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출신 얼터너티브 록밴드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즈, 올가을 ‘Stunt’ 앨범 20주년 기념 음반 내놔 지난 3월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즈 멤버들이 캐나다 음악 명예의 전당 헌액 기념 공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타일러 스튜어트, 스티븐 페이지, 짐 크리건, 케빈 헌, 에드 로버트슨. / 사진:YOUTUBE.COM1998년 여름 세계는 마치 다른 우주처럼 느껴졌다.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대배심에서 백악관 인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증언했다. 그해 미국에선 브랜디 앤 모니카의 ‘The Boy Is Mine’이라는 노래가 가장 인기를 끌었고 영화 ‘아마겟돈’이 수백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그 무렵 캐나다에선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즈(BNL)’라는 이름의 얼터너티브 록밴드가 세계 무대를 접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동 리드싱어 에드 로버트슨과 스티븐 페이지가 이끌던 이 밴드는 1992년 발표한 데뷔 앨범 ‘Gordon’(대표곡 ‘If I Had $1000000’)으로 캐나다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98년 4집 앨범 ‘Stunt’를 발표한 뒤로는 이 밴드 특유의 활기와 유머가 넘치는 라이브 공연에서 단지 재미를 넘어서는 깊이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또한 이 앨범은 한번 들으면 자꾸 떠오르는 첫 번째 곡 ‘One Week’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노래는 가사의 첫 두 마디 ‘It’s been!’만 들어도 웬만한 팝송 팬은 모두 따라 부를 정도로 팝 역사상 손꼽히는 유명한 곡이 됐다.
1998년 가을 ‘One Week’가 미국에서 최고 히트곡으로 떠오르면서 ‘Stunt’는 수백만 장이 팔렸다(당시는 사람들이 CD 한 장에 17.99달러를 기꺼이 지불하던 시대였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고 로버트슨은 그때를 돌이켰다. “우린 늘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는 밴드로 여겼었다.” 돌이켜 보면 ‘One Week’는 아무리 엉뚱하고 얼빠진 것처럼 들리는 노래라도 히트곡이 될 수 있던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당시 음반 산업은 냅스터(인터넷의 음악 공유 서비스) 이전의 전성기를 누렸다.
2009년 페이지가 밴드를 떠나 솔로로 독립했지만 BNL은 요즘도 세계 곳곳으로 순회공연을 다닌다. 또 올가을에는 ‘Stunt’ 20주년 기념판을 CD와 DVD, 비닐 레코드판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 밴드는 지난 3월 ‘캐나다 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헌액 기념 공연에서는 페이지가 로버트슨, 드러머 타일러 스튜어트, 키보드 케빈 헌, 베이시스트 짐 크리건 등 전 밴드 동료들과 다시 뭉쳤다). 로버트슨은 최근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Stunt’의 대단한 성공 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BNL이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발가벗는 전통을 그만둔 이유도 설명했다.
‘Stunt’ 20주년 기념 음반을 발표한다고 들었다. 1990년대 말 이 앨범이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 그즈음 라이브 공연 실황 음반이 히트했고 우리 노래(‘The Old Apartment’)가 처음으로 싱글 차트 톱 40에 진입했다. 또 음반사 관계자를 한 사람씩 우리 편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모두가 우리 음악에 회의적이었다. 우리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사람들은 ‘그 밴드는 캐나다에선 큰 성공을 거뒀지만 그들의 음악이 미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라는 식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끈질기게 연주를 들려주면서 음반사 관계자를 한 사람씩 설득했다. ‘Stunt’를 발표할 때쯤엔 모두가 우리 편이 됐다. 게다가 그 음반엔 ‘One Week’라는 기막힌 싱글이 들어 있었고 새 감독 McG가 재미있는 뮤직 비디오를 제작했다. 더할 수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One Week’를 쓸 때 BNL 최고의 히트곡이 되리라고 예상했나?
아니다. ‘One Week’는 ‘Stunt’를 제작할 때 제일 마지막에 제시한 곡이다. 음반에 제대로 실릴 거란 생각조차 안 했다. 보너스 트랙이나 B면에는 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대다수 밴드의 최고 히트곡이 그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지 않나?
