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차기 황제를 예약하다
가상화폐 차기 황제를 예약하다
10년 사이 가장 많은 거품이 형성된 곳은? 내재가치가 거의 없음에도 1000억 달러 규모로 치솟은 가상화폐(cryptocurrency) 시장이다. 결국 장기적 체제로 자리를 잡겠지만, 그때까지 소수 선구자와 ‘꾼’들이 우매한 다수에게서 폭리를 취하는 장세가 계속될 전망이다.4월24일, 유럽의 최남단인 지브롤터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 세 갈래로 갈라진 빈티지 촛대가 놓여 있는 기다란 원목 식탁을 둘러싸고 마틴 쾨펠만(Martin Koppelmann·31)과 스테판 조지(Stefan George·29), 매트 리스턴(Matt Liston·25)이 등받이가 높은 원목 의자에 앉아 있다. 배경은 고풍스러웠지만, 대화 내용은 21세기 첨단을 달리고 있었다. ‘기계지능의 대대적 폭발’을 동력으로 지난 2년간 개발에 매진했던 사용자예측시장 플랫폼 ‘노시스(Gnosis)’를 통해 킥스타터(Kickstarter) 방식의 크라우드세일(crowdsale)을 계획 중이었다. 목적은? 1250만 달러 모집이다. 투자금은 달러로 받지 않고 2년 전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신종 가상화폐 이더(Ether)로 받을 예정이다. 기업 지분 대신 프로젝트의 가상화폐를 판매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ICO(Initial Coin Offering: 코인공개 상장)라 부른다. 킥스타터 투자처럼 프로젝트로 완성된 상품을 투자자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투자한 이더(혹은 그 일부)를 노시스 전자지갑으로 전송해서 ‘스마트 계약’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GNO 코인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화폐로 바꾼다. 이는 투자자가 보유한 네트워크 지분이자 노시스 플랫폼에 대한 특별 접근권이 된다.
이론상으로 노시스의 인기가 높아지면 GNO 코인(‘토큰’이라고도 알려짐)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해서 GNO 토큰 보유자가 가진 지분의 가치가 높아진다. 자금모집은 최저가가 아니라 최고가에서 시작하는 더치 옥션(Dutch auction) 방식으로 진행됐고, 11분 만에 1250만 달러의 자금이 모였다. 입찰자들이 그룹을 이뤄 번갈아 입찰받는 담합방식(bidding rings)을 사용한 덕분에 처음 배당했던 1000만 개 토큰 중 4.2%만 매각해서 계획 자금을 모두 모집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토큰의 최종가격은 29.85달러로 정해졌다. 이로써 49쪽짜리 투자백서와 수천 줄의 오픈소스 컴퓨터 코드가 전부였던 이들의 프로젝트는 3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이후 2개월이 지나고 GNO 코인은 1개당 335달러로 가격이 올라갔고, 노시스의 가치 또한 30억 달러로 급등했다. 레블론(Revlon)이나 박스(Box), 타임(Time Inc.)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가격이다. 일단 가격만 기준으로 했을 때 쾨펠만의 지분가치는 10억 달러로 늘어났다. “문제가 있어요.” 쾨펠만 또한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더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은 기업 가치에 대해 그는 “우리보다 훨씬 심한 곳도 많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내놓았다.
이 정도면 2017년 현재 진행형인 가상화폐의 엄청난 거품에 관해 필요한 정보는 다 들은 셈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12개월간 12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무려 870% 급등했다. (지금도 증가 추세다. 하루 만에 가격이 30%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닷컴 거품이 한창이던 1995~2000년 당시 시가총액 증가분보다 6배 이상 높다. 가상화폐 급등의 일등공신은 디지털 자산의 원조인 비트코인이다. 암호해독과 클라우드 컴퓨팅, 게임이론을 예술적으로 버무려 낸 비트코인은 2017년에만 가치가 260% 상승했다. 각종 사기 범죄와 절도, 무능력(마운트곡스 거래소의 몰락으로 5억 달러의 돈이 증발했다)이 수년간 판을 치고, 내재가치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중앙정부 등 발행 기관의 가치 조정이나 귀금속으로 만든 실물이 없는데도 비트코인의 전체 가치는 400억 달러를 넘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2세대 가상화폐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비트코인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며 흥미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다. 단순 화폐기능에 머물며 투기용으로 사용되는 대신, ‘암호자산(crypto-asset)’을 새로운 개념이나 토큰과 엮어 기발한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부추기는 동력은 바로 이더 화폐를 사용하는 이더리움(Ethereum)이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더리움은 분산구조를 통해 안전하게 정보를 지키며 상시 업데이트되는 장부 시스템이다. 비트코인 체제에서는 비트코인으로만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는 다른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화폐를 만들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디지털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코인을 만들어 발급할 수 있다. 덕분에 현재 시장에는 900여 개 가상화폐와 암호자산이 거래되고 있으며, 거의 매일 새로운 형태의 가상화폐가 출시되고 있다. 6월12일에는 가상화폐의 새로운 기축통화를 기획 중인 방코(Bancor)에서 총 토큰의 50%를 매도하며 3시간 만에 1억5300만 달러를 모집해 ICO 신기록을 경신했다. 바로 그 다음날에는 아이오타(IOTA)에서 사물인터넷 소액결제용 토큰을 공개하며 기업가치를 순식간에 18억 달러로 올렸다. 일주일 후, 메시징 플랫폼 스테이터스(Status) 또한 ICO에 나서면서 1억200만 달러를 손에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골드 러시’, 매도자의 시장이다. 이더리움의 가치는 지난 12개월간 2700% 이상 상승하며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지금은 가격이 토큰당 300달러, 시가총액은 280억 달러에 달한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토큰당 10센트로 폭락하다가 415달러로 치솟는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비트코인 또한 31달러에서 2달러로 폭락했다가 1200달러로 치솟고, 177달러가 됐다가 최근에는 2500달러까지 오르는 등, 변동성에 있어 만만치 않은 궤도를 그렸다. 러시안 룰렛에 뒤지지 않는 예측가능성 속에서 거래를 잡으려는 초단타 매매꾼이 몰려든 결과다. 변동성이 아무리 심해도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그룹 메뉴에서는 가상화폐로 투자 성공을 경험했다고 자랑하는 글이 넘쳐난다. 신용카드 대출로 토큰을 샀다는 사람도 있다. 이더나 비트코인 IRA(개인은퇴계좌)에 은퇴자금을 몰아넣으라는 광고도 극성이다. ICO는 허술한 사업모델로도 과도한 가치책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됐다.
선구자들 덕분에 자금을 모집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는 방법이 크게 개선된 것만은 분명하다. 사업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토큰을 만들어 제공만 하면 투기 세력이 몰려와 서로 먼저 돈을 주겠다고 아우성을 치다가 알아서 값을 올려주는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의 비위를 맞추고 공개시장에서 연방 규제당국을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광고산업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고매한 목표를 내걸고 24초 만에 3600만 달러를 빨아들이며 기업가치를 1억8000만 달러로 올린 브레이브 소프트웨어(Brave Software)의 BAT(Basic Attention Token)가 있고, 코인 시스템 구조는 기본적이지만 라스베이거스 스트립클럽에서 받을 수 있는 VIP 서비스와 연동시킨 레전드 룸(Legends Room)도 있다. 이들 각종 코인의 ICO를 통해 모집된 돈은 8억5000만 달러가 넘는다.
어디서 들어본 흐름 같다고? 맞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다. 구체적 실체보다 컨셉만 있는 사업 모델, 단타 매매를 앞세운 투기, 통제 범위를 벗어난 변동성, 최고가에서 시작하는 입찰, 순식간에 굴러 들어오는 돈다발 등, 첫 닷컴 거품 당시 어딜 가나 볼 수 있던 풍경과 같다. 닷컴 거품의 붕괴는 급작스러웠다. 2000년 이후 거품이 꺼지며 인터넷주의 가치는 1조8000억 달러 가량 증발했다. 가상화폐 예측시장의 개념이 즉각 3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이더는 이들 화폐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동시에 이들 ‘가치’가 어떻게 변할 지 미리 가늠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도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17세기 튤립 거품의 단계를 지났다. 첫 번째 닷컴 버블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이긴 했지만, 적어도 아마존과 구글, 이베이라는 굵직한 기업을 남겨줬다. 어리석은 단타 매매자와 IPO 중독자들이 닷컴 거품과 함께 추락했지만, 영리한 초기 투자자는 엄청난 부를 얻고 날아올랐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가상화폐는 비디오게임에 대입해 생각하면 이해가 가장 쉽다. 비디오게임에는 언제나 가상세계가 있다. 이 가상의 왕국에서 플레이어는 가상화폐를 벌 수 있고, 이 돈은 게임 속에서 갑옷을 사거나 목숨을 몇 개 더 마련하거나 멋진 옷을 장만하는 돈으로 지출한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이론상으로) 화폐를 실제 돈으로 바꾸고 발행 시스템 내에서 실제 재화 및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ICO 설명서를 보면 아주 복잡한 비디오게임 가이드를 읽는 기분이다. 30억 달러 규모 예측시장인 GNO 토큰 보유자들은 토큰당 1달러로 책정된 또 다른 토큰 WIZ로 플랫폼 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최대 1년 동안 토큰을 ‘묶어두는(lock in)’ 방식을 선택하면 코인을 벌게 해주는 독창적 방식을 통해 노시스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한다.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다. 플랫폼 대다수에서는 토큰의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사용이 많아지면 수요가 증가해 가격을 밀어 올린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서비스 가치가 올라가는 네트워크 효과는 암웨이식 피라미드 구조가 주는 이점을 차용한다. 페이스북에도 토큰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친구를 초대해 네트워크 효과를 유도하면 내가 가진 ‘토큰’의 순가치가 그만큼 증가한다.
