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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사파리

푸틴의 사파리

황폐화됐지만 광물 풍부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무기와 병력 보내는 러시아. 서쪽으로 기울었던 아프리카 세력균형의 추를 동쪽으로 돌려놓기 위한 첫걸음이다
CLOCKWISE FROM TOP LEFT:ALEXANDER ZEMLIANICHENKO-AP-NEWSIS, GETTY IMAGES BANK(2), JEROME DELAY-AP-NEWSIS, JIANG KEHONG-XINHUA, UBALDO GONZALEZ-XINHUANEWSIS, ALEXEI NIKOLSKY-SPUTNIK-KREMLIN POOL-AP-NEWSIS, MARTIAL TREZZINI-KEYSTONEAP- NEWSIS, MAURO VOMBE-XINHUA-NEWSIS
장베델 보카사 황제가 한때 군림했던 허물어져가는 궁전에 새 손님들이 찾아왔다. 1970년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통치하는 동안 보카사 황제는 성대한 대관식 연출에 1년치 개발원조를 투입하고 죄수들의 고문을 직접 지휘했다. 그러나 1966년 보카사 집권을 후원했던 프랑스 정부가 1979년 그를 축출했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러시아 군인들이 베렝고에 있는 이 허물어져가는 궁전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세력 판도의 변화가 서방에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새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냉전시대 동맹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아프리카로 진출한다.러시아 과학원의 에브게니 코렌디아소프 러시아-아프리카 학 연구팀장은 “아프리카를 둘러싼 전쟁이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져 있으며 소비에트 시대 이래 러시아의 영향력은 쇠퇴해 왔다. 그에 따라 크렘린 정부는 외교·경제·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영향력과 신시장의 확대를 꾀한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수계약을 체결하고,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입찰하고, 우주 통신을 확대하고, 탄화수소 광상을 개발하고, 더 비밀스런 작전을 따라 공개적인 군사개입을 벌이는 등의 방법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 / 사진:ALEXEI NIKOLSKY-SPUTNIK-KREMLIN POOL-AP-NEWSIS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에 있는 유엔 고위 치안 당국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러시아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입지를 구축해 북부의 수단, 남부의 앙골라를 잇는 영향권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옛 식민지 종주국으로 반감이 크고 미군 병력은 떠났다. 이 지역은 먼저 차지하는 쪽이 임자다.”

유엔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나라로 꼽는다. 광물 자원은 풍부하지만 분열되고 정부가 열악하다. 2013년 셀레카라는 무슬림 중심의 반군 연합이 정부를 전복시키면서 내분이 일어났다. 잔혹행위가 폭넓게 횡행하자 기독교 공동체들이 반-발라카라는 자경 민병대를 결성했다. 양측의 충돌로 수천 명이 희생됐다. 2016년 포스탱 아르상제 투아데레 대통령의 선출 이후 잠시 평화가 찾아왔지만 그해 후반 셀레카 파벌 간에 폭력사태가 벌어진 뒤 계속 확대돼 왔다. 독립 이후 수십 년 역사가 쿠데타와 정치불안으로 점철됐으며 파견된 국제 연합군도 지속 가능한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했다. 그 틈새에서 크렘린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전문가들은 (초기) 낮은 수준의 개입은 비용이 거의 안 들지만(그리고 금방 뒤집어질 수 있지만) 결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프라하 국제관계연구소의 마크 갈레오티 선임 연구원은 “적당한 기회를 잡아 서방의 이해가 걸린 분야에 뛰어들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강대국 이미지를 과시하는 러시아의 접근법과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투아데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 사진:MICHEL EULER-AP-NEWSIS
투아데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소치의 흑해 리조트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의 무기반입을 유엔이 금지했지만 그 뒤 모스크바 정부가 로비공작을 벌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빈약한 군대에 무기와 탄약을 기부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냈다.

서방 기관들이 자금을 지원하고 평화유지군이 뒤를 받쳐주지만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수도 이외 지역에선 거의 힘을 쓰지 못하며 반군이 약 3분의 2를 장악하는 영토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고자 한다. 따라서 러시아의 지원을 선뜻 받아들였다.

