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대가 ‘평화병’에 걸렸다?
중국 군대가 ‘평화병’에 걸렸다?
1970년대 후반 이래 실전 경험 없어 기강 해이해졌다는 비판 나와 … 군 내부의 부패청산 예고로도 해석돼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 7월 2일 사설을 통해 중국군이 1970년대 후반 베트남과의 마지막 전쟁 이후 ‘평화병’에 걸렸다며 전투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방군보는 사설에서 “평화병은 수십 년 동안 우리 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었다”며 “이 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우리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막대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평화병’과 싸우기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투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도 군에 확실한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고 전투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조속히 습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시 주석은 숫자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군의 훈련 개선을 강조하는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상비군을 보유한다. 현역 병력이 210만 명 이상이다. 그러나 중국 인민해방군이 마지막으로 실제 전투를 치른 것은 1970년대 말 베트남에서다. 수십 년 동안 실전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그 결과 인민해방군 지도부와 시 주석은 군의 기강이 해이해져 전투 능력이 약화되지 않았는지 우려한다. 시 주석은 향후 30년 안에 인민해방군을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들어 미국의 전략적·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면서 전쟁수행 능력을 제고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는 강군몽(强軍夢)을 완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육·해·공·사이버·전자가 융합되는 미래 전장에서 정보통제 능력과 일체화 연합 작전, 입체적 원거리 작전 능력을 확보해 군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해방군보는 또 “우리는 전투 능력을 갖췄을 때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며 “전투준비 훈련에 집중해 군대가 올바른 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설의 의도가 인민해방군 내부의 ‘부패청산’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인민해방군 내부에서는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는 대신 관련 보고를 위조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에강 인민해방군 퇴역 육군 대령은 공산당의 군 부패청산 작업이 ‘큰 호랑이 잡기’에서 ‘직무태만 단속’으로 초점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고위급 간부뿐 아니라 하급 장교 사이에까지 번진 부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도다. 그는 SCMP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군의 주요 문제로 부패와 책임회피를 지적하며 “부패도 문제지만 직무태만도 반드시 고쳐야 할 중국 군대의 주요 ‘평화병’ 증상 중 하나”라며 정부가 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이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훈련 보고서 위조에 관여한 장교들을 군사 재판에 넘겨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난해 11월부터 동·서·남·북·중 5부 전구(戰區)에 훈육관들을 배치해 장교들의 근무 행태를 감시한다고 덧붙였다.시 주석은 지난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대회에서 군이 당의 지휘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이 지휘하는 것은 인민군대의 본질과 근본이다. 인민군대는 당에 충성하고 당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인민군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의 깃발 아래에서 당의 방향과 의지대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인민해방군의 영리행위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군이 보유하면서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던 토지 등 모든 부동산과 숙박 시설은 시 주석이 관할하는 중앙군사위원회 관할로 넘어갔다. 부족한 국방예산을 보충하는 목적 외에 다른 곳에 쓰일 여지가 있는 자금줄을 잘랐다는 의미다.
아울러 해방군보는 중국이 전례 없는 안보위협과 여러 세계적 변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SCMP의 분석에 따르면 해방군보의 주장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대만·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 세 나라는 중국이 올해 남중국해와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 등지에 방어용 미사일을 잇따라 배치하는 등 군사력을 확장하면서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무역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에도 박차를 가한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올레그 살류코프 러시아 지상군 총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위협과 도전에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지난달 시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국가훈장 제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최고 권위의 ‘우의훈장’을 푸틴 대통령에게 수여하며 “가장 존경하는 대국 지도자이자 절친한 친구”라고 치하했다.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 최고 권위의 훈장인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한 데 대한 화답이다.
