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자리 전부 집어삼키고 인간이 그들의 애완동물로 전락할 가능성 희박해 일본 소프트뱅크의 인간형 로봇 페퍼는 가정용 다용도 로봇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얼마 전 미국 뉴욕의 이스트리버가 내려다 보이는 유엔 본부에 인공지능(AI) 최고 전문가 약 70명이 모였다. 그들은 테니스 코트만한 길이의 식탁에 앉아 농어 요리 만찬을 즐기며 자유롭게 토론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AI와 로봇이 우리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관해선 합의할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AI의 가장 성가신 문제 중 하나다. 지금까지 병 속에서 튀어나온 어떤 요정과도 견줄 수 없는 대단한 위력을 지닌 요정을 우리가 지금 만든다는 전제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그 요정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아니 우리에게 어떤 해를 끼칠지에 관해선 의견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AI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전부 집어삼키고 우리를 그들의 애완동물로 만들 것인가? 전기자동차의 대량생산, 우주여행, 화성 식민지 개척 등 실험적 프로젝트로 현시대의 가장 존경 받는 모험사업가로 꼽히는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새 회사 뉴럴링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인간 뇌와 컴퓨터 결합이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인간이 앞으로 생각하는 기계의 성가신 골칫거리가 되지 않도록 인간의 뇌에 AI 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회사다. 컴퓨터와 두뇌를 연결함으로써 인간이 더 높은 수준의 기능에 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인간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로는 AI의 처리 속도를 당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유엔 포럼이 열리기 며칠 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인터넷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AI로 작동하는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와 자부심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많은 사람의 우려를 일축했다. “앞으로 50∼100년간은 AI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건 아주 먼 미래의 얘기다. 너무 멀어서 내 레이더엔 잡히지도 않는다. 로봇은 매우 단순한 일자리만 떠맡을 뿐이며, 우리 인간은 훈련과 교육을 통해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며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자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공교롭게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이 나온 날 세계 최대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15년 이내에 미국에서 38%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고,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백악관 백서’를 통해 ‘10∼20년 이내에 9∼47%의 미국 내 일자리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므누신 재무장관은 낙관만 할 게 아니라 AI로 인한 실업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AI 견마로봇은 산악지형에서 무거운 군수물자를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이번 유엔 포럼은 AI 투자자 마크 미네비치가 주최했다. 세계 지도자들이 AI에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다. 그 포럼에서 AI 시스템 개발사 IP소프트 CEO 체탄 듀브는 지금까지 새로 등장한 기술 중에서 AI의 위력이 가장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의 영향력은 이전에 나온 어떤 신기술보다 10배는 더 강하고 그 위력이 나타나는 시간도 이전 경우의 5분의 1도 안 걸릴 것이다.” 그는 세계경제에 미치는 AI의 효과를 말하면서 수백조 달러라는 수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 자리에 모인 페이스북·구글·IBM·에어비앤비·삼성 같은 세계적 기업의 AI 책임자들도 그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IBM은 왓슨 종양 시스템을 개발하고 AI 프로그램으로 300여 의학 학술지, 200여 의학 교과서, 1000만여 의료문건을 분석한다.그런 급격한 변화가 과연 바람직할까? 사실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IP소프트가 선언한 ‘기업으로서의 사명’도 ‘양날의 칼’처럼 들린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 나와 있는 목표는 ‘지능 시스템으로 세계에 힘을 부여하고, 일상 업무를 없애 그런 지루한 일에서 인간을 해방시켜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에 모든 재능을 투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회사의 CEO에겐 무릎을 칠 만한 얘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대다수에겐 일자리를 빼앗겠다는 소리를 듣기 좋게 포장한 데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일상 업무’에 종사하며 월급을 받는 사람은 곧 그 지루한 일에서 ‘쫓겨나고’, 먹고 살려면 ‘혁신’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IBM의 AI 관계자는 왓슨 AI가 의사를 도와 환자를 진단할 때 수많은 정보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해주며, 모든 데이터를 분석해 끊임없이 학습함으로써 사고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I가 머지않아 의사보다 더 똑똑해져 의사를 필요 없는 존재로 만들지는 않을까? IBM 관계자들은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답변했다. AI는 우리 모두가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의사의 능력을 개선시킬 뿐이라는 얘기였다.
