전 직접 시승으로 그 의문을 풀어봤다.
핫해치 디자인은 언제나 소비자의 견해를 엇갈리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더 큰 바퀴, 더 넓은 차체, 더 큰 배기음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경주용급이나 토요일 밤 늦게 패스트푸드점 밖에서 볼 수 있는 일반 고성능 쇼핑 자동차나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신형 RS 모델은 평범한 포커스에 다양한 럭셔리 아이템을 추가해 핫해치의 전통을 이어간다. 차체가 더 볼록하고 바퀴와 배기음이 더 크며 좌석엔 경주 용 버킷 시트를 장착했다. ‘난 잘 났으니 함부로 다루지 마!’라고 경고하는 듯한 느낌이 차 전체에 배어 있다. 1990년대에 태어나 자동차 전문잡지를 탐닉하며 성장한 나로선 이 모든 세부 사항이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적응 못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좀 더 미묘한 특성을 가진 폴크스바겐 골프R이 더 나을지 모른다. 내부를 보면 포커스 RS는 훨씬 절제된 느낌이 든다. 푸른색 바늘땀, 핸들의 RS 배지, 계기판 위쪽에 설치된 유압·온도·터보부스트 압력을 나타내는 3개의 추가 게이지를 제외한 나머지 인테리어는 일반 포커스와 거의 같다. 특히 내가 시승한 차는 레카로 버킷 시트(옵션)가 장착돼 있었다. 이런 시트는 모양도 근사하고 몸도 완벽하게 감싸준다. 전체적으로 좌석이 약간 높아 핸들의 위치가 낮고 페달을 밟는 발의 각도가 달리 느껴지지만 몇 십분만 운전하면 그런 어색함은 바로 사라진다.
클러치의 느낌과 소리는 약간 위압적이고 날카롭다. 브레이크도 힘이 세고 믿을 만하지만 예민하고 상당히 소리가 커 시내 주행에선 신경이 좀 쓰인다. 하지만 이 역시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나는 먼저 평일 저녁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포커스 RS를 몇 시간 타봤다. 다음날엔 런던에서 북쪽으로 320㎞ 떨어진 맨체스트까지 갔다 왔다. 솔직히 말해 그 어느 쪽도 이 차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형이었다. 특히 서스펜션이 ‘노멀’ 모드에서도 너무 뻣뻣해 불편하고 짜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그런 느낌을 씻어줬다.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내가 탄 차는 맨체스터에서 돌아올 때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도로를 선택했다. 아마도 그전에 신호등과 교통량이 많은 길에서 지쳤다는 것을 알고 탁 트인 곳에선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실제로 50㎞ 구간 내내 다른 차나 신호등을 만나지 않았다. 그런 도로에선 포커스 RS로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주행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차가 활기를 띠었다. 물론 클러치가 더 예민해지고, 배기음도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커지며, 서스펜션도 더 뻣뻣해지는 느낌이지만 확실히 중독성이 있다. 핸들 조작이 신속히 이뤄지고(핸들이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회전하는 정도를 2회로 줄였다) 그립감이 너무 좋아 모든 코너를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포커스 RS에는 포드 퍼포먼스 AWD와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이라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기본적인 구동력은 앞바퀴에 집중되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70%까지 후륜으로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에 트윈 클러치로 작동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통해 후륜 좌우 한쪽으로 100%의 구동력을 집중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또 안쪽 바퀴는 속도를 줄이고 바깥쪽 바퀴는 가속하기 때문에 포커스 RS는 어느 라인을 택하든 열추적 미사일처럼 추진력이 강하다. 또 대다수 핫해치 모델은 코너에서 가속하면 핸들을 꺾은 각도에 비해 차체가 덜 돌고 앞쪽이 우측으로 기울어지지만 포커스 RS는 그런 느낌이 없어 안정적이다. 건조한 도로에선 신형 혼다 시빅 타이프R 같은 전륜구동 슈퍼해치가 괜찮을지 모르지만 젖은 도로에선 포드 포커스 RS가 더 낫다.