“중앙통제를 벗어난 디지털 경제에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하는 셈”이라고 크리스 버니스케(Chris Burniske)가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최초 투자기관이라 할 수 있는 뉴욕시 상장 펀드운용사 AR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최근까지 일했다. 버니스케는 새롭게 부상 중인 가상화폐 자산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가장 먼저, 비트코인과 함께 추적이 불가능한 모네로(Monero), 지캐시(Zcash) 등의 가상화폐가 있다. 두 번째로는 분산형 디지털 인프라를 구성하는 기본 토대인 ‘암호 코모디티(crypto-commodity)’가 있다. 미사용 중인 컴퓨팅 파워를 네트워크로 활용해 임대 및 공유하는 ‘골렘 네트워크 토큰(Golem Network Tokens)’이 좋은 예다.
사용자가 자는 동안 사용자가 안 쓰는 컴퓨팅 파워를 기계학습 알고리즘 개발 중인 기업가에게 빌려주고, 사용자는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암호 코모디티’ 중 가장 인기가 뜨거운 서비스는 아마존 심플 스토리지 서비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파일코인(Filecoin), 시아(Sia), 스토지(Storj) 등 분산 데이터저장 토큰이다. 일종의 ‘우버 (본사) 없는 우버’를 생각하면 된다. 승객과 운전자(혹은 자율주행차) 사이 개인 대 개인(P2P) 네트워크를 구성해 그곳에서 거래에 필요한 가상화폐를 벌고 지불하는 것이다. ICO에서 투자금을 모집하는 주체가 항상 스타트업인 건 아니다.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발자들이 법인을 조직하지 않고 자금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자체 토큰 킨(Kin)을 출시한 메시징 앱 킥(Kik)처럼 실제 법인을 조직한 경우라도 크라우드세일은 엄밀히 말해 회사 주식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서 각종 유가증권 규제를 편리하게 피해갈 수 있다.
가상화폐 기술을 뒤에서 추진하는 사람들은 경험 없고 순진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대표적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Tim Draper)는 지금까지 2개의 암호자산을 지원했다. BAT로 유명세를 얻은 브랜든 에이크(Brendan Eich)는 자바스크립트를 개발하고 모질라(Mozilla)를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사업가다. 암호자산을 전문으로 하는 판테라 캐피탈(Pantera Capital) 창업주는 타이거 매니지먼트 출신의 댄 모어헤드(Dan Morehead)다.
이들은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류의 기업을 물색하는 중이다. 블록체인 캐피탈은 아역배우 출신의 브록 피어스(Brock Pierce)가 비디오게임 가상화폐 사업으로 설립한 회사다. 그는 최근 투자금 모집에서 자체 토큰 BCAP로 ICO를 진행하며 매각 제한(lockup) 등의 통상적 규제에서 유한책임 조합원들을 해방시켜줬다. 4월 진행된 ICO에서는 6시간 만에 1000만 달러가 모였다. 피어스는 코인 크라우드세일을 국내 99개 적격 공인투자자로 제한하고, 규제가 좀더 완화된 해외에서 901개 기관을 지정하는 등 비율을 조정해 규제감독을 피했다. 그래도 일단 시장에 풀린 매물은 누구라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즉각 매수에 나섰고, 펀드가치는 최근 175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전화기가 쉴새 없이 울리더군요.” 피어스가 말했다. “‘우리도 똑 같이 할 수 있을까요?’란 문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루터교 목사의 아들인 올라프 칼슨-위(Olaf Carlson-Wee·27)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컴퓨터 코드를 쓸 줄 모르고 재무분석을 공식적으로 배운 적도 없다. 이전에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 그 때문에 칼슨-위는 2017년 거품처럼 일어난 가상화폐 시장을 대표할 자격이 충분하다. 칼슨-위가 일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폴리체인 캐피탈(Polychian Capital)은 10개월 만에 자산가치가 4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치솟는 경험을 했다. 그가 본능적으로 암호자산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통찰력을 활용해 능숙한 운용결정을 내려왔다.
칼슨-위가 업계로 뛰어든 계기는 2011년 바사르 컬리지(Vassar College) 재학시절 미네소타 호수에서 보낸 여름방학이었다.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은 2만 달러였는데 예금통장에는 700달러 밖에 없었다. 두 형은 시인이지만, 칼슨-위는 어렸을 적부터 게임과 수학, 가상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마약 불법거래로 활용되던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와 이 시장을 가능하게 만든 비트코인의 원리를 기사로 읽은 그는 가상화폐가 흘러 넘치는 세상을 상상하며 가진 돈 700달러 전부를 비트코인에 쏟아 부었다. 매입가는 16달러였다. 그런데 가격은 한없이 떨어져 2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학 담당교수를 설득해 비트코인을 주제로 한 졸업논문을 써서 사회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워싱턴 주에 위치한 코뮌 공동체에서 천막을 치고 벌목을 하며 지내던 그는 2012년 자신의 졸업논문을 가상화폐 전자지갑 및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로 보냈다. 그렇게 그는 코인베이스의 첫 고용 직원으로 취직해 고객서비스 관리 업무를 맡았다. 5만 달러 연봉은 비트코인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가상화폐만으로 소득을 얻고 지출한 사람은 그가 최초일 가능성이 높다. 고객서비스를 담당한 덕분에 칼슨-위는 빠르게 성장 중인 기업의 역량을 제일 앞자리에서 선보이는 사람이 됐다. 그는 코인서비스의 일차적 고객서비스 대응을 자동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구직 희망자의 점수를 판정하는 일종의 비트코인 SAT를 만들어 이를 통해 8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직원 월급은 전원 비트코인으로 지급했다. 이후 리스크 총괄로 승진한 그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코인베이스의 사기거래를 75% 가량 낮췄다.
지난 9월 그는 코인베이스에서 나와 400만 달러의 자금으로 가상화폐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폴리체인 캐피탈을 설립했다. 400만 달러 자금은 위키하우(Wikihow) 창업자 잭 헤릭(Jack Herrick)과 Y콤비네이터 파트너였던 개리 탠(Garry Tan) 등으로부터 모집했다. 벤처캐피탈과 헤지펀드 대부분은 가상화폐를 비롯한 투기성 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 그러나 코인베이스에서 3년 넘게 일하며 가상화폐 ‘현자’ 대우를 받게 된 칼슨-위는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유니어 스퀘어 벤처스, 세콰이어 캐피탈, 파운더스 펀드, 판테라 캐피탈 등과 손을 잡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암호자산 운동은 사업과 삶, 부의 축적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민주화를 주창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닷컴 거품 때 가족과 친구에게 먼저 지분이 배분됐던 것처럼 칼슨-위도 자신이 진행한 13건의 투자 대부분에서 ICO 이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토큰을 취득했다.
그가 진행한 투자 중에는 업계 표준으로 떠오른 이더리움, 분산형 슈퍼컴퓨터 체제 골렘, 칼슨-위가 노시스보다 선호하는 예측시장 코인 어거(Augur)가 있고, 이밖에도 분산형 코인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 거래소 프로토콜 0x, 이더리움의 경쟁자로 부상한 테조스(Tezos) 등이 있다. “테조스가 있으면 계약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칼슨-위가 40층 위쪽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선명한 해골 그림이 그려진 검은색 티셔츠와 운동복 바지를 입은 그는 라인스톤으로 장식한 힙합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단타 매매보다 장기적 관심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 그래도 광풍이 일고 있는 시장에서 남보다 앞선 지식으로 무장하고 우선매수권을 얻을 수 있는 그는 엄청나게 유리한 입장에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칼슨-위는 업계의 앞날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 중 하나다. 그는 기반 프로토콜과 데이터 저장 및 컴퓨팅 파워 서비스 등 인프라가 먼저 구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용 컴퓨터에 CPU나 GPU, 메모리, 대역폭, 인터넷 연결 등을 집어넣는 대신, 사용이 필요할 때마다 토큰으로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에서 가져다 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필요도 없는 기능을 모든 기기에 넣고 정작 사용은 하지 않는 방식은 줄어들고, 인터넷 패킷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거나 필요한 주기, 혹은 사용한 저장공간만큼 실시간으로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공유경제, 연방준비제도가 혼합된 식이다.
