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그니처 파3 홀 베스트] 자연과 인공의 조화에 넋을 놓다
[세계의 시그니처 파3 홀 베스트] 자연과 인공의 조화에 넋을 놓다
파3 홀은 골프 코스의 특징을 보여주는 축소판이자 지문이다. 짧게는 피칭 웨지 거리에서부터 길게는 250야드까지 조성되는 파3 홀은 디자인 철학, 주변 자연과의 어울림, 벙커와 그린 조형, 셰이핑을 포함한 세부 마무리 등을 한 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설계가도 신중하게 접근한다. 또한 어떤 코스는 대회를 개최할 때 파3 홀이 승부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되기도 한다. 18개 홀 중에 통상 4개로 구성된 파3 홀 중 하나는 그 코스의 시그니처(Signature) 홀이 되는 사례가 많다. 그 홀 하나만으로도 코스를 알 수 있는, 세계의 대표적인 파3 홀을 소개한다.
미국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 | 인디언 혼령의 심술
해마다 4월 초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은 그 자체로 골프의 성지가 된 지 오래다. 특히 그중에서도 11번 홀부터 이어지는 3개홀인 ‘아멘 코너’는 오거스타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4, 파3, 파5로 이어지는 이 세 홀에서 역대로 챔피언이 탄생하거나 앞서가던 우승자가 고꾸라지는 드라마가 탄생하곤 했다.
올해 마스터스 마지막 날에 미국의 조던 스피스가 이 홀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선두였다. 하지만 155야드의 짧은 파3 홀에서의 첫 티샷이 그린 입구를 맞고는 굴러 내려와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뒤땅 샷이 나오면서 그린 근처에도 못 가고 물에 빠졌다. 다섯 번째 샷으로 그린 옆 벙커에 보내면서 4오버파로 홀아웃하더니 결국 우승자에 3타 차 공동 3위로 밀렸다.
2012년과 2014년 이 대회 챔피언인 버바 왓슨도 2013년 대회에서 12번홀 워터 해저드에 세 번이나 빠진 끝에 10타를 잃고 자멸했다. 타이거 우즈는 2000년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당시 140야드로 설정된 거리를 8번 아이언으로 공략했지만 물에 빠뜨려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이 홀은 앞에 개울이 흐르고 비스듬하게 그린이 놓여 있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공중으로 올라가면 바람이 종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이른바 바람골이다. 따라서 이 홀에서 티 샷을 할 때면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어쩔 줄 모르고 샷을 하다 타수를 잃곤 한다. 견고하던 스피스가 이 홀에서 무너지자 심지어 ‘외계인이 스피스를 방해했다’ ‘코스를 애초 만들던 1931년에 발견된 인더언 무덤 주인이 심통을 부린다’는 등의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쾨르달렌 14번홀 | 호수에 떠 있는 그린
미국의 북서부 아이다호에 위치한 쾨르달렌(Coeur d’ Alene) 리조트 코스의 시그니처 홀인 14번은 호수에 떠 있는 플로팅 그린으로 조성되어 있다. 선수 출신의 설계가 스콧 밀러가 설계해 1991년에 개장했다. 망망대해 같은 넓은 호수에 덩그러니 떠 있는 그린으로 유명해지면서 수많은 골프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처음 샷이 물에 빠지면 나무 다리를 지나 아일랜드 그라운드에 조성된 드롭존에서 세 번째 샷을 할 수도 있다. 남성티의 전장은 110~210야드이고, 여성티는 65~130야드를 오간다. 수중 케이블로 플로팅 그린의 전장을 때때로 조정한다. 볼을 그린에 올리면 ‘퍼터’라고 불리는 보트를 타고 건너가서 퍼팅을 한다. 홀아웃하면 보트를 몰아준 선장이 인증서까지 선사한다. 물 위에 뜬 그린에서 샷을 하고 물을 건너갔다는 기념 인증이다. 바다를 향해 멀리 떠 있는 섬의 그린으로 샷하는 기분은 잊지 못할 감동과 재미를 전해준다.
