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투자자가 챙길 투자 5계명] 막연한 기대감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지 마라
[비트코인 투자자가 챙길 투자 5계명] 막연한 기대감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지 마라
버블 아니라고 해도 단기에 지나치게 급등 … 선물상장, 각국 정부 규제 등 변수 많아 ‘투데이쇼’는 미국 공중파 NBC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지난 1994년 이 아침 뉴스쇼에 한 명의 남성과 두 명의 여성 진행자가 등장했다. 대화 주제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남자 진행자가 알파벳 a에 동그라미를 씌운 문자(@)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이냐며 이야기를 꺼낸다. 인터넷 e메일 주소에 사용하는 문자 ‘@’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가 이어진다. 남자 진행자는 ‘violence, at, nbc, dot, com(violence@nbc.com)’이라는 주소를 사용하면 좀 이상하지 않냐고 말한다. 방송국에 폭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다. 한 여자 진행자는 ‘@’를 ‘about’이라고 읽는 게 맞지 않냐고 묻는다. 이들은 급기야 방송을 진행 중인 스태프에게 인터넷이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진다. PD 또는 작가인 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답변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몇 명의 대학생이 만든 것인데, 요즘 계속 커져가고 있는 것.”
지금은 일상 자체가 된 인터넷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유명 방송 프로의 토크 주제가 될 정도로 새로운 발명품 취급을 받았다. 2017년 우리의 방송은 비트코인을 다루고 있다. 도대체 비트코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비트코인 투자에 집착하는가를 다룬 방송 프로를 시청자들에게 내보내고 있다. 5년이나 10년 후쯤 사람들은 지금의 방송을 유튜브로 보면서 뭐라고 말할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폐(비트코인)에 대해 저 때만 해도 저렇게 무지했었나”라고 말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저 때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대단한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가 몰락했지”라며 씁쓸하게 옛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비트코인 투자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연초 100만원에 못 미치던 비트코인 가격이 11월 말 1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다시 2000만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엄청난 돈을 비트코인에 몰아넣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월 6일 한국은 비트코인의 그라운드제로(핵폭탄이 터지는 지점)라고 표현했다. 경제평론가 신현호씨는 “한국이 처음으로 금융사 교과서에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촌평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가상화폐 붐이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고 보도했다. 한국 인구는 미국의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원화 거래 액은 달러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한국 구글이나 네이버 등의 포털, 각종 증권 관련 사이트, 인기 동영상물 등에 들어가보면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업체가 내건 광고가 거의 다 있다. 지하철 요금이나 컵라면값 정도로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이 돈으로 지금은 0.00001 비트코인 정도나 살 수 있을까. 국내 암호화폐 거래액은 하루 평균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2017년 11월 말 기준) 빗썸은 우리나라 업체다. 11월 12일 빗썸에 거래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됐다. 이 회사 회원은 연초 33만 명에서 11월 말 무려 134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로는 1700억원이 넘는다. 대형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00억원이었다. 하나금융투자는 850억원에 불과했다.
