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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복합형 리조트 시장] 주중에는 전시·회의, 주말에는 가족·레저

[뜨거워지는 복합형 리조트 시장] 주중에는 전시·회의, 주말에는 가족·레저

복합형 리조트(IR) 건설 붐 … 우후죽순 들어서는 호텔·카지노 우려도
마카오에 있는 복합리조트 단지 내 카지노 시설.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가 동북아시아에서 새로운 ‘경제 혈투’의 막을 올리고 있다. 바로 ‘IR 전쟁’이다. IR은 카지노에 가족형 테마파크와 쇼핑·음식·레저를 결합한 복합형(일본에선 통합형) 리조트(Integrated ResortㆍIR)를 가리킨다. 이를 일본 각지에 설치하고, 이를 통해 관광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해외 관광객, 특히 중국인 유커들을 비약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아베의 계산이다. 한국과 일본 미디어는 흔히 카지노에만 초점을 맞춰 ‘카지노 경쟁’을 부각하지만 카지노는 기둥일 뿐이고 기둥을 바탕으로 건설하는 ‘전체 건물’은 IR이다. 아베 총리가 IR에 열중하는 것은 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유커들의 해외 여행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이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유커를 놓고 한국과 동남아시아 각국과의 ‘진검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지노가 없는 몇 안 되는 선진국 중 하나였던 일본에서 드디어 카지노를 바탕으로 하는 IR산업이 꿈틀거리는 것이다.
 아베, 복합리조트 건설로 관광산업 두 배로 키울 야망
아베는 오래 전부터 IR 도전장을 던지고 공을 들여왔다. 드디어 지난해 말 그 꿈의 첫 단추를 꿰었다. IR 허용 법안이 지난해 12월 6일 중의원을 통과한 데 이어 같은 달 15일에는 참의원에서도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IR 건설의 신호탄이 울린 셈이다. 이렇게 일본 국회를 최종 통과돼 성립된 카지노를 중심으로 하는 IR 정비 추진 법안은 카지노, 호텔, 국제회의장을 갖춘 IR 신설을 허용하는 기본법이다. 아베가 이 법을 밀어붙인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 진흥이다. 사실 이 법안은 일본 사회 일각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민진당을 비롯한 야당과 집권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 소속 일부 의원이 사회의 도박 의존증과 자금 세탁 등을 우려하며 이 법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막판에 자민당과 협상해 법안에 도박 대책을 명시하기로 합의하면서 항의를 끝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일본에는 카지노라는 오랜 금기가 무너졌다. 일본은 소액 도박장인 파친코는 전국에 1273개소를 허용하면서 베팅 금액이 많은 카지노는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파친코 시장은 연 230조원에 이른다.

IR은 기본적으로 민간 사업자가 설치·운영하지만 사행산업인 카지노가 함께 설치되는 특성상 정부의 엄격한 감독을 받게 된다. 정부는 카지노관리운영위원회를 통해 도박 중독 방지와 사업장 내 질서 유지, 안전 확보를 맡는다. 사업 면허를 얻은 민간 사업자는 ‘폭력단’으로 불리는 야쿠자들이 카지노 사업에 관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물론 이들의 카지노를 돈세탁 기지로 활용하는 것을 방지할 의무가 부여된다.

이 법에 따라 일본 정부는 1년 이내에 2단계로 시행 법안을 만들어 IR 선정 절차와 범죄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시행 법안이 마련되면 중앙정부는 IR 설치를 원하는 지방 자치단체의 신청을 받고 선정 작업을 펼치게 된다. 도쿄·요코하마·오사카·나가사키·홋카이도 등지의 지자체에서 설치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다. 이에 따라 이들 도시에 이르면 2020년, 늦어도 7년 뒤에는 IR를 내세운 일본의 관광 진흥과 서비스 산업 확대가 가시화된다. 아베 정부는 현재 연 2000만 명 수준인 외국인 관광객을 2020년까지 4000만 명으로 늘리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공세는 현재 1700만 명인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수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번에 통과된 법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아 중국인 등 해외 관광객을 늘리려는 것 이상의 장기 전략이 숨어있다. 생산업 중심의 일본 경제를 서비스 산업까지 확장해 새로운 경제 성장의 활력을 얻어보자는 것이다. IR을 일본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보고 이를 통해 건설 수요와 고용을 창출하고 세수 확대 등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구상이다. 내년에 시행 법안이 성립되면 실제 개업은 2020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IR 신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강하다. 그런 만큼 각 지자체도 IR 유치에 적극적이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보다 IR을 유치하는 것이 지역 경제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올림픽은 일시적인 행사지만 IR은 장기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카지노에 쓰는 돈은 현재 마카오가 연 33조원, 한국이 2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앞으로 일본에 IR이 건설되면 10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일본에서 IR을 하나 건설하는 데는 5조~10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IR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에선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인천 영종도에 3개의 IR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투자 금액은 한 군데 1조~2조원 수준에 불과해 아무래도 카지노·호텔·국제회의장·레저시설 규모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건설에 따른 기대효과도 제한적이다.