미국 페블비치 7번 홀 | 바람이 결정하는 챔피언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반도의 남쪽에 걸쳐 펼쳐진 베블비치 링크스는 1919년 잭 내빌이 디자인한 코스다. 퍼블릭이지만 그린피는 50만원을 넘고 예약하려면 몇 달이 걸리는 코스다. 내리막으로 조성된 파3 7번 홀은 레드티에서 전장이 90야드이고 블랙 티에서도 109야드지만 바닷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오면 3번 우드로 라운드해도 그린에 올리기 힘든 변화무쌍한 홀로 변신한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으로 인해 어떤 때는 바다를 향해 샷을 해야 그린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린 주변에는 벙커들이 섬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정확한 샷이 아니면 벙커에 빠지기 십상이다. 매년 PGA투어인 AT&T내셔널프로암이 열리는 이 코스에서 7번 홀은 가장 짧을 뿐만 아니라 투어 전체에서도 가장 짧다. 지난해 버디는 대회 중에 25개에 불과했고, 3.106타를 기록했다.
미국 사이프러스포인트 16번 홀 | 바다 가운데 암반을 향한 자연미
캘리포니아 반도의 페블비치에 이웃한 골프장이 프라이빗 코스인 사이프러스포인트다. 측백(cypress)나무가 우거진 이 코스는 설계의 거장인 알리스터 매킨지가 설계해 1928년에 개장했다. 이 코스를 돌아보고 반한 보비 존스가 오거스타내셔널을 만들 때 매킨지에게 코스 설계를 의뢰했다. 기존 홀 레이아웃의 정석을 깨뜨린 파 배열(par-rotation)이 눈에 띈다. 전반에는 5, 6번 홀에 파5 홀이 연달아 2개 이어진다. 후반에는 15, 16번 두 개 홀이 연속으로 파3 홀이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그대로 코스를 입혀서 나올 수 있는 레이아웃이다. 이 홀의 백미는 219야드의 16번 파3 홀이다. 물론 15번도 143야드의 파3이고 바다를 향한 그린으로 샷을 하지만, 그 홀을 지나고 나면 바다 한 가운데 삐죽 거북이 머리처럼 튀어나온 암반 사이로 조성된 그린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를 향해 샷을 하는 기분은 이를 데 없는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전 세계 코스 심미성에서 항상 최고로 꼽히는 이 코스는 이후 대부분의 코스 설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바다와 숲을 오가는 홀 흐름이 이 홀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회원 수는 오거스타내셔널보다 적은 275명에 불과하다. 골프대회를 개최하지 않으니 항상 베일에 싸여 숨은 최고의 코스로만 전해진다.
스코틀랜드 로열트룬 8번 홀 | 가장 작은 디오픈 홀
‘우표딱지(Postage Stamp)’. 올해 디오픈을 개최한 스코틀랜드 사우스아이셔의 로열트룬 골프장의 8번 홀의 별칭으로 윌리 파크가 이름 붙였다. 1886년에 개장한 이 코스는 전장이 짧은 올드 코스지만 모든 홀이 꼬장꼬장하다. 총 45홀 중에 8번 홀은 모든 게 최소 규모지만 가장 유명한 홀이다. 전장은 123야드로 디오픈을 개최하는 10개 코스 중에 가장 짧지만, 그린 너비는 39㎡로 가장 작고, 그린 주변에 6개의 폿 벙커가 둘러싸고 있어 가장 까다로운 홀이다. 우표딱지 만한 그린에 볼을 올리기 힘들고 반질반질한 그 위에 세워두기도 어렵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전성기이던 1997년 이곳에서 열린 디오픈 마지막 날 트리플 보기를 범하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1950년 디오픈에서는 허먼 티시스가 이 홀에서 무려 15타를 쳤다. 이들과 달리 진 사라센은 자신의 디오픈 출전 50주년이 되는 1973년 이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린에 공을 세우지 못할 거면 바로 집어넣으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설계 거장 알리스터 매킨지가 1926년 시드니 인근 뉴사우스 웨일즈 라페로우즈 보타닉베이에 설계한 뉴사우스웨일즈 골프클럽(파72, 6245m)은 톱100골프코스(top100golf courses.co.uk)사이트에서는 전 세계 38위에 올라 있다. 