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의 ‘보이지 않는 손’ 치워라
예멘 내전의 ‘보이지 않는 손’ 치워라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치닫자 미국 의회가 나서 트럼프 정부의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 지원에 제동 걸어 미국 의회는 미군이 피를 흘리거나 죽지 않는 먼 나라의 내전을 두고선 잘 흥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예멘에서 벌어지는 내전은 예외다. 미국 의원들은 그 전쟁에서 미국 국방부의 역할을 두고 노심초사한다. 예멘 내전은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무참히 앗아갔고, 치명적인 기근을 일으켰으며, 보건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사상 최악의 콜레라 사태’를 촉발했다.
2015년 내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미국 의원들은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무기 판매를 중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반군과 싸우는 아랍연합군의 배후 주도국들이다. 반군은 그 두 나라 공동의 적인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으로 알려졌다. 독립적인 관측통들에 따르면 내전의 피해 대부분은 미국과 영국에서 제조된 전투기와 폭탄을 사용하는 사우디와 UAE의 공습으로 초래됐다. 그에 따라 인권단체들은 미국과 영국의 공모로 예멘의 참혹한 고통이 가중된다고 비난한다.
그런 비난 속에서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난 6월 말 20억 달러에 이르는 스마트 폭탄을 사우디와 UAE에 판매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상원의 규칙에 따르면 상원의원 누구든 무기 판매를 거부할 수 있으며 그런 거부를 무효화하려면 상원의원 과반수의 찬성 표결이 있어야 한다. 메넨데스 의원은 “미국의 정책이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비화된 내전을 지속시킨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도 미국이 예멘에서 반군과 싸우는 아랍연합군을 지원하는 전략에 의문을 표했다(반군이 장악한 항만의 해상 봉쇄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추가적인 반대의 표시로 연례 국방정책 법안에 새로운 의무 조항 여럿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와 UAE가 민간 표적을 계속 공격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한 전투기와 폭탄, 공중 급유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는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그런 행위는 미국 법을 위반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우디와 UAE는 앞으로 미국의 무기와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국방정책 법안에 포함된 두 번째 새 조항은 예멘에서 UAE가 운영하는 포로수용소 10여 군데에서 이뤄지는 심문(고문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에 미국 인력이 참여하는지 국방부가 확인하도록 요구한다. 마지막 조항은 미국이 아랍연합군을 계속 지원하려면 사우디와 UAE가 민간인 희생을 줄이고,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며, 유엔의 휴전 중재 시도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법안은 지난 8월 1일 의회가 통과시킨 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는 중이다.
스티븐 세치 전 예멘 주재 미국 대사는 국방법안에 이번에 포함된 예멘 관련 조항들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의회가 이전엔 승인한 적이 없는 조항들이다.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 강화와 관련해 상원과 하원 전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예멘 내전은 2014년 후티족(이슬람 시아파의 하위 분파인 자이디 부족)으로 구성된 반군이 수년 동안 받은 공식적인 차별과 무시에 반발해 예멘 정부를 몰아내려는 봉기를 일으키면서 촉발됐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와 국경을 이루는 산악지대에서 출발해 예멘의 수도 사나, 홍해 항구도시 호데이다 등 예멘의 2500만 인구 대부분이 거주하는 서북부의 넓은 지역을 장악했다.
다음해인 2015년 사우디는 예멘 정부를 복귀시키기 위해 아랍연합군의 군사 개입을 주도했다. 미국은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사우디에 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연합군의 전투기가 더 많은 공습 출격을 할 수 있도록 공중 급유도 제공했다. 예멘 내전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이란이 후티 반군에 무기와 자금, 군사훈련을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은 군사적 관계를 부인했다. 미국과 유럽 정보 관리들은 이란의 그런 주장을 일축한다. 그들은 미국과 프랑스의 해군이 에멘의 후티 반군 장악 지역 연안에서 이란제 소총과 미사일 부품을 실은 선박들을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아랍의 전 현직 관리들은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최대 라이벌인 사우디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라고 그들은 덧붙였다.