맞다!
본 조비도 최고의 히트곡 ‘Livin’ on a Prayer’를 ‘Slippery When Wet’ 앨범에 싣지 않을 뻔했다던데.
지금 와서 말이지만 만약 당시 그가 내게 ‘Livin’ on a Prayer’를 들려줬다면 히트곡이 될 줄 금세 알아차렸을 것 같다. ‘One Week’를 만들 당시를 말해달라.
로버트슨은 “랩 가사를 한 줄 한 줄 테트리스 벽돌 쌓듯 빈틈없이 채워나간다”고 말했다. / 사진:YOUTUBE.COM가사를 마무리하기가 어려워 즉흥적으로 만들었다. 코러스의 구조와 연인과의 이별이라는 주제를 정한 뒤 랩 가사를 쓰려고 애썼지만 결과는 매번 형편없었다. 그때 페이지가 “즉흥적으로 해보면 어떠냐?”면서 “자네가 매일 밤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지어내는 가사가 머리를 쥐어짜면서 쓰는 것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말 1분 30초만에 4개의 벌스를 생각해냈다. 그런 다음 그걸 둘로 나눠 편집한 뒤 데모 테이프에 집어넣었다. 데모 버전은 어쿠스틱 기타와 드럼 반주에 맞춰 내가 노래했다. 음반사의 수 드류가 곧바로 전화하더니 “이 노래를 리드 싱글로 집어넣겠다”고 말했다. 난 그녀가 날 놀리는 줄 알고 소리 내 웃었다. 내 생각엔 그녀가 “이런 바보 같은 노래는 내 평생 처음 듣는다”고 말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노래는 히트곡 1위에 올랐다.
랩할 때 신경이 곤두섰나?
아니다. 난 하드코어 래퍼들과 달리 1988년 이후 모든 공연에서 즉흥적으로 랩을 만들어 불렀다. 그 랩 가사들은 내 정체성의 일부다.
당시는 랩록의 황금기였다. 림프 비즈키트와 키드 록이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랩록은 갈수록 형편없어졌다.
나도 그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One Week’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경쾌하고 가벼운 가사로 무거운 느낌이 전혀 없었다. 힙합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하드코어 힙합이 아니라 드림 워리어스와 드 라소울의 영향을 받았다.
랩 벌스를 즉흥적으로 만드는 건 얼마나 어렵나?
사실은 아주 쉽다.
근육기억처럼 몸에 익은 행위라는 말인가?
그렇다. 내 친구는 랩을 ‘말로 하는 테트리스’(비디오 게임의 일종)라고 부른다. 내 가사는 여백 없이 꽉 짜여 있다. 한 줄 한 줄 테트리스 벽돌 쌓듯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One Week’가 히트하고 ‘Stunt’ 앨범이 수백만 장 팔려나갈 때 BNL의 삶은 어땠나?
정말 신기했다. 사실 아직도 그때를 돌아보면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늘 스스로를 별 볼 일 없는 밴드라고 여겼고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음반이 1500만 장 이상 팔리고 30년 동안 활동을 지속하면서 주류 음악 잡지 표지에 한 번도 실리지 않은 밴드가 우리 말고 또 있나? 우린 그런 식으로 인정 받아본 적이 없다.
최근 BNL은 캐나다 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우린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밴드들을 늘 비웃었는데 어떻게 우리가 거기 오르게 됐을까 얼떨떨했다. 우린 스스로를 ‘학급의 광대’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넘버원 싱글을 내고 MTV와 VH1을 휩쓸고 대형 경기장에서 여는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는 밴드가 됐다. 대규모 음악 축제에는 모두 초대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 전 캐나다에서 성공해본 경험이 있어 인기라는 것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그 시절 가장 신기했던 경험은?
