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진보주의가 부상한다”
“남미에 진보주의가 부상한다”
콜롬비아 반군대원 출신에서 대통령 후보가 된 구스타보 페트로, 5월 총선에서 승리 다짐해 1985년 11월 콜롬비아에서 중도좌익 반군단체 ‘4월 19일 운동(M19)’이 대법원을 점령했다. 그들은 당시 대통령 벨리사리오 베탄쿠르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법관과 사무원, 방문객 등 350명을 인질로 잡고 그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장갑차를 앞세워 진압하는 군과 28시간 대치하는 동안 법관 11명을 포함한 98명이 사망했다. 법원 건물은 불탔고 콜롬비아는 혼돈에 빠졌다.
그 한 달 전 콜롬비아 정부군은 구스타보 페트로라는 젊은 M19 대원을 체포해 며칠 동안 고문했다. 페트로는 풀려난 뒤 반군 단체들과 정부 사이의 평화협정안 작성에 참여했다. 올해 58세인 페트로는 이제 콜롬비아의 차기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 승산이 없지 않다. 진보정당 콜롬비아 후마나 운동의 대통령 후보인 그는 우파 진영의 유력한 라이벌 이반 두케 전 상원의원에게 약간 밀리는 상황이다. 두케 후보는 강경 우파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중도당의 지명을 받았다.
페트로 후보는 이번에 처음 정치에 뛰어든 게 아니다. 그는 2000년대 초 의원에 선출됐고, 2012년엔 보고타 시장에 당선됐다. 2013년 그는 보고타의 위생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치 스캔들에 연루된 의혹으로 시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죄를 판결하면서 그는 시장에 복귀해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오는 5월 27일 치러질 콜롬비아 대선을 앞두고 이웃나라 베네수엘라의 혼란상이 그의 보고타 시장 시절 스캔들보다 더 많은 주의를 끈다. 비판자들은 그가 좌편향 운동인 ‘차베스주의’(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취한 포퓰리스트 좌파 이념)를 묵인했다고 지적한다. 그 운동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지대에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페트로 후보는 반박한다. 하지만 그 공방전은 단순히 이념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 유세에서 그가 탄 방탄차가 총격을 받았다. 현재 콜롬비아 당국은 그 사건을 수사 중이다. 최근 페트로 후보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고(故)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그리고 정치에 관한 폭넓은 주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혔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얘기해 보자. 갈수록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오히려 우리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우리도 수입하는 농산물과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농업과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그런 제한 조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2006년 체결된 콜롬비아-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할 생각인가?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제안한 탄소세 때문이다. 수입품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조치는 콜롬비아의 보호주의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생산성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제안하는 조치는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근년 들어 콜롬비아의 코카(코카인의 원료) 생산이 늘었다. 마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예전처럼 마약을 단속하느라 우리의 모든 에너지를 낭비할 순 없다.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 콜롬비아도 미국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미국 볼티모어에서 브라질까지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폭력이 난무하게 됐다. 나는 환지 정책과 농토의 민주화를 제안한다. 코카 나무는 비옥한 땅에서 자라지 않는다. 농민은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을 갖게 되면 코카 나무보다 더 수익성이 좋은 기본 농산물 생산에 전념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어떻게 협력할 생각인가?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강경한 마약 정책을 추진한다. 심지어 마약 거래상을 사형에 처하겠다는 입장인데.
포퓰리즘 정책을 신봉하는 미국 우익 진영은 강경 처벌이 마약을 퇴치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미국에서 마약과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과잉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2016년 6만 명이 넘었다는 사실은 미국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처벌만 강화하면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얼마 전 미국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렉스 틸러슨은 남미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주권 침해와 영향력 확대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동의하는가?
정치를 회색 지대나 흑백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나쁜 접근법이다. 그런 정책은 순진해 빠졌거나 어리석을 뿐이다. 우리는 미국이나 러시아 또는 중국에 충성하려는 게 아니라 ‘삶의 정치’를 추구하려 노력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를 줄이는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베네수엘라 문제로 넘어가 보자. 그곳에서 발생하는 인도주의 위기에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나는 모든 나라의 주권을 존중한다. 따라서 내가 하는 말은 하나의 제안일 뿐이지만 미국이 맡아야 할 최선의 역할은 화석 연료를 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전통적인 정치 엘리트나 트럼프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하는 개념이 아니다. 세계의 석유 수요가 그처럼 높지 않았다면 베네수엘라 정권도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야권과 현재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사이에서 베네수엘라 정치를 둘러싼 논의가 지금과는 아주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오일머니를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들 간의 다툼이 심하다.
