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계 사진가 안젤리카 다스, 다양한 피부 톤의 인물 사진을 이용한 ‘휴머나이 프로젝트’, 인종차별주의의 모순 꼬집어 알젤리카 다스의 ‘휴머나이’ 프로젝트. 그녀는 이 작품으로 인종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조명한다. / 사진 : ANGÉLICA DASS사진가 안젤리카 다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손으론 격자형으로 배치된 4장의 사진을 내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열정적인 동작으로 작품 설명을 했다. 각각의 사진에는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 얼굴이 찍혔다. 그들은 출신 지역도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피부색이다. 네 사람 모두 옅은 복숭아색의 피부를 가졌으며 각 사진 밑에 ‘58-6c’라고 표기돼 있다. “이 네 사람은 이론상 같은 피부색을 갖고 있다”고 다스는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고정관념 속에서 그들은 각각 ‘아시아인’ ‘모로코인’ ‘우아한 여인’ 등으로 분류된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한번 살펴보자. 우리가 이 네 사람을 볼 때 고정관념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까? 분명히 피부색만으로 그들을 분류하진 않는다.”
다스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활동하는 브라질계 사진가로 예술가 겸 사회운동가다. 그녀는 ‘휴머나이(Humanae) 프로젝트’를 통해 인물 사진으로 사람의 다양한 피부 톤을 기록한다. 각각의 얼굴에서 추출한 색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색을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 팬턴의 색표집에서 찾아내 사진 밑에 팬턴 컬러명을 기재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녀는 인종차별뿐 아니라 인종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조명한다.
다스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회의장 입구 통로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작품을 전시해 왔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 생각에 동의할진 모르지만 회의장으로 들어가면서 내 사진들을 봤을 것”이라고 그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최근 다스는 영국 런던에서 처음으로 전시회를 열었고 10월 중엔 미국 테네시 주 킹스포트에서 ‘휴머나이’ 전시회를 연다.
‘휴머나이’는 미완성으로 끊임없이 계속되는 작품이다. 다스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여름과 겨울, 맨 정신일 때와 술 취했을 때 등 조건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들의 피부색을 모두 포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이 이 작품의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동안 찍은 피부 색이 몇 종류나 되느냐?’고 묻지만 난 ‘나도 모른다. 전혀 관심 없다’고 대답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다스가 팬턴 색표집을 이용한 이유는 자신의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런 예를 들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빈민촌)에서 글을 거의 모르는 어떤 여성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그녀는 사진과 팬턴 컬러명을 보더니 그 의미를 이해했다.” 이 작품의 힘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많은 사람의 사진이 함께한다는 데 있다. 그중 다수는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을 기준으로 보면 누구도 ‘흑인’이나 ‘백인’ 등으로 단순하게 분류할 수 없다”고 다스는 말했다. “그건 터무니없는 개념이다.”
다스는 그 ‘터무니없음’을 드러내는 게 자신의 개인적인 사명이라고 말한다. 아니면 적어도 브라질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갖는 사명이랄까? 브라질에서 그녀는 인종적인 측면에서 ‘파르도’로 분류되곤 했다. 피부색이 어두운 다인종 혼혈인을 일컫는 말이다(‘휴머나이’에서 다스 얼굴 사진의 피부색은 팬턴 컬러 ‘7522.C’로 중간 톤의 갈색이다). “어렸을 때 내가 갖고 놀던 인형 중에 나처럼 생긴 건 없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스는 매스미디어에 나타나는 피부 톤의 범위가 매우 좁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았다.
“나중에 패션 잡지에서 일하면서 내가 제작하는 이미지에서도 나 자신과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다스는 말했다. 그녀는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주류 미디어의 분석을 통해 인류의 모습을 파악한다면 매우 부정확한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스의 ‘휴머나이’는 미완성이지만 외계인에게 인류에 대한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 중에도 다스의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세계관과는 거리가 먼 저명인사 중 한 명이다. 난민과 이슬람에 대한 반감,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대한 미온적이고 제한적인 비난,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이목을 끈 멕시코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 등이 그 증거다.
다스는 자신의 평등주의적 견해에 반대하는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과 토론한다. 만약 뉴스위크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스의 전시회에 데려갈 수만 있다면 그녀는 그를 상대로도 기꺼이 논쟁을 벌일 것이다. 그렇다면 ‘블랙라이브스 매터’(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같은 단체에 그녀의 예술과 운동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이 단체는 ‘모든 생명’이 아니라 불이익당하는 특정 인종 그룹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종류의 운동을 하는 것 같다”고 다스는 말했다. “나는 흑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프리카 흑인뿐 아니라 유럽인의 피도 물려 받았다. 난 브라질 원주민으로 태어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따라서 난 나의 여러 특성 중 일부를 선택해 싸울 생각은 없다. 나는 모든 종류의 운동을 존중한다. 하나하나가 다 필요한 것이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택하면 된다. 말콤 X도 마틴 루터 킹만큼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같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다스는 지난해 TED 강연에서도 킹을 언급했다. “미 대륙에서 마지막까지 노예제도를 유지했던 브라질에서 그 제도가 폐지된 지 128년이 지났고 마틴 루터 킹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을 한 지도 53년이 지났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피부색이 그 사람의 첫 인상뿐 아니라 지속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휴머나이’가 인종을 주제로 한 가장 복잡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차별주의의 모순을 꼬집는 이 삭막하면서도 감동적인 작품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뜯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 조시 로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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