IR은 역사적으로 3개 도시의 면모를 바꿔놓았다.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그리고 싱가포르다. 이 세 군데는 IR 건설로 도시의 면모를 바꿨다. 마피아가 건설한 칙칙한 도시였던 라스베이거스는 기존의 카지노를 대부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초대형 IR을 건설했다. 이를 통해 도박꾼들이 몰려들던 도박 도시가 온 가족이 함께 여행 와서 함께 공연과 레저·쇼핑을 즐기는 건전 휴식도시로 변모했다. 마카오는 바다를 매립해 거대한 호텔을 바탕으로 한 IR을 건설하면서 컨벤션과 가족 레저를 겸한 관광지로 거듭났다. 싱가포르는 두 개의 IR을 건설하면서 답답한 규제 도시 이미지를 벗고 동남아시아의 관광 허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세 도시의 IR 건설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의 셸든 애덜슨 회장(84)이 자리 잡고 있다. 애덜슨 회장은 2017년 1월5일 기준 [포브스] 집계로 309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322억 달러의 재산으로 세계 부호 순위 22위에 올랐다. 또한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72위를 기록했다. 그의 영향력은 이제 정치 분야에서 급속히 확산할 전망이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유세 기간 중 최대 규모의 정치자금 기부를 한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성추문, 말 실수, 황당 공약 등으로 트럼프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을 때도 애덜슨은 그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감쌌다. 트럼프가 고마워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도시 재창조 신화 쓴 에덜슨
애덜슨은 복합 리조트 건설을 통한 도시 재창조의 신화를 쓴 인물이다. 컨벤션과 카지노를 결합한 창의적 사업가로 주중에는 회의·전시, 주말에는 카지노·레저로 사람들이 일주일 내내 돈을 쓰는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을 고안한 혁신의 경영인이다. 애덜슨 회장이 주식의 52%를 보 유한 라스베이거스 샌즈 코퍼레이션은 세계 최대의 카지노·컨벤션·전시 업체다. 이 회사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중국의 마카오 등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카지노·컨벤션 회사의 모기업이다.

무엇보다도 거리 흡연에도 무거운 벌금을 물리는 엄격한 싱가포르 정부를 설득해 2010년 이 나라 최초의 카지노 시설인 마리나베이 샌즈를 개장한 주인공이 바로 애덜슨 회장이다. 한마디로 저력과 뚝심의 기업인이다. 애덜슨 회장의 승부사 기질과 자금 동원력,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능력이 최고로 돋보인 프로젝트가 바로 싱가포르다. 이 사업을 살펴보면 IR과 애덜슨을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한국·대만·홍콩과 더불어 ‘아시아 네 마리 용’의 하나로 불렸던 싱가포르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고민에 빠졌다.

전 세계적인 불황, 특히 이 나라 경제의 주요 축이던 전자산업이 성장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해 12월 총리 지시로 통산산업부(MTI) 산하에 경제검토위원회(ERC: Economic Review Committee)가 구성됐다. 이 위원회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싱가포르가 계속 성장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한 보고서를 2003년 내놨다. 전략의 핵심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투자 환경 개선, 기업가정신과 창조성 고양,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혁신과 시장 개척, 인력 확보 다섯 가지였다. 여기서 말한 서비스 산업의 혁신과 시장 개척을 위해 싱가포르는 오랜 고집을 꺾고 2004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카지노를 합법화하고 2개의 카지노 리조트 개장을 허용했다. 카지노·컨벤션 산업의 육성으로 관광산업을 일으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대중의 반발을 고려해 관련 리조트에 카지노라는 용어 대신 ‘복합리조트(IR)’라는 용어를 앞세웠다.