지난 3월 미국 스페인어 TV 방송사 유니비전의 앵커 호르헤 라모스와 인터뷰를 가졌을 때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독재자였나?’라는 질문에 당신이 정확히 답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 인터뷰가 오는 콜롬비아 대선에서 당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차베스 시절을 마두로 시절과 별개로 생각한다. 베네수엘라를 깊이 있게 분석하려는 사람이면 그런 구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당시 인터뷰에선 내겐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 차베스가 독재자였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난 ‘아니다’라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마두로가 독재자냐고 묻는다면 난 ‘그렇다’고 답하겠다. 그 두 사람은 서로 다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차베스가 대통령이던 시절 그는 고공행진하는 유가 덕택에 정치적으로 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그와 달리 하락하는 유가와 씨름한다. 차베스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다원주의를 허용했다. 반대파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2002년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쿠데타 기도가 있었고 여러 차례 파업 사태도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원주의를 유지하거나 확산시켜야 했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살인을 서슴치 않는다. 또 차베스 대통령 시절엔 반정부 성향의 TV 채널도 있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2007년 정부를 비판하던 TV 채널인 RCTV를 폐쇄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의 다원주의는 유지했다. 하지만 요즘 베네수엘라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베스 시절엔 선거가 치러졌다. 차베스 대통령은 2007년 장기 집권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패한 뒤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가 재선됐을 때 야당에선 아무도 부정선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국민 대다수가 그를 지지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유가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베네수엘라 경제의 거품이 터졌다. 불행하게도 그건 차베스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석유 기반에서 벗어나 다각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임기 말에 갈수록 더욱 석유에 의존했다. 현재 마두로 대통령은 유가를 높이 유지하려 애쓰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인 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우리는 독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지금도 차베스가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난 그가 독재자가 아니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가 훌륭한 지도자였는지 형편없는 지도자였는지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차베스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쿠바 모델에 맞추려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의 통치 아래서 강도 높고 독재적인 접근법을 보지 못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좀 더 생산적인 경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보다 석유 증산에만 전념한다. 또 그는 사회적인 문제의 민주적인 토론과 항의 시위를 금지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베네수엘라의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는가?
콜롬비아의 관점에서 보면 석탄과 석유에서 멀어지는 것이 관건이다. 사실 우리가 베네수엘라에 모범적인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면 베네수엘라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데 우리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콜롬비아가 좀 더 생산적인 경제로 전환하고 베네수엘라에 더 많은 식량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난민을 막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 문제의 본질이 석유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문제는 베네수엘라 국민만이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후보자 토론에서 상대측이 M19 반군 대원 전력을 끄집어내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M19의 역사는 평화가 반군과의 협정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인 콜롬비아를 공정한 국가로 만드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사회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불평등이 마약 거래와 폭력, 빈곤의 근본 원인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콜롬비아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끄는 보수운동이 패배하고 내가 승리한다면 콜롬비아를 생산적인 국가로 평화롭게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우익 진영의 지도부와 머리를 맞댈 것이다.
경제 문제를 얘기하자면 분석가들은 콜롬비아의 시장이 당신을 두려워한다고 믿는데 왜 그런가?
외국 투자자들은 명료한 규칙을 원하기 때문에 난 이렇게 제안하겠다. 태양광 발전 같은 청정 에너지에 투자하려는 사업가는 환영한다. 또 식량 생산의 산업화에 도움을 주려는 사업가도 환영한다. 프로그래밍, 웹,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우리를 도우려는 사업가도 환영한다. 그러나 광석 채굴, 석유·석탄 시추 같은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우린 절대 우호적인 정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남미에서 또 다른 좌익 성향의 대선 후보가 부상하고 있다. 오는 7월 1일 대선을 실시하는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다. 베네수엘라의 혼란상을 보면서도 좌파 운동에 식상한 듯한 이 지역에서 아직도 좌익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가?
나는 세계를 우익 대 좌익의 대치로 보지 않는다. 요즘 세계는 정치를 삶과 죽음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 전쟁을 지지하고 격화시키며, 장벽을 세우고, 외국인을 혐오하고, 경제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죽음의 정치에 매달린다. 난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와 친해지고 싶다. 서로 교환할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한다면 거기서도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페루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이 사임하고 독재자였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이념이 무너지면서 진보 진영이 부상할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베네수엘라-니카라과-쿠바를 잇는 축과는 완전히 다른 축이 될 것이다. 남미 진보주의의 이런 새로운 시작이 생산적인 경제에서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콜롬비아 정부가 2016년 최대 반군 조직 콜롬비아무장 혁명군(FARC)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체결된 평화협정은 존중돼야 하며 그들을 비난해서도 안된다. 콜롬비아가 게릴라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믿는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FARC도 이젠 반군단체가 아니라 이제 어엿한 정당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그들은 고작 5만 표밖에 얻지 못했다. 콜롬비아 국민은 FARC와 체결한 평화협정을 주요 관심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5월 대선에서 승리를 자신하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5세기 만에 처음으로 이 나라를 지배한 엘리트층 출신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에 선출될 기회가 왔다. 만약 내가 암살당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 로버트 발렌시아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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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달 전 콜롬비아 정부군은 구스타보 페트로라는 젊은 M19 대원을 체포해 며칠 동안 고문했다. 페트로는 풀려난 뒤 반군 단체들과 정부 사이의 평화협정안 작성에 참여했다. 올해 58세인 페트로는 이제 콜롬비아의 차기 대통령이 되길 원한다. 승산이 없지 않다. 진보정당 콜롬비아 후마나 운동의 대통령 후보인 그는 우파 진영의 유력한 라이벌 이반 두케 전 상원의원에게 약간 밀리는 상황이다. 두케 후보는 강경 우파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중도당의 지명을 받았다.