2001년~2011년까지 파생상품(선물·옵션) 거래금액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게 우리나라였다. 당시 주가지수선물거래 하루 평균 계약금액은 45조원을 웃돌았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열기는 그런 ‘저력’에서 나온 것일까. 12월 7일 밤 11시 현재 전 세계에는 1672만개의 비트코인이 누적 채굴돼 유통되고 있다. 시가총액이 226조원에 이른다. 세계에서 하루 동안 8조4800억 원어치가 거래됐고, 이 가운데 1조5200억어치는 빗썸 한 곳에서 사고 팔렸다. 이런 광풍의 현장에서 투자자가 유념할 사항은 무엇일까.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금물이다: 2011년 1개에 1달러이던 비트코인의 올 초 가격은 1000달러였다. 지난 11월 말에는 1만 달러선 돌파했다. 올 들어 꾸준히 거품논쟁이 있었다. 드디어 1만 달러를 넘어서자 사설 도박판이 벌어졌다며 거품 붕괴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1만 달러 돌파 한달 만에 2만 10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격 흐름의 배경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있었던 이벤트를 거론한다. 일본은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결정했다. 여기에다 비트코인에서 분화한 새로운 암호화폐(비트코인캐시·비트코인골드)의 등장도 호재로 작용했다. 비트코인 소지자에게는 그 개수만큼 분화 암호화폐가 분배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요인을 감안해도 비트코인 시장은 너무 달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암호화폐 창시자와 거래소 창업자의 입에서조차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리플(Ripple) 창시자인 제드맥 케일럽은 “암호화폐는 투자가치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락시 큰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월 말 방한했던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도 “최근 암호화폐 급등은 분명히 거품”이라며 “다만 거품이 언제 꺼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 코빗 공동창업자인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장도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업계에서조차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암호화폐를 빙자한 유사수신이나 다단계는 막고 사업자들이 건전하게 영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버블이며,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수많은 사람에게 짜릿함을 주고 내려갈 것”이라며 “사회적 순기능이 전혀 없어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일본·중국 등은 몇 년에 걸쳐 암호화폐 시장이 커진 데 반해 우리나라는 올해 봄 이후 시장이 급성장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투기세력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평론가 신현호씨는 “지금 비트코인을 사는 이유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에서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살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뒤이어 들어오는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이다. 그는 “스티 글리츠 교수의 주장처럼 순기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또는 필요한가라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며 “그렇다고 암호화폐를 제도권에서 포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화폐 지위 꿰차리란 맹신은 위험하다: 비트코인 투자는 곧 비트코인의 미래 위상에 대한 투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사람들의 투자가 몰리는 것은 미래 활용성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현금 거래에서 발생하는 시간·공간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번거롭게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OR코드 입력 한 번으로 송금이나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비트코인이 결국 법정화폐로 인정받게 될 것이며, 가격도 앞으로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을 찬양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의 최대 생산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비트코인으로 표시되는 상품가격은 하락해 비트코인 구매력은 꾸준히 커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화폐가치가 적절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져야 사람들이 그 화폐를 활발하게 사용하는데, 비트코인처럼 구매력이 커지기만 한다면 보유하려 할 뿐 지급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체할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하는 것은 오판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도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인 원·달러·엔화 등을 대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이 전국에 30군데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이 심해 가치척도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최근 수년 동안 가격 급등락이 빈번했다. 11월 12일에는 몇 시간 만에 8000달러선에서 6000달러선으로 급락했다. 사실상 국가가 보증해주는 법정화폐와 달리 보증 주체가 없고 사용자들끼리 가치를 인정해 거래하기 때문에 언제 가치가 순식간에 무너질지 모른다. 미국 투자회사 갤럭시인베스트파트너에서 암호화폐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 11월 말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까지 4만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50%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지난 4월 시행에 들어간 개정 자금결제법에서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최대 가전제품 유통 업체 매장 59곳과 식당과 점포 26만곳, 저비용항공사인 피치항공 등에서 비트코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1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만에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변하는데, 사람들이 이걸 지급결제용으로 사용할까? 지금 같은 추세라면 지급수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디지털 금’ 정도로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는 아직 비트코인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돈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 일본은 최근 기업회계기준을 개정,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한다.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는 비트코인을 전자화폐라는 이름으로 회사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올려놓았다. 