‘사운드트랙’은 특히 감동적이거나 음악적이지 않고 경주장에서 들을 수 있는 위협적이고 우렁찬 저음과 흡기음이 융합된 소리다. ‘사운드트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배기음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강화하기 때문이다. 타지 않은 연료가 폭파되면서 나는 소음은 망자를 깨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끄러우니 동네에선 조심해야 한다.
‘트랙’ 모드로 바꾸면 포커스 RS가 움푹 패인 곳이 많은 공용 도로엔 맞지 않는 차란 사실을 즉시 깨닫게 된다. 일반 도로에선 1∼2분은 괜찮지만 오래 그 상태로 가다가는 멀미하기 쉽다. 경주 트랙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드리프트’ 모드가 있다. 드리프트란 뒷바퀴를 미끄러지게 해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코너를 도는 기술이다. 이 역시 경주 트랙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서 난 해보지 못했다.
아무튼 포드의 포커스 RS는 속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선 뛰어나지만 복잡한 시내를 주행하거나 느긋하게 귀가할 때는 세팅이 좀 더 부드러운 일반 포커스 모델이 더 나은 듯하다. 연비가 낮아 연료비도 약간 더 드는 편이다.
포드 포커스 RS 2016 사양* 4기통 2.3L 에코부스트 엔진
* 5단 수동 변속기
* 최고 출력: 350 마력
* 최대 토크: 48.5㎏.m
* 0→100㎞/h 도달 시간: 4.7초
* 최고 속도: 265㎞/h
* 가격(미국 시장): 3만573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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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모든 RS 배지를 단 차들은 전설의 대열로 올라섰다. 그중 최신 모델인 포커스 RS Mk3를 보자. 포드는 이 모델을 지난 1월 선보이기 몇 달 전부터 세부 사항을 조금씩 공개해 애호가들의 애를 태웠다. 포커스 RS는 포커스 시리즈에 사륜구동을 처음 도입한 모델로 350마력, ‘드리프트 모드’를 자랑하며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차가 과연 그 영광스런 RS 배지를 달 자격이 있을까? 핫해치(hot hatch, 스포츠카 뺨치게 잘 달리는 해치백, 실용성을 추구하면서도 고성능의 스포티한 주행을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차)를 슈퍼해치(super hatch, 핫해치 수준을 넘어선 고성능 해치백)로 격상시키려는 포드의 시도가 너무 앞서간 건 아닐까? 얼마 전 직접 시승으로 그 의문을 풀어봤다.
핫해치 디자인은 언제나 소비자의 견해를 엇갈리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더 큰 바퀴, 더 넓은 차체, 더 큰 배기음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런 경주용급이나 토요일 밤 늦게 패스트푸드점 밖에서 볼 수 있는 일반 고성능 쇼핑 자동차나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신형 RS 모델은 평범한 포커스에 다양한 럭셔리 아이템을 추가해 핫해치의 전통을 이어간다. 차체가 더 볼록하고 바퀴와 배기음이 더 크며 좌석엔 경주 용 버킷 시트를 장착했다. ‘난 잘 났으니 함부로 다루지 마!’라고 경고하는 듯한 느낌이 차 전체에 배어 있다. 1990년대에 태어나 자동차 전문잡지를 탐닉하며 성장한 나로선 이 모든 세부 사항이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적응 못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좀 더 미묘한 특성을 가진 폴크스바겐 골프R이 더 나을지 모른다. 내부를 보면 포커스 RS는 훨씬 절제된 느낌이 든다. 푸른색 바늘땀, 핸들의 RS 배지, 계기판 위쪽에 설치된 유압·온도·터보부스트 압력을 나타내는 3개의 추가 게이지를 제외한 나머지 인테리어는 일반 포커스와 거의 같다. 특히 내가 시승한 차는 레카로 버킷 시트(옵션)가 장착돼 있었다. 이런 시트는 모양도 근사하고 몸도 완벽하게 감싸준다. 전체적으로 좌석이 약간 높아 핸들의 위치가 낮고 페달을 밟는 발의 각도가 달리 느껴지지만 몇 십분만 운전하면 그런 어색함은 바로 사라진다.
