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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숙취해소음료시장] 성분·디자인·복용 편의성 경쟁 치열

[진화하는 숙취해소음료시장] 성분·디자인·복용 편의성 경쟁 치열

헛개·콩나물부터 강황 추출물까지 활용...해외 시장 진출도 활발
사진 : GETTY IMAGES BANK
연말 송년회 시즌이다. 알코올 섭취량이 늘어나는 시기다. 주류 소비가 증가할 때마다 판매가 더불어 늘어나는 제품군이 있다. 숙취해소음료다. 과음 다음날 찾아오는 숙취는 알코올의 분해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원인이다. 전통적인 해장 방법이 있었다. 황태국·콩나물국·선짓국·꿀물 등이 각광 받았다. 제약사와 식음료 기업들은 여기에 과학을 더했다.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있는 원료를 활용해 음료로 만들어 내놨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고 매출이 상승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린 셈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숙취해소음료라는 독특한 제품군이 등장했다.

지난해 숙취해소음료시장 규모는 155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7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숙취해소음료는 해마다 식음료·제약회사의 총력전이 펼쳐지는 격전지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지만 압도적인 1위를 지켜온 브랜드가 있다. CJ헬스케어의 ‘컨디션’이다. 그 뒤를 그래미의 여명 808과 동아제약의 헛개파워가 뒤쫓고 있다.

컨디션은 1992년 숙취해소음료시장의 문을 연 선구자격 브랜드다. 25년 간 매출 1위를 달려왔다. 시장점유율 4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10월 30일, CJ헬스케어는 숙취해소 연구 센터도 개원했다. 문병석 CJ헬스케어 연구소장은 “숙취해소 효능이 있는 신규 물질을 지속 발굴하는 한편 숙취와 동반한 증상을 해결할 신규 소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디션 25년 간 판매 1위
CJ의 대표 브랜드 컨디션의 주성분은 미배아(쌀눈) 발효 추출물이다. 학술용어는 글루메이트다. 콩에서 추출한 성분에 쌀 배아를 함께 발효시켜 만든다. 임상을 거쳐 효능을 확인한 CJ헬스케어는 자신이 넘쳤다. 그리고 컨디션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에 소개했다. 92년 당시 컨디션 가격은 무려 2500원에 달했다. 박카스가 300원이던 시절이다. 제품에 대한 반응은 예상을 뛰어 넘었다. 출시 1년2개월 만에 1000만병 판매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94년 숙취해소시장 규모를 700억원으로 키워내며 숙취해소음료시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다음해 컨디션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다. 미원(현 대상)의 야심작 ‘아스파’와 LG생활건강의 ‘비전’이다. 예로부터 한국 최고의 해장 아이템은 콩나물이었다. 콩나물 뿌리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알코올 분해에 도움을 준다. 미원은 콩나물에 주목했고 제품 이름을 아스파로 정한다. LG생활건강의 주력 무기는 칡뿌리였다.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는 점을 강조하며 ‘숙취엔 비전’을 내세웠다.

수십억원의 광고·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영업사원들은 송년회를 찾아 다니며 자사 제품을 박스채로 전달했다. 아스파는 심지어 동창회 모임 광고를 신문에 무료로 싣는 파격적인 마케팅까지 펼쳤다. 3년 간의 경쟁은 컨디션의 완승으로 일단락한다. 아스파와 비전의 마케팅은 숙취해소음료시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됐을 뿐 과실은 모두 컨디션이 챙겼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선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시장을 평정한 컨디션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1998년 전혀 예상 못한 곳에서 숙취음료시장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다. 그래미의 여명 808이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압승한 컨디션의 상대로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여명 먹어 봤어’라는 입소문을 타고 점유율이 계속 올라간다. 여명808은 ‘숙취 해소용 천연차’를 내세운다. 오리나무와 마가목 추출물이 주원료다. 그래미 관계자는 “7차례의 임상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성능을 확인했다”며 “음주자의 혈중 알코올 배출을 높이고 숙취 현상의 제거에 탁월한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여명808은 숙취해소음료시장 최초로 점유율 30% 벽을 넘어선다. 여명808의 약진은 CJ헬스케어가 타성에 젖어 있었던 게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컨디션은 출시 후 8년 간 변화가 없었다. 제품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CJ는 2000년 컨디션F를 소개한다. 제품 개발명 자체가 ‘브랜드 혁신(Brand Inovation)’이었다. 이후 컨디션ADH·컨디션파워·헛개컨디션파워·헛개컨디션 등 꾸준히 성분을 개량한 제품을 내놓는다. 2013년 12월엔 여성을 위한 숙취해소음료 ‘컨디션레이디’도 내놓았다.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도 남성보다 여성의 위와 간 손상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 등을 감안한 제품이다.
 틈새시장 노린 신제품 잇따라 나와
절대강자 컨디션에 여명이 도전하는 모습으로 진행되던 숙취해소음료시장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수많은 브랜드가 명멸하던 시장에서 확실한 3등의 입지를 확보한 제품이 나타났다. 업계 3위 동아제약의 모닝케어다. 2005년 등장한 모닝케어는 이듬해 시장점유율 10%로 업계 3위의 위치를 굳힌다. 그리고 10년 간 1000억원 넘게 팔리며 스테디셀러 위치를 확보한다. 모닝케어의 주성분은 미배아대부발효 추출물로 컨디션과 유사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새로운 원료가 들어간다. 카레의 주성분인 강황이다. 일본 숙취해소시장의 80%가 강황 관련 제품이다. 강황에 있는 커큐민은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고 간을 보호하는 성분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모닝케어 강황은 기존 제품에 들어 있던 강황 성분을 10배 이상 증량하고 마름 추출물까지 새롭게 첨가해 숙취해소 기능을 강화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선 두 가지 흐름이 보인다. 국내 1위 컨디션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는 움직임이다. 컨디션은 2014년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징동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엔 일본 드럭스토어쇼에 참가했고, 교린도, 기린도, 카메가야, 하시 맥스밸류 등의 드럭스토어에 입점을 시작했다. 베트남에선 지난해부터 TV광고를 진행했고 편의점·약국·마트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다른 하나의 흐름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신제품의 등장이다. 한독약품은 2014년 5월 강황을 주성분으로 하는 레디큐를 출시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 369’을 내놨고, JW중외제약이 짜먹는 신개념 숙취 해소제 ‘헛겔’을 내놨다. 헛겔은 헛개나무 열매와 홍삼·강황 등이 주원료다. 풀무원건강생활은 지난 연말 ‘발효녹즙 3종 크리스마스 윈터 에디션’을 선보였다. 팔도는 ‘비락식혜’에 기능성 원료를 넣은 ‘비락 헛개식혜’를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는 건강기능 발효유 쿠퍼스에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 밀크시슬을 알약 형태로 추가한 ‘쿠퍼스 프리미엄’을 선보이며 숙취해소음료시장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차별화한 성분과 독특한 디자인, 먹기 쉬운 편의성을 앞세워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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