헤지펀드 관계자들은 로봇 거래 시스템이 더 나은 투자 결정을 더 빨리 내릴 수 있도록 해주고 수익도 더 많이 올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일부 헤지펀드는 인간 허지펀드 매니저보다 더 나은 실적을 내고 있다. 페이스북의 AI 연구 총괄로 발탁된 얀 르쿤 뉴욕대학 교수는 AI가 편견을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화합을 도모하는 방면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 AI는 우리의 개인적인 편견을 부각시켜 그 편견을 굳혀주는 콘텐트를 맞춤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양극화와 양진영의 극단적 대치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유엔연구사업소(UNOPS)의 그레테 파레모 소장은 기술 전문가들에게 서두르지 말 것을 부탁하며 현재 개발하는 AI 기술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대신 세계가 직면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투자업체 스트림라인드 벤처스의 창업자 울라스 나이크는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원자의 양자 역학적 효과를 기반으로 여러 연산을 동시에 수행해 빠른 속도로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 기술)이 곧 생각하는 기계 개발을 크게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자 컴퓨팅이 우리 대다수의 생각과 달리 일상 생활에 훨씬 근접해 있으며, 양자 컴퓨터의 성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현재의 컴퓨터를 완전히 구식처럼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이 모든 의견을 합치면 AI는 인간이 지금까지 만들어낸 것 중 가장 놀라운 기술이 될 것이다. 그래서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을 공격하는 상황만 피할 수 있다면 우리를 더 높은 차원으로 안내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그 중간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대법원 판결예측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법률 전문가 패널보다 더 정확하게 대법원 판결을 예측했다.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 이 같은 AI 쓰나미기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변화와 정말 완전히 다를까? 지금까지 인류의 모든 세대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 기술이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을 너무 빨리 바꿔놓는다고 느꼈다. 기술이 현실을 바꾸는 동안 우리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우며, 변화를 완전히 겪고 나서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얘기다.
1965년 1월 뉴스위크는 ‘자동화의 도전(The Challenge of Automation)’이라는 제목의 표지 기사를 실었다.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자동화’란 가정용 식기세척기 같은 전기기계 장치나 일부의 경우 그 시대의 최신식 기계인 ‘컴퓨터’를 의미했다. 기사는 “자동 엘리베이터 때문에 뉴욕 시에서만 엘리베이터 오퍼레이터가 1960년보다 5000명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당시엔 비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튼 우리 사회는 그 엘리베이터 오퍼레이터들 없이도 잘 굴러갔다.
뉴스위크의 1965년 기사는 일자리가 사라지면 사회가 어떻게 될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회 사상가들은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선 ‘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부는 일자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실제든 상상이든 더 많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가 일자리 없는 경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모두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문제와 일이 제공하는 목적 의식 없이는 우리가 미쳐버릴지를 두고 벌이는 논쟁과 크게 다르지 않게 들린다.
지금처럼 그때도 자동화가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몰랐다. 뉴스위크 기사는 이렇게 내다봤다. ‘미국이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면 실제로 삶이 안락한 나라가 될 것이다. 모두가 풍족하게 살며 휴대용 통역기 같은 우주 시대 기기와 가정용 전화-컴퓨터 결합 시스템을 통해 주부는 외출하지 않고 쇼핑하고, 공과금을 납부하며, 은행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의 기술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긴 했지만 ‘안락한 삶’ 부분에서는 완전히 잘못 짚었다.
따라서 ‘AI는 다르다’(AI가 일으키는 변화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기술이 가져다준 변화보다 더 빨리, 더 심하게 우리에게 닥친다는 주장)는 선언이 나올 때마다 1965년의 뉴스위크처럼 우리가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50여 년 전 기술 전문가들이 ‘자동화’ 기술 문제를 논의하려고 유엔에 모였다면 최근의 AI 관련 포럼에서 나온 것과 똑같은 희망과 우려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그들은 아마 참치찜 요리를 먹으며 ‘자동화’를 논했을 것이다. 이번 유엔 AI 포럼에선 적어도 농어 요리가 나왔다는 것이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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