그런 미래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전에 많은 사람이 나가떨어질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자본투자로 얻은 코인에 부분적이나마 유틸리티 성격이 있고 특정 단체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는 한 유가증권으로 간주하지 않고 일종의 택시면허나 골프클럽 회원증과 비슷하게 취급한다. 더 나아가 토큰 개발업자 중에는 싱가포르나 지브롤타, 스위스 추크(Zug)처럼 규제가 느슨하고 세율이 낮은 곳으로 본사를 옮겨 ‘코인을 유가증권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쟁점 자체를 피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내부거래나 부당거래가 만연한 게 당연하다. 엔젤리스트(AngelList)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메타스테이블 캐피탈(Metastable Capital)의 네이벌 라비칸트(Naval Ravikant)는 “ICO에서 토큰을 매수하겠다고 동의하고 가격을 받쳐주면, 30일 뒤 남은 토큰을 공시가격보다 낮게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한 코인 개발자에게 받았다고 한다. 증권가에서 이런 짓을 하면 중 죄다. 가상화폐 시장은 정말 무법천지인 걸까? “여기 저기서 그런 계약이 이루어진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는 업계 스스로 투자자 보호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위기 전후로 드러난 감독기관의 무능력을 생각하면, 기능 통화의 세계가 효과적으로 규제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첨단 수법을 이용하므로 소스 코드를 일일이 읽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다. 사기 거래는 미묘하게 이루어진다”고 라비칸트는 덧붙였다.
규제당국에서 일일이 코드를 분석한다면? “은행 계좌인 경우 (미국에 있는) 계좌가 폐쇄되면 러시아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받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칼슨-위는 말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전자지갑이라면 서비스 업체가 폐쇄되어도 비트코인을 해외 계정으로 순식간에 보내 러시아 증시에서 이루어지는 ICO에 참여하고 러시아 전자지갑에 토큰을 보관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글로벌 차원에서 이들 거래를 규제한다는 건 ‘두더쥐 잡기’ 게임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하나에서 올라온다.” 세금 징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앞으로 몇 번 더 거품이 붕괴할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붙들어 매야겠다. 마운트 곡스와 비슷한 참사가 또 발생하고, 보호장치가 없다시피 한 시장에서 도박에 나선 사람들은 수백억 달러의 손해를 입을 것이다. 그래도 스마트머니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잡을 것이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오직 교만이다. “토큰 매매가 광풍에 휩싸였다고 다들 호들갑을 떤다”고 칼슨-위는 말했다. “판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비교해볼 대상조차 없어서 그렇다.”
전 세계에 분산된 골렘 슈퍼컴퓨터 네트워크는 유휴 PC의 컴퓨팅 파워를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에어비앤비를 표상한다. 가상화폐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컴퓨터그래픽 예술가골렘 네트워크의 컴퓨팅 파워를 빌려 쓰기 위해 컴퓨터그래픽 예술가가 골렘 네트워크 토큰(GNT)을 구매했다. 그가 구매한 GNT로 컴퓨터에 애니메이션 렌더링 명령을 내리면 골렘 네트워크는 5대 컴퓨터를 한 시간씩 배정하거나 100대를 1분씩 돌려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남은 컴퓨팅 파워를 제공해 렌더링 작업을 지원한 컴퓨터는 1GNT를 받는다.
세계로 분산된 골렘 슈퍼컴퓨터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처럼 컴퓨터 연산처리 능력을 공유하는 골렘 네트워크는 전 세계 기계를 활용해 서로 거래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하면 놀려두거나 낭비되는 컴퓨팅 파워를 데이터 과학자나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 중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컴퓨터를 ‘채굴장비(miner)’라 부른다. 이들 컴퓨터는 엄청난 연산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가장 먼저 문제를 푸는 컴퓨터가 코인을 주조하는 데 필요한 ‘블록 보상금(블록당 5이더리움, 약 1350달러)’을 받는다. 채굴에 성공한 컴퓨터는 장부에 거래 블록을 기록한다.
GNT의 스마트 계약이더리움을 이용하면 토큰을 매우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 예술가의 거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이에 따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컴퓨터의 계정 잔액이 업데이트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2015년 7월 네트워크가 출범한 이후 이루어진 모든 이더리움 거래 내역은 거래시간과 함께 장부에 기록된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하면 약 15초마다 장부에 업데이트된다. 이렇게 한 장부에서 동일하게 모든 거래 내역을 기록한 후 이더리움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전 세계 3만2000대 컴퓨터에 복사본을 저장하기 때문에 누가 거래내역을 조작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말한 컴퓨터 그래픽 예술가의 GNT 거래 또한 여기 기록됐다. 20세기 말, 보급형 PC와 인터넷 연결로 무장한 치과의사, 변호사, 은행 창구직원 등 우리 이웃의 ‘개미’ 수백만 명이 본업은 제쳐 두고 주식 게시판에 올라온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익사이트(Excite)와 북스어밀리언(Books-A-Million) 등 신규 상장 인터넷주를 거래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거품을 알려주는 가장 확실한 징표였다.
토큰 거품은 닷컴 거품보다 더 매매에 나서기 쉽다. 중개기관이나 규제당국, 세금 신고를 손쉽게 피할 수 있고, 거래는 24시간 내내 가능하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전자중개 사이트를 대신하는 ‘거래소’가 들어섰고, 가장 최근 통계에서 그 수는 70개로 늘어났다. 거래소에서는 가상화폐를 채굴하거나 매매하려는 사람들에게 차익거래와 연계매매(pairs trading), 파생상품 등을 제공하고 0~0.3%의 거래 수수료를 부과한다. 샌프란시스코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5월과 6월에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만 100명을 고용했으며, 향후 인원을 충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말 대단했다”고 크라켄 창업자 제스 파월(Jesse Powell)은 말했다. “지난 분기 대비 신규 가입자 수가 5배 늘어났는데, 지난 분기도 작년과 비교하면 큰 폭 상승한 수치였다.”
당연하다. 신규 발행된 코인의 크라우드펀딩이 매달 20건씩 이루어지는 상황이라 ICO 시장이 지금만큼 강력한 변동성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한 적도 없다. 가상화폐 산업에서 구글, 애플과 다를 바 없는 이더리움은 300억 달러의 유통 금액 중 매일 평균 5%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이 비중은 0.5%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이더리움의 가치는 40배 증가했고, 하룻동안 가격이 10% 이상 움직이는 일도 흔했다. 인기가 떨어지는 다른 화폐의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2014년 이자율 5%에 추적이 불가능한 예금계좌를 제공하겠다며 발행된 루비코인(Rubycoin)은 장외 증시에서 거래되는 초저가주(penny stock)처럼 하루 거래 금액이 3만7000달러로 많지 않지만, 상승률은 9%로 제법 높다.
거의 모든 거래소에서 5대1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골렘 슈퍼컴퓨터 네트워크 코인 등의 ICO를 1만 달러어치 매입했다면 거래 7개월 후 가치가 5000% 상승했으므로 1만 달러는 250만 달러가 된다. 충분치 않다고? 100대1 레버리지도 존재한다.
가상화폐로 백만장자가 된 투자자들의 성공사례성공 사례를 원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앨런 아로노프(Alan Aronoff·47)가 있다. 밴드에서 연주를 담당하며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는 자신만의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게 됐다. 2016년 5월 아로노프는 비트코인 1만 달러어치를 매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중 8000달러는 15개월 무이자 신용카드 대출로 마련했다. 그런데 그가 이용하던 비트코인 거래소가 해킹을 당했다. 아로노프는 비트코인 8500달러어치를 들고 크라켄으로 옮겨가 레버리징 매매를 시작했다. 2016년 12월 코인당 7달러에 이더를 매입했고, 2017년 초에는 골렘과 노시스를 매입했다. 그는 하루 16시간을 비트코인/달러, 이더리움/달러 환율을 확인하며 보냈다. 수익률이 특정 기준을 넘어서면 바로 거래에 나서기 위해 잠은 최대한 자지 않았고, 집 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일종의 강박장애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원금 8500달러는 750만 달러로 불어났다. 8만8000%의 수익률이다.