러시아 외교부는 자신들의 원조가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개입이 확대되면서 지역의 서방 관계자들 사이에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그들의 활동이 초기의 무기 기부에서 전선 정찰, 전국적인 무기수송, 잠재적인 채굴사업권, 반군과의 회담, 그리고 용병으로 의심되는 병력의 배치 등으로 확대됐다고 고위 관계자들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워싱턴 정부는 최근 그 대응책으로 방기 주재 미국 대사관에 군사보좌관을 새로 파견했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마크 초우트 중령이 현재 워싱턴 정부의 ‘군사 협상대표’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관련해 미국의 지분을 보호하고 확대하는 역할이다.” 미국의 ‘지분’이란 차드 호수와 동아프리카 주변의 대테러 작전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하는 ‘안정’을 의미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그것을 저해할 수 있는 다른 나라의 어떤 정책 이니셔티브든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미국이 경찰관 훈련에 개입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군대에 군용차량을 기증하지만 러시아는 이미 전투지역 깊숙이 부대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의 케네스 글럭 부지휘관은 콩고민주공화국 국경의 무법도시 방가수에 러시아 군사 교관 10명 안팎이 배치됐다고 말한다. 정부군 병력의 기지 건설을 돕고 반군단체를 공격하기 전에 전투지역에서 사기를 키워주려는 목적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러시아의 거래는 서방이 임명한 지도자들과의 거래에서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의 군사 대표들이 북부 오지로 날아가 반군 지도자뿐 아니라 반군 지도자 출신의 미셸 조토디아와 협상을 벌였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옛 소련 주민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교육받고 2013년 권력을 잡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무슬림 대통령에 오른 인물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무기 수출국인 러시아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거래는 자국 군수산업을 동원해 세계 주요 강대국 지위를 되찾으려는 더 광범위한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특히 그들은 서방 강대국들이 빠져나간 지역을 겨냥한다. 러시아 외교부 관료 출신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러피언대학 니콜라이 코자노프 전임강사는 “전쟁터에서 러시아의 무기가 신뢰성을 입증하면서 시리아 전쟁이 러시아 군수업체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입법가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면 러시아가 아프리카 전체적으로 계약을 따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웃나라 차드·카메룬·콩고민주공화국·수단·남수단 등의 통치자들이 내분과 이슬람주의자 반란으로 군비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 무기판매 확대는 국내에서 ‘핵심 유권자 기반’을 강화해 권력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미국 국무부 관료 출신의 폴 스트론스키는 말한다. 바로 러시아군-산 복합체다.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옛 소비에트 시대 절정에 달했다. 당시 러시아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KGB 요원들을 배치하고 냉전 시대 대리전을 수행하는 공산주의 반군들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서방 강대국들과 샅바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1990년대 옛 소련의 몰락으로 영향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경제난에 빠지면서 러시아는 해외활동을 축소하고 수많은 대사관을 폐쇄해야 했다. 러시아는 다시 일어섰지만 경제가 중병에 걸리면서 자원이 줄고 내세울 만한 이념이 없어졌다.아프리카 주재 경험이 있는 한 러시아 외교관은 외교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익명을 조건으로 “소비에트 시절 한때는 아프리카에서 누구에게든 어떤 명령이든 내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옛날얘기”라고 말했다. “러시아 지도자들에게 아프리카는 미국과 영향력을 다투는 전쟁터였다. 우린 전에는 통 큰 후원자였지만 지금은 그만큼 재정적 자원을 동원하지 못한다.”

(왼쪽부터) 1991년 에티오피아의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 정부 타도에 사용된 소련 탱크, 밤바리의 기지로 돌아가는 전 셀레카 전사들, 지난해 카이로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왼쪽)을 맞이하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 사진:FLICKR, JEROME DELAY-AP-NEWSIS, ALEXANDER ZEMLIANICHENKO-POOL PHOTO-AP-NEWSIS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외교적·군사적 개입을 줄여나가면서 푸틴의 아프리카 비전이 확대된다. 러시아가 아프리카의 주요 안보 파트너가 되려 애쓰는 데는 국제적인 고립에 맞서고, 고조되는 성전주의의 위협을 물리치고, 풍부한 아프리카 천연자원의 혜택을 보려는 목적이 있다. 이는 러시아의 해군 주둔을 확대하고 아프리카 지도자들 사이에서 러시아의 글로벌 행동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충해 미국을 약화시키고 서방의 작전 능력을 제한할 잠재력이 있다.

