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9) 고시원 매매] 구분등기 가장한 개별등기로 유혹
[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9) 고시원 매매] 구분등기 가장한 개별등기로 유혹
여러 사람이 공동 소유한 경우 많아 재산권 행사에 제약 따라 투자금 1억6000만원에 방 42개, 연 수익률 12~14%. 그것도 서울에서. 연 5%의 수익도 올리기 힘든 요즘 연 수익률 10% 이상을 제시하는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만하다.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임대수익형 부동산이 인기지만, 서울에선 전용면적 33㎡ 이하 초소형 오피스텔 한 채 값도 2억~3억원대여서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런데 1억원 초·중반대에 방을 무려 40여 개나 소유할 수 있다면? 방 하나당 월세를 20만원만 받는다고 해도 한 달 수입이 800만원에 이른다. 1억원대 투자로 웬만한 직장인보다 더 벌 수 있는 셈이다. 직장인 입장에선 ‘로또’처럼 보인다. 이런 광고는 이른바 원룸텔로 불리는 준주택 매매 광고다. 원룸텔은 고시텔·리빙텔·하우스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딱히 정해진 이름이 없고 사업자가 지어 부르기 나름이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대개 관련법상 ‘고시원’으로 분류되는 준주택이다. 고시원은 과거 수험생이 독립된 공간에서 잠을 자며 24시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시설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시원이 수험생뿐 아니라 일반 1인 가구에게도 큰 인기를 끌자 고시원으로 가장한 원룸식 불법 주거시설이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대개 관련법상 독서실로 허가를 받은 뒤 불법 개조). 이런 시설은 상가·사무실 건물의 한 개 층을 16㎡ 안팎으로 쪼개 방을 만들고 싱크대·세탁기·화장실을 들여 주거가 가능하도록 한 시설이다. 이를 직장인·대학생 등에게 임대해 수익을 낸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샤워텔·풀옵션레지던스라는 이름도 다 같은 불법 주거시설이었다. 그 자체가 불법인 데다 소방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크게 늘자 차라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정부는 2010년 9월 이들 시설을 고시원으로 분류하고 준주택 범위에 넣어 관리를 시작했다. 고시원은 2종 종합근린생활시설(연면적 1000㎡ 이하)로 방마다 샤워시설과 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취사장과 세탁실은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직접 신축할 수도 있고 기존 도심지의 상가·오피스 1~2개 층을 사거나 빌려 고시원으로 용도 변경한 후 리모델링할 수도 있다.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합법화한 고시원은 1인 가구 증가, 전·월셋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4700여 개였던 고시원은 올해 1만1800개로 증가했다. 고시원 수가 늘면서 고시원 매매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서울에서 1억원대에 방 수십여 개를 갖춘 고시원 투자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긴 하지만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임대수익도 소유 지분만큼 나눠 갖는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 방 수 십여 개를 들였다면 상가·사무실 개조 공사비용만 수억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상가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1억원대 매매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투자금이 1억원대라고 강조하는 곳은 대개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곳이다. 예컨대 방 40개짜리 원룸텔 1개를 3명이나 5명, 혹은 10명이 지분만큼 나눠 갖는 것이다. 공동 소유라도 등기가 가능하므로 불법이나 거짓·과장광고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등기 방식을 ‘지분등기’라고 하는데 등기부등본에도 ‘100분의 10’과 같은 지분 형태로 소유권이 표시된다. 아파트를 공동 소유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그런데 문제는 구분등기 즉, 방 40개에 대한 명확한 권리관계를 따질 수 없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방 40개 중 내가 매입한 방이 어느 방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임대 수익도 방 40개 전체를 운용해 얻은 임대수입 중 내가 소유한 지분만큼 배분 받는 형태다. 총 임대수익이 500만원이고 소유지분이 10%라면 50만원을 배분 받는 식이다. 임대수익형 부동산에서는 구분등기를 할 수 없는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 운영 방식이나 임대료 배분 등을 두고 투자자 간 이견이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부동산을 하나 갖는 셈이지만 원룸텔 1개를 통째로 갖고 있는 게 아닌 만큼 필요할 때 처분하기도 쉽지 않다.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면 대출이 사실상 불가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시원을 매매하는 업체나 개인은 투자자들을 모집할 때 구분등기와 지분등기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개별등기’라는 말로 애매하게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개별등기라는 말은 부동산등기법상 정식 용어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지분등기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처럼 주택 1채를 온전히 소유한 게 아닌 만큼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매 물건이 합법화한 고시원인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여전히 과거 유행하던 원룸형 불법 주거시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은 관련법상 독서실로 허가를 받은 후 주거시설로 개조해 임대하는 것이다. 불법 주거시설인 경우 적발되면 임대수익은커녕 이행강제금을 물고 원상복구까지 해야 한다.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허가 받은 고시원인지 불법 주거시설인지는 관할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건축물 대장을 떼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식 허가 받은 고시원라도 원룸형으로 불법 개조해 운영하는 곳이라면 삼가야 한다. 고시원은 방마다 샤워시설·화장실은 설치할 수 있지만 싱크대 등을 두고 취사를 하거나 세탁기는 들일 수 없다. 하지만 고시원보다는 원룸이 월세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싱크대와 전기레인지 등을 두고 취사를 할 수 있도록 개조한 곳이 적지 않다. 