가상화폐로 백만장자가 된 또다른 투자자는 바로 션 아이언스태그(Sean Ironstag·37)다. 그는 페이스북에 있는 암호자산거래 그룹 중 하나에서 관리자로 활동한다. 외환거래인이었던 그는 “지붕 위에서 혁명을 외치고 전 세계를 돌아 다녔다”며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와 시리아를 방문했던 경험을 말해주기도 했다.
그는 아로노프보다 거래를 더 활발하게 하는 편이다. 어거 REP와 게임, 라이트코인(Litecoin), 리플(Ripple), 시바견을 밈(meme)으로 삼아 개발한 대체통화 도기코인(Dogecoin) 등의 거래로 높은 수익을 거두었다. 특히 도기코인에서는 순수익 1500%를 얻었고, 1만5000달러를 투자해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300만 달러로 불리는 대대적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지인을 통해 유명 트레이더 마이클 스타인하트(Michael Steinhardt)의 초대를 받아 뉴욕 베드포드에 있는 그의 저택으로 가서 월스트리트 거물들 앞에서 금융의 미래에 대한 강연도 했다. “구시대 금융이 존재감을 잃어간다는 걸 그들도 깨닫고 있다”고 아이언스 태그는 말했다.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헤지펀드와 가상화폐 연수기관을 설립해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벤치마킹한 가상화폐 지주사로 만들 예정이다. 가상화폐 거품으로 수십억 달러가 쏟아지면서 미 과세당국이 자신의 몫을 받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말 돈을 받아낼 수 있을 지는 다른 문제다. 2014년 미 국세청이 특정 시점에서 기존 화폐로 환전이 가능한 (따라서 온라인 게임머니는 제외된다) 디지털 통화를 자본자산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논쟁이 이어졌다. 자본자산으로 간주되면 장점도 있다. 1년 이상 보유한 디지털 통화를 매도할 경우 수익에 대해 세율이 좀더 낮은 장기보유 양도세(0~20%)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단기매매일 경우 매도시 최대 39.6%의 연방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건 단점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 저장공간 구매 등 일부 온라인 서비스를 디지털 코인으로 결제할 경우, 모든 결제를 자본매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불한 코인의 가치가 코인 구매 당시 가격보다 상승했다면, 지불을 할 때마다 이를 신고하고 차익에 관해 납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유로나 엔 등 기존 통화를 보유한 경우 달러 대비 가치가 상승해도 이들 화폐로 지불한 매매에 대해 국세청은 과세를 하지 않는다.)
납세자 입장에서 세금 신고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주식, 비트코인, 최신 토큰 중 거래 자산이 무엇이든, 소득은 소득이다. 그러나 투자중개기관 슈왑(Schwab)이 1099-B 양식에 따라 주식 매도를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세청에 반드시 거래를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절세 욕구가 가상화폐 거래를 부채질하게 될까? 답을 알고 싶다면 다음을 생각해 보자. 2016년 국세청 전자신고 시스템을 통해 신고된 소득 1억3200만 건 중 가상화폐와 관련된 소득은 802건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는 규제 준수가 개선되길 원한다. 지난 11월 사법부는 코인베이스(Coinbase) 측에 2013년 12월31일부터 2015년 12월31일까지 전환가능 가상화폐를 전송한 미국 고객 전체 기록을 넘기라는 소환장 발부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지만, 코인베이스와 고객들은 소환장 집행을 지연시키며 반격에 나섰다. 국세청이 고객 전체의 이름을 받는다 해도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을 과세하기까지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거래 대부분이 해외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며, 이후 더 많은 거래가 해외 거래소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도기코인(DOGE): 2013년 시바견 밈을 마스코트로 내세우고 문법에 안 맞는 영어 자막을 달아 인기를 끌었던 도기코인은 가벼운 장난처럼 발행됐다가 가상화폐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시가총액 2억8000만 달러를 기록한 도기코인은 나스닥 경주차와 아프리카 우물,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동계올림픽 출전을 후원했다.
문코인(MOON): 문코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투자 혁명을 내세운다. 기업과 시장에 대해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눌러준 ‘좋아요’를 화폐로 전환해 문코인을 벌 수 있다. 시가총액은 2100만 달러다.
팟코인(POT): 대마초 산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해 나온 가상화폐로, 데니스 로드맨의 북한 방문을 후원한 걸로 유명해졌다. 시가총액은 2200만 달러다.
레전드룸(LGD): 5000토큰 이상을 갖게 되면 ‘뉴욕 배드 애스’로 불리는 이종격투기 선수 필 바로니가 운영에 참여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클럽의 평생 VIP 회원권을 받는다.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면 VIP 회원(50% 할인)이 아니더라도 카지노를 제외한 음료 및 서비스에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코인 희석 진행 후 시가총액은 5000만 달러가 넘는다.
트럼프코인(TRUMP):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비전을 지지”하기 위해 발행된 코인이다. 트럼프코인 대사들이 코인을 벌려면 매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럼프 기사를 게재해야 한다. 취임식 전인 1월에 51센트로 최고가를 기록하며 총 가치가 338만 달러까지 증가했지만, 지금은 6센트로 가격이 떨어져 총 가치는 42만 7000달러다.
인세인코인(INSN): 홈페이지에 가면 이렇게 적혀 있다 “인세인코인은 코인 그 이상이다. 하나의 사건이며, 마음 상태다. 제정신 아닌(insane) 사람만 우리커뮤니티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마음 상태가 도움이 되긴 한다.” 투표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2018년 영국에서 인세인 스페이스(Insane Space) 매장을 개장하는 목표가 로드맵에 포함되어 있다. 시가총액은 250만 달러다.
유놉태니엄(UNO): 앞으로 300년간 25만 개 코인만 채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희귀한 암호 토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홈페이지 동영상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유놉태니엄은 백금”이라고 홍보한다. 시장가치는 840만 달러다.
판다코인(PND): 판다곰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초보도 이해하기 쉽고 사용도 편한 가상화폐로 인지도를 높였다. 대안형 은행 계좌로 생각하면 된다. 판다뱅크에 판다코인을 예치하면 연금리 2.5%를 받을 수 있다. 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이고 판다뱅크가 영업 중일 때 이자가 발생한다. 시가총액은 160만 달러다.
스킨코인(SKIN): 비디오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ounter-strike: global offensive)> 에서 사용하는 글록-18-9-밀리미터에 무지개색 스킨을 입히고 싶은가? 스킨코인이 있으면 더 많은 스킨을 살 수 있고, 다른 무기로 거래하거나 베팅을 할 수도 있다. 6월21일 ICO를 진행했고, 6월30일까지 330만 달러어치의 이더를 모집했다.
코인예(COINYE): 원래 이름은 코인예 웨스트(Coinye West)였다. 선글라스를 낀 카니예 웨스트 얼굴의 물고기를 마스코트로 내세웠다가 상표권 침해로 고소를 당하며 발행이 중단됐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선정한 900여 개 가상화폐·암호자산 순위 1~25위. 지금까지 승인된 코인 공급량을 전부 포함하면 대부분의 코인 가치가 더 높아진다.
코인/토큰 시가총액 YTD(연초대비) 수익율
비트코인
$40,520 260% 가상화폐의 원조. 발행량이 2100만 코인으로 한정되어 있어 화폐가치가 가장 좋지만, 아직 변동성이 상당하다.
이더리움
26,720 3,825 ‘스마트 계약(계약조건 자동 실행)’을 위한 블록체인. 이더리움으로 암호토큰에 대한 열풍이 시작됐다.
리플
9,980 4,210 XRP 코인의 가치가 급등했다. 기존 해외송금 서비스의 높은 수수료, 불투명한 과정, 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한 은행 파트너만 75개에 달한다.
라이트코인
2,080 980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라이트코인은 은’이라고 오래 전부터 마케팅을 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원단위와 짧은 블록시간 덕분이다.
이더리움 클래식
1,720 1,395 오리지널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파생된 코인이다. 해킹으로 5000만 달러어치를 도난 당하고 업그레이드됐다.
넴
1,430 4,320 은행들이 기업용 버전을 시험 중인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서구 가상화폐 팬들에게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대시
1,330 1,690 원래 이름은 다크코인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캐시임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평균 거래금액은 1만 달러가 넘는다.
아이오타
1,120 -35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사물인터넷 소액결제가 느리다. 사물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전송하는 아이오타는 핏빗처럼 수요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모네로
640 340 메시징을 비롯해 개인정보가 들어간 앱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불법거래 다크웹 알파베이(AlphaBay)에서 부상 중이다.
비트쉐어
630 6,190 암호 금융서비스를 위한 원스톱 슈퍼마켓. 논란을 몰고 다니는 가상화폐 전문기업가 댄 래리머(Dan Larimer)가 설립했다.
