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임 유력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노믹스 순항에 장기 집권 탄력받아
[3연임 유력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노믹스 순항에 장기 집권 탄력받아
사학 스캔들에도 지지율 높아...소사이어티 5.0 정책으로 신산업-사회 발전 동시 도모 아베 신조(安倍晋三·64) 일본 총리는 9월 20일 열리는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할까.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 중의원은 물론 참의원까지 국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행사다. 아베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1) 전 간사장의 일대일 경쟁 구도 속에서 아베가 앞서는 형국이다. 아베 총리는 8월 26일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진행할 선두에 서겠다는 결의”를 내세우며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아베는 야당 시절이던 2012년 자민당 총재에 오른 후 그해 12월 정권을 탈환하고 총리에 올랐다. 2016년 총재 선거에선 최종적으로 후보가 나서지 않아 무투표로 연임했다. 아베의 당 총재 임기는 9월 30일까지다. 지난해 자민당은 ‘2기 연속 6년’이던 총재 임기 규정을 ‘3기 연속 9년’으로 당규를 고쳤다. 9월 7일 공식 고시된 20일의 투표에서 아베가 3연임에 성공해 3년 임기를 1차례 더하게 되면 2021년 9월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아베가 이번에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하면 총리직도 당연히 2021년까지 계속 재임할 수 있다. 현재 일본 국회에서 자민당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의원 465석 중 자민당이 과반수인 283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29석의 공명당이 참가해 합계 312석의 거대 연립 여당을 이루고 있다. 야당은 무소속 17석까지 합쳐도 모두 133석에 지나지 않으며 입헌민주당이 55석, 국민민주당이 39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참의원에서도 집권 자민당은 전체 242석 중 역시 과반수인 125석을 차지하고 있다. 25석의 공민당까지 합치면 150석의 거대 연립 여당을 이루고 있다. 무소속 5석을 포함한 야당 의석 92석 중 국민민주당이 24석, 입헌민주당이 23석을 차지하고 있다. 중의원에선 입헌민주당이 제1야당을, 참의원에선 국민민주당이 1석 차이로 제1야당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아베가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국 헌법 하의 총리로서는 물론 일본제국과 일본국을 포함한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전후 총리의 경우 현재까지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 전 총리가 2798일로 역대 최장 재임 기간을 보유하고 있다. 2위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1967) 전 총리의 2616일, 3위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6) 전 총리의 1980일이다. 아베는 이미 2016년 12월 5일 재임 1807일을 맞으면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00) 전 총리의 1806일 재임 기록을 따돌리고 4위에 올랐다. 아베 재임 기간은 2006년 1차 집권 당시의 재임 일수를 포함한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계속 총리를 맡게 되면 내년 8월엔 사토 전 총리의 기록을 제치고 전후 최장 총리 재임 기간을 기록하게 된다. 뿐만 아니고 내년 11월에는 메이지(明治) 시대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전 총리가 세운 일본 헌정 사상 최장 재임 기록인 2886일도 깨게 된다. 아베가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되는 것이다. 가쓰라는 러·일 전쟁 직후인 1905년 7월 29일 미국 육군 장관인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도쿄에서 만나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기로 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장본인이다. 사토 전 총리는 아베의 외할아버지로 기시노부스케(岸信介, 1896~1987) 전 총리의 동생인데 중학생 시절 사토 집안에 양자로 가면서 성을 바꿨다.
아베는 이번에 연임에 성공하면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되는 길을 여는 것은 물론 내년 새 왕위 계승, 일본의 첫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현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아베가 내년에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후 2020년 발효를 목표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는 총리 출마 선언 자리에서 “일본이 큰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 한다”라며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내일을 열어야 할 시기”라고 말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아베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 그간 아베의 발목을 잡았던 사학 비리 스캔들의 정치적 부담에서 탈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베가 논란이 많은 개헌을 추진하고 사학 스캔들에 쌓였음에도 3연임에 자신감을 얻고 있는 셈이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경제 성적표다. 아베가 2012년 12월 재집권할 당시 일본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것이 5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일본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가 보이고 있는 정치적 자신감의 바탕이 바로 이러한 실적이다. 2012년 12월 26일 출범한 아베 정권의 경제성적표를 살펴보면 긍정 일색이다. 마이니치 신문과 일본 정부 아베노믹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의 명목금액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493조엔(2012년)에서 549조엔(2017년)으로 5년 새 53조6000만엔이 늘었다. 아베노믹스 홈페이지는 이를 일본 역대 최고 기록이라고 치켜세운다. 올해 2분기 명목 GDP를 연간 GDP로 환산했을 경우 551조엔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올해 다시 갈아치울 전망이다. 실질GDP 성장률은 현재의 아베 정권이 발족한 2012년 4분기 통계를 연율로 환산했을 경우 0.9%였는데, 2017년 4분기 실적을 연율로 환산하면 2.5%에 이르렀다. 성장 속도가 배를 넘어선 셈이다.