지난 9월 불법성인사이트 운영자 A씨가 재판을 받을 때, 법원은 A씨가 유료 회원들로부터 회비로 받은 216 비트코인(올해 4월 기준 5억원어치)을 ‘전자파일’로 규정해 몰수에서 면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비트코인이 화폐까지는 아니더라도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가상화폐 ‘리플(Ripple)’을 창안한 제드맥 케일럽은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되려면 10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유럽 등이 중앙은행 차원에서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 법적 지위를 부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신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 “중앙은행의 자체 암호화폐 발행 검토는 화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면서 동시에 암호화폐의 활용 가치를 인정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는 중앙은행 발행 암호화폐와 더불어 기존 법정화폐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선물거래 후 가격 흐름 주시하라: 암호화폐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미국 선물시장 상장에 대해 ‘역사적 사건’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착수를 승인함에 따라 12월 중순부터는 두 곳에서 모두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이뤄진다. 비트코인 선물상장은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엇갈린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쪽에 가깝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 상승 요인이 더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셰어(GLD)’가 존재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면, 조만간 비트코인 ETF 상품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롱(매수) ETF, 숏(매도) ETF, 레버리지 ETF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 출현을 예상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금 ETF가 금 현물을 편입하듯 비트코인 ETF도 비트코인 현물을 매수할 것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선물거래의 기본 메커니즘이 숏거래이므로 숏세력의 선물매도는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요인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에 대해 최 애널리스트는 “선물이 생긴 이후 숏거래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사례보다는 선물거래의 레버리지를 이용한 공격적 매수 자금이 증가해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더 많다”며 “비트코인 선물거래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비트코인 선물 상장은 비트코인이 공식적으로 자산 반열에 오르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의 매수 및 매도 참여가 증가하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장기 변동성이 줄어들고 추가 자금 유입으로 가격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현물은 매수하고, 선물은 매도하는 방식으로 헤지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외 헤지펀드들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베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스턴 대학 경영학 교수인 크레이그 프리롱은 “월가 헤지펀드들이 롱 포지션이 아닌 숏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현재 비트코인 시장을 버블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숏 포지션을 취해 돈을 벌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매니저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선물을 매도할 경우 비트코인 현물도 따라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적정 가격을 찾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선물거래 이후 버블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적은 액수의 선물거래 증거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투기자본이 대규모 차입 레버리지를 일으킬 경우 거품을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미국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돼도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를 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선물을 파생상품 기초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몇몇 증권사들은 비트코인의 미국 선물상장을 수익 확대 기회로 보고, 일반투자자 대상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금융위 조치로 이들은 부랴부랴 투자설명회를 모두 취소했다.
정부 규제에 섣불리 맞서지 마라: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거래소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허가받지 않은 사설 도박장 정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투기수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주무부처는 법무부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각에서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이 걱정스럽다”며 “제도 정비를 규제 마인드 중심의 법무부에 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러나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전혀 모른채 투기로 돈을 벌겠다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나 범죄거래 단속 차원에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얼 4일 국회에서 개최한 공청회 의견을 참고 삼아 앞으로 관련 규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 입장은 투자자 보호 등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거래를 금지시키고 소비자보호, 시스템 보안, 고객자금 별도 관리 등의 장치를 마련한 곳만 예외적으로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장은 “암호화폐를 단속한다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조치나 다름없다”며 “업계가 스스로 마련한 자율규약을 12월 중순쯤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량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들 말하지만, 시장이 너무 과열돼 정말 걱정”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기업가로서 최소한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규제가 없으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식의 투기장으로 몰아가는 업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라고 하지만 가상화폐를 이해조차 못하는 사람을 시장에 끌어들여 결국 손실이 발생한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생태계 전체가 사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일단 정부 정책에 최대한 발맞추겠다는 분위기다. 비트포인트코리아 등 일부 거래소는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자금세탁 등 금융당국이 민감해하는 이슈와 관련, 고객들의 법정화폐 입금 처리 횟수를 계좌당 하루 2회로 한정하는 조치 같은 것이다. 