매킨지는 이 코스를 만들고 나서 ‘사이프러스포인트와 같은 뛰어난 토양에 호주에 그 정도의 코스를 만들어냈다’고 자랑했을 정도다. 이 코스는 전반에 장관이 펼쳐진다. 파5 5번 홀 그린은 바다를 배경으로 낮은 곳에 조성되어 있다. 그 홀을 마치고 오솔길을 지나가면 케이프뱅크라는 암반이 타스만 오션으로 뻗어나간 곳에 6번 티잉 그라운드가 조성되어 있다. 동식물 환경보호 안내판이 새겨진 간판 옆으로 난 철 다리를 건너가면 레귤러 티와 프로티가 나온다. 사방이 해안 암반으로 조성되어 있어 티잉그라운드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간혹 파도가 치면 그라운드에 포말이 튀어오르는 낮은 곳에 티잉그라운드가 덩그러니 조성되어 있다. 거기에 서면 사방이 바다다. 내륙으로 향해 티샷을 날려야 한다. 약간 오르막인 그린까지는 180m가 나온다.
인도네시아 니르바나발리 7번 홀 | 열반을 향한 계곡 건너 티샷
인도네시아의 휴양섬 발리에 조성된 니르바나발리(파72, 6805야드)는 호주의 그렉 노먼이 설계해 1997년 개장했다. 니르바나는 불교 용어로 진리를 깨닫는 경지인 ‘열반(涅槃)’. 발리는 이슬람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힌두교도가 90%를 차지하는 섬이다. 발리 곳곳에 힌두교 사원이 있다. 그중에서 최고로 숭상받는 사원이 바로 타나롯(Tanah Lot) 해상(海上)사원이다. 바다 가운데 불쑥 솟은 암반에 조성된 사원으로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다. 7번 홀 왼쪽 옆으로 타나롯 사원이 덩그러니 조망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코스에는 18개의 크고 작은 사원과 불당과 불상이 곳곳에 깔려 있다. 성(聖)과 속(俗)이 어우러지는 이 코스에서 시그니처 홀은 파도가 치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 194야드 전장의 파3 7번 홀이다. 티잉그라운드 앞에도 부처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조그마한 불단이 세워져 있다. 샷을 할 때면 ‘니르바나’를 속으로 외치고 공이 제발 계곡을 넘어 살아가기를 기원해야 한다. 클럽하우스 바로 앞에 위치해 해 뜨는 아침과 석양에 이 홀 티잉그라운드는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이름 높다.
괌 망길라오 12번 홀 | 온 그린하면 받는 엽서 선물
남태평양의 조그만 미국령 섬나라인 괌에는 네 곳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중 망길라오 골프장(파72, 6904야드)은 유일하게 해안에 조성된 코스다. 로빈 넬슨이 설계해 1992년 4월에 개장했으며, 지난 2011년 <골프다이제스트> 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의 79위에 올라 있다. 망길라오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다이내믹한 지형, 바닷바람의 세기와 태양빛의 각도까지 고려해 설계된 넬슨의 최고 명작 코스다. 클럽하우스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위치해 태평양과 접해 있는 9번 홀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후반 홀은 바다가 보이는 홀이 많은데 12번 홀에 접어들면 바다를 향해 샷을 날려야 하는 파3 홀이 나온다. 산호로 둘러싸인 그린을 향해 비취빛 바다를 건너 샷을 날린다. 이 골프장은 12번 홀을 홍보 마케팅으로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홀인원이나 버디가 아니더라도 온그린에 성공한 골퍼에게는 라운드를 마친 뒤에 이름을 새겨서 그날 날짜를 찍은 12번 홀 항공 사진 엽서를 기념으로 선사한다. 엽서를 받은 골퍼는 온그린의 환희와 함께 골프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간직한다.
