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 디지털 책임자 잭 콘스탄틴
러쉬 디지털 책임자 잭 콘스탄틴
영국의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는 별도의 마케팅 조직이 없다. 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기업은 대신 디지털 윤리, 동물실험 반대, 환경보호 캠페인과 같은 활동에 주력한다. 러쉬는 최근에 제품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했다. 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정책을 위해 아마존에서 구글 클라우드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전했다. 러쉬의 최고 디지털 책임자 (CDO Chief Digital Officer)인 잭 콘스탄틴(Jack Constantine)이 한국을 찾았다. 러쉬 공동 창립자 마크 & 모 콘스탄틴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직전엔 제품개발을 담당하기도 했다. 러쉬가 디지털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를 잭 콘스탄틴에게 물었다.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윤리’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코스메틱 브랜드임에도 디지털 부문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이 1000여 개에 달하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
디지털 기술이 매장과 유통 과정, 나아가 소비자에 가져다 주는 유익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얼마 전 우리는 매장 포스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태블릿 PC에 적용한 ‘디지털포스’를 직원들에 지급했다. 어느 공간에서든 결제할 수 있어 고객들의 편의에도 도움이 됐다. 출시 예정인 어플리케이션 ‘러쉬 렌즈’는 제품 성분·사용법 등을 소개해 라벨인쇄, 포장지, 카탈로그를 줄여 포장지 사용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한다. 모두를 위한 활동인 셈이다. 러쉬는 23년 동안 아웃소싱이 아닌 직접 제조·유통·판매를 담당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 원하는 속도로 온라인 시장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디지털의 경우는 매우 신속하게 모든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퍼스트무버로 포지셔닝 할 목적이 아니라면 아직 완전한 화폐로 인정받지 않은 비트코인으로 거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거래가 용이하니 고객의 편의성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이 핵심인 가상화폐의 핵심은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수수료가 없고 직거래니 거래가 투명하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러쉬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제품 자체가 본질이다. 그런데도 광고를 하지 않고 포장지도 계속 줄이고 있다. 반면 디지털 활동은 강화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러쉬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혁신성 이 외에도 러쉬를 대표하는 가치는 윤리다. NGO가 아님에도 윤리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관심이 많다. 시대적으론 디지털이 모든 비즈니스를 관통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효율성 중심의 디지털 기술은 윤리성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개인 정보가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러쉬는 고객 정보를 놀라울 만큼 까다롭게 관리한다. 인터넷 차단을 반대하는 #KeepItOn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말하고, 보고 듣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활동을 반대한다. 오픈소스를 도입한 것 역시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러쉬에게 윤리는 무엇인가?
보고 있어도 보지 않아도 떳떳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매출이 10배 늘었고 지금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마케팅 조직 없이 가능한 일인가?
대신 우린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캠페인의 목적은 우리가 알려지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윤리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대신 동물 대체실험을 후원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용기를 재활용하고 포장지를 줄이기 위해 연구한다. 그나마 포장지는 재활용지만 쓴다. 굳이 TV나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우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장르를 만든 것도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액상 제품을 고체화한 것이 대표적이다.(러쉬 제품 중에는 발포 비타민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입욕제 배스밤도 있다)
윤리를 철저히 이행하려면 비용이 든다. 굳이 나서서 강조하면 손해일 수도 있는데.
비용적 측면에선 마케팅 비용 대신이라 생각한다. 당장 중국에 진출하면 매출은 배로 늘겠지만 동물 실험 이슈로 진출할 계획이 없다. 영국에선 여우사냥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폐점되기도 했고, 프랑스에선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거위가 길러지는 데 반대해 곤혹을 치렀다. 손해가 아니라 신뢰라고 생각한다. 54개국에 10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러쉬가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러쉬의 가치를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한국 소비자들의 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고 노푸족이라고 해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도 생겨났다. 러쉬 비누바에서 팥이 떨어졌는데 바닥에서 팥이 자란 일화는 유명하다. 천연제품만 고집하는 러쉬에게도 고민은 있을 텐데?
우리가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연에서 무조건 가져다 쓰는 것만이 아닌 재생의 관점을 생각한다. 러쉬는 에센셜 시장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구매자다. 그만큼 고농축의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 대신 원재료 공급 단계에서 러쉬의 가치인 윤리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면밀히 체크한다. 계속해서 패키징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보존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제품엔 소금·점토·꿀 등 자가보존 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고 확대할 계획이다.
