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 친숙함, 유전자 계승 욕구가 아우러져 자신과 닮은 파트너 선택할 가능성 커… 함께 오래 지내면 같은 감정을 경험하는 경우 많아 외모와 성격도 닮아가 대체로 우리는 자신과 공통점이 가장 많은 사람을 좋아하며 자신과 가장 비슷한 사람과 가장 오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한 사람이 시작한 말을 다른 사람이 끝맺어 주고 누군가에게 신호를 받듯이 때맞춰 똑같이 까르르 웃고 서로 색 배합을 맞춘 옷을 입는 꼴불견 커플이 적지 않다. 그들을 흔히 ‘커플 트윈’ 또는 ‘보이프렌드 트윈’이라고 부른다. 흔히 자신의 도플갱어(섬뜩할 정도로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더 희한한 점은 커플이 오래 만날수록 서로 닮아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상기시키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린다. 그처럼 강한 자기애(나르시시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보면 자신과 닮은 사람과 함께 있으려는 무의식적인 욕구는 여러 가지 요인이 혼합된 결과다. 성적인 매력이나 욕구, 심리, 또는 개인적인 짝짓기 전략 같은 진화론적인 요인도 거기에 포함된다.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의 상담 심리학자 와이엇 피셔 박사는 “We are drawn to those we have the most in common with, and we tend to have the most successful long-term relationships with those we are most similar to”고 설명했다.
대중문화는 TV 드라마와 데이팅 앱을 통해 도플갱어 데이팅을 시도했다. 우리는 자신의 특성과 능력에 관해 과장된 생각을 갖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다. ‘콩깍지 현상’ 또는 ‘긍정적 착각’이다. 따라서 누구나 자신과 닮은 파트너를 원한다고 말해도 크게 무리가 아니다. 1990년대 미국 NBC 방송의 인기 시트콤 ‘사인펠드’의 ‘초대’편에 나오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주인공 제리 사이펠드가 외모와 언행이 자신과 똑같은 여성과 만난다. 얼굴 특징도 비슷하고 머리색도 같고 이름의 첫 글자 ‘JS’도 같다.
극중에서 사인펠드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나와 똑같아. 나처럼 말하고 나처럼 행동해. 식당에 가서 시리얼을 주문하는 것도 나와 같아. 이름 첫 글자도 같단 말이야.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 이제 알겠어. 바로 나 자신이야!”
그러자 이웃인 코스모 크레이머가 짜증내듯 소리친다. “좀 그만해. 돌아버리겠어!”
피셔 박사는 우리가 자신과 유사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그의 특징이 자신에게 익숙해 그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얼굴 특징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닮은 얼굴을 보면 더 신뢰가 간다고 느끼고 자신에게 협조적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힐스의 심리치료사 프랜 월피시 박사도 “우린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는데 너무도 익숙해져 자동적으로 친숙한 모습을 좋아하게 된다”고 말했다.
2010년 학술지 인성·사회심리학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얼굴 이미지를 변형시켜 낯선 사람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참가자에게 자신의 변형된 얼굴과 무작위로 선정한 다른 사람의 얼굴들을 함께 놓고 매력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들은 변형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얼굴에 더 호감이 간다고 답했다.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을 더 낫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데이트할 때도 결혼할 때도 그런 사람을 선택하는 듯하다.