페트로 후보는 이번에 처음 정치에 뛰어든 게 아니다. 그는 2000년대 초 의원에 선출됐고, 2012년엔 보고타 시장에 당선됐다. 2013년 그는 보고타의 위생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치 스캔들에 연루된 의혹으로 시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죄를 판결하면서 그는 시장에 복귀해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오는 5월 27일 치러질 콜롬비아 대선을 앞두고 이웃나라 베네수엘라의 혼란상이 그의 보고타 시장 시절 스캔들보다 더 많은 주의를 끈다. 비판자들은 그가 좌편향 운동인 ‘차베스주의’(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취한 포퓰리스트 좌파 이념)를 묵인했다고 지적한다. 그 운동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지대에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페트로 후보는 반박한다. 하지만 그 공방전은 단순히 이념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 유세에서 그가 탄 방탄차가 총격을 받았다. 현재 콜롬비아 당국은 그 사건을 수사 중이다. 최근 페트로 후보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고(故)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그리고 정치에 관한 폭넓은 주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혔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얘기해 보자. 갈수록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그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오히려 우리에겐 호재가 될 수 있다. 우리도 수입하는 농산물과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농업과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그런 제한 조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2006년 체결된 콜롬비아-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할 생각인가?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제안한 탄소세 때문이다. 수입품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을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조치는 콜롬비아의 보호주의 조치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생산성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제안하는 조치는 기후변화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근년 들어 콜롬비아의 코카(코카인의 원료) 생산이 늘었다. 마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예전처럼 마약을 단속하느라 우리의 모든 에너지를 낭비할 순 없다.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 콜롬비아도 미국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미국 볼티모어에서 브라질까지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폭력이 난무하게 됐다. 나는 환지 정책과 농토의 민주화를 제안한다. 코카 나무는 비옥한 땅에서 자라지 않는다. 농민은 농사 지을 수 있는 땅을 갖게 되면 코카 나무보다 더 수익성이 좋은 기본 농산물 생산에 전념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어떻게 협력할 생각인가?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강경한 마약 정책을 추진한다. 심지어 마약 거래상을 사형에 처하겠다는 입장인데.
포퓰리즘 정책을 신봉하는 미국 우익 진영은 강경 처벌이 마약을 퇴치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미국에서 마약과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과잉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2016년 6만 명이 넘었다는 사실은 미국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처벌만 강화하면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얼마 전 미국 국무장관에서 물러난 렉스 틸러슨은 남미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주권 침해와 영향력 확대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동의하는가?
정치를 회색 지대나 흑백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나쁜 접근법이다. 그런 정책은 순진해 빠졌거나 어리석을 뿐이다. 우리는 미국이나 러시아 또는 중국에 충성하려는 게 아니라 ‘삶의 정치’를 추구하려 노력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후변화를 줄이는 노력을 지지해야 한다.
베네수엘라 문제로 넘어가 보자. 그곳에서 발생하는 인도주의 위기에서 미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나는 모든 나라의 주권을 존중한다. 따라서 내가 하는 말은 하나의 제안일 뿐이지만 미국이 맡아야 할 최선의 역할은 화석 연료를 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전통적인 정치 엘리트나 트럼프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하는 개념이 아니다. 세계의 석유 수요가 그처럼 높지 않았다면 베네수엘라 정권도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야권과 현재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사이에서 베네수엘라 정치를 둘러싼 논의가 지금과는 아주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오일머니를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들 간의 다툼이 심하다.