러쉬는 향이 너무 강해 인공향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반대다. 자연이라 강한 것이다. 아니라면 2만 명 직원 중 누구라도 인공향을 버티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일부에선 러쉬를 고급 방향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욕조에 물 빼면 그 물이 바다로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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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메틱 브랜드임에도 디지털 부문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이 1000여 개에 달하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
디지털 기술이 매장과 유통 과정, 나아가 소비자에 가져다 주는 유익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얼마 전 우리는 매장 포스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해 태블릿 PC에 적용한 ‘디지털포스’를 직원들에 지급했다. 어느 공간에서든 결제할 수 있어 고객들의 편의에도 도움이 됐다. 출시 예정인 어플리케이션 ‘러쉬 렌즈’는 제품 성분·사용법 등을 소개해 라벨인쇄, 포장지, 카탈로그를 줄여 포장지 사용도 줄이고 환경도 보호한다. 모두를 위한 활동인 셈이다. 러쉬는 23년 동안 아웃소싱이 아닌 직접 제조·유통·판매를 담당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 원하는 속도로 온라인 시장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디지털의 경우는 매우 신속하게 모든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퍼스트무버로 포지셔닝 할 목적이 아니라면 아직 완전한 화폐로 인정받지 않은 비트코인으로 거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거래가 용이하니 고객의 편의성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우선 블록체인 기술이 핵심인 가상화폐의 핵심은 투명성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수수료가 없고 직거래니 거래가 투명하다.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러쉬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다. 제품 자체가 본질이다. 그런데도 광고를 하지 않고 포장지도 계속 줄이고 있다. 반면 디지털 활동은 강화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러쉬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혁신성 이 외에도 러쉬를 대표하는 가치는 윤리다. NGO가 아님에도 윤리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관심이 많다. 시대적으론 디지털이 모든 비즈니스를 관통하고 있다. 그래서 디지털 윤리를 강조하고 있다. 효율성 중심의 디지털 기술은 윤리성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개인 정보가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러쉬는 고객 정보를 놀라울 만큼 까다롭게 관리한다. 인터넷 차단을 반대하는 #KeepItOn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말하고, 보고 듣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인터넷이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활동을 반대한다. 오픈소스를 도입한 것 역시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러쉬에게 윤리는 무엇인가?
보고 있어도 보지 않아도 떳떳한 것이다.
지난 10년간 매출이 10배 늘었고 지금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마케팅 조직 없이 가능한 일인가?
대신 우린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캠페인의 목적은 우리가 알려지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윤리를 이행하기 위해서다.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대신 동물 대체실험을 후원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용기를 재활용하고 포장지를 줄이기 위해 연구한다. 그나마 포장지는 재활용지만 쓴다. 굳이 TV나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우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장르를 만든 것도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액상 제품을 고체화한 것이 대표적이다.(러쉬 제품 중에는 발포 비타민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입욕제 배스밤도 있다)
윤리를 철저히 이행하려면 비용이 든다. 굳이 나서서 강조하면 손해일 수도 있는데.
비용적 측면에선 마케팅 비용 대신이라 생각한다. 당장 중국에 진출하면 매출은 배로 늘겠지만 동물 실험 이슈로 진출할 계획이 없다. 영국에선 여우사냥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폐점되기도 했고, 프랑스에선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거위가 길러지는 데 반대해 곤혹을 치렀다. 손해가 아니라 신뢰라고 생각한다. 54개국에 10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러쉬가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러쉬의 가치를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해서다.
한국 소비자들의 성분에 대한 관심이 높고 노푸족이라고 해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도 생겨났다. 러쉬 비누바에서 팥이 떨어졌는데 바닥에서 팥이 자란 일화는 유명하다. 천연제품만 고집하는 러쉬에게도 고민은 있을 텐데?
우리가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연에서 무조건 가져다 쓰는 것만이 아닌 재생의 관점을 생각한다. 러쉬는 에센셜 시장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구매자다. 그만큼 고농축의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 대신 원재료 공급 단계에서 러쉬의 가치인 윤리적 관점에서 하나하나 면밀히 체크한다. 계속해서 패키징을 줄이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보존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제품엔 소금·점토·꿀 등 자가보존 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고 확대할 계획이다.
러쉬는 향이 너무 강해 인공향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반대다. 자연이라 강한 것이다. 아니라면 2만 명 직원 중 누구라도 인공향을 버티지 못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일부에선 러쉬를 고급 방향제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욕조에 물 빼면 그 물이 바다로 돌아간다는 걸 알고 있다.
-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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