이 같은 중러 밀월은 양국 모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압박·제재를 받으며 상시적인 갈등 관계에 놓여있는 것과 관련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지난 3년여 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도 미국과 무역·대만·남중국해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동병상련의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는 절박한 감이 있다. 국경을 맞댄 이웃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 양국은 서로 연대함으로써 서방과 대항하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의 이런 공조를 바탕으로 SCO를 서방 중심의 G7 체제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대항마로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다. 미군의 현역 병력은 130만 명 이상이며 연간 국방예산은 6100억 달러 수준이다. 그에 비해 중국의 연간 국방예산은 2160억 달러다. 또 중국군과 달리 미군은 ‘평화병’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미군은 근년 들어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리비아·시리아·예멘·소말리아 등지의 전쟁에서 전투를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 제이슨 레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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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화병’과 싸우기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투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도 군에 확실한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고 전투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조속히 습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시 주석은 숫자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군의 훈련 개선을 강조하는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상비군을 보유한다. 현역 병력이 210만 명 이상이다. 그러나 중국 인민해방군이 마지막으로 실제 전투를 치른 것은 1970년대 말 베트남에서다. 수십 년 동안 실전 경험이 없다는 뜻이다. 그 결과 인민해방군 지도부와 시 주석은 군의 기강이 해이해져 전투 능력이 약화되지 않았는지 우려한다. 시 주석은 향후 30년 안에 인민해방군을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들어 미국의 전략적·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면서 전쟁수행 능력을 제고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는 강군몽(强軍夢)을 완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육·해·공·사이버·전자가 융합되는 미래 전장에서 정보통제 능력과 일체화 연합 작전, 입체적 원거리 작전 능력을 확보해 군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해방군보는 또 “우리는 전투 능력을 갖췄을 때만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며 “전투준비 훈련에 집중해 군대가 올바른 궤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설의 의도가 인민해방군 내부의 ‘부패청산’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인민해방군 내부에서는 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는 대신 관련 보고를 위조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에강 인민해방군 퇴역 육군 대령은 공산당의 군 부패청산 작업이 ‘큰 호랑이 잡기’에서 ‘직무태만 단속’으로 초점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고위급 간부뿐 아니라 하급 장교 사이에까지 번진 부정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도다. 그는 SCMP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군의 주요 문제로 부패와 책임회피를 지적하며 “부패도 문제지만 직무태만도 반드시 고쳐야 할 중국 군대의 주요 ‘평화병’ 증상 중 하나”라며 정부가 그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이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훈련 보고서 위조에 관여한 장교들을 군사 재판에 넘겨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난해 11월부터 동·서·남·북·중 5부 전구(戰區)에 훈육관들을 배치해 장교들의 근무 행태를 감시한다고 덧붙였다.시 주석은 지난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건군 90주년 기념 경축대회에서 군이 당의 지휘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이 지휘하는 것은 인민군대의 본질과 근본이다. 인민군대는 당에 충성하고 당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인민군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의 깃발 아래에서 당의 방향과 의지대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인민해방군의 영리행위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군이 보유하면서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던 토지 등 모든 부동산과 숙박 시설은 시 주석이 관할하는 중앙군사위원회 관할로 넘어갔다. 부족한 국방예산을 보충하는 목적 외에 다른 곳에 쓰일 여지가 있는 자금줄을 잘랐다는 의미다.
아울러 해방군보는 중국이 전례 없는 안보위협과 여러 세계적 변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SCMP의 분석에 따르면 해방군보의 주장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대만·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이 세 나라는 중국이 올해 남중국해와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 등지에 방어용 미사일을 잇따라 배치하는 등 군사력을 확장하면서 신경전을 벌인다.
한편 무역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에도 박차를 가한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올레그 살류코프 러시아 지상군 총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위협과 도전에 공동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지난달 시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국가훈장 제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최고 권위의 ‘우의훈장’을 푸틴 대통령에게 수여하며 “가장 존경하는 대국 지도자이자 절친한 친구”라고 치하했다.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 최고 권위의 훈장인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한 데 대한 화답이다.
이 같은 중러 밀월은 양국 모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압박·제재를 받으며 상시적인 갈등 관계에 놓여있는 것과 관련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지난 3년여 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도 미국과 무역·대만·남중국해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동병상련의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는 절박한 감이 있다. 국경을 맞댄 이웃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 양국은 서로 연대함으로써 서방과 대항하려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의 이런 공조를 바탕으로 SCO를 서방 중심의 G7 체제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대항마로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는 여전히 미국이다. 미군의 현역 병력은 130만 명 이상이며 연간 국방예산은 6100억 달러 수준이다. 그에 비해 중국의 연간 국방예산은 2160억 달러다. 또 중국군과 달리 미군은 ‘평화병’에 시달리지도 않는다. 미군은 근년 들어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리비아·시리아·예멘·소말리아 등지의 전쟁에서 전투를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 제이슨 레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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