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음악 추천 앱까지 음악 소비에 관한 정보가 음원의 판촉만이 아니라 히트곡 예측에도 사용될 수 있어 우리가 내려받고 청취하는 음악에 관한 데이터가 미래의 히트곡을 만들어내고 판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스티브 잡스는 15년 전 아이팟을 선보였다. 그 이래 대다수 음악팬은 그 휴대용 디지털 음악 재생기가 음악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운로드, 앱, 온라인 검색을 통해 축적된 미가공 정보가 어떤 음악이 누구에게 잘 팔리는지 만이 아니라 어떤 노래가 히트할지 예측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
물론 지금도 음악을 어떻게 판촉하고 판매하느냐에 관한 결정은 어느 정도는 특정 소비집단의 취향에 관한 음반사 경영진의 주관적인 가정이나 어떤 가수와 아티스트가 판촉하기 더 쉬운지에 달렸다. 그러나 업계는 갈수록 그 정보를 판단과 행동으로 옮기는데 도움을 주는 빅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으로 눈을 돌린다.
빅데이터는 우리가 특정 활동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정보의 양을 반영하는 용어다. 그런 정보는 아주 방대하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지금 우리는 역사가 기록된 이래 서기 2000년까지 만들어진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단 1분 동안에 생산한다.
그러면서 이런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음악산업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지난 20세기에 음악을 어떻게 판촉하고 판매할지에 관한 결정은 누가 그 음악을 구입하고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관한 가정에 기초했다.
때로는 순전히 주관적인 가정에 따라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필 스펙터와 돈 커슈너 같은 프로듀서들은 ‘황금의 귀’라는 명성을 얻었다. 소비자가 어떤 음악을 듣기 원하는지 직감으로 아는 능력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음반사는 포커스 그룹, 악보와 음반 판매 실적을 통한 시장 기반의 객관적인 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음악산업의 최고 기준은 무엇보다 ‘차트’다. 음원의 상대적인 성공을 비교 추적하는 순위 목록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음악 차트는 두 가지 정보를 혼합한다. 라디오, 주크박스, 그리고 요즘은 스트리밍을 통해 소비자가 즐겨 듣는 음악과 그들이 구입하는 음반 또는 음원에 관한 정보다.
‘빌보드 핫 100’ 같은 차트는 음원의 노출도를 측정한다. 한 곡이 팝송 리스트에서 1위에 오르면 가장 인기가 높다고 인정된다.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틀거나 음반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곡이라는 뜻이다. 1920~1950년대 음악잡지 빌보드에 음반 차트가 등장했을 때 그 차트는 선별된 음반 가게가 제공하는 판매 정보를 종합해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1950년대부터 특정 곡을 라디오에서 트는 횟수 정보가 차트에 포함됐다.
차트는 객관성을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소비자의 음악적 취향이나 청취 습관을 정확히 포착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1950년대 뮤지션들은 서로 다른 것으로 간주되는 여러 장르의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척 베리가 1955년 ‘Maybellene’을 녹음했을 때 그 곡은 컨트리 앤 웨스턴, 리듬 앤 블루스(R&B), 팝의 차트에 동시에 올랐다.
그동안 음악산업을 뒷받침하던 중요한 가정이 그로써 완전히 무너졌다. 업계에선 음악시장이 미국의 각 주처럼 쪼개져 있다고 가정했다. 팝과 컨트리는 백인이 좋아하는 음악이고 R&B는 흑인 취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가정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났다. ‘Maybellene’ 같은 크로스오버 음악의 히트는 주관적인 취향이 정확히 측정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1990년대 들어 차트 정보는 그보다 더 나은 데이터를 이용했다. 음반가게에서 스캔을 통해 자동으로 추적되는 데이터였다. 앨범과 음원 판매량을 취합하는 넬슨 사운드스캔(Nielsen SoundScan)을 사용해 모든 미국 음반 가게의 판매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하자 소비자가 즐겨듣는 음악에 관한 더 큰 가정도 과연 정확한지 의심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에 가장 많이 팔린 음악은 주로 컨트리와 힙합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미국의 라디오 방송에선 클래식 록 음악이 대세였다.
음반 차트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물론 음악을 장르와 스타일에 따라 평가하는 여러 차트를 지속적으로 게재하는 빌보드 잡지가 좋은 비교 기준이 된다. 그러나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이 시스템이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음악 추천·스트리밍 서비스 판도라(Pandora)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지난 1월에서야 차트에 추가되기 시작했다.
