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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은 ‘움직이는’ 거야

혁신기업은 ‘움직이는’ 거야

구글, 우버, 넷플릭스 등 브랜드명이 동사로 영어 사전에 등재… 인지도 높이고 고객과의 친밀감 형성하는 무형자산
‘카톡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자는 의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서비스 이름이자 다음과의 합병 전 회사 이름이기도 한 카카오톡이 동사(動詞)처럼 쓰인 예다. 한국에선 흔치 않지만 나라 밖에선 꽤 많은 기업의 이름이 동사가 됐다. 구글하다(검색하다), 포샵하다(합성하다)처럼 일상 대화의 일부가 된 기업이다. 딱풀·햇반·대일밴드 등 제품명이 일반명사처럼 쓰이는 예도 있다.

회사 이름이 동사로 사용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 매년 예일대학 문장백과사전(Quotations: The Yale Dictionary)을 편집하는 프레드 샤피로 법대 교수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Google)은 그 어려운 걸 단기간에 해냈다. 창업 5년 만인 2003년 미국언어연구회(American Dialect Society)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지구촌의 모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혁명적 검색 문화를 창출했다”며 구글을 동사로 공식 인정했다. 2006년에는 메리엄웹스터·옥스퍼드 사전에 동사로 등재됐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총괄편집인 피터 소콜로스키는 “IT와 관련한 용어는 그 수명이 짧아 10~20년에 걸쳐 검토한 뒤 신조어로 채택되지만 구글은 광속으로 입성했다”라고 말했다. 야후는 500만 달러를 투자해 “너, 야후 하니?(Do you Yahoo?)”라는 캠페인 TV광고까지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검색엔진으로 찾아보라’는 말을 ‘구글’이라는 한 단어로 대신하고 있었다.

기업(브랜드)이 일반동사로 사전에 오르는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문서관리회사인 제록스는 ‘복사하다’, 항공 특송회사인 페덱스는 ‘(특송으로) 택배를 부치다’라는 의미로 사전에 올라 있다. 디지털비디오리코더(DVR) 업체인 티보(TiVo)는 요즘엔 사용자가 많지 않지만 여전히 ‘TV프로그램을 녹화한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로 남아 있다. 아메리칸헤리티지 사전의 스티브 클라인들러 선임편집자는 “편집자는 모든 산업에서 쏟아져 나오는 단어들을 수집하지는 않는다”며 “편집자들이 채택하면 그 단어는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단어가 사전에 오른다는 것은 교수에게 있어 종신 재직권(테뉴어)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전에 오르지 않아도 동사로 쓰인다면 소비자의 언어생활을 통해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플릭스(Netflix, 영화를 보다), 스카이프(Skype, 인터넷으로 화상 통화하다) 등도 동사의 지위를 얻었다. 모두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경영전략가 척 마틴은 “특정 기업이 제왕적 지위에 올랐음을 알 수 있는 것은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동이 하나의 ‘브랜드 동사(verb branding)’가 됐을 때”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바통을 이을 동사로 가장 유망한 단어는 우버(Uber).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으로 주로 “우버하자(Let’s uber)”라는 식으로 쓰인다. 어번딕셔너리(도시에서 현재 사용하는 언어를 정리한 웹용 사전)에서는 우버를 ‘서로 필요할 때 연락해 공유하다’라고 정의한다. 우버에서 영향을 받은 기업이 확산하며 우버화(uberfication, 플랫폼을 활용해 공유경제를 창출하는 기업)라는 파생어도 생기고 있다.

구글·우버처럼 동사가 되는 기업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의 일상과 밀접한 기업의 IT가 발달하면서다. “너한테 돈 보냈어(I venmoed you)”라는 의미로 쓰이는 핀테크 기업 벤모(Venmo)도 좋은 예다. 문자를 보내듯이 간단히 송금할 수 있는 앱으로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 더치페이를 할 때 주로 쓰인다. 택시비를 나눠 내기도 하고 월세를 분할 지급하기도 한다. 금융거래 자문사 메르카토르 그룹의 론 마주르스키 애널리스트는 “20~30대에 번지는 ‘스마트폰 더치페이’ 문화에서 추억을 간직·공유하고 싶어 하는 행동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동사가 되는 기업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재화를 파는 기업이 성공하면 명사가 되고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이 성공하면 동사가 됐다. 지금은 재화를 파는 기업도 일상에서 쓰이는 동사가 되기를 꿈꾼다. MIT 슬로언 경영대 디지털 비즈니스센터 연구원 마이클 슈라지는 기업이 ‘동사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전략적으로 내놓는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의 “손은 자유롭게, 발만 아래로(Hands-Free, kick Under)”가 좋은 예다. 범퍼 아래로 발만 갖다 대면 트렁크가 열려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덕분에 짐을 넣거나 뺄 때 편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후면 도어를 열 때 하는 행동을 기업의 동사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동사가 되는 기업에도 위기는 온다. 하버드대학 인지·언어학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스티븐 핑커는 “상표(특허청에 등록된 브랜드)라도 일반적으로 이용되면 독점적 배타권을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구글하다’가 ‘정보를 검색한다(Search)’는 의미의 일반동사처럼 사용되면 ‘온리 원’에서 ‘원 오브 뎀’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요요(yo-yo) 상표를 갖고 있던 미국 완구 제조회사 덩컨이 그런 예다. 덩컨은 미국에서 약 85%에 달하는 판매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65년 덩컨은 요요의 상표 권리를 박탈당하게 돼 요요라는 단어가 완구의 일반적인 호칭이 돼버렸다. 요요 상표를 잃게 되자 유사품이 쏟아졌고 덩컨은 그해 맥없이 도산한다.

시간이 지나면 차별화의 효력도 점차 약화된다. 동사의 위치에서 경쟁우위를 지킬 방법은 무엇일까. 핑커 교수는 뉴스위크 한국판과의 인터뷰에서 “언어는 기업의 본질을 비추는 창문과 같다”고 말했다. 동사처럼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이 고객의 일상생활에 밀착돼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기업의 경쟁력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쓰이지 않는 동사처럼 말이다.

- 임 채 연 기자
 [지구촌 이모저모] ‘kodak’의 파란만장한 역사
‘코닥 모먼트(Kodak moment).’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의미한다.

1888년 코닥 광고는 ‘그 누구건 10분이면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이후 스튜디오 안에서 찍는 초상 사진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사진이 스튜디오를 벗어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1976년 코닥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필름 90%, 카메라 85%에 이르렀다. 코닥은 그들이 가장 자신 있는 필름을 더 잘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런 코닥이 2012년 1월 파산보호(한국의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도널드 설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코닥의 몰락을 “시장의 변화를 무시하고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열심히 답습하는 ‘활동적 타성’에 젖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경영 환경이 변하면 기업의 전략, 핵심 경쟁력 등을 변화에 맞게 수정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코닥은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내부적으로 개발해 놓고도 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이제 ‘코닥이 되다(Being kodaked)’라는 말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하다, 옛것만 고집하다 망한다’는 뜻의 동사로 의미가 굳어졌다. 요즘은 ‘코닥처럼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kodaked. That is the question), (우버처럼) 바뀌지 않으면 (코닥처럼) 죽는다(Uber yourself before you get kodaked)’ 등의 격언처럼 다양하게 변주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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