2011년 설립된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 ‘Find Your FaceMate(당신의 얼굴짝을 찾아라)’는 비슷한 얼굴 특징을 기준으로 데이트 상대를 주선한다. 얼굴의 66군데 특징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유사한 남녀를 짝지어 주는 서비스다. 그 사이트를 만든 크리스티나 블룸 CEO는 “얼굴 형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상대를 고를 때 얼굴에서 시작한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끌림이다. 대개 누군가를 보면 첫 몇 분만에 계속 만날 사람으로 괜찮은지 결정한다.” 외모의 유사성은 유전적인 유사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상대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계승하려는 욕구가 작용하는 듯하다.외모의 유사성은 유전적 유사성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 닮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릴 수 있다. ‘선별적 동류 짝짓기(assortative mating,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에 의해 형성된 생물의 형질, 즉 표현형이 똑같거나 매우 유사한 상대를 선택한다는 뜻)’로 불리는 가설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평가하거나 파트너·배우자를 고른다는 뜻이다. 유전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면 자신의 유전자가 안전하게 보존돼 후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경과 생활방식이 비슷한 사람이 결혼하면 서로 공통점이 많고 같은 가치와 신념을 공유해 부부 관계가 더 강하고 안정적일 수 있다.미국 벅넬대학 심리학 교수 T. 조엘 웨이드에 따르면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인간은 결국 유전적 계통을 보존하기 위해 생존에 도움이 되는 생활과업에서 협조를 받을 수 있는 동류를 배우자로 선택하려 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찾는다는 뜻이다. 주로 체격, 피부색, 나이 등이 이런 표현형에 포함되지만 그 외 다른 요소도 많다.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의 심리학 교수 필립 러시턴과 동료들은 신체적 특성이 더 잘 유전될수록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결합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예를 들어 키와 손목둘레 길이는 허리 사이즈보다 더 잘 유전된다. 연구팀은 배우자의 경우 더 많은 유전적 요소에서 서로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우리는 비슷한 DNA를 가진 파트너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미국 백인 부부 825쌍의 유전체에서 단일염기 다형성(SNP)을 조사했다(SNP는 DNA 염기 서열상에 나타나는 차이로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 결과 부부의 DNA 차이는 임의적으로 선택한 개인 2명을 비교할 때보다 더 적었다. 연구팀은 그처럼 배우자 선택에서 유전자가 관여할 수 있지만 그 역할이 아주 크진 않다고 강조했다.
배우자 선택에선 선별적 동류 짝짓기가 더 큰 역할을 한다. 소득과 교육 수준에서 동류끼리 서로 끌리기 때문이다(‘유유상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 사이에서 배경과 생활방식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의 결혼이 갈수록 늘어난다. 그 결과 그 쌍의 관계는 더 강하고 안정적이다. 그들은 비슷한 배경 덕분에 서로 공통점이 많고 같은 가치와 신념을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친구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을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버릇과 몸짓, 말투나 어조가 닮아간다. 심리치료사인 월피시 박사는 그처럼 따라 하는 행동이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아기의 표정을 따라 지으며 아기의 표정에 나타난 감정을 소리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아기가 미소 지으면 어머니는 정답게 속삭여준다. 아기가 울면 어머니는 아기의 불만을 반영해서 “배고프구나” “피곤하구나” 또는 “기저기가 젖었구나”라고 추정해서 말한다. 월시피 박사는 “수개월 동안 어머니가 아기의 감정에 맞춰 반응하면 그런 행동이 아기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그 다음엔 서로 역할을 바꿔 아기가 어머니의 감정에 맞춰 반응하기 시작했다. 표정과 제스처를 따라 하면서 아기는 유대감을 발달시키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 나중에 필요한 사회적 의사전달의 기초를 다진다. 부부가 표현 방식이 서로 닮아가는 것도 같은 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동작을 슬쩍 한 번 보고 난 뒤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다. 타인이 느끼는 것을 마치 내가 느끼는 것과 같다는 경험도 한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낼 수 있는 것은 우리 뇌에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행동과 자세를 따라 한다. 상대방이 더 편안하게 느끼도록 해주면서 친숙함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다. 2015년 학술지 인간뇌매핑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금슬 좋은 부부의 경우 서로의 감정을 알려고 할 때나 상대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반응을 할 때(예를 들어 실직했다면서도 기쁜 듯이 보일 때) 뇌에 있는 거울 신경세포가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이처럼 유전적 유사성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도플갱어를 데이트 상대로 선택하는 이유의 진화론적인 설명을 제공하지만 서로 다르던 커플도 오래 같이 지내면 서로 닮아간다는 사실도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1960년대 미시간대학의 심리학자 고(故) 로버트 자욘스는 커플이 시간이 갈수록 서로 닮아가는 이유를 탐구했다. 한 실험에서 그는 지원자들에게 얼굴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남자와 여자의 사진을 서로 짝지어 보도록 했다. 그 결과 결혼 생활 25년 이상인 부부가 서로 짝지어진 경우가 가장 많았다.