요즘 음반사들은 될 수 있으면 적은 가정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려 한다. 과거의 음악산업이 판매와 라디오 노출 빈도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매일 2.5엑사바이트(EB, 1EB=10억 GB)의 데이터를 생산한다. 미국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책 전체의 25만 배에 해당하는 정보량이다. 물론 이 모든 데이터 전부가 음악산업에 유용한 건 아니다. 그러나 분석 소프트웨어는 그중 일부를 바탕으로 음악업계가 시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판도라에 사용되는 알고리즘 ‘뮤지컬 지놈(Musical Genome)’은 한 곡에서 450가지 정보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한 곡에서 드럼 소리가 가장 강조된다면 그 데이터가 더 큰 모델에 통합된다. 판도라는 이런 데이터를 이용해 청취자가 과거에 즐겼던 음악과 비슷한 곳을 추천해준다.
이런 기법이 음악 장르에 관한 20세기의 가정을 무너뜨렸다. 예를 들어 클래식 록 같은 장르는 획일적이고 배타적이 될 수 있다. 어떤 음악이 ‘록’인지에 관한 주관적인 결정은 언제까지나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에 해당될 수 있었다. OMI의 2015년 곡 ‘Cheerleader’ 같은 음악이 히트한 것은 무엇보다 그 사운드와 소셜 미디어의 입소문 덕이 크다. / 사진 : YOUTUBE그러나 판도라의 등장으로 녹음된 음원의 사운드가 훨씬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장르는 하나의 곡을 분류하는 데 이용되는 450가지 정보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75% 정도가 록음악처럼 들린다면 그 음원은 ‘록’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한편 음악 검색 모바일 앱인 샤잠(Shazam)은 사운드를 데이터로 바꾼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샤잠은 음원 사운드의 청각 지문을 식별할 수 있다. 곡명을 모르는 음악이 있을 때 샤잠 앱을 이용해 스마트폰에 그 음악을 들려주면 노래 제목과 가수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샤잠은 지리 정보를 이용해 근처에 있는 음반 매장을 알려줄 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콘서트 정보까지 제공한다.
1억2000만 명에 이르는 샤잠의 실사용자가 어떤 음악 청취 습관을 갖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지리적 위치에 따라 파악할 수 있다. 요즘 음악업계는 특정 노래를 들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노래의 아티스트와 가수의 이름을 알기 원하는지 즉시 측정할 수 있다. 그런 실시간 데이터는 특정 음악을 듣는 사람의 취향을 활용해 그 음악을 누구에게 어떻게 판촉할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데이터가 음악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언론인 데렉 톰슨에 따르면 샤잠의 등장으로 히트곡을 결정하는 힘이 음악업계에서 군중의 지혜로 이동했다.
음악의 사운드를 데이터로 전환한다는 아이디어는 히트곡의 예측에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과거 히트곡의 ‘사운드’(선율, 리듬, 화음, 음색, 가사 사이의 상호작용을 뜻한다)를 알면 어떤 노래가 그 다음의 히트곡이 될지 예측할 수 있다. 뮤직 인텔리전스 솔루션 같은 업체는 유플라야(Uplaya)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신곡을 옛 곡과 비교해 상업적 성공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은 댄스 음악을 분석해 히트곡을 70% 확률로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물론 유튜브는 고유한 검색 알고리즘으로 음악을 장르별로 분류하지만 장르를 규정하는 패러다임이 갈수록 무의미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도 그 정보를 체계화하는 면에선 옛 모델이 여전히 도움이 된다. 빌보드 잡지의 ‘소셜 50’ 차트는 세계의 주요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수와 아티스트를 추적한다.
어떤 면에서 소셜 미디어는 20세기의 소규모 음악 클럽·음반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뉴욕 맨해튼의 클럽 CBGB나 시애틀의 음반사 서브 팝 등이 그 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서로 같은 취향을 가진 열성팬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음악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음반사들은 당연히 그 정보를 원한다. 그들은 그런 소셜미디어에서 ‘차기 히트곡’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셜 미디어가 음악 소비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소셜 50’ 차트는 ‘넥스트 빅 사운드’라는 회사(지금은 판도라가 소유한다)가 수집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2015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한 스포티파이는 음악 분석업체 ‘에코 네스트’를 인수했고, 애플 뮤직은 ‘세메트릭’을 사들였다.
요즘의 아티스트와 음악 유통업체는 사람들이 어떻게 음악을 소비하고 어떤 사운드를 선호하는지 어느 때보다 잘 안다. 하지만 OMI의 2015년 곡 ‘Cheerleader’ 같은 음악이 히트한 것이 그 사운드와 소셜 미디어의 입소문 때문일까? 아니면 성공하는 음악의 특성 중 다수를 가졌기 때문일까?
심지어 취향이 실제로 중요한지도 의문이다. 흔히 우리는 음악업계가 데이터에 근거해 우리가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한 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취향이 과연 진짜 우리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우리가 좋아할 음악이 음악업계의 데이터를 기초한 피드백 회로에 의해 달라질 수 있을까?
- 브라이언 문
[ 필자는 미국 애리조나대학 음악과 조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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