클러치의 느낌과 소리는 약간 위압적이고 날카롭다. 브레이크도 힘이 세고 믿을 만하지만 예민하고 상당히 소리가 커 시내 주행에선 신경이 좀 쓰인다. 하지만 이 역시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나는 먼저 평일 저녁 영국 런던 중심부에서 포커스 RS를 몇 시간 타봤다. 다음날엔 런던에서 북쪽으로 320㎞ 떨어진 맨체스트까지 갔다 왔다. 솔직히 말해 그 어느 쪽도 이 차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형이었다. 특히 서스펜션이 ‘노멀’ 모드에서도 너무 뻣뻣해 불편하고 짜증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네비게이션이 그런 느낌을 씻어줬다. 아직도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내가 탄 차는 맨체스터에서 돌아올 때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도로를 선택했다. 아마도 그전에 신호등과 교통량이 많은 길에서 지쳤다는 것을 알고 탁 트인 곳에선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실제로 50㎞ 구간 내내 다른 차나 신호등을 만나지 않았다. 그런 도로에선 포커스 RS로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주행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차가 활기를 띠었다. 물론 클러치가 더 예민해지고, 배기음도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커지며, 서스펜션도 더 뻣뻣해지는 느낌이지만 확실히 중독성이 있다. 핸들 조작이 신속히 이뤄지고(핸들이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회전하는 정도를 2회로 줄였다) 그립감이 너무 좋아 모든 코너를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포커스 RS에는 포드 퍼포먼스 AWD와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이라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됐다. 기본적인 구동력은 앞바퀴에 집중되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70%까지 후륜으로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에 트윈 클러치로 작동하는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통해 후륜 좌우 한쪽으로 100%의 구동력을 집중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또 안쪽 바퀴는 속도를 줄이고 바깥쪽 바퀴는 가속하기 때문에 포커스 RS는 어느 라인을 택하든 열추적 미사일처럼 추진력이 강하다. 또 대다수 핫해치 모델은 코너에서 가속하면 핸들을 꺾은 각도에 비해 차체가 덜 돌고 앞쪽이 우측으로 기울어지지만 포커스 RS는 그런 느낌이 없어 안정적이다. 건조한 도로에선 신형 혼다 시빅 타이프R 같은 전륜구동 슈퍼해치가 괜찮을지 모르지만 젖은 도로에선 포드 포커스 RS가 더 낫다.
‘사운드트랙’은 특히 감동적이거나 음악적이지 않고 경주장에서 들을 수 있는 위협적이고 우렁찬 저음과 흡기음이 융합된 소리다. ‘사운드트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배기음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강화하기 때문이다. 타지 않은 연료가 폭파되면서 나는 소음은 망자를 깨우기에 충분할 정도로 시끄러우니 동네에선 조심해야 한다.
‘트랙’ 모드로 바꾸면 포커스 RS가 움푹 패인 곳이 많은 공용 도로엔 맞지 않는 차란 사실을 즉시 깨닫게 된다. 일반 도로에선 1∼2분은 괜찮지만 오래 그 상태로 가다가는 멀미하기 쉽다. 경주 트랙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드리프트’ 모드가 있다. 드리프트란 뒷바퀴를 미끄러지게 해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코너를 도는 기술이다. 이 역시 경주 트랙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서 난 해보지 못했다.
아무튼 포드의 포커스 RS는 속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선 뛰어나지만 복잡한 시내를 주행하거나 느긋하게 귀가할 때는 세팅이 좀 더 부드러운 일반 포커스 모델이 더 나은 듯하다. 연비가 낮아 연료비도 약간 더 드는 편이다.
포드 포커스 RS 2016 사양* 4기통 2.3L 에코부스트 엔진
* 5단 수동 변속기
* 최고 출력: 350 마력
* 최대 토크: 48.5㎏.m
* 0→100㎞/h 도달 시간: 4.7초
* 최고 속도: 265㎞/h
* 가격(미국 시장): 3만573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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