가상화폐 송금빈도가 높은 계좌는 자금세탁 의심거래로 분류해 영업시간 기준 24시간 송금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11월 빗썸의 서버다운 사태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데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성훈 회계사는 “현재 가상화폐는 정부에서 인정받는 법정화폐나, 금융당국의 보호와 감독을 받는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라며 “거래 중단이나 해킹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제재는 물론, 가상통화 거래 도중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투자자들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법원이 인정할지도 미지수라는 게 김 회계사의 설명이다. 그는 법 테두리 밖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굴러가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거래소 인가제는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인가제를 실시하면 인가받은 거래소들이 정부 공신력을 확보한 것처럼 마케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가제를 시행 중인 일본에서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인가제로 11곳이 영업인가를 받았는데, 인가제가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 꼴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거래시스템의 안정성을 전적으로 믿지 말라: 암호화폐는 해킹 불가능한 자산이 아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하거나 투자자 전자지갑을 털어 비트코인을 훔쳐가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거래소인 일본 마운트곡스가 고객 돈 75만 비트코인과 거래소 소유 10만 코인 등 총 4억7000만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해킹당한 이후 파산했다. 비트파이넥스는 2016년 8월 6500만 달러를 해킹으로 잃었다. IT벤처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 따르면, 해커는 비트코인 거래 참여자나 시스템 관리자의 권한을 가로챈 후 비트코인 거래를 위조할 수 있다. 이러한 위조 해킹은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보안은 크게 3가지다. 블록체인 보안, 거래소·사이트 보안, 전자지갑 보안이다. 블록체인 자체는 해킹하기 어려워 해커들도 건들이지 않지만 거래소·사이트·전자지갑의 경우 해커들이 개인키(거래시 암호문 작성에 사용되는 전자키)에 접근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해킹 표적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거래소 인가를 내줄 때 해킹대책을 따로 심사한다고 한다. 회원 실명 확인시스템 확보, 자금세탁 대책과 부정거래감시 대책 마련, 고객자산 분리관리(고객자산은 법정화폐·암호화폐 모두 예치금으로 별도 관리), 견고한 금융거래시스템(해킹대책 및 서버다운 등 예방책)이 거래소 인가의 주요 요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빗썸의 서버다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빗썸이 서버다운 이후 점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IP를 열어 자사 물량을 몰래 거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일 새벽부터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매각 자금이 비트코인캐시 매수 자금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캐시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후 3시30분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140만원에서 280만원대로 상승했다. 그리고 매수·매도가 폭증하며 서버가 다운됐다. 빗썸 측은 거래 안정화 및 피해 최소화를 이유로 서비스 점검 이전의 대기 물량을 일괄 취소했다. 그리고 서버 점검을 위해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서버를 닫았다. 이 시간 동안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2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폭락했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성훈 회계사는 “접속 장애와 시세 하락에 따른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투자자 승소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거래 중단 전 주문이 제출된 내역이 남아있고 당시 매수 주문의 가격대별 대기 물량이 충분했다면 빗썸의 거래 중단으로 거래가 체결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 경우 접속 장애와 시세 하락 간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어 손해배상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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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상 자체가 된 인터넷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유명 방송 프로의 토크 주제가 될 정도로 새로운 발명품 취급을 받았다. 2017년 우리의 방송은 비트코인을 다루고 있다. 도대체 비트코인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비트코인 투자에 집착하는가를 다룬 방송 프로를 시청자들에게 내보내고 있다. 5년이나 10년 후쯤 사람들은 지금의 방송을 유튜브로 보면서 뭐라고 말할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폐(비트코인)에 대해 저 때만 해도 저렇게 무지했었나”라고 말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저 때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대단한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가 몰락했지”라며 씁쓸하게 옛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비트코인 투자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연초 100만원에 못 미치던 비트코인 가격이 11월 말 1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에 다시 2000만원선을 넘나들고 있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이 엄청난 돈을 비트코인에 몰아넣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월 6일 한국은 비트코인의 그라운드제로(핵폭탄이 터지는 지점)라고 표현했다. 경제평론가 신현호씨는 “한국이 처음으로 금융사 교과서에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촌평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가상화폐 붐이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고 보도했다. 한국 인구는 미국의 6분의 1에 불과하지만,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원화 거래 액은 달러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한국 구글이나 네이버 등의 포털, 각종 증권 관련 사이트, 인기 동영상물 등에 들어가보면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 업체가 내건 광고가 거의 다 있다. 지하철 요금이나 컵라면값 정도로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이 돈으로 지금은 0.00001 비트코인 정도나 살 수 있을까. 국내 암호화폐 거래액은 하루 평균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2017년 11월 말 기준) 빗썸은 우리나라 업체다. 11월 12일 빗썸에 거래가 폭주해 서버가 다운됐다. 이 회사 회원은 연초 33만 명에서 11월 말 무려 134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은 1000억원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로는 1700억원이 넘는다. 대형 증권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00억원이었다. 하나금융투자는 850억원에 불과했다.