남아공 로스트시티 13번 홀 | 악어가 우글거리는 아프리카 그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 반 거리의 선시티는 아프리카의 라스베이거스다. 26년 전에 선인터내셔널그룹은 필란스버그 자연 동물 보호구에 선시티를 건설했다. 대륙에서 가장 먼저 카지노가 들어왔고, 지금은 사파리에 골프·여행·레저시설이 원스톱으로 해결되는 관광타운으로 자리잡았다. 아침 일찍 동물 보호구에 사파리 투어를 나가면 사자 무리들이 먹이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리조트 안에 코끼리에게 직접 먹이도 줄 수 있는 야생 체험 동물원을 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골프장은 사파리 골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는 매년 유러피언투어 파이널 대회인 네드뱅크챌린지가 열리는 게리플레이어골프클럽과 자매 코스인 로스트시티골프 클럽(파72, 6983m)이 있다. ‘로스트시티’에서 영화 <쥬라기 공원> 이 연상되시는가? 공룡영화 세트장처럼 생긴 흙벽의 클럽하우스부터 인상적이다. 클럽하우스 지붕에는 원숭이들이 오르내린다. 연습 그린에는 몽구스 무리들이 골퍼들을 무심하게 쳐다본다. 이 골프장은 공룡의 후손인 악어가 테마다. 클럽하우스 중앙에 악어 조각이 있고, 골프장의 모든 장식과 디자인과 로고가 악어 이미지로 통일돼 있다. 그리고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파3, 13번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면 챔피언 티에서의 전장은 내리막 180m인데 그린 모양을 아프리카 대륙으로 조형했다. 그 주변으로 포진한 7개의 벙커 색깔이 제각각인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채취되는 7종의 모래를 채집해서 덮었다. 그린 주변으로 내려가면 넓은 우리가 나오고 집채 만한 악어 7마리가 어기적거린다. 골프공도 주변에 몇 개 보인다. 애초 악어 홀을 조성했을 때는 30~40마리가 득시글댔었으나 지금은 많이 줄었다. 이놈들이 워낙 대식가인지라 악어들을 사육하기가 힘들다 보니, 한두 마리씩 골프장 주변 사람들에게 팔아넘겼다고 한다. 담장 높이는 150cm로 야트막하다. 악어 우리 옆에는 드롭존이 마련돼 있다. 쥬라기>골프다이제스트>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 | 인디언 혼령의 심술
해마다 4월 초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은 그 자체로 골프의 성지가 된 지 오래다. 특히 그중에서도 11번 홀부터 이어지는 3개홀인 ‘아멘 코너’는 오거스타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4, 파3, 파5로 이어지는 이 세 홀에서 역대로 챔피언이 탄생하거나 앞서가던 우승자가 고꾸라지는 드라마가 탄생하곤 했다.
올해 마스터스 마지막 날에 미국의 조던 스피스가 이 홀에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선두였다. 하지만 155야드의 짧은 파3 홀에서의 첫 티샷이 그린 입구를 맞고는 굴러 내려와 워터 해저드에 빠졌다.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하게 저지르는 뒤땅 샷이 나오면서 그린 근처에도 못 가고 물에 빠졌다. 다섯 번째 샷으로 그린 옆 벙커에 보내면서 4오버파로 홀아웃하더니 결국 우승자에 3타 차 공동 3위로 밀렸다.