이란에 후티 반군이 쓸모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가 지난 7월 말 사건이었다. 예멘 연안에서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선적의 대형 유조선 2척을 공격함으로써 사우디는 인근의 바브 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선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라비아 반도 남부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하는 이 해협은 하루 원유 약 500만 배럴이 이동하는 중요한 항로다. 후티 반군으로선 유조선 공격이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의 공습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려는 정책에 대한 보복이었다.지금까지 미국 의회는 사우디·UAE를 상대로 한 무기 거래를 공개적인 논란 없이 승인했다. 그러나 에멘 내전이 3년 이상 진행된 지금 그곳에서 유일하게 공군력을 보유한 아랍연합군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고 예멘의 민간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농장과 병원, 학교, 발전소 등이 주로 미국이 제공한 전투기와 폭탄을 사용하는 아랍연합군에 의해 파괴됐다. 양측 모두 반(反)인도주의 범죄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300만 명이 난민이 됐을 뿐 아니라 약 100만 명이 콜레라로 고통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대 사상 최대 규모의 콜레라 유행’이라고 규정했다. 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예멘에서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이 5만 명에 이른다. 한편 국제구호위원회(IRC)는 기근이 널리 퍼지면서 800만 명 이상이 굶주림에 처했다고 추정했다.
예멘 인구의 4분의 3이 넘는 약 2200만 명이 현재 해외에서 지원하는 식량과 의약품에 의존한다. 그러나 유엔 관리들에 따르면 전투 때문에 구호품이 그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멘이 처한 곤경을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라고 불렀다.
인권단체들은 미국과 영국이 이 위기를 일으킨 공모자인 것은 사우디·UAE에 첨단 군사장비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행위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기의 종류도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국제 앰네스티는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이 공습에서 미국·영국제 집속탄을 사용한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국제법이 금지하는 그런 폭탄은 넓은 지역에 작은 폭탄 수십 발을 뿌린다. 그중 일부는 떨어진 뒤에도 폭발하지 않아 나중에 잘 못 건드리면 터지는 사실상의 ‘지뢰’가 된다.
2016년 오바마 정부는 예멘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사상자를 우려해 사우디에 집속탄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몇 달 뒤 공화당이 지배한 의회는 2017 회계연도 국방법안에 그 금지를 해제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집속탄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당시 그 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것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 앰네스티의 중동지역 조사국장인 린 말루프는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가 사우디 주도의 아랍연합군을 지원하고 무책임하게 무기를 공급하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지원은 지난 3년 동안 예멘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올해 초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 조셉 보텔 대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미군 급유기가 사우디·UAE 전투기에 공중 급유를 제공한 뒤 그 전투기가 탑재한 무기가 어떤 것인지, 공습 결과가 어떠했는지 미군이 확인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미국 의원들에게 또 다른 중대한 우려는 예멘 내전에서 미군의 발자국이 커지는 듯하다는 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고 뉴스위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국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대원과 정보 분석가 약 50명이 사우디 남부 도시 나지란의 군사기지에 파견됐다. 사우디군이 예멘 북부의 후티 반군 미사일 병기고와 발사대를 찾아내 파괴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미국 관리들은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석유 시설, 군사기지 등을 향해 최소 1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 남부의 작은 마을을 표적으로도 수천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지대에 미군이 파견된다는 것은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무기 판매, 정보 공유, 공중 급유, 후티 장악 항구의 해상 봉쇄에 국한된다는 트럼프 정부의 거듭된 해명과 상반된다.
예멘에서 미국의 임무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당)은 트럼프 정부가 예멘 내전에서 의도적으로 “훈련·장비 제공 임무와 전투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회가 2001년 9·11테러 직후 대통령의 대테러 작전 수행을 승인한 것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대통령들은 대테러 작전을 추진하는데 그 승인을 사용했다.
케인 의원이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함께 제시한 새로운 조치는 “미군의 예멘 내전 개입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케인 의원이 말했다. “또 미군이 어떤 적과 어디서 싸울지 결정하는 권한을 의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되돌려 받는다는 것이다.”