지중해 해안부터 아프리카 남부의 초원까지 러시아의 움직임은 냉전 초기 이후 유지돼온 기존 체제를 흔들어놓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1990년대 중반부터 테러를 퇴치하고 나토 파트너 국가들의 국경을 강화하기 위해 사하라 사막 주변 국가들과 협력해 왔다. 이들 파트너 중 모로코와 알제리는 과거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가 호전되고 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나토의 또 다른 지역 우방인 이집트와 러시아의 관계 재개다. 이집트는 1970년대 옛 소련에 등을 돌리고 아랍 지역에서 워싱턴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 됐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이집트와 러시아가 다시 밀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러시아 기업들에 유럽과 아프리카로 향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업지대뿐 아니라 러시아가 이집트에 짓는 원전 설비의 예비 계획 수립 과정을 지휘했다.이 같은 동반자관계의 부활은 러시아 군용기들이 이집트의 영공과 기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예비 합의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전략지정학적인 이집트 지역에서 옛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 시대 이후 최대 규모의 러시아 군대가 주둔할 수 있게 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권이 확대된다. 러시아와 이집트는 공격헬기, 미사일 시설, 해안 방어 시스템, 미그 전투기 50대를 이집트에 공급하는 35억 달러 규모의 패키지 계약에 서명해 이 같은 유대를 공고히 했다. 러시아 군사력을 상징하는 미그기 계약은 옛 소련 이후 최대 규모다.

(위쪽부터)러시아가 기지를 건설하려다 거부당한 지부티 항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동부 셀레카 반군 장악지역 인근의 은다시마 금광, 은다시마 금광 인근의 구덩이에서 인부들이 금을 골라내고 있다. / 사진:ADAM SCHRECK-AP-NEWSIS, WUPPERINST.ORG, PINTEREST
이집트와 러시아 간 협력은 이웃 리비아의 내전으로 확대된다. 리비아는 현재 외세의 지원을 받는 반대세력들의 내전으로 황폐화됐다. 푸틴 대통령과 엘시시 대통령은 리비아 동부의 실력자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을 지원한다. 하프타르 장군은 서방의 지원을 받는 트리폴리 정부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75세인 장군의 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각종 무기를 공급했다. 리비아 국경 인근의 이집트 서부 사막에 병력을 배치하고 이집트 공군 기지를 공습 거점 삼아 하프타르의 장악지역을 확보하고 확장할 수 있다. 러시아의 노림수는 뭘까? 부흥하는 세계 강국으로서 러시아의 역할을 키우는 한편 석유자원 풍부한 리비아 사막에서 미래의 경제적 계약을 선점하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의 안드레이 케마르스키 아프리카 국장은 크렘린의 아프리카 파트너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서방 국가들의 압력에 맞서는”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말한다. 이는 미국의 군사지도자들에게 걱정거리다.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의 토마스 월드하우저 장군은 지난 3월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러시아가 나토의 남쪽 측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아가 파고들면서 미국을 밀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러시아는 (특히 옛 소련 우방들 사이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사하라에서 남쪽까지 뻗치는 초승달 모양의 세력권을 형성하려 한다. 그중 하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군사지원과 기술적 노하우를 전수받으면서 수백 명의 학생을 러시아 대학으로 유학 보낸 앙골라다. 내전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정치적 안정을 이룬 나라로 손꼽히는 앙골라는 세력확장을 꾀하는 러시아의 주요 타깃이다.

과거 옛 소련의 후원을 받은 앙골라 여당은 그 뒤로 러시아 외교정책의 주요 치어리더 역할을 맡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을 모색하는 시점에 러시아의 국유 기업들은 앙골라의 상당한 가스전·유전에 눈독을 들인다.

통신은 또 다른 주요 협력분야다. 러시아 우주청은 앙골라 최초의 국가 위성을 개발했으며 제2의 위성 개발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동기는 의심스럽다. 크렘린과 연계된 고도의 해킹 그룹이 미국·유럽 정부 기관을 겨냥한 악의적인 사이버 정탐 공격의 진원지를 불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의 상업 위성통신을 해킹했다고 알려졌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최근의 아프리카 동남부 순방에 앙골라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옛 소련 우방국 에티오피아·모잠비크·나미비아·짐바브웨에도 들렀다. 복귀를 알리는 이 순방외교는 무기거래 확대, 다이아몬드 광상 개발권 확보, 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외교정책협회(AFPC)의 스티븐 블랭크 선임 연구원은 그 여행이 “서방에 도전하는 러시아의 전반적인 글로벌 정책의 일환”으로 라브로프 장관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자신들의 솔루션을 강요하려 노력한 것은 서방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에티오피아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아프리카 연합(AU, 나토의 핵심 파트너) 본부를 방문해 무사 파키 마하마트 집행위원장과 함께 범죄자와 테러범들에 맞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다짐했다. 두 사람은 아프리카와 러시아 학계 간의 파트너십 구축을 논의해 옛 소련 시대의 학술 교류를 연상케 했다. 나토의 한 대변인은 아프리카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 확대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나토의 고위 관계자가 AU에 주재한다).