스트라티스
620 8,705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 사용자를 대상으로 블록체인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기업고객이 대상이다.
지캐시
470 2,825 개인정보 보호에 뛰어난 코인. 입소문을 통해 퍼졌다.
앤트쉐어
440 6,135 중국의 이더리움을 표방하며 ICO에 나선 초기 블록체인. 희석된 코인가치는 10억 달러에 달한다.
골렘
400 6,030 유휴 상태인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컴퓨터그래픽 아티스트와 AI 개발자, DNA 과학자 등에게 매우 요긴하다.
스팀
390 990 ‘가상화폐의 레딧’으로 볼 수 있다. 글을 올리고 인기 있는 콘텐트를 투표해준 사용자에게 지불된다. 창업팀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가 별로 없고 토큰 분배가 엉성하다.
시아코인
390 7,295 아마존 S3의 10%도 안 되는 가격에 더 빠르고 안정적인 분산형 파일 저장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시스
360 415 예술 경매부터 보험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앱을 선보일 수 있는 예측시장이다.
웨이브
350 1,410 내부에서는 ‘리플과 분산형 거래소의 만남’이라고 부른다. 회원이 되면 거래 가능한 토큰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서 거품 거래에 불을 지폈다.
비트커넥트
350 42,910 투자를 적극 권유하고 귀 얇은 투자자에게 12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약속한 가상화폐 포털 사이트다.
아이코노미
330 1,245 가상화폐 투자 플랫폼. 토큰화된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 DAA(Digital Asset Array)를 구성하는 자산은 암호-ETF다. 지금까지 2개를 시장에 내놓았고, 하나는 ICO를 진행했다.
바이트코인
330 3,695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추적이 불가능한 가상화폐. 익명의 팀이 개발했고,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 사람들이 멀리하라고 경고하는 코인이다.
어거
310 740 판테라 캐피탈 신규 ICO 펀드 총괄로 있는 조이 크루그(Joey Krug)가 만든 예측시장이다. 중앙통제에서 벗어난 금융시스템을 표방한다.
도기코인
280 1,180 시바견 밈에서 영감을 받아 장난 삼아 시작된 커뮤니티다. 네트워크 단위로 가동 가능한 금융자원을 제공한다.
리스크
270 1,870 애플과 구글 앱 생태계를 모델로 한 분산형 블록체인.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인수해서 블록체인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플랫폼(blockchain-as-a-service)에 통합시켰다.
스텔라 루멘스
270 1,595리플 XRP와 연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계층을 상대로 송금과 모바일 머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의를 일으켰던 마운트곡스와 관련됐던 사람이 만들었다.
- LAURA SH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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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상으로 노시스의 인기가 높아지면 GNO 코인(‘토큰’이라고도 알려짐)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해서 GNO 토큰 보유자가 가진 지분의 가치가 높아진다. 자금모집은 최저가가 아니라 최고가에서 시작하는 더치 옥션(Dutch auction) 방식으로 진행됐고, 11분 만에 1250만 달러의 자금이 모였다. 입찰자들이 그룹을 이뤄 번갈아 입찰받는 담합방식(bidding rings)을 사용한 덕분에 처음 배당했던 1000만 개 토큰 중 4.2%만 매각해서 계획 자금을 모두 모집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토큰의 최종가격은 29.85달러로 정해졌다. 이로써 49쪽짜리 투자백서와 수천 줄의 오픈소스 컴퓨터 코드가 전부였던 이들의 프로젝트는 3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이후 2개월이 지나고 GNO 코인은 1개당 335달러로 가격이 올라갔고, 노시스의 가치 또한 30억 달러로 급등했다. 레블론(Revlon)이나 박스(Box), 타임(Time Inc.)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가격이다. 일단 가격만 기준으로 했을 때 쾨펠만의 지분가치는 10억 달러로 늘어났다. “문제가 있어요.” 쾨펠만 또한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말을 더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은 기업 가치에 대해 그는 “우리보다 훨씬 심한 곳도 많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내놓았다.
이 정도면 2017년 현재 진행형인 가상화폐의 엄청난 거품에 관해 필요한 정보는 다 들은 셈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12개월간 12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로 무려 870% 급등했다. (지금도 증가 추세다. 하루 만에 가격이 30%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닷컴 거품이 한창이던 1995~2000년 당시 시가총액 증가분보다 6배 이상 높다. 가상화폐 급등의 일등공신은 디지털 자산의 원조인 비트코인이다. 암호해독과 클라우드 컴퓨팅, 게임이론을 예술적으로 버무려 낸 비트코인은 2017년에만 가치가 260% 상승했다. 각종 사기 범죄와 절도, 무능력(마운트곡스 거래소의 몰락으로 5억 달러의 돈이 증발했다)이 수년간 판을 치고, 내재가치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중앙정부 등 발행 기관의 가치 조정이나 귀금속으로 만든 실물이 없는데도 비트코인의 전체 가치는 400억 달러를 넘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2세대 가상화폐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비트코인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며 흥미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다. 단순 화폐기능에 머물며 투기용으로 사용되는 대신, ‘암호자산(crypto-asset)’을 새로운 개념이나 토큰과 엮어 기발한 사업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부추기는 동력은 바로 이더 화폐를 사용하는 이더리움(Ethereum)이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더리움은 분산구조를 통해 안전하게 정보를 지키며 상시 업데이트되는 장부 시스템이다. 비트코인 체제에서는 비트코인으로만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는 다른 소프트웨어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화폐를 만들어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시장 주도
선구자들 덕분에 자금을 모집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는 방법이 크게 개선된 것만은 분명하다. 사업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토큰을 만들어 제공만 하면 투기 세력이 몰려와 서로 먼저 돈을 주겠다고 아우성을 치다가 알아서 값을 올려주는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의 비위를 맞추고 공개시장에서 연방 규제당국을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광고산업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고매한 목표를 내걸고 24초 만에 3600만 달러를 빨아들이며 기업가치를 1억8000만 달러로 올린 브레이브 소프트웨어(Brave Software)의 BAT(Basic Attention Token)가 있고, 코인 시스템 구조는 기본적이지만 라스베이거스 스트립클럽에서 받을 수 있는 VIP 서비스와 연동시킨 레전드 룸(Legends Room)도 있다. 이들 각종 코인의 ICO를 통해 모집된 돈은 8억5000만 달러가 넘는다.
어디서 들어본 흐름 같다고? 맞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다. 구체적 실체보다 컨셉만 있는 사업 모델, 단타 매매를 앞세운 투기, 통제 범위를 벗어난 변동성, 최고가에서 시작하는 입찰, 순식간에 굴러 들어오는 돈다발 등, 첫 닷컴 거품 당시 어딜 가나 볼 수 있던 풍경과 같다. 닷컴 거품의 붕괴는 급작스러웠다. 2000년 이후 거품이 꺼지며 인터넷주의 가치는 1조8000억 달러 가량 증발했다. 가상화폐 예측시장의 개념이 즉각 3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이더는 이들 화폐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동시에 이들 ‘가치’가 어떻게 변할 지 미리 가늠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도 지금 가상화폐 시장은 17세기 튤립 거품의 단계를 지났다. 첫 번째 닷컴 버블도 말이 안 되는 수준이긴 했지만, 적어도 아마존과 구글, 이베이라는 굵직한 기업을 남겨줬다. 어리석은 단타 매매자와 IPO 중독자들이 닷컴 거품과 함께 추락했지만, 영리한 초기 투자자는 엄청난 부를 얻고 날아올랐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가상화폐는 비디오게임에 대입해 생각하면 이해가 가장 쉽다. 비디오게임에는 언제나 가상세계가 있다. 이 가상의 왕국에서 플레이어는 가상화폐를 벌 수 있고, 이 돈은 게임 속에서 갑옷을 사거나 목숨을 몇 개 더 마련하거나 멋진 옷을 장만하는 돈으로 지출한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이론상으로) 화폐를 실제 돈으로 바꾸고 발행 시스템 내에서 실제 재화 및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닷컴 거품 당시 풍경과 닮아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다. 플랫폼 대다수에서는 토큰의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사용이 많아지면 수요가 증가해 가격을 밀어 올린다. 사용자가 늘어나면 서비스 가치가 올라가는 네트워크 효과는 암웨이식 피라미드 구조가 주는 이점을 차용한다. 페이스북에도 토큰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친구를 초대해 네트워크 효과를 유도하면 내가 가진 ‘토큰’의 순가치가 그만큼 증가한다.