UAE가 이끄는 대규모 지상군은 호데이다를 탈환하기 위한 새로운 공세를 준비 중이다. 호데이다는 후티 반군이 장악한 주된 항구도시이며 예멘으로 들어가는 국제 구호품과 상업적 상품의 4분의 3이 통과하는 관문이다.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은 인구 60만 명인이 도시를 지난 6월 탈환하려 했지만 유엔의 휴전 노력을 고려해 진격을 중단했다.마틴 그리피스 예멘 주재 유엔 특사는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 관할을 유엔에 넘긴 뒤 철수하고, 지뢰를 제거하며, 구호품을 하역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중기 건설을 골자로 하는 계획을 양측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중이다. 그가 사우디·UAE·후티 반군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망명정부 대통령만이 그 계획에 서명했다. 사우디와 UAE는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에서 철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그런 요구를 거부하고 시가전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그런 외교적인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UAE는 미국 정가에서 트럼프 정부의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 지원에 대한 의회의 커지는 반대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 로비 작업을 시작했다. 최근 UAE의 고위 관리가 아부다비에서 워싱턴D.C.로 날아가 아랍연합군의 인도주의적 노력을 강조했다. 예멘인 600만 명을 한 달 동안 먹일 수 있는 식량 공급 준비도 거기에 포함됐다. 한편 중동 문제에 초점을 맞춘 뉴스 사이트 알-모니터에 따르면 UAE 로비스트들은 미국 의원들에게 호데이다에 병원 3곳을 재건설하고, 난민을 위한 임시 거주지를 공급하며, 도시 주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담수화 처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의원들은 로비의 또 다른 동기를 의심한다. 휴전 협상이 결렬되고 UAE의 호데이다 공세가 재개될 경우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의회 보좌관들에 따르면 특히 UAE는 더 많은 정보 공유, 드론 감시, 후티 반군이 항만에 설치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미군 소해정을 원한다. 이 모두가 아랍연합군의 상륙 강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 6월 호데이다를 탈환하려는 첫 시도가 있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유사한 UAE 요청을 거부했다. 그런 공격이 예멘의 인도주의 위기를 악화시키며 후티 반군 공격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의회의 반대를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세치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단호한 정책의 일환으로 후티 반군과 싸우는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을 계속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예멘에서 미군의 임무 확대 조짐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지원을 원하는 아랍연합군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 요구를 들어주면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권한을 줄이려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치 전 대사는 “트럼프 정부는 의회의 우려를 더욱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나선 브로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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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내전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미국 의원들은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무기 판매를 중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 반군과 싸우는 아랍연합군의 배후 주도국들이다. 반군은 그 두 나라 공동의 적인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으로 알려졌다. 독립적인 관측통들에 따르면 내전의 피해 대부분은 미국과 영국에서 제조된 전투기와 폭탄을 사용하는 사우디와 UAE의 공습으로 초래됐다. 그에 따라 인권단체들은 미국과 영국의 공모로 예멘의 참혹한 고통이 가중된다고 비난한다.
그런 비난 속에서 밥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지난 6월 말 20억 달러에 이르는 스마트 폭탄을 사우디와 UAE에 판매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제안을 거부했다. 상원의 규칙에 따르면 상원의원 누구든 무기 판매를 거부할 수 있으며 그런 거부를 무효화하려면 상원의원 과반수의 찬성 표결이 있어야 한다. 메넨데스 의원은 “미국의 정책이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비화된 내전을 지속시킨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도 미국이 예멘에서 반군과 싸우는 아랍연합군을 지원하는 전략에 의문을 표했다(반군이 장악한 항만의 해상 봉쇄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추가적인 반대의 표시로 연례 국방정책 법안에 새로운 의무 조항 여럿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와 UAE가 민간 표적을 계속 공격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한 전투기와 폭탄, 공중 급유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는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그런 행위는 미국 법을 위반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우디와 UAE는 앞으로 미국의 무기와 군사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국방정책 법안에 포함된 두 번째 새 조항은 예멘에서 UAE가 운영하는 포로수용소 10여 군데에서 이뤄지는 심문(고문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에 미국 인력이 참여하는지 국방부가 확인하도록 요구한다. 마지막 조항은 미국이 아랍연합군을 계속 지원하려면 사우디와 UAE가 민간인 희생을 줄이고,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며, 유엔의 휴전 중재 시도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법안은 지난 8월 1일 의회가 통과시킨 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는 중이다.