2012년과 2014년 이 대회 챔피언인 버바 왓슨도 2013년 대회에서 12번홀 워터 해저드에 세 번이나 빠진 끝에 10타를 잃고 자멸했다. 타이거 우즈는 2000년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당시 140야드로 설정된 거리를 8번 아이언으로 공략했지만 물에 빠뜨려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이 홀은 앞에 개울이 흐르고 비스듬하게 그린이 놓여 있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공중으로 올라가면 바람이 종잡을 수 없이 요동치는 이른바 바람골이다. 따라서 이 홀에서 티 샷을 할 때면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도 어쩔 줄 모르고 샷을 하다 타수를 잃곤 한다. 견고하던 스피스가 이 홀에서 무너지자 심지어 ‘외계인이 스피스를 방해했다’ ‘코스를 애초 만들던 1931년에 발견된 인더언 무덤 주인이 심통을 부린다’는 등의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쾨르달렌 14번홀 | 호수에 떠 있는 그린
미국의 북서부 아이다호에 위치한 쾨르달렌(Coeur d’ Alene) 리조트 코스의 시그니처 홀인 14번은 호수에 떠 있는 플로팅 그린으로 조성되어 있다. 선수 출신의 설계가 스콧 밀러가 설계해 1991년에 개장했다. 망망대해 같은 넓은 호수에 덩그러니 떠 있는 그린으로 유명해지면서 수많은 골프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처음 샷이 물에 빠지면 나무 다리를 지나 아일랜드 그라운드에 조성된 드롭존에서 세 번째 샷을 할 수도 있다. 남성티의 전장은 110~210야드이고, 여성티는 65~130야드를 오간다. 수중 케이블로 플로팅 그린의 전장을 때때로 조정한다. 볼을 그린에 올리면 ‘퍼터’라고 불리는 보트를 타고 건너가서 퍼팅을 한다. 홀아웃하면 보트를 몰아준 선장이 인증서까지 선사한다. 물 위에 뜬 그린에서 샷을 하고 물을 건너갔다는 기념 인증이다. 바다를 향해 멀리 떠 있는 섬의 그린으로 샷하는 기분은 잊지 못할 감동과 재미를 전해준다.
미국 페블비치 7번 홀 | 바람이 결정하는 챔피언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반도의 남쪽에 걸쳐 펼쳐진 베블비치 링크스는 1919년 잭 내빌이 디자인한 코스다. 퍼블릭이지만 그린피는 50만원을 넘고 예약하려면 몇 달이 걸리는 코스다. 내리막으로 조성된 파3 7번 홀은 레드티에서 전장이 90야드이고 블랙 티에서도 109야드지만 바닷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오면 3번 우드로 라운드해도 그린에 올리기 힘든 변화무쌍한 홀로 변신한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으로 인해 어떤 때는 바다를 향해 샷을 해야 그린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린 주변에는 벙커들이 섬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정확한 샷이 아니면 벙커에 빠지기 십상이다. 매년 PGA투어인 AT&T내셔널프로암이 열리는 이 코스에서 7번 홀은 가장 짧을 뿐만 아니라 투어 전체에서도 가장 짧다. 지난해 버디는 대회 중에 25개에 불과했고, 3.106타를 기록했다.
미국 사이프러스포인트 16번 홀 | 바다 가운데 암반을 향한 자연미
캘리포니아 반도의 페블비치에 이웃한 골프장이 프라이빗 코스인 사이프러스포인트다. 측백(cypress)나무가 우거진 이 코스는 설계의 거장인 알리스터 매킨지가 설계해 1928년에 개장했다. 이 코스를 돌아보고 반한 보비 존스가 오거스타내셔널을 만들 때 매킨지에게 코스 설계를 의뢰했다. 기존 홀 레이아웃의 정석을 깨뜨린 파 배열(par-rotation)이 눈에 띈다. 전반에는 5, 6번 홀에 파5 홀이 연달아 2개 이어진다. 후반에는 15, 16번 두 개 홀이 연속으로 파3 홀이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그대로 코스를 입혀서 나올 수 있는 레이아웃이다. 이 홀의 백미는 219야드의 16번 파3 홀이다. 물론 15번도 143야드의 파3이고 바다를 향한 그린으로 샷을 하지만, 그 홀을 지나고 나면 바다 한 가운데 삐죽 거북이 머리처럼 튀어나온 암반 사이로 조성된 그린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를 향해 샷을 하는 기분은 이를 데 없는 자연의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전 세계 코스 심미성에서 항상 최고로 꼽히는 이 코스는 이후 대부분의 코스 설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바다와 숲을 오가는 홀 흐름이 이 홀에서 절정을 맞이한다. 회원 수는 오거스타내셔널보다 적은 275명에 불과하다. 골프대회를 개최하지 않으니 항상 베일에 싸여 숨은 최고의 코스로만 전해진다.