“중앙통제를 벗어난 디지털 경제에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하는 셈”이라고 크리스 버니스케(Chris Burniske)가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최초 투자기관이라 할 수 있는 뉴욕시 상장 펀드운용사 AR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최근까지 일했다. 버니스케는 새롭게 부상 중인 가상화폐 자산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가장 먼저, 비트코인과 함께 추적이 불가능한 모네로(Monero), 지캐시(Zcash) 등의 가상화폐가 있다. 두 번째로는 분산형 디지털 인프라를 구성하는 기본 토대인 ‘암호 코모디티(crypto-commodity)’가 있다. 미사용 중인 컴퓨팅 파워를 네트워크로 활용해 임대 및 공유하는 ‘골렘 네트워크 토큰(Golem Network Tokens)’이 좋은 예다.
사용자가 자는 동안 사용자가 안 쓰는 컴퓨팅 파워를 기계학습 알고리즘 개발 중인 기업가에게 빌려주고, 사용자는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 시스템이다. ‘암호 코모디티’ 중 가장 인기가 뜨거운 서비스는 아마존 심플 스토리지 서비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파일코인(Filecoin), 시아(Sia), 스토지(Storj) 등 분산 데이터저장 토큰이다. 일종의 ‘우버 (본사) 없는 우버’를 생각하면 된다. 승객과 운전자(혹은 자율주행차) 사이 개인 대 개인(P2P) 네트워크를 구성해 그곳에서 거래에 필요한 가상화폐를 벌고 지불하는 것이다.
암호자산 지원하는 노련한 사업가들
가상화폐 기술을 뒤에서 추진하는 사람들은 경험 없고 순진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대표적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Tim Draper)는 지금까지 2개의 암호자산을 지원했다. BAT로 유명세를 얻은 브랜든 에이크(Brendan Eich)는 자바스크립트를 개발하고 모질라(Mozilla)를 공동 창업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사업가다. 암호자산을 전문으로 하는 판테라 캐피탈(Pantera Capital) 창업주는 타이거 매니지먼트 출신의 댄 모어헤드(Dan Morehead)다.
이들은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류의 기업을 물색하는 중이다. 블록체인 캐피탈은 아역배우 출신의 브록 피어스(Brock Pierce)가 비디오게임 가상화폐 사업으로 설립한 회사다. 그는 최근 투자금 모집에서 자체 토큰 BCAP로 ICO를 진행하며 매각 제한(lockup) 등의 통상적 규제에서 유한책임 조합원들을 해방시켜줬다. 4월 진행된 ICO에서는 6시간 만에 1000만 달러가 모였다. 피어스는 코인 크라우드세일을 국내 99개 적격 공인투자자로 제한하고, 규제가 좀더 완화된 해외에서 901개 기관을 지정하는 등 비율을 조정해 규제감독을 피했다. 그래도 일단 시장에 풀린 매물은 누구라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즉각 매수에 나섰고, 펀드가치는 최근 175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전화기가 쉴새 없이 울리더군요.” 피어스가 말했다. “‘우리도 똑 같이 할 수 있을까요?’란 문의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루터교 목사의 아들인 올라프 칼슨-위(Olaf Carlson-Wee·27)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컴퓨터 코드를 쓸 줄 모르고 재무분석을 공식적으로 배운 적도 없다. 이전에 자금을 운용해본 경험은 더더욱 없다. 그 때문에 칼슨-위는 2017년 거품처럼 일어난 가상화폐 시장을 대표할 자격이 충분하다. 칼슨-위가 일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폴리체인 캐피탈(Polychian Capital)은 10개월 만에 자산가치가 4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로 치솟는 경험을 했다. 그가 본능적으로 암호자산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통찰력을 활용해 능숙한 운용결정을 내려왔다.
칼슨-위가 업계로 뛰어든 계기는 2011년 바사르 컬리지(Vassar College) 재학시절 미네소타 호수에서 보낸 여름방학이었다.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은 2만 달러였는데 예금통장에는 700달러 밖에 없었다. 두 형은 시인이지만, 칼슨-위는 어렸을 적부터 게임과 수학, 가상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마약 불법거래로 활용되던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와 이 시장을 가능하게 만든 비트코인의 원리를 기사로 읽은 그는 가상화폐가 흘러 넘치는 세상을 상상하며 가진 돈 700달러 전부를 비트코인에 쏟아 부었다. 매입가는 16달러였다. 그런데 가격은 한없이 떨어져 2달러까지 내려갔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학 담당교수를 설득해 비트코인을 주제로 한 졸업논문을 써서 사회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워싱턴 주에 위치한 코뮌 공동체에서 천막을 치고 벌목을 하며 지내던 그는 2012년 자신의 졸업논문을 가상화폐 전자지갑 및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로 보냈다. 그렇게 그는 코인베이스의 첫 고용 직원으로 취직해 고객서비스 관리 업무를 맡았다. 5만 달러 연봉은 비트코인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가상화폐만으로 소득을 얻고 지출한 사람은 그가 최초일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의 ‘현자’ 대우 받는 선구자들
지난 9월 그는 코인베이스에서 나와 400만 달러의 자금으로 가상화폐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폴리체인 캐피탈을 설립했다. 400만 달러 자금은 위키하우(Wikihow) 창업자 잭 헤릭(Jack Herrick)과 Y콤비네이터 파트너였던 개리 탠(Garry Tan) 등으로부터 모집했다. 벤처캐피탈과 헤지펀드 대부분은 가상화폐를 비롯한 투기성 자산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 그러나 코인베이스에서 3년 넘게 일하며 가상화폐 ‘현자’ 대우를 받게 된 칼슨-위는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유니어 스퀘어 벤처스, 세콰이어 캐피탈, 파운더스 펀드, 판테라 캐피탈 등과 손을 잡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
암호자산 운동은 사업과 삶, 부의 축적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민주화를 주창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닷컴 거품 때 가족과 친구에게 먼저 지분이 배분됐던 것처럼 칼슨-위도 자신이 진행한 13건의 투자 대부분에서 ICO 이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토큰을 취득했다.
그가 진행한 투자 중에는 업계 표준으로 떠오른 이더리움, 분산형 슈퍼컴퓨터 체제 골렘, 칼슨-위가 노시스보다 선호하는 예측시장 코인 어거(Augur)가 있고, 이밖에도 분산형 코인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 거래소 프로토콜 0x, 이더리움의 경쟁자로 부상한 테조스(Tezos) 등이 있다. “테조스가 있으면 계약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칼슨-위가 40층 위쪽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선명한 해골 그림이 그려진 검은색 티셔츠와 운동복 바지를 입은 그는 라인스톤으로 장식한 힙합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다.
내부거래나 부당거래 만연한 시장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칼슨-위는 업계의 앞날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 중 하나다. 그는 기반 프로토콜과 데이터 저장 및 컴퓨팅 파워 서비스 등 인프라가 먼저 구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용 컴퓨터에 CPU나 GPU, 메모리, 대역폭, 인터넷 연결 등을 집어넣는 대신, 사용이 필요할 때마다 토큰으로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외부에서 가져다 쓰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필요도 없는 기능을 모든 기기에 넣고 정작 사용은 하지 않는 방식은 줄어들고, 인터넷 패킷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거나 필요한 주기, 혹은 사용한 저장공간만큼 실시간으로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공유경제, 연방준비제도가 혼합된 식이다.
그런 미래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전에 많은 사람이 나가떨어질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자본투자로 얻은 코인에 부분적이나마 유틸리티 성격이 있고 특정 단체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는 한 유가증권으로 간주하지 않고 일종의 택시면허나 골프클럽 회원증과 비슷하게 취급한다. 더 나아가 토큰 개발업자 중에는 싱가포르나 지브롤타, 스위스 추크(Zug)처럼 규제가 느슨하고 세율이 낮은 곳으로 본사를 옮겨 ‘코인을 유가증권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쟁점 자체를 피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내부거래나 부당거래가 만연한 게 당연하다. 엔젤리스트(AngelList)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메타스테이블 캐피탈(Metastable Capital)의 네이벌 라비칸트(Naval Ravikant)는 “ICO에서 토큰을 매수하겠다고 동의하고 가격을 받쳐주면, 30일 뒤 남은 토큰을 공시가격보다 낮게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한 코인 개발자에게 받았다고 한다. 증권가에서 이런 짓을 하면 중 죄다. 가상화폐 시장은 정말 무법천지인 걸까? “여기 저기서 그런 계약이 이루어진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는 업계 스스로 투자자 보호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위기 전후로 드러난 감독기관의 무능력을 생각하면, 기능 통화의 세계가 효과적으로 규제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첨단 수법을 이용하므로 소스 코드를 일일이 읽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다. 사기 거래는 미묘하게 이루어진다”고 라비칸트는 덧붙였다.