스티븐 세치 전 예멘 주재 미국 대사는 국방법안에 이번에 포함된 예멘 관련 조항들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의회가 이전엔 승인한 적이 없는 조항들이다.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 강화와 관련해 상원과 하원 전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예멘 내전은 2014년 후티족(이슬람 시아파의 하위 분파인 자이디 부족)으로 구성된 반군이 수년 동안 받은 공식적인 차별과 무시에 반발해 예멘 정부를 몰아내려는 봉기를 일으키면서 촉발됐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와 국경을 이루는 산악지대에서 출발해 예멘의 수도 사나, 홍해 항구도시 호데이다 등 예멘의 2500만 인구 대부분이 거주하는 서북부의 넓은 지역을 장악했다.
다음해인 2015년 사우디는 예멘 정부를 복귀시키기 위해 아랍연합군의 군사 개입을 주도했다. 미국은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았지만 사우디에 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연합군의 전투기가 더 많은 공습 출격을 할 수 있도록 공중 급유도 제공했다. 예멘 내전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이란이 후티 반군에 무기와 자금, 군사훈련을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란은 군사적 관계를 부인했다. 미국과 유럽 정보 관리들은 이란의 그런 주장을 일축한다. 그들은 미국과 프랑스의 해군이 에멘의 후티 반군 장악 지역 연안에서 이란제 소총과 미사일 부품을 실은 선박들을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아랍의 전 현직 관리들은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후티 반군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 패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최대 라이벌인 사우디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라고 그들은 덧붙였다.
이란에 후티 반군이 쓸모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가 지난 7월 말 사건이었다. 예멘 연안에서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선적의 대형 유조선 2척을 공격함으로써 사우디는 인근의 바브 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원유 선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아라비아 반도 남부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하는 이 해협은 하루 원유 약 500만 배럴이 이동하는 중요한 항로다. 후티 반군으로선 유조선 공격이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의 공습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이란으로선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이란의 원유 수출을 차단하려는 정책에 대한 보복이었다.지금까지 미국 의회는 사우디·UAE를 상대로 한 무기 거래를 공개적인 논란 없이 승인했다. 그러나 에멘 내전이 3년 이상 진행된 지금 그곳에서 유일하게 공군력을 보유한 아랍연합군이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냈고 예멘의 민간 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농장과 병원, 학교, 발전소 등이 주로 미국이 제공한 전투기와 폭탄을 사용하는 아랍연합군에 의해 파괴됐다. 양측 모두 반(反)인도주의 범죄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고 유엔은 지적했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300만 명이 난민이 됐을 뿐 아니라 약 100만 명이 콜레라로 고통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대 사상 최대 규모의 콜레라 유행’이라고 규정했다. 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예멘에서 콜레라로 사망한 사람이 5만 명에 이른다. 한편 국제구호위원회(IRC)는 기근이 널리 퍼지면서 800만 명 이상이 굶주림에 처했다고 추정했다.
예멘 인구의 4분의 3이 넘는 약 2200만 명이 현재 해외에서 지원하는 식량과 의약품에 의존한다. 그러나 유엔 관리들에 따르면 전투 때문에 구호품이 그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멘이 처한 곤경을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라고 불렀다.
인권단체들은 미국과 영국이 이 위기를 일으킨 공모자인 것은 사우디·UAE에 첨단 군사장비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행위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기의 종류도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국제 앰네스티는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이 공습에서 미국·영국제 집속탄을 사용한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국제법이 금지하는 그런 폭탄은 넓은 지역에 작은 폭탄 수십 발을 뿌린다. 그중 일부는 떨어진 뒤에도 폭발하지 않아 나중에 잘 못 건드리면 터지는 사실상의 ‘지뢰’가 된다.