2001년~2011년까지 파생상품(선물·옵션) 거래금액 세계 1위를 차지했던 게 우리나라였다. 당시 주가지수선물거래 하루 평균 계약금액은 45조원을 웃돌았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열기는 그런 ‘저력’에서 나온 것일까. 12월 7일 밤 11시 현재 전 세계에는 1672만개의 비트코인이 누적 채굴돼 유통되고 있다. 시가총액이 226조원에 이른다. 세계에서 하루 동안 8조4800억 원어치가 거래됐고, 이 가운데 1조5200억어치는 빗썸 한 곳에서 사고 팔렸다. 이런 광풍의 현장에서 투자자가 유념할 사항은 무엇일까.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금물이다: 2011년 1개에 1달러이던 비트코인의 올 초 가격은 1000달러였다. 지난 11월 말에는 1만 달러선 돌파했다. 올 들어 꾸준히 거품논쟁이 있었다. 드디어 1만 달러를 넘어서자 사설 도박판이 벌어졌다며 거품 붕괴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금은 1만 달러 돌파 한달 만에 2만 10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격 흐름의 배경으로 일본과 미국에서 있었던 이벤트를 거론한다. 일본은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 상장을 결정했다. 여기에다 비트코인에서 분화한 새로운 암호화폐(비트코인캐시·비트코인골드)의 등장도 호재로 작용했다. 비트코인 소지자에게는 그 개수만큼 분화 암호화폐가 분배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요인을 감안해도 비트코인 시장은 너무 달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암호화폐 창시자와 거래소 창업자의 입에서조차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리플(Ripple) 창시자인 제드맥 케일럽은 “암호화폐는 투자가치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락시 큰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월 말 방한했던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도 “최근 암호화폐 급등은 분명히 거품”이라며 “다만 거품이 언제 꺼질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 코빗 공동창업자인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장도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업계에서조차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요구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암호화폐를 빙자한 유사수신이나 다단계는 막고 사업자들이 건전하게 영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비트코인은 버블이며,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수많은 사람에게 짜릿함을 주고 내려갈 것”이라며 “사회적 순기능이 전혀 없어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일본·중국 등은 몇 년에 걸쳐 암호화폐 시장이 커진 데 반해 우리나라는 올해 봄 이후 시장이 급성장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투기세력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평론가 신현호씨는 “지금 비트코인을 사는 이유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에서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살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뒤이어 들어오는 다른 사람에게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이다. 그는 “스티 글리츠 교수의 주장처럼 순기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또는 필요한가라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며 “그렇다고 암호화폐를 제도권에서 포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화폐 지위 꿰차리란 맹신은 위험하다: 비트코인 투자는 곧 비트코인의 미래 위상에 대한 투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사람들의 투자가 몰리는 것은 미래 활용성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현금 거래에서 발생하는 시간·공간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번거롭게 신용카드나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OR코드 입력 한 번으로 송금이나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비트코인이 결국 법정화폐로 인정받게 될 것이며, 가격도 앞으로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을 찬양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의 최대 생산량이 2100만개로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비트코인으로 표시되는 상품가격은 하락해 비트코인 구매력은 꾸준히 커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화폐가치가 적절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져야 사람들이 그 화폐를 활발하게 사용하는데, 비트코인처럼 구매력이 커지기만 한다면 보유하려 할 뿐 지급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체할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하는 것은 오판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도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암호화폐가 법정화폐인 원·달러·엔화 등을 대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상점이 전국에 30군데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이 심해 가치척도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최근 수년 동안 가격 급등락이 빈번했다. 11월 12일에는 몇 시간 만에 8000달러선에서 6000달러선으로 급락했다. 사실상 국가가 보증해주는 법정화폐와 달리 보증 주체가 없고 사용자들끼리 가치를 인정해 거래하기 때문에 언제 가치가 순식간에 무너질지 모른다. 