셀 수 없이 많다. 패러디 팝의 대가 위어드 알이 ‘One Week’를 패러디한 것부터 비치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 우리 스튜디오에 와서 우리 노래 ‘Brian Wilson’을 자신의 버전으로 부른 것까지. 이전에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투나잇쇼에 출연했을 때는 배우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우리 밴드와 함께 에그셰이커를 연주했다. 사실 그날 듀코브니가 진행자 제이 리노와 가진 인터뷰는 그가 버클리 음대에서 에그셰이커 연주를 배운 사연과 BNL과 함께 방송에 출연하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위어드 알이 BNL의 노래를 패러디하겠다고 했을 때 밴드의 반응은 어땠나?
1980~90년대 위어드 알이 누군가의 노래를 패러디한다는 건 인기가 그만큼 높다는 인증이나 다름없었다. ‘Stunt’에 수록된 노래 ‘Alcohol’을 녹음할 때 멤버들이 완전 나체로 연주했다던데 무슨 연유에선가?
‘Stunt’는 BNL을 세계 무대에 알린 앨범으로 올가을 20주년 기념판이 CD와 DVD, 비닐 레코드판으로 나온다. / 사진:WIKIPEDIA.ORG이젠 그러지 않는다. 예전엔 어떤 노래를 연주할 때 색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옷을 벗고 녹음했다. 노래가 단조롭게 느껴지거나 뭔가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그렇게 했다. 하지만 30년 동안 한 밴드에서 연주하다 보니 서로 발가벗은 몸을 봐도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 [웃음]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하다.
그 전통을 언제 그만뒀나?
10년쯤 전부터다.
‘Stunt’에 수록된 노래 중 ‘Who Needs Sleep?’을 제일 좋아한다. 불면증이 있나?
그렇다. 고등학교 때 ‘수면은 학습된 것’이라고 가르친 선생님이 있었다. 먼 옛날 인류의 조상이 밤에 깨어 돌아다니면 위험하기 때문에 채택한 습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밤이면 동굴에 모여 휴식을 취하게 됐다. 그 선생님은 하루에 약 45분 동안만 자는 습관을 들여 많은 일을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잠을 전혀 안 자는 영국인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 노래의 가사는 그 이야기에서 따왔다.
페이지가 밴드를 떠난 후 ‘One Week’를 라이브로 연주할 때 다른 느낌이 들었나?
모든 게 달라졌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밴드가 됐다.
페이지는 그 노래의 코러스를 노래하지 않았나?
그렇다. 지금은 타일러와 헌이 그 부분을 노래한다. 페이지가 노래할 때와는 사뭇 다른데 난 지금의 느낌을 아주 좋아한다. 페이지의 노래가 안 좋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난 그와 함께했던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 페이지가 불렀던 노래 대다수를 지금은 내가 한다. 다른 멤버들도 그가 불렀던 부분을 노래한다.
오늘날 ‘One Week’ 같은 노래가 히트할 수 있을까?
‘One Week’가 요즘 나왔다면 히트곡이 될 수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와 흡사한 노래는 히트할 수 있다. 로드의 ‘Rolyals’ 같은 노래를 들으면 ‘One Week’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그 노래는 당시 라디오에서 나오던 어떤 노래와도 달랐다. 제작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과감했다. 멈포드 & 선즈 같은 밴드는 느닷없이 나타나서 기막힌 음반을 내놨다. 우리의 성공이 그랬다. 당시엔 그런 노래가 없었다. 아주 신선했다.
몇 년 전 인터넷에 ‘One Week’의 숨겨진 의미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가사에 등장하는 여자친구가 사실은 죽었다는 이야기였는데.
재미있지만 완전한 헛소리다.
2년 후엔 5집 앨범 ‘Maroon’의 20주년 기념판도 내놓을 생각인가?
그러진 않을 것 같다. 내 생각에 ‘Maroon’은 더 훌륭한 음반이지만 ‘Stunt’처럼 우리 음악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요즘 BNL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은 어떤가?
관객은 매우 훌륭하다. 우린 운이 좋다. 음반 산업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우리도 전성기를 맞았다. 우린 순회공연을 자주 하면서 많은 팬을 확보했다. 라이브 공연을 잘하는 밴드라는 명성은 음반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한 후에도 우리를 지켜줬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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