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화소 수 경쟁을 넘어 카메라 데이터와 컴퓨터 처리기술까지 융합시켜 언젠가는 카메라로 벽을 투시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 사진:DANIELE FACCIO-STEPHEN MCLAUGHLIN사람들은 최신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에 정말 만족할지도 모른다. 이용자 얼굴을 인식하고 슬로모션 비디오를 초고화질로 촬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처럼 놀라운 기술도 현재 진행 중인 더 큰 혁명의 시작에 불과하다.
최근의 카메라 연구는 그 성능 지표인 메가픽셀(100만 화소) 수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카메라 데이터와 컴퓨터 처리기술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사진에 효과와 필터를 추가하는 포토샵 스타일의 처리기술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받아들이는 데이터가 전혀 이미지 같아 보이지 않는 혁신적인 새 접근법이다. 종종 빛이 광경 또는 카메라 속을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관한 복잡한 수학과 모델 분석을 수반하는 일련의 컴퓨터 처리 단계를 거친 뒤에야 하나의 이미지가 형성된다.
컴퓨터 처리 과정에 이처럼 한 겹을 더하면 기존 이미지화 기법의 족쇄로부터 마법처럼 풀려날 수 있다. 언젠가 전통적인 의미의 카메라는 불필요해질지도 모른다. 대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이미지화 용도로 생각하지도 않던 광 검출기(light detectors, 광신호를 검출해 전기 신호로 바꿔 주는 소자)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안개속, 인체 내부, 심지어 벽 뒤를 꿰뚫어 보는 등의 마법과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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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픽셀 카메라
한 가지 극단적인 예가 극히 간단한 원칙에 의존하는 1픽셀 카메라다. 통상적인 카메라는 많은 픽셀(이미지를 이루는 작은 단위)을 이용해 하나의 광원으로부터 조명을 받는 피사체를 포착한다. 그러나 반대로 1픽셀로 많은 광원으로부터 정보를 포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통제된 광원, 예컨대 한 번에 한 지점씩 또는 일련의 다양한 패턴으로 피사체에 조명을 비추는 단순한 데이터 프로젝터가 필요하다. 그 뒤 각 조명 지점이나 패턴 별로 반사되는 광량을 측정하고 모두 합쳐 최종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사진촬영 방식의 단점은 조명 지점이나 패턴을 많이 내보내야 하나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일반 카메라로는 단 한 번의 스냅샷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이미징 형식을 이용하면 기존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카메라를 개발할 수 있다. 예컨대 가시 스펙트럼(visible spectrum)에선 우수한 광검출기라도 카메라 기능을 할 수 없는데 그 영역을 벗어나는 광파장에서 효과적인 카메라다.
이런 카메라를 이용해 안개나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꿰뚫어보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또는 일부 동물의 눈을 모방해 배경 속의 피사체에 따라 이미지의 해상도(포착하는 세부 정보의 양)를 자동으로 높일 수 있다.
우리가 촬영하고자 하는 피사체와 상호작용한 적이 없는 광입자의 이미지를 포착할 수도 있다. 이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이론을 이용하면 된다. 두 입자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한쪽의 변화가 다른 쪽에도 일어날 수 있도록 연결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눈처럼 조명을 받을 때 변하는 특성을 가진 사물과 관련해 흥미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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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센서 이미징
1픽셀 이미징은 떠오르는 카메라 기술의 가장 단순한 혁신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같은 배경에 다양한 광검출기를 겨냥하는 멀티 센서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허블 망원경이 그 선구적인 사례였다. 다양한 파장에서 촬영한 갖가지 이미지의 조합으로 사진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이 기술의 상용 버전이 시판 중이다. 같은 센서에 기록되는 광량과 방향 관련 정보를 수집해 촬영 후에도 다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라이트로 카메라(Lytro camera)가 대표적이다.
차세대 카메라는 필시 10개 이상의 각종 센서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기술을 갖춘 ‘라이트 L16 카메라’ 같은 모양새일 것이다. 그 카메라는 컴퓨터로 데이터를 결합해 초점과 줌을 재조정할 수 있는 50Mb의 전문가급 이미지를 제공한다. 카메라 자체가 기괴한 휴대전화 카메라를 피카소가 대단히 재미있게 재해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가 이미지를 생각하고 촬영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차세대 카메라를 향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안개 속을 들여다보고, 벽 뒤를 꿰뚫어보고, 심지어 인체와 뇌 속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문제도 열심히 연구한다. 이런 기법들은 모두 빛이 갖가지 물질 속 또는 주위를 어떻게 이동하는지 설명하는 모델들과 이미지를 결합하는 방식에 의존한다.
주목 받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접근법은 인공지능을 통한 데이터를 토대로 사물 인식을 ‘학습하는’ 방법이다. 이런 기법들은 인간 두뇌의 학습과정을 모방하며 미래 이미지화 시스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일 광자·양자 이미징 기술도 발전한다. 믿기지 않을 만큼 낮은 조도로 사진을 찍을 뿐 아니라 초당 1조 프레임에 달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배경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빛의 이미지를 포착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응용 기술이 완전히 개발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신기술과 고도의 컴퓨터 처리 기술을 절묘하게 결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스티븐 맥래플린, 다니엘 파치오
※ [다니엘 파치오는 영국 글래스고대학 양자기술학 교수이며 스티븐 맥래플린은 헤리어트-와트대학 공학·물리학 대학원 원장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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