스코틀랜드 로열트룬 8번 홀 | 가장 작은 디오픈 홀
‘우표딱지(Postage Stamp)’. 올해 디오픈을 개최한 스코틀랜드 사우스아이셔의 로열트룬 골프장의 8번 홀의 별칭으로 윌리 파크가 이름 붙였다. 1886년에 개장한 이 코스는 전장이 짧은 올드 코스지만 모든 홀이 꼬장꼬장하다. 총 45홀 중에 8번 홀은 모든 게 최소 규모지만 가장 유명한 홀이다. 전장은 123야드로 디오픈을 개최하는 10개 코스 중에 가장 짧지만, 그린 너비는 39㎡로 가장 작고, 그린 주변에 6개의 폿 벙커가 둘러싸고 있어 가장 까다로운 홀이다. 우표딱지 만한 그린에 볼을 올리기 힘들고 반질반질한 그 위에 세워두기도 어렵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전성기이던 1997년 이곳에서 열린 디오픈 마지막 날 트리플 보기를 범하면서 우승과 멀어졌다. 1950년 디오픈에서는 허먼 티시스가 이 홀에서 무려 15타를 쳤다. 이들과 달리 진 사라센은 자신의 디오픈 출전 50주년이 되는 1973년 이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그린에 공을 세우지 못할 거면 바로 집어넣으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6번 홀 | 바다 한 가운데 티잉 그라운드
인도네시아 니르바나발리 7번 홀 | 열반을 향한 계곡 건너 티샷
인도네시아의 휴양섬 발리에 조성된 니르바나발리(파72, 6805야드)는 호주의 그렉 노먼이 설계해 1997년 개장했다. 니르바나는 불교 용어로 진리를 깨닫는 경지인 ‘열반(涅槃)’. 발리는 이슬람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힌두교도가 90%를 차지하는 섬이다. 발리 곳곳에 힌두교 사원이 있다. 그중에서 최고로 숭상받는 사원이 바로 타나롯(Tanah Lot) 해상(海上)사원이다. 바다 가운데 불쑥 솟은 암반에 조성된 사원으로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다. 7번 홀 왼쪽 옆으로 타나롯 사원이 덩그러니 조망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코스에는 18개의 크고 작은 사원과 불당과 불상이 곳곳에 깔려 있다. 성(聖)과 속(俗)이 어우러지는 이 코스에서 시그니처 홀은 파도가 치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 194야드 전장의 파3 7번 홀이다. 티잉그라운드 앞에도 부처가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 조그마한 불단이 세워져 있다. 샷을 할 때면 ‘니르바나’를 속으로 외치고 공이 제발 계곡을 넘어 살아가기를 기원해야 한다. 클럽하우스 바로 앞에 위치해 해 뜨는 아침과 석양에 이 홀 티잉그라운드는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이름 높다.
