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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업계, 가격 인상 때마다 ‘3000원씩’ 올리는 이유

[치킨값 3만원 시대] ②
BBQ 가격 인상, 중소 치킨 업체들에 영향
대형마트 치킨·냉동치킨 판매량 급증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냉동치킨.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치킨값 3만원 시대’가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표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가격 인상 릴레이로 치킨값이 6~7개월마다 최소 5~6% 오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치킨 업체들의 인상폭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3사인 bhc와 BBQ, 교촌치킨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제품별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외식업종에서 특정 제품의 가격을 한 번에 3000원이나 올리는 경우는 드문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3000원 가격 인상’ 합당한가

업계에 따르면 국제 올리브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BBQ는 오는 6월 4일부터 일부 치킨 가격을 2년 만에 최대 3000원 인상한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3사 가운데 교촌치킨은 올해 치킨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bhc 또한 올해 가격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교촌치킨과 bhc는 지난해 이미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교촌치킨은 허니콤보와 레드콤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000원씩 인상했다. 당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업장에서 사용하는 9~10호 닭고기 1㎏의 단가가 최대 5308원까지 치솟아 부득이하게 출고가를 조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bhc도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치킨 메뉴를 비롯한 85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500∼3000원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12.4%다. 이에 따라 bhc치킨의 대표 메뉴인 뿌링클 가격은 1만8000원에서 2만1000원으로 3000원 올랐다.

치킨 프랜차이즈 3사는 가격 인상 때마다 최대 ‘3000원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나 임금 상승률 대비 인상 폭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많다. 중소 치킨업체들의 경우 굽네는 치킨 메뉴 9개의 가격을 1900원씩 인상했고, 푸라닭 치킨은 단품과 세트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린 바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3사의 3000원 가격 인상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인상 폭이 다소 과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치킨회사들은 각 가맹점들의 원부자재·임대료·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가장 적절한 인상 수준을 3000원이라고 본 것”이라면서 “치킨값 인상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3000원이 된 분위기"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외식업종을 살펴봐도 특정 제품의 가격을 한 번에 3000원이나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치킨회사들의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유독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원가 자체가 높아 가격 인상 폭이 큰 측면도 있다”라며 “가격을 일단 올리고 플랫폼 할인을 통해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3사의 가격 인상으로 중소 업체들의 가격도 꿈틀대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 및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중소 치킨업체들도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있었지만 쉽게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라며 “그러나 대형 3사가 치킨값을 올리면 중소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가격 인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냉동치킨 ‘불티’ 

배달치킨값이 2만원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더 저렴한 치킨을 찾아 나서거나 아예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냉동치킨을 구매하는 등 대체 소비에 나서고 있다.

마트 치킨은 일반 프랜차이즈 치킨과 중량이 비슷하지만 가격은 월등히 저렴하다. 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당당치킨’은 프라이드 한 마리에 6990원·양념 7990원·순살 7990원이다. 지난달엔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롯데마트는 10호 냉장 계육을 튀겨낸 ‘큰 치킨’을 1만4990원에 선보였다. 지난 5월 1~8일엔 1만990원의 행사 가격으로 내놓아 3만 마리를 넘게 팔았다. 이마트는 ‘생생치킨’이란 이름으로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9980원에 판매, 매달 10만 마리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냉동치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냉동치킨 시장은 155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 1410억원에서 10.5% 증가한 규모다.
 고메 소바바치킨 양념 연출컷. [사진 CJ제일제당]

과거 냉동치킨은 눅눅하다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최근 바삭함까지 갖춘 제품이 출시되면서 인기다. 특히 CJ제일제당의 냉동치킨 ‘소바바 치킨’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이후 지난 3월 ‘고메 소바바치킨 양념’ 2종을 출시, 두 달 만에 매출 30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치킨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규모로 성장했다.

소바바 치킨 인기에 힘입어 다른 업체들도 냉동치킨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대상의 청정원은 ‘순살바삭 허니간장치킨’을, 하림은 ‘누룽지 치킨’ 4종을 출시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집에서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냉동치킨이 배달치킨의 대체제로 자리 잡았다”며 “기술력 또한 발전하고 있어 냉동치킨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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