배우자와 함께 식사하고 운동하고 사교생활을 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해지면 면역체계도 닮을 가능성이 크다.자욘스 교수는 그 이유가 두 가지라는 가설을 세웠다. 첫째는 함께 오래 살면 공통으로 겪는 일이 많아 얼굴 주름살이 비슷해져 닮아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는 나이가 들면서 턱이나 볼 등 얼굴의 고유한 특징이 사라지면서 유전적 유사성이 눈에 더 잘 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웨이드 교수는 부부 사이의 얼굴 유사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무의식적인 행동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처음부터 유전적으로 유사한 파트너를 선택하기보다 감정의 모방과 더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주름살은 얼굴의 특정 근육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오랫동안 함께 살면 늘 비슷한 감정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같은 부위에 주름이 생길 수 있다. 자욘스 교수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사진을 보고 젊은 부부보다 나이 많은 부부를 서로 짝지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그런 가설을 입증한다.
반면 웨이드 교수는 같이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을 서로 흉내 냄으로써 무의식적으로 감정을 모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결과 얼굴 주름이 비슷해질 수 있다. 부부 사이의 유사한 감정적 경험이 비슷한 주름을 만든다.” 당신의 배우자가 웃을 때 생기는 눈가 주름이 있다면 당신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눈 아래 다크 서클이 있다면 배우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부부는 어투와 어조도 비슷해진다. 무의식적인 모방 때문이기도 하고 근본적으로 우리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료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 2010년 학술지 심리과학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사귈 때부터 말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면 결혼해서 궁합이 더 잘 맞는다.
커플 관계와 에티켓 전문가인 에이프릴 마시니는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이런 유사성이 더 많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상대방이 표현하는 방식 대로 듣거나 본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어투와 어조가 서로 닮아간다.” 또 같은 어구나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공동 경험을 통해 쉽게 소통하는 사례다.
우리가 배우자의 몸짓과 말투를 따라 하기 시작하면 자연적으로 행동도 비슷해진다. 커플은 말과 행동이 비슷할 뿐 아니라 서로 다르던 습관도 비슷하게 바꿀 수 있다. 2007년 미국 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부부 중 한쪽이 담배를 끊고 운동하고 더 건강하게 먹으면 배우자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우리 자신을 화학적으로 반영한다고 알려졌다. 우리의 섭식과 운동 습관, 과거에 가졌던 바이러스와 감기도 거기에 포함된다. 우리의 면역체계 중 유전자에서 비롯되는 것은 약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습관에서 기인한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면역학에 발표된 연구는 부부의 면역체계가 아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무작위로 선정한 표본을 서로 비교했을 때보다 차이가 약 50% 적었다). 우리가 배우자와 함께 식사하고 운동하고 사교생활을 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해지면 우리의 면역체계도 서로 닮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그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우리 중 일부는 자신의 도플갱어와 짝을 짓는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외모와 행동이 자신과 닮은 파트너를 원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행복한 결혼 생활이 유전적인 유사성과 관련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확히 왜 그런지는 모른다. 서로 잘 이해하기 때문에 행복한가? 아니면 유전자가 비슷해서 행복한가?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얼굴이 닮아갈까? 아니면 얼굴이 닮아서 행복한 것일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친구와 가족, 배우자의 행동을 따라 한다는 사실은 안다. 서로 더 잘 이해하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다지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런 거울 효과가 결혼 생활의 성공을 좌우할까? 모든 인간관계를 이끄는 것은 우리의 공감 능력인데도 말이다.
도플갱어 커플이 장기적으로 더 행복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보완해주고, 이해해주고, 최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를 파트너로 원한다. 그 누군가가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과 빼닮았다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 리제트 보렐리
[ 필자는 IB타임스 자매지 메디컬 데일리의 기자다. 이 기사는 메디컬 데일리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사퇴' 강선우 "李 대통령께 죄송"…국보협 "사과 대상은 보좌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팜이데일리
이데일리
빽가 신곡, KBS서 부적격 판정…"'이것' 때문"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갑질논란'에 무너진 '현역불패 신화'…검증 부담 커진 당정(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김창수 F&F 회장, 테일러메이드 이해상충 논란…센트로이드, 소송 검토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에이프릴바이오, 하반기 SAFA 경쟁력 검증…추가 기술수출 이어지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