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환경호르몬 BPA를 생성하지 않는 물질로 전환해 의료기기 등에 사용하는 프로세스 개발해

CD와 DVD는 현대의 화석이다. 폐기되면 더미로 쌓였다가 땅에 묻힌다. 그러나 공룡 뼈와 달리 CD는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졌다. 매립지에서 분해되면서 지하수에 독성 화학물질을 뿜어낸다.

미국 IBM 연구부의 과학자들은 폐기된 CD나 스마트폰 등의 폴리카보네이트를 비독성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방법을 발견했다. 처리된 플라스틱은 정수장치, 의료기기, 광섬유에 사용될 수 있다. 이처럼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아 뇌 발육을 방해하는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 A(BPA)를 생성하지 않는다.

IBM 리서치의 연구소에서 개빈 존스 연구원과 함께 이 프로세스를 개발한 제이미 가르시아 연구원은 “버려지는 독성물질을 유용하고 친환경적인 물질로 전환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한 물질을 무해 물질로 대체하고, 매립지와 수로의 오염을 막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분야를 ‘녹색화학’이라고 부른다. 이런 솔루션 중 다수는 개발 또는 시험 중이지만 환경친화적인 대안의 수요는 날로 늘어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입고 먹는 제품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친환경을 지향하는 화학제품 제조사·판매사 협회인 ‘녹색화학 상업위원회’의 조엘 티크너 사무총장은 “녹색화학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의 활발한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업체가 성장하면서 혁신이 뿌리내려 소비자가 우려하는 화학물질을 친환경적인 물질로 대체할 것이다.”

예를 들어 델라웨어대학의 화학엔지니어 리처드 울 교수는 닭 깃털을 사용해 컴퓨터 칩을 만들었다. 깃털에 포함된 각질 단백질 케라틴으로 기존의 칩보다 더 강하고 가벼우며 처리속도가 2배나 되는 회로판을 만든 것이다. 스탠퍼드대학 연구자들이 설립한 스타트업 망고 머티리얼스는 폐수처리장의 메탄 가스를 ‘바이오폴리머’(식물성수지)로 변환시킨다.

미국 정부는 가정용품이나 산업용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40년 전 제정된 유해물질규제법의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유해 물질 규제에 나서는 동안 화학자와 발명가들은 더 안전한 대안을 찾는다.

IBM 연구원들은 새로운 재활용 공정을 확대하면 미국에서 매년 폐기되는 폴리카보네이트 270만t 중 상당 부분의 매립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료병이나 음식용기에 사용되는 더 얇은 플라스틱은 녹여서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지만 폴리카보네이트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 공정에 많은 비용이 들고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CD엔 알루미늄이 들어 있어 분리하기가 어렵다.

가르시아 연구원은 폴리카보네이트 재활용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 있는 IBM 연구소에서 그녀는 CD를 잘게 잘라 플라스크에 넣어 무게를 재고 베이킹 파우더 비슷한 불소 반응물질과 약간의 용제를 첨가한 후 열을 가한다. 열이 가해지면 CD 조각이 녹아 끓어오르는 거품이 된다. 그 물질을 냉각시켜 걸러내면 순수 백색가루가 된다. 열가소성 고분자인 폴리설폰이다.

폴리설폰은 폴리카보네이트보다 화학적으로 더 안정된 물질이라 분해되거나 BPA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가르시아와 존스 연구원은 이 백색가루를 이용해 정화 시스템에 사용되는 역삼투 막을 만들었다. 가르시아 연구원은 IBM이 이제 화학회사와 제휴해 이 프로세스를 발전시켜 비용을 낮추고 규모를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가 골고루 혜택을 얻을 수 있는 환경적인 윈-윈이다.”

- 마리아 갈루치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