규제당국에서 일일이 코드를 분석한다면? “은행 계좌인 경우 (미국에 있는) 계좌가 폐쇄되면 러시아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받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칼슨-위는 말했다. “그러나 비트코인 전자지갑이라면 서비스 업체가 폐쇄되어도 비트코인을 해외 계정으로 순식간에 보내 러시아 증시에서 이루어지는 ICO에 참여하고 러시아 전자지갑에 토큰을 보관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글로벌 차원에서 이들 거래를 규제한다는 건 ‘두더쥐 잡기’ 게임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나를 막으면 다른 하나에서 올라온다.” 세금 징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앞으로 몇 번 더 거품이 붕괴할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붙들어 매야겠다. 마운트 곡스와 비슷한 참사가 또 발생하고, 보호장치가 없다시피 한 시장에서 도박에 나선 사람들은 수백억 달러의 손해를 입을 것이다. 그래도 스마트머니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자리를 잡을 것이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오직 교만이다. “토큰 매매가 광풍에 휩싸였다고 다들 호들갑을 떤다”고 칼슨-위는 말했다. “판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비교해볼 대상조차 없어서 그렇다.”
[박스기사] 사례 연구: 코인의 원리
전 세계에 분산된 골렘 슈퍼컴퓨터 네트워크는 유휴 PC의 컴퓨팅 파워를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에어비앤비를 표상한다. 가상화폐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컴퓨터그래픽 예술가골렘 네트워크의 컴퓨팅 파워를 빌려 쓰기 위해 컴퓨터그래픽 예술가가 골렘 네트워크 토큰(GNT)을 구매했다. 그가 구매한 GNT로 컴퓨터에 애니메이션 렌더링 명령을 내리면 골렘 네트워크는 5대 컴퓨터를 한 시간씩 배정하거나 100대를 1분씩 돌려서 작업을 마무리한다. 남은 컴퓨팅 파워를 제공해 렌더링 작업을 지원한 컴퓨터는 1GNT를 받는다.
세계로 분산된 골렘 슈퍼컴퓨터집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처럼 컴퓨터 연산처리 능력을 공유하는 골렘 네트워크는 전 세계 기계를 활용해 서로 거래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하면 놀려두거나 낭비되는 컴퓨팅 파워를 데이터 과학자나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개발 중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컴퓨터를 ‘채굴장비(miner)’라 부른다. 이들 컴퓨터는 엄청난 연산력을 필요로 하는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가장 먼저 문제를 푸는 컴퓨터가 코인을 주조하는 데 필요한 ‘블록 보상금(블록당 5이더리움, 약 1350달러)’을 받는다. 채굴에 성공한 컴퓨터는 장부에 거래 블록을 기록한다.
GNT의 스마트 계약이더리움을 이용하면 토큰을 매우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 예술가의 거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이에 따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각 컴퓨터의 계정 잔액이 업데이트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2015년 7월 네트워크가 출범한 이후 이루어진 모든 이더리움 거래 내역은 거래시간과 함께 장부에 기록된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하면 약 15초마다 장부에 업데이트된다. 이렇게 한 장부에서 동일하게 모든 거래 내역을 기록한 후 이더리움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 전 세계 3만2000대 컴퓨터에 복사본을 저장하기 때문에 누가 거래내역을 조작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앞서 말한 컴퓨터 그래픽 예술가의 GNT 거래 또한 여기 기록됐다.
[박스기사] 단타매매의 귀환
토큰 거품은 닷컴 거품보다 더 매매에 나서기 쉽다. 중개기관이나 규제당국, 세금 신고를 손쉽게 피할 수 있고, 거래는 24시간 내내 가능하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전자중개 사이트를 대신하는 ‘거래소’가 들어섰고, 가장 최근 통계에서 그 수는 70개로 늘어났다. 거래소에서는 가상화폐를 채굴하거나 매매하려는 사람들에게 차익거래와 연계매매(pairs trading), 파생상품 등을 제공하고 0~0.3%의 거래 수수료를 부과한다. 샌프란시스코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5월과 6월에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만 100명을 고용했으며, 향후 인원을 충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말 대단했다”고 크라켄 창업자 제스 파월(Jesse Powell)은 말했다. “지난 분기 대비 신규 가입자 수가 5배 늘어났는데, 지난 분기도 작년과 비교하면 큰 폭 상승한 수치였다.”
당연하다. 신규 발행된 코인의 크라우드펀딩이 매달 20건씩 이루어지는 상황이라 ICO 시장이 지금만큼 강력한 변동성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한 적도 없다. 가상화폐 산업에서 구글, 애플과 다를 바 없는 이더리움은 300억 달러의 유통 금액 중 매일 평균 5% 이상이 거래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이 비중은 0.5%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이더리움의 가치는 40배 증가했고, 하룻동안 가격이 10% 이상 움직이는 일도 흔했다. 인기가 떨어지는 다른 화폐의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2014년 이자율 5%에 추적이 불가능한 예금계좌를 제공하겠다며 발행된 루비코인(Rubycoin)은 장외 증시에서 거래되는 초저가주(penny stock)처럼 하루 거래 금액이 3만7000달러로 많지 않지만, 상승률은 9%로 제법 높다.
거의 모든 거래소에서 5대1의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골렘 슈퍼컴퓨터 네트워크 코인 등의 ICO를 1만 달러어치 매입했다면 거래 7개월 후 가치가 5000% 상승했으므로 1만 달러는 250만 달러가 된다. 충분치 않다고? 100대1 레버리지도 존재한다.
가상화폐로 백만장자가 된 투자자들의 성공사례성공 사례를 원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앨런 아로노프(Alan Aronoff·47)가 있다. 밴드에서 연주를 담당하며 음악인으로 살아온 그는 자신만의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게 됐다. 2016년 5월 아로노프는 비트코인 1만 달러어치를 매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중 8000달러는 15개월 무이자 신용카드 대출로 마련했다. 그런데 그가 이용하던 비트코인 거래소가 해킹을 당했다. 아로노프는 비트코인 8500달러어치를 들고 크라켄으로 옮겨가 레버리징 매매를 시작했다. 2016년 12월 코인당 7달러에 이더를 매입했고, 2017년 초에는 골렘과 노시스를 매입했다. 그는 하루 16시간을 비트코인/달러, 이더리움/달러 환율을 확인하며 보냈다. 수익률이 특정 기준을 넘어서면 바로 거래에 나서기 위해 잠은 최대한 자지 않았고, 집 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일종의 강박장애 같았다”고 그는 말했다.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원금 8500달러는 750만 달러로 불어났다. 8만8000%의 수익률이다.
가상화폐로 백만장자가 된 또다른 투자자는 바로 션 아이언스태그(Sean Ironstag·37)다. 그는 페이스북에 있는 암호자산거래 그룹 중 하나에서 관리자로 활동한다. 외환거래인이었던 그는 “지붕 위에서 혁명을 외치고 전 세계를 돌아 다녔다”며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와 시리아를 방문했던 경험을 말해주기도 했다.
그는 아로노프보다 거래를 더 활발하게 하는 편이다. 어거 REP와 게임, 라이트코인(Litecoin), 리플(Ripple), 시바견을 밈(meme)으로 삼아 개발한 대체통화 도기코인(Dogecoin) 등의 거래로 높은 수익을 거두었다. 특히 도기코인에서는 순수익 1500%를 얻었고, 1만5000달러를 투자해 2년도 안 되는 시간에 300만 달러로 불리는 대대적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지인을 통해 유명 트레이더 마이클 스타인하트(Michael Steinhardt)의 초대를 받아 뉴욕 베드포드에 있는 그의 저택으로 가서 월스트리트 거물들 앞에서 금융의 미래에 대한 강연도 했다. “구시대 금융이 존재감을 잃어간다는 걸 그들도 깨닫고 있다”고 아이언스 태그는 말했다.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헤지펀드와 가상화폐 연수기관을 설립해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벤치마킹한 가상화폐 지주사로 만들 예정이다.
[박스기사]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은 면세?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데이터 저장공간 구매 등 일부 온라인 서비스를 디지털 코인으로 결제할 경우, 모든 결제를 자본매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불한 코인의 가치가 코인 구매 당시 가격보다 상승했다면, 지불을 할 때마다 이를 신고하고 차익에 관해 납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유로나 엔 등 기존 통화를 보유한 경우 달러 대비 가치가 상승해도 이들 화폐로 지불한 매매에 대해 국세청은 과세를 하지 않는다.)