미국 투자회사 갤럭시인베스트파트너에서 암호화폐 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 11월 말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까지 4만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50%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지난 4월 시행에 들어간 개정 자금결제법에서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최대 가전제품 유통 업체 매장 59곳과 식당과 점포 26만곳, 저비용항공사인 피치항공 등에서 비트코인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1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만에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변하는데, 사람들이 이걸 지급결제용으로 사용할까? 지금 같은 추세라면 지급수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디지털 금’ 정도로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는 아직 비트코인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돈도 아니고 금융상품도 아니다. 일본은 최근 기업회계기준을 개정,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한다.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는 비트코인을 전자화폐라는 이름으로 회사 재무제표에 자산으로 올려놓았다. 지난 9월 불법성인사이트 운영자 A씨가 재판을 받을 때, 법원은 A씨가 유료 회원들로부터 회비로 받은 216 비트코인(올해 4월 기준 5억원어치)을 ‘전자파일’로 규정해 몰수에서 면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비트코인이 화폐까지는 아니더라도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가상화폐 ‘리플(Ripple)’을 창안한 제드맥 케일럽은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되려면 10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유럽 등이 중앙은행 차원에서 새로운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 법적 지위를 부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기 어렵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신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 “중앙은행의 자체 암호화폐 발행 검토는 화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면서 동시에 암호화폐의 활용 가치를 인정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는 중앙은행 발행 암호화폐와 더불어 기존 법정화폐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선물거래 후 가격 흐름 주시하라: 암호화폐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미국 선물시장 상장에 대해 ‘역사적 사건’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착수를 승인함에 따라 12월 중순부터는 두 곳에서 모두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이뤄진다. 비트코인 선물상장은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긍정적 전망과 부정적 전망이 엇갈린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쪽에 가깝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 상승 요인이 더 우세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셰어(GLD)’가 존재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면, 조만간 비트코인 ETF 상품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롱(매수) ETF, 숏(매도) ETF, 레버리지 ETF 등 다양한 유형의 상품 출현을 예상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금 ETF가 금 현물을 편입하듯 비트코인 ETF도 비트코인 현물을 매수할 것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선물거래의 기본 메커니즘이 숏거래이므로 숏세력의 선물매도는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요인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에 대해 최 애널리스트는 “선물이 생긴 이후 숏거래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사례보다는 선물거래의 레버리지를 이용한 공격적 매수 자금이 증가해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더 많다”며 “비트코인 선물거래 때문에 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비트코인 선물 상장은 비트코인이 공식적으로 자산 반열에 오르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의 매수 및 매도 참여가 증가하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장기 변동성이 줄어들고 추가 자금 유입으로 가격은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관투자자들은 현물은 매수하고, 선물은 매도하는 방식으로 헤지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해외 헤지펀드들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베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스턴 대학 경영학 교수인 크레이그 프리롱은 “월가 헤지펀드들이 롱 포지션이 아닌 숏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현재 비트코인 시장을 버블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숏 포지션을 취해 돈을 벌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매니저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선물을 매도할 경우 비트코인 현물도 따라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적정 가격을 찾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선물거래 이후 버블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적은 액수의 선물거래 증거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투기자본이 대규모 차입 레버리지를 일으킬 경우 거품을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미국에 비트코인 선물이 상장돼도 국내 투자자들은 거래를 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 선물을 파생상품 기초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몇몇 증권사들은 비트코인의 미국 선물상장을 수익 확대 기회로 보고, 일반투자자 대상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금융위 조치로 이들은 부랴부랴 투자설명회를 모두 취소했다.