2016년 오바마 정부는 예멘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사상자를 우려해 사우디에 집속탄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몇 달 뒤 공화당이 지배한 의회는 2017 회계연도 국방법안에 그 금지를 해제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집속탄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당시 그 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것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 앰네스티의 중동지역 조사국장인 린 말루프는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가 사우디 주도의 아랍연합군을 지원하고 무책임하게 무기를 공급하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설명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지원은 지난 3년 동안 예멘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올해 초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 조셉 보텔 대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미군 급유기가 사우디·UAE 전투기에 공중 급유를 제공한 뒤 그 전투기가 탑재한 무기가 어떤 것인지, 공습 결과가 어떠했는지 미군이 확인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미국 의원들에게 또 다른 중대한 우려는 예멘 내전에서 미군의 발자국이 커지는 듯하다는 점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고 뉴스위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미국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대원과 정보 분석가 약 50명이 사우디 남부 도시 나지란의 군사기지에 파견됐다. 사우디군이 예멘 북부의 후티 반군 미사일 병기고와 발사대를 찾아내 파괴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미국 관리들은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석유 시설, 군사기지 등을 향해 최소 10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 남부의 작은 마을을 표적으로도 수천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지대에 미군이 파견된다는 것은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의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무기 판매, 정보 공유, 공중 급유, 후티 장악 항구의 해상 봉쇄에 국한된다는 트럼프 정부의 거듭된 해명과 상반된다.
예멘에서 미국의 임무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당)은 트럼프 정부가 예멘 내전에서 의도적으로 “훈련·장비 제공 임무와 전투 사이의 경계선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회가 2001년 9·11테러 직후 대통령의 대테러 작전 수행을 승인한 것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후 대통령들은 대테러 작전을 추진하는데 그 승인을 사용했다.
케인 의원이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함께 제시한 새로운 조치는 “미군의 예멘 내전 개입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케인 의원이 말했다. “또 미군이 어떤 적과 어디서 싸울지 결정하는 권한을 의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되돌려 받는다는 것이다.”
UAE가 이끄는 대규모 지상군은 호데이다를 탈환하기 위한 새로운 공세를 준비 중이다. 호데이다는 후티 반군이 장악한 주된 항구도시이며 예멘으로 들어가는 국제 구호품과 상업적 상품의 4분의 3이 통과하는 관문이다.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은 인구 60만 명인이 도시를 지난 6월 탈환하려 했지만 유엔의 휴전 노력을 고려해 진격을 중단했다.마틴 그리피스 예멘 주재 유엔 특사는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 관할을 유엔에 넘긴 뒤 철수하고, 지뢰를 제거하며, 구호품을 하역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중기 건설을 골자로 하는 계획을 양측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중이다. 그가 사우디·UAE·후티 반군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망명정부 대통령만이 그 계획에 서명했다. 사우디와 UAE는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에서 철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그런 요구를 거부하고 시가전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
그런 외교적인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UAE는 미국 정가에서 트럼프 정부의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 지원에 대한 의회의 커지는 반대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 로비 작업을 시작했다. 최근 UAE의 고위 관리가 아부다비에서 워싱턴D.C.로 날아가 아랍연합군의 인도주의적 노력을 강조했다. 예멘인 600만 명을 한 달 동안 먹일 수 있는 식량 공급 준비도 거기에 포함됐다. 한편 중동 문제에 초점을 맞춘 뉴스 사이트 알-모니터에 따르면 UAE 로비스트들은 미국 의원들에게 호데이다에 병원 3곳을 재건설하고, 난민을 위한 임시 거주지를 공급하며, 도시 주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담수화 처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의원들은 로비의 또 다른 동기를 의심한다. 휴전 협상이 결렬되고 UAE의 호데이다 공세가 재개될 경우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의회 보좌관들에 따르면 특히 UAE는 더 많은 정보 공유, 드론 감시, 후티 반군이 항만에 설치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미군 소해정을 원한다. 이 모두가 아랍연합군의 상륙 강습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지난 6월 호데이다를 탈환하려는 첫 시도가 있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유사한 UAE 요청을 거부했다. 그런 공격이 예멘의 인도주의 위기를 악화시키며 후티 반군 공격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의회의 반대를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세치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단호한 정책의 일환으로 후티 반군과 싸우는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을 계속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의회가 예멘에서 미군의 임무 확대 조짐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지원을 원하는 아랍연합군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런 요구를 들어주면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권한을 줄이려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치 전 대사는 “트럼프 정부는 의회의 우려를 더욱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나선 브로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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