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에서 수녀복은 되고 부르키니는 안 된다?

부르키니가 소개되자 분노, 조롱, 국제적 착용 금지 등 거센 반발이 일었지만 여성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무슬림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여성들도 관심을 보인다. 단순히 햇볕에 타거나 지나가는 남자들이 힐끔거리는 게 싫어서 부르키니를 찾는 여성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부터 위생상 우려까지 다양한 이유에서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오스트리아 하인펠트 시는 공공수영장에서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했다. '비위생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니스 등 프랑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장소에서 종교색을 드러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해변에서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했다.
한편,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피렌체에서 활동하는 이맘 이체딘 엘치르는 최근 가톨릭 수녀들이 수녀복 차림으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 지자체들을 비꼬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사진은 게재 직후 2000명 이상이 공유하고 수백 명이 공감을 표현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또한, 미국 시카고의 아메리칸 이슬람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무슬림 샤바나 미르 교수는 부르키니가 일반 수영복과 같은 원단으로 만들어지고 신체와 물, 다른 수영객들과 접촉을 더 줄여 위생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프랑스 여성인권가족부 장관 로랑스 로시뇰은 "이런 의류는 사회적으로 무책임하며 여성의 몸을 가두는 경향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그녀는 부르키니를 입은 무슬림 여성을 '노예제도를 지지한 미국 검둥이(negro)'에 비유했다. 이후 촉발된 시위에 그녀는 '검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사과했지만 입장은 고수했다.
이 같은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패션은 오트 쿠튀르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틈새시장 중 하나라고 뉴스위크는 밝혔다. 지적 정보 제공회사 톰슨 로이터스와 조사업체 다이나스탠다드에 따르면 무슬림이 옷과 신발에 지출하는 비용은 2013~2019년 82% 증가해 48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레바논 출신의 무슬림으로 부르키니를 만든 아헤다 자네티(48)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열한 살짜리 여자 조카가 운동할 때 긴 히잡이나 머릿수건을 쓰고 불편해 하는 걸 보고 부르키니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내가 자라던 시절 수영이나 다른 운동을 한 적이 없었다.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적당한 옷이 없어서였다"고 말했다.
- 권세진 뉴스위크 한국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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