납세자 입장에서 세금 신고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주식, 비트코인, 최신 토큰 중 거래 자산이 무엇이든, 소득은 소득이다. 그러나 투자중개기관 슈왑(Schwab)이 1099-B 양식에 따라 주식 매도를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것처럼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세청에 반드시 거래를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절세 욕구가 가상화폐 거래를 부채질하게 될까? 답을 알고 싶다면 다음을 생각해 보자. 2016년 국세청 전자신고 시스템을 통해 신고된 소득 1억3200만 건 중 가상화폐와 관련된 소득은 802건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는 규제 준수가 개선되길 원한다. 지난 11월 사법부는 코인베이스(Coinbase) 측에 2013년 12월31일부터 2015년 12월31일까지 전환가능 가상화폐를 전송한 미국 고객 전체 기록을 넘기라는 소환장 발부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지만, 코인베이스와 고객들은 소환장 집행을 지연시키며 반격에 나섰다. 국세청이 고객 전체의 이름을 받는다 해도 가상화폐로 벌어들인 수익을 과세하기까지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거래 대부분이 해외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며, 이후 더 많은 거래가 해외 거래소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박스기사] 가상화폐 요지경
도기코인(DOGE): 2013년 시바견 밈을 마스코트로 내세우고 문법에 안 맞는 영어 자막을 달아 인기를 끌었던 도기코인은 가벼운 장난처럼 발행됐다가 가상화폐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시가총액 2억8000만 달러를 기록한 도기코인은 나스닥 경주차와 아프리카 우물,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동계올림픽 출전을 후원했다.
문코인(MOON): 문코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투자 혁명을 내세운다. 기업과 시장에 대해 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눌러준 ‘좋아요’를 화폐로 전환해 문코인을 벌 수 있다. 시가총액은 2100만 달러다.
팟코인(POT): 대마초 산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해 나온 가상화폐로, 데니스 로드맨의 북한 방문을 후원한 걸로 유명해졌다. 시가총액은 2200만 달러다.
레전드룸(LGD): 5000토큰 이상을 갖게 되면 ‘뉴욕 배드 애스’로 불리는 이종격투기 선수 필 바로니가 운영에 참여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클럽의 평생 VIP 회원권을 받는다. 토큰을 보유하고 있으면 VIP 회원(50% 할인)이 아니더라도 카지노를 제외한 음료 및 서비스에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코인 희석 진행 후 시가총액은 5000만 달러가 넘는다.
트럼프코인(TRUMP):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비전을 지지”하기 위해 발행된 코인이다. 트럼프코인 대사들이 코인을 벌려면 매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트럼프 기사를 게재해야 한다. 취임식 전인 1월에 51센트로 최고가를 기록하며 총 가치가 338만 달러까지 증가했지만, 지금은 6센트로 가격이 떨어져 총 가치는 42만 7000달러다.
인세인코인(INSN): 홈페이지에 가면 이렇게 적혀 있다 “인세인코인은 코인 그 이상이다. 하나의 사건이며, 마음 상태다. 제정신 아닌(insane) 사람만 우리커뮤니티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마음 상태가 도움이 되긴 한다.” 투표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2018년 영국에서 인세인 스페이스(Insane Space) 매장을 개장하는 목표가 로드맵에 포함되어 있다. 시가총액은 250만 달러다.
유놉태니엄(UNO): 앞으로 300년간 25만 개 코인만 채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희귀한 암호 토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홈페이지 동영상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유놉태니엄은 백금”이라고 홍보한다. 시장가치는 840만 달러다.
판다코인(PND): 판다곰을 사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초보도 이해하기 쉽고 사용도 편한 가상화폐로 인지도를 높였다. 대안형 은행 계좌로 생각하면 된다. 판다뱅크에 판다코인을 예치하면 연금리 2.5%를 받을 수 있다. 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한 상태이고 판다뱅크가 영업 중일 때 이자가 발생한다. 시가총액은 160만 달러다.
스킨코인(SKIN): 비디오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ounter-strike: global offensive)> 에서 사용하는 글록-18-9-밀리미터에 무지개색 스킨을 입히고 싶은가? 스킨코인이 있으면 더 많은 스킨을 살 수 있고, 다른 무기로 거래하거나 베팅을 할 수도 있다. 6월21일 ICO를 진행했고, 6월30일까지 330만 달러어치의 이더를 모집했다.
코인예(COINYE): 원래 이름은 코인예 웨스트(Coinye West)였다. 선글라스를 낀 카니예 웨스트 얼굴의 물고기를 마스코트로 내세웠다가 상표권 침해로 고소를 당하며 발행이 중단됐다.
[박스기사] 무시할 수 없는 거품
시가총액 기준으로 선정한 900여 개 가상화폐·암호자산 순위 1~25위. 지금까지 승인된 코인 공급량을 전부 포함하면 대부분의 코인 가치가 더 높아진다.
코인/토큰 시가총액 YTD(연초대비) 수익율
비트코인
$40,520 260% 가상화폐의 원조. 발행량이 2100만 코인으로 한정되어 있어 화폐가치가 가장 좋지만, 아직 변동성이 상당하다.
이더리움
26,720 3,825 ‘스마트 계약(계약조건 자동 실행)’을 위한 블록체인. 이더리움으로 암호토큰에 대한 열풍이 시작됐다.
리플
9,980 4,210 XRP 코인의 가치가 급등했다. 기존 해외송금 서비스의 높은 수수료, 불투명한 과정, 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한 은행 파트너만 75개에 달한다.
라이트코인
2,080 980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라이트코인은 은’이라고 오래 전부터 마케팅을 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원단위와 짧은 블록시간 덕분이다.
이더리움 클래식
1,720 1,395 오리지널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파생된 코인이다. 해킹으로 5000만 달러어치를 도난 당하고 업그레이드됐다.
넴
1,430 4,320 은행들이 기업용 버전을 시험 중인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서구 가상화폐 팬들에게는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대시
1,330 1,690 원래 이름은 다크코인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캐시임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평균 거래금액은 1만 달러가 넘는다.
아이오타
1,120 -35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사물인터넷 소액결제가 느리다. 사물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전송하는 아이오타는 핏빗처럼 수요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모네로
640 340 메시징을 비롯해 개인정보가 들어간 앱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불법거래 다크웹 알파베이(AlphaBay)에서 부상 중이다.
비트쉐어
630 6,190 암호 금융서비스를 위한 원스톱 슈퍼마켓. 논란을 몰고 다니는 가상화폐 전문기업가 댄 래리머(Dan Larimer)가 설립했다.
스트라티스
620 8,705 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 사용자를 대상으로 블록체인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기업고객이 대상이다.
지캐시
470 2,825 개인정보 보호에 뛰어난 코인. 입소문을 통해 퍼졌다.
앤트쉐어
440 6,135 중국의 이더리움을 표방하며 ICO에 나선 초기 블록체인. 희석된 코인가치는 10억 달러에 달한다.
골렘
400 6,030 유휴 상태인 컴퓨팅 파워를 활용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다. 컴퓨터그래픽 아티스트와 AI 개발자, DNA 과학자 등에게 매우 요긴하다.
스팀
390 990 ‘가상화폐의 레딧’으로 볼 수 있다. 글을 올리고 인기 있는 콘텐트를 투표해준 사용자에게 지불된다. 창업팀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가 별로 없고 토큰 분배가 엉성하다.
시아코인
390 7,295 아마존 S3의 10%도 안 되는 가격에 더 빠르고 안정적인 분산형 파일 저장 서비스를 제공하며 아마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시스
360 415 예술 경매부터 보험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앱을 선보일 수 있는 예측시장이다.
웨이브
350 1,410 내부에서는 ‘리플과 분산형 거래소의 만남’이라고 부른다. 회원이 되면 거래 가능한 토큰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서 거품 거래에 불을 지폈다.
비트커넥트
350 42,910 투자를 적극 권유하고 귀 얇은 투자자에게 12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약속한 가상화폐 포털 사이트다.
아이코노미
330 1,245 가상화폐 투자 플랫폼. 토큰화된 디지털 자산 포트폴리오 DAA(Digital Asset Array)를 구성하는 자산은 암호-ETF다. 지금까지 2개를 시장에 내놓았고, 하나는 ICO를 진행했다.
바이트코인
330 3,695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추적이 불가능한 가상화폐. 익명의 팀이 개발했고,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 사람들이 멀리하라고 경고하는 코인이다.
어거
310 740 판테라 캐피탈 신규 ICO 펀드 총괄로 있는 조이 크루그(Joey Krug)가 만든 예측시장이다. 중앙통제에서 벗어난 금융시스템을 표방한다.
도기코인
280 1,180 시바견 밈에서 영감을 받아 장난 삼아 시작된 커뮤니티다. 네트워크 단위로 가동 가능한 금융자원을 제공한다.
리스크
270 1,870 애플과 구글 앱 생태계를 모델로 한 분산형 블록체인.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인수해서 블록체인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플랫폼(blockchain-as-a-service)에 통합시켰다.
스텔라 루멘스
270 1,595리플 XRP와 연계해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계층을 상대로 송금과 모바일 머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의를 일으켰던 마운트곡스와 관련됐던 사람이 만들었다.
- LAURA SHI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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