지난 3월 미국 스페인어 TV 방송사 유니비전의 앵커 호르헤 라모스와 인터뷰를 가졌을 때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독재자였나?’라는 질문에 당신이 정확히 답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 인터뷰가 오는 콜롬비아 대선에서 당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차베스 시절을 마두로 시절과 별개로 생각한다. 베네수엘라를 깊이 있게 분석하려는 사람이면 그런 구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당시 인터뷰에선 내겐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 차베스가 독재자였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난 ‘아니다’라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마두로가 독재자냐고 묻는다면 난 ‘그렇다’고 답하겠다. 그 두 사람은 서로 다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차베스가 대통령이던 시절 그는 고공행진하는 유가 덕택에 정치적으로 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은 그와 달리 하락하는 유가와 씨름한다. 차베스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다원주의를 허용했다. 반대파의 존재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2002년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쿠데타 기도가 있었고 여러 차례 파업 사태도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원주의를 유지하거나 확산시켜야 했다.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살인을 서슴치 않는다. 또 차베스 대통령 시절엔 반정부 성향의 TV 채널도 있었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2007년 정부를 비판하던 TV 채널인 RCTV를 폐쇄했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의 다원주의는 유지했다. 하지만 요즘 베네수엘라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베스 시절엔 선거가 치러졌다. 차베스 대통령은 2007년 장기 집권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패한 뒤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가 재선됐을 때 야당에선 아무도 부정선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국민 대다수가 그를 지지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유가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베네수엘라 경제의 거품이 터졌다. 불행하게도 그건 차베스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석유 기반에서 벗어나 다각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임기 말에 갈수록 더욱 석유에 의존했다. 현재 마두로 대통령은 유가를 높이 유지하려 애쓰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인 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우리는 독재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지금도 차베스가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난 그가 독재자가 아니었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가 훌륭한 지도자였는지 형편없는 지도자였는지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차베스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쿠바 모델에 맞추려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그의 통치 아래서 강도 높고 독재적인 접근법을 보지 못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좀 더 생산적인 경제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보다 석유 증산에만 전념한다. 또 그는 사회적인 문제의 민주적인 토론과 항의 시위를 금지했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베네수엘라의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겠는가?
콜롬비아의 관점에서 보면 석탄과 석유에서 멀어지는 것이 관건이다. 사실 우리가 베네수엘라에 모범적인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워지면 베네수엘라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데 우리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콜롬비아가 좀 더 생산적인 경제로 전환하고 베네수엘라에 더 많은 식량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규모 난민을 막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 문제의 본질이 석유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문제는 베네수엘라 국민만이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후보자 토론에서 상대측이 M19 반군 대원 전력을 끄집어내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M19의 역사는 평화가 반군과의 협정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중 하나인 콜롬비아를 공정한 국가로 만드는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사회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불평등이 마약 거래와 폭력, 빈곤의 근본 원인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콜롬비아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베 전 대통령이 이끄는 보수운동이 패배하고 내가 승리한다면 콜롬비아를 생산적인 국가로 평화롭게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우익 진영의 지도부와 머리를 맞댈 것이다.
경제 문제를 얘기하자면 분석가들은 콜롬비아의 시장이 당신을 두려워한다고 믿는데 왜 그런가?
외국 투자자들은 명료한 규칙을 원하기 때문에 난 이렇게 제안하겠다. 태양광 발전 같은 청정 에너지에 투자하려는 사업가는 환영한다. 또 식량 생산의 산업화에 도움을 주려는 사업가도 환영한다. 프로그래밍, 웹,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우리를 도우려는 사업가도 환영한다. 그러나 광석 채굴, 석유·석탄 시추 같은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우린 절대 우호적인 정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남미에서 또 다른 좌익 성향의 대선 후보가 부상하고 있다. 오는 7월 1일 대선을 실시하는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다. 베네수엘라의 혼란상을 보면서도 좌파 운동에 식상한 듯한 이 지역에서 아직도 좌익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가?
나는 세계를 우익 대 좌익의 대치로 보지 않는다. 요즘 세계는 정치를 삶과 죽음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 전쟁을 지지하고 격화시키며, 장벽을 세우고, 외국인을 혐오하고, 경제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죽음의 정치에 매달린다. 난 멕시코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와 친해지고 싶다. 서로 교환할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서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한다면 거기서도 정치적으로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페루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이 사임하고 독재자였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이념이 무너지면서 진보 진영이 부상할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 베네수엘라-니카라과-쿠바를 잇는 축과는 완전히 다른 축이 될 것이다. 남미 진보주의의 이런 새로운 시작이 생산적인 경제에서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콜롬비아 정부가 2016년 최대 반군 조직 콜롬비아무장 혁명군(FARC)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체결된 평화협정은 존중돼야 하며 그들을 비난해서도 안된다. 콜롬비아가 게릴라 손에 넘어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믿는 국민이 없기 때문이다. FARC도 이젠 반군단체가 아니라 이제 어엿한 정당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그들은 고작 5만 표밖에 얻지 못했다. 콜롬비아 국민은 FARC와 체결한 평화협정을 주요 관심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5월 대선에서 승리를 자신하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5세기 만에 처음으로 이 나라를 지배한 엘리트층 출신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에 선출될 기회가 왔다. 만약 내가 암살당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 로버트 발렌시아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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