이 역시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불법 영업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고시원을 게스트하우스(외국인관광도시민박)처럼 속여 변칙 영업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도시 지역 주택을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230㎡ 이하 규모의 주거용 건물에 외국어 안내가 가능한 운영자가 거주해야 하는 시설이다. 게스트하우스로 신청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실을 줄이려는 고시원 투자자들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인터넷 숙박 예약 사이트에 게스트하우스인 것처럼 속여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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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억원 초·중반대에 방을 무려 40여 개나 소유할 수 있다면? 방 하나당 월세를 20만원만 받는다고 해도 한 달 수입이 800만원에 이른다. 1억원대 투자로 웬만한 직장인보다 더 벌 수 있는 셈이다. 직장인 입장에선 ‘로또’처럼 보인다. 이런 광고는 이른바 원룸텔로 불리는 준주택 매매 광고다. 원룸텔은 고시텔·리빙텔·하우스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딱히 정해진 이름이 없고 사업자가 지어 부르기 나름이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대개 관련법상 ‘고시원’으로 분류되는 준주택이다. 고시원은 과거 수험생이 독립된 공간에서 잠을 자며 24시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시설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시원이 수험생뿐 아니라 일반 1인 가구에게도 큰 인기를 끌자 고시원으로 가장한 원룸식 불법 주거시설이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대개 관련법상 독서실로 허가를 받은 뒤 불법 개조). 이런 시설은 상가·사무실 건물의 한 개 층을 16㎡ 안팎으로 쪼개 방을 만들고 싱크대·세탁기·화장실을 들여 주거가 가능하도록 한 시설이다. 이를 직장인·대학생 등에게 임대해 수익을 낸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샤워텔·풀옵션레지던스라는 이름도 다 같은 불법 주거시설이었다. 그 자체가 불법인 데다 소방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크게 늘자 차라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정부는 2010년 9월 이들 시설을 고시원으로 분류하고 준주택 범위에 넣어 관리를 시작했다.
고시원 합법화 이후 급증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4700여 개였던 고시원은 올해 1만1800개로 증가했다. 고시원 수가 늘면서 고시원 매매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서울에서 1억원대에 방 수십여 개를 갖춘 고시원 투자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긴 하지만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임대수익도 소유 지분만큼 나눠 갖는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보통 방 수 십여 개를 들였다면 상가·사무실 개조 공사비용만 수억원대에 이른다. 여기에 상가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1억원대 매매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투자금이 1억원대라고 강조하는 곳은 대개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곳이다. 예컨대 방 40개짜리 원룸텔 1개를 3명이나 5명, 혹은 10명이 지분만큼 나눠 갖는 것이다. 공동 소유라도 등기가 가능하므로 불법이나 거짓·과장광고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이런 형태의 등기 방식을 ‘지분등기’라고 하는데 등기부등본에도 ‘100분의 10’과 같은 지분 형태로 소유권이 표시된다. 아파트를 공동 소유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다.
그런데 문제는 구분등기 즉, 방 40개에 대한 명확한 권리관계를 따질 수 없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방 40개 중 내가 매입한 방이 어느 방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임대 수익도 방 40개 전체를 운용해 얻은 임대수입 중 내가 소유한 지분만큼 배분 받는 형태다. 총 임대수익이 500만원이고 소유지분이 10%라면 50만원을 배분 받는 식이다.
정식 허가 받았어도 불법 여부 따져봐야
그러나 고시원을 매매하는 업체나 개인은 투자자들을 모집할 때 구분등기와 지분등기 차이를 설명하지 않는다. ‘개별등기’라는 말로 애매하게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개별등기라는 말은 부동산등기법상 정식 용어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지분등기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처럼 주택 1채를 온전히 소유한 게 아닌 만큼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매 물건이 합법화한 고시원인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여전히 과거 유행하던 원룸형 불법 주거시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시설은 관련법상 독서실로 허가를 받은 후 주거시설로 개조해 임대하는 것이다. 불법 주거시설인 경우 적발되면 임대수익은커녕 이행강제금을 물고 원상복구까지 해야 한다.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는 “정식으로 허가 받은 고시원인지 불법 주거시설인지는 관할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건축물 대장을 떼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식 허가 받은 고시원라도 원룸형으로 불법 개조해 운영하는 곳이라면 삼가야 한다. 고시원은 방마다 샤워시설·화장실은 설치할 수 있지만 싱크대 등을 두고 취사를 하거나 세탁기는 들일 수 없다. 하지만 고시원보다는 원룸이 월세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싱크대와 전기레인지 등을 두고 취사를 할 수 있도록 개조한 곳이 적지 않다. 이 역시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불법 영업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고시원을 게스트하우스(외국인관광도시민박)처럼 속여 변칙 영업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도시 지역 주택을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230㎡ 이하 규모의 주거용 건물에 외국어 안내가 가능한 운영자가 거주해야 하는 시설이다. 게스트하우스로 신청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공실을 줄이려는 고시원 투자자들이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인터넷 숙박 예약 사이트에 게스트하우스인 것처럼 속여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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