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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으로 세상사 알려준다

공상과학으로 세상사 알려준다

중국계 미국인 SF 소설가 켄 리우, 번역과 편집자로도 주목받아
켄 리우는 중국 전설과 서양의 판타지를 혼합한 서사 문학으로 주목 받았으며 중국어 SF 소설을 영어로 번역했다.
켄 리우는 미래주의와 판타지 사이를 오가는 소설로 다수의 상을 받은 중국계 미국인 작가다. 리우는 또 중국어 SF 소설을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이기도 하다. “공상과학은 미래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주진 못하지만 그것을 생산해내는 사회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고 그는 말했다.

리우는 중국 SF소설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삼체’ 3부작 중 2권을 번역했다.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 작가 류츠신이 쓴 과학적으로 정확한 SF 소설이다. 리우가 번역한 제3권이 최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엘레나 페란테(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가)를 빼놓고 외국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매우 드문 일이다. 리우는 또 중국인 작가 7명의 SF 소설 13편을 모은 ‘보이지 않는 행성’을 번역하고 편집했다.

1976년 중국 간쑤 성 란저우에서 태어난 리우는 11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이민했다. 그 후 하버드대학에서 영어 학과 법률학을 공부했고 지금까지 매사추세츠 주에서 살고 있다. 리우의 단편집 ‘종이 동물원’은 공상과학과 판타지의 형식을 빌어 번역과 변화 속에서 길을 잃고 다시 찾아가는 인생을 조명한다.
리우는 중국인 작가 7명의 SF 소설 13편을 모은 ‘보이지 않는 행성’(토르 북스 펴냄)을 번역하고 편집했다.
2011년 SF 부문의 3대 상을 받은 이 책의 표제작 ‘종이 동물원’에는 미국인과의 사이에 아들을 낳은 중국인 우편 주문 신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영어를 잘 못하는 그녀는 마법의 종이 호랑이의 도움으로 자신과 아들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뛰어넘는다. 리우의 소설 ‘왕들의 품위’와 ‘폭풍의 벽’은 중국 전설과 서양의 판타지를 혼합한 합성적 서사 문학으로 그는 이 양식에 ‘실크펑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SF 작가이자 중국 문학 강사인 샤지아가 ‘보이지 않는 행성’의 권말 수필에 썼듯이 “1990년대 이후 중국 SF 소설은 세계화 시대의 국가적 우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리우는 중국 사변소설에 나타나는 일상적인 문제들이 서양에서도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생활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무의미한 요식체계와 생계 꾸리기, 자녀 교육,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등등.”

‘보이지 않는 행성’은 첸키우판(이 단편집에 참여한 작가 중 한 명)이 말하는 이른바 ‘찢어진 세대’ 작가 7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첨단 도시에 사는 이 소프트웨어의 귀재들(이들의 나이 든 부모나 자녀는 가난한 시골 집에 남아 있다)은 공상과학 속에서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리우의 말을 빌리자면 이 세대는 “21세기에 살면서 동시에 19세기의 늪에 빠져 있다.” 이런 불균형은 서양에서도 문제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정치 체제 하에 살면서도 현대성의 압박이라는 똑같은 문제에 직면한다”고 리우는 말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는 미지의 미래를 향해 돌진하는 이상한 행성에 살고 있다.

- 보이드 턴킨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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