싱가포르 정부가 IR 허가를 내준 곳은 두 군데다. 싱가포르 강과 항구가 만나는 시내 요지에 위치한 마리나 베이 샌즈와 남쪽의 리조트 지역인 센토사 섬에 자리 잡은 리조츠 월드 센토사다. 애덜슨은 38억5000만 달러 투자를 제안해 마리나 베이 복합 리조트의 운영권을 따냈다. 문제는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홍콩과 함께 땅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땅값과 자본 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면서 결국 개발비만 50억 달러가 넘었다. 애덜슨은 총액 80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조트는 한국의 쌍용건설이 지었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컨벤션 센터는 직접 고용 인원만 1만 명, 간접 고용 유발 효과를 합하면 2만 명에 이른다. 개장한지 첫 2년 동안 싱가포르를 찾은 사람이 2000만 명을 넘었다. 마리나 베이가 문을 연 첫 2년 동안 싱가포르 관광업 매출은 41%가 늘었다. 두 군데의 IR은 싱가포르 전체 GDP를 약 1%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IR인 센토사 복합 리조트는 컨소시엄인 겐팅 싱가포르사가 운영하는데 2개의 카지노와 유니버설 테마파크, 세계 최대의 해양수족관을 갖춘 마리나 라이프 파크를 서로 융·복합했다. 1840개의 객실을 갖춘 이 IR에는 49억 3000만 달러가 투자돼 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싱가포르는 카지노 산업을 유치하는 결단으로 130억 달러 가까운 투자를 받았고, 이를 통해 2만 개가 넘는 일자리도 확보했다. 이 나라의 카지노 산업 규모는 전 세계에서 마카오에 이어 세계 2위로, 컨벤션 산업은 3위로 평가받는다.

애덜슨이 걸어온 길을 보면 IR의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 애덜슨은 1979년 컴퓨터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자 컴퓨터 산업과 전시 산업을 결합한 컴덱스(COMDEX)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떼돈을 벌었다. 그해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첫 행사에는 167개 업체가 참가했다. 1980~90년대 우후죽순처럼 열린 컴퓨터 관련 전시 행사 유행의 신호탄이었다. 그 뒤 2003년까지 해마다 11월에 라스베이거스에서 행사가 열렸다.
 이탈리아 여행하며 영감 얻어
최근 1차 시설 사용승인(준공)을 받은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조감도.
투자가를 모아 인터페이스 그룹을 창업한 뒤 라스베이거스에서 컨벤션 사업가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1988년 이 지역에 있던 유서 깊은 샌즈 호텔-카지노를 매입했다. 이 호텔과 카지노는 항공·영화 업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하워드 휴즈가 한때 보유했던 곳으로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 상원의원 시절의 존 F 케네디, 가수 냇 킹 콜 등의 아지트였다. 그는 이곳을 인수한 뒤 카지노와 컨벤션의 결합이 얼마나 폭발적인 힘이 있는지를 체험했다. 그 사이 1990년 미국 최초의 민간 켄벤션 전용시설인 샌즈 엑스포&컨벤션 센터를 라스베이거스에 건립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런 경험은 그로 하여금 컨벤션보다 IR에 사업의 방점을 찍기로 결심하게 했다.

애덜슨의 IR 건설 아이디어는 신혼여행에서 나왔다. 1991년 두 번째 부인 미리암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빼닮은 메가 리조트의 건립과 운영이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사업을 팔아 사업 자금을 확보했다. 1995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컴덱스를 포함해 여러 전시회를 운영하던 인터페이스 그룹의 쇼 부문을 8억6200만 달러에 넘긴 것이다. 성공 발판이 된 컴덱스를 처분한 대가로 애덜슨은 그 가운데 5억 달러를 손에 쥐었다.

그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초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영화 ‘콘 에어’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호텔을 1996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자신이 꿈꾸던 베네치아 테마 파크 호텔&카지노 리조트를 1999년 건설했다. 리조트에는 물길을 만들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처럼 노래하는 뱃사공이 타는 곤돌라를 운행시켰다. 이 프로젝트에는 15억 달러가 들어갔지만 이를 통해 전 세계에 IR이 무엇인지를 알리게 됐다. 사업은 대성공이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도시 재생을 통해 IR 도시로 재탄생했다.

에덜슨 회장은 여세를 몰아 동양의 카지노 도시 마카오에 24억 달러를 투자해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호텔을 2007년 개장했다. 이 역시 대성공을 거뒀다. 이때부터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은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좋아하는 중국인이 줄이어 찾았다. 애덜슨 회장의 허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카오의 새로운 부동산 개발지인 코타이에 무려 120억 달러를 들여 객실이 2만 개에 이르는 샌즈 코타이 센트럴을 건설해 2012년 4월 개장했다. 애덜슨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1970년대 말 새로운 컨벤션 산업을 개척했으며, 1990년대엔 이를 카지노와 결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지금도 전 세계에 다니며 새로운 복합 리조트 부지를 찾고 있다. 그가 눈독을 들이는 곳이 일본과 한국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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