러시아의 아프리카 진출 시도가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미국의 아프리카 최대 영구 군사기지는 지부티에 있다. 작지만 홍해의 전략 요충지에 위치한 국가이며 미국이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수행하는 대테러 작전의 출발점이다. 지난해 8월 미국 기지 인근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건설돼 미군 지휘부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지부티 외교장관에 따르면 “대리전의 각축장이 되기”를 원치 않는 지부티는 자국 국경에 러시아의 기지 건설을 금지했다.

이웃한 수단이 러시아로선 더 확률 높을지 모른다. 수단은 크렘린의 충성스런 우방이며 러시아제 군사장비의 오랜 고객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로 수배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는 러시아제 제트기와 방공 시스템 구매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자국의 홍해 해안에 기지 건설을 제안하고 수단에는 “미국의 공격적인 행위로부터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대가 이미 수단에 발을 들여놓았을지 모른다. 지난해 11월 수단 사막에서 러시아 교관들이 현지 군인을 훈련시키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다. 한 친크렘린 신문의 기자 알렉산더 코츠가 올린 동영상이다. 러시아의 한 참전군인 단체는 최근 크렘린의 그림자 전쟁에 관한 오랜 침묵을 깨고 러시아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리비아·수단 등 해외 전쟁지역으로 사설 군사 하청업자들을 파견한다고 밝혔다.미국·프랑스·영국 등 많은 나라가 사하라 사막 남부지역의 변화무쌍한 불모지에서 작전을 할 때 군사 기업에 의존한다. 의료구조, 보급품수송, 그리고 더 전투적인 활동에 그들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러시아 용병들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은밀하면서도 광범위하게 동원돼 특히 악명을 떨친다. 이들 중무장한 용병 중에는 와그너 그룹 소속이 많다. 크렘린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설 군사 기업이다.

러시아 병사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에서 반군들과 접촉하는 휴대전화 동영상도 등장했다.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많이 매장됐다고 알려진 이 지역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부흥을 위한 인민전선’이라는 막강한 무장단체가 장악하고 있다. 프랑스어 두문자어 FPRC로 알려진 이 단체는 인권단체들로부터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는다.

뉴스 채널 프랑스 24의 한 보도는 지난 5월 “러시아와 연계된 민병대원 55명”과 의료장비를 운반하는 18대의 트럭으로 이뤄진 러시아 호송단을 FPRC의 군사 지도자 압둘라예 이쎈이 멈춰 세우고 수색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이쎈은 군사장비도 찾아내 그런 화물은 “우리 계약에 없는 것”이라며 당당히 압수한다.

수색이 끝난 뒤 트럭들은 계속 동부로 이동해 긴장감 감도는 반군 거점 브리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FPRC의 고위 관계자 이브라힘 알라와드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는 “이곳에서 러시아인들을 만났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들은 ‘우리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병원을 세우고 싶다 …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의 상대가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고 했다.”상업적으로 그 러시아인들은 골드러시를 기대할지 모른다. 프랑스의 한 조사에선 지난해 11월 방기에 설립된 치안업체가 ‘귀금속 채굴’을 전문으로 하는 광산업체 책임자와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수출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반군들은 거래에 큰 관심을 보인다.

모스크바의 시리아 개입에서도 러시아의 유사 업체들이 이익을 챙긴다. 그중 하나가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에브로 폴리스다.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압류한 유전·가스전에서 챙긴 몫의 일부를 용병들에게 나눠주는 시리아 내 와그너 그룹 사업의 위장 조직으로 의심받는 업체다. 푸틴의 최측근 그룹 중 한 명인 예브게니 프리고친이라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기업가가 그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며 미국의 금융·여행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시리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커넥션은 앞으로 더 깊어질 듯하다.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 러시아에 장기 임대해준 공군 기지에서 출발하는 러시아 수송기가 시리아에서 수단으로 화물과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는 듯하다. 그 뒤 계속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까지 날아가는 듯하다고 비행 경로 데이터를 인용해 러시아 분석가들이 말한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 대변인은 러시아인이 채굴 프로젝트를 공식화한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 외교부는 이미 “광물자원 탐사 파트너십의 상당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글럭 평화유지군 부지휘관은 “러시아인이 몰려들기 시작했을 때 투명성 결핍이 걱정거리였다”고 털어놓았다. 러시아 지도층은 모스크바의 목표에 숨겨진 의도는 없지만 반군들이 그런 위협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FPRC의 알라와드는 “푸틴은 아프리카 어디에든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원이 많다. 그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다. 우리는 제2의 시리아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 잭 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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