정부 규제에 섣불리 맞서지 마라: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거래소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허가받지 않은 사설 도박장 정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투기수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주무부처는 법무부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각에서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이 걱정스럽다”며 “제도 정비를 규제 마인드 중심의 법무부에 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러나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전혀 모른채 투기로 돈을 벌겠다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나 범죄거래 단속 차원에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얼 4일 국회에서 개최한 공청회 의견을 참고 삼아 앞으로 관련 규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 입장은 투자자 보호 등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거래소는 거래를 금지시키고 소비자보호, 시스템 보안, 고객자금 별도 관리 등의 장치를 마련한 곳만 예외적으로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장은 “암호화폐를 단속한다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막겠다는 조치나 다름없다”며 “업계가 스스로 마련한 자율규약을 12월 중순쯤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량이 많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들 말하지만, 시장이 너무 과열돼 정말 걱정”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기업가로서 최소한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규제가 없으니 뭐든 할 수 있다는 식의 투기장으로 몰아가는 업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투자는 전적으로 본인 책임이라고 하지만 가상화폐를 이해조차 못하는 사람을 시장에 끌어들여 결국 손실이 발생한다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생태계 전체가 사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는 일단 정부 정책에 최대한 발맞추겠다는 분위기다. 비트포인트코리아 등 일부 거래소는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자금세탁 등 금융당국이 민감해하는 이슈와 관련, 고객들의 법정화폐 입금 처리 횟수를 계좌당 하루 2회로 한정하는 조치 같은 것이다. 가상화폐 송금빈도가 높은 계좌는 자금세탁 의심거래로 분류해 영업시간 기준 24시간 송금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11월 빗썸의 서버다운 사태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데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성훈 회계사는 “현재 가상화폐는 정부에서 인정받는 법정화폐나, 금융당국의 보호와 감독을 받는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라며 “거래 중단이나 해킹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제재는 물론, 가상통화 거래 도중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투자자들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법원이 인정할지도 미지수라는 게 김 회계사의 설명이다. 그는 법 테두리 밖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굴러가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거래소 인가제는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인가제를 실시하면 인가받은 거래소들이 정부 공신력을 확보한 것처럼 마케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가제를 시행 중인 일본에서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인가제로 11곳이 영업인가를 받았는데, 인가제가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 꼴이 됐다는 평가가 있다.
거래시스템의 안정성을 전적으로 믿지 말라: 암호화폐는 해킹 불가능한 자산이 아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해킹하거나 투자자 전자지갑을 털어 비트코인을 훔쳐가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거래소인 일본 마운트곡스가 고객 돈 75만 비트코인과 거래소 소유 10만 코인 등 총 4억7000만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해킹당한 이후 파산했다. 비트파이넥스는 2016년 8월 6500만 달러를 해킹으로 잃었다. IT벤처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에 따르면, 해커는 비트코인 거래 참여자나 시스템 관리자의 권한을 가로챈 후 비트코인 거래를 위조할 수 있다. 이러한 위조 해킹은 적잖게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에 대한 보안은 크게 3가지다. 블록체인 보안, 거래소·사이트 보안, 전자지갑 보안이다. 블록체인 자체는 해킹하기 어려워 해커들도 건들이지 않지만 거래소·사이트·전자지갑의 경우 해커들이 개인키(거래시 암호문 작성에 사용되는 전자키)에 접근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해킹 표적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거래소 인가를 내줄 때 해킹대책을 따로 심사한다고 한다. 회원 실명 확인시스템 확보, 자금세탁 대책과 부정거래감시 대책 마련, 고객자산 분리관리(고객자산은 법정화폐·암호화폐 모두 예치금으로 별도 관리), 견고한 금융거래시스템(해킹대책 및 서버다운 등 예방책)이 거래소 인가의 주요 요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빗썸의 서버다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빗썸이 서버다운 이후 점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IP를 열어 자사 물량을 몰래 거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일 새벽부터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매각 자금이 비트코인캐시 매수 자금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비트코인캐시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후 3시30분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140만원에서 280만원대로 상승했다. 그리고 매수·매도가 폭증하며 서버가 다운됐다. 빗썸 측은 거래 안정화 및 피해 최소화를 이유로 서비스 점검 이전의 대기 물량을 일괄 취소했다. 그리고 서버 점검을 위해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서버를 닫았다. 이 시간 동안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2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폭락했다. 법무법인 한누리 김성훈 회계사는 “접속 장애와 시세 하락에 따른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투자자 승소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거래 중단 전 주문이 제출된 내역이 남아있고 당시 매수 주문의 가격대별 대기 물량이 충분했다면 빗썸의 거래 중단으로 거래가 체결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 경우 접속 장애와 시세 하락 간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어 손해배상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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