괌 망길라오 12번 홀 | 온 그린하면 받는 엽서 선물
남태평양의 조그만 미국령 섬나라인 괌에는 네 곳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중 망길라오 골프장(파72, 6904야드)은 유일하게 해안에 조성된 코스다. 로빈 넬슨이 설계해 1992년 4월에 개장했으며, 지난 2011년 <골프다이제스트> 에서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100대 코스’의 79위에 올라 있다. 망길라오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다이내믹한 지형, 바닷바람의 세기와 태양빛의 각도까지 고려해 설계된 넬슨의 최고 명작 코스다. 클럽하우스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위치해 태평양과 접해 있는 9번 홀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후반 홀은 바다가 보이는 홀이 많은데 12번 홀에 접어들면 바다를 향해 샷을 날려야 하는 파3 홀이 나온다. 산호로 둘러싸인 그린을 향해 비취빛 바다를 건너 샷을 날린다. 이 골프장은 12번 홀을 홍보 마케팅으로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홀인원이나 버디가 아니더라도 온그린에 성공한 골퍼에게는 라운드를 마친 뒤에 이름을 새겨서 그날 날짜를 찍은 12번 홀 항공 사진 엽서를 기념으로 선사한다. 엽서를 받은 골퍼는 온그린의 환희와 함께 골프장에서의 좋은 기억을 간직한다.
남아공 로스트시티 13번 홀 | 악어가 우글거리는 아프리카 그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 반 거리의 선시티는 아프리카의 라스베이거스다. 26년 전에 선인터내셔널그룹은 필란스버그 자연 동물 보호구에 선시티를 건설했다. 대륙에서 가장 먼저 카지노가 들어왔고, 지금은 사파리에 골프·여행·레저시설이 원스톱으로 해결되는 관광타운으로 자리잡았다. 아침 일찍 동물 보호구에 사파리 투어를 나가면 사자 무리들이 먹이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리조트 안에 코끼리에게 직접 먹이도 줄 수 있는 야생 체험 동물원을 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 골프장은 사파리 골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는 매년 유러피언투어 파이널 대회인 네드뱅크챌린지가 열리는 게리플레이어골프클럽과 자매 코스인 로스트시티골프 클럽(파72, 6983m)이 있다. ‘로스트시티’에서 영화 <쥬라기 공원> 이 연상되시는가? 공룡영화 세트장처럼 생긴 흙벽의 클럽하우스부터 인상적이다. 클럽하우스 지붕에는 원숭이들이 오르내린다. 연습 그린에는 몽구스 무리들이 골퍼들을 무심하게 쳐다본다. 이 골프장은 공룡의 후손인 악어가 테마다. 클럽하우스 중앙에 악어 조각이 있고, 골프장의 모든 장식과 디자인과 로고가 악어 이미지로 통일돼 있다. 그리고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파3, 13번 홀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면 챔피언 티에서의 전장은 내리막 180m인데 그린 모양을 아프리카 대륙으로 조형했다. 그 주변으로 포진한 7개의 벙커 색깔이 제각각인데 아프리카 대륙에서 채취되는 7종의 모래를 채집해서 덮었다. 그린 주변으로 내려가면 넓은 우리가 나오고 집채 만한 악어 7마리가 어기적거린다. 골프공도 주변에 몇 개 보인다. 애초 악어 홀을 조성했을 때는 30~40마리가 득시글댔었으나 지금은 많이 줄었다. 이놈들이 워낙 대식가인지라 악어들을 사육하기가 힘들다 보니, 한두 마리씩 골프장 주변 사람들에게 팔아넘겼다고 한다. 담장 높이는 150cm로 야트막하다. 악어 우리 옆에는 드롭존이 마련돼 있다. 쥬라기>골프다이제스트>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수능 망치란 소리?”…수험생 반발에 일정 변경한 아이돌 그룹
2“승무원 좌석 앉을래”…대한항공 기내서 외국인 승객 난동
3대구도심융합특구 지정..."경북도청 후적지,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변신"
4"안동명소도 둘러보고, 전통시장 장도 보고" 전통시장 왔니껴 투어 성황
5겨울철 입맛을 사로잡을 새콤달콤한 유혹, 고령딸기가 돌아왔다.
6명품 영덕송이, 13년 연속 전국 1위..."긴 폭염에 생산량 절반 줄어"
7(주)포스코실리콘솔루션,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공장 준공
8경북 동부청사, 포항에 둥지틀고 새로운 도약
9신세계, 외형 성장은 이뤘지만…3분기 영업익 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