숫자로 말한다는 주가도 계속 올랐다. 니케이(日經) 평균주가가 2012년 12월 26일 1만230엔36전이었으나 2017년 12월 25일에는 2만2939엔18전으로 뛰었다. 노후자금을 묻어둔 은퇴자를 포함해 투자자들이 한결같이 아베 정권의 경제 부양책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숫자다. 달러 대비 환율은 85엔36전에서 113엔24전으로 변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된 셈이다. 이는 일본의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지난해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의심을 품게 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고용 성적은 더 좋다. 취업자 수는 6270만 명(여성 2660만 명)에서 6520만 명(여성 2860만 명)으로 250만 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200만 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까지 따지면 251만 명이 늘었다. 그 결과 일본이 실업난에서 벗어난 것은 넘어 이젠 구인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구직자 대비 구인자의 비율을 가리키는 유효구인배율은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12월 0.83배로 구직자가 일자리보다 17%나 더 많아 취업난이 심각했다. 하지만 2017년 10월 통계는 1.55배로 나타나 취업난은 해소되고 오히려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유효구인배율은 숫자가 클수록 구인난이 심한 상태임을 의미하는데 일본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1을 넘고 있다. 이는 대도시는 물론 일본 전역에서 취업난이 말끔히 해소되고 이제 구인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아베 정권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고 있음을 통계 숫자가 보여주는 셈이다.
최저임금 상승 수준도 안정적이다. 2012년 최저임금이 시급 749엔이었는데 2017년 848엔으로 올랐다. 아베 정권 집권 기간 동안 99엔이 오른 셈이다. 실질 소비지출은 2012년 12월 전년도 같은 달 대비 –0.7%였지만 2017년에는 0.0%로 개선됐다. 생필품 등을 제외한 상품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도 같은 달 대비 –0.2%였지만 2017년 10월에는 0.8%로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 경상이익은 48조5000만 엔에서 75조엔으로 26조5000억엔이 늘었다. 그만큼 영업실적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역시 역대급 기록이다. 그 결과 4.5%에 이르던 실업률은 2.5%로 떨어졌다. 이직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마찰적 실업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이 발 빠르게 외국인에게 일자리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이유다.
외국인 투자는 71조9000억엔에서 86조8000억엔으로 15조 엔이 늘었다. 일본으로 외국의 투자 자금이 그만큼 더 많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세금 징수액도 42조3000억엔에서 59조1000억 엔으로 16조7000억엔이 늘었다. 아베노믹스의 길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600조엔의 GDP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의 경쟁자로 떠오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을 계속 비판해왔다. 성장률이 2%라고 하지만 잠재 성장률은 1% 전후로 ‘저속’ 상태라고 지적한다. 명목 GDP도 통계를 고쳐서 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용에서도 개호(간병) 분야의 이직률이 2012년까지 제로였는데 2017년 9만9100명이 이직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육아 분야에서도 아베 정부는 희망출산율이 1.8명이라며 업적으로 내세웠지만 합계특수출산율, 즉 한 명의 여성이 평생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하는지를 추계한 수치가 2015년 1.45에서 2017년 1.43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합계특수출산율은 2014년 1.4로 전년도에 비해 0.01포인트가 떨어지면서 9년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합계특수출산율은 2005년 1.26명으로 바닥을 친 다음 서서히 회복됐지만 2014년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정권 차원의 노력으로 이를 다시 상승세로 돌려놓았다며 치적의 하나로 내세웠는데 이시바가 희망출산률이 아닌 합계특수출산률로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아베 정권의 업적이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지방 인구감소와 공동화)을 비롯한 당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적인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바로 아베 정권이 외치고 있는 ‘소사이어티 5.0’ 정책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혁신적인 스마트 사회를 구현해 다양한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대응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권은 IT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인더스트리 4.0’ 정책으로 산업을 혁신적으로 개조해 생산성을 높여 세계적인 산업국가의 위상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과 궤를 함께한다. 아베 정권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면서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도 함께 한다는 계산이다.
예를 들어 노인 인구 비중이 커서 이들을 위한 이동 서비스가 절실하지만 인구 부족으로 제공이 쉽지 않은 시골 벽지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활용해 주민 이동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 수요를 일으키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로봇산업을 고도로 발전시켜 사람이 로봇과 함께 팀을 이뤄 안전하게 작업하면서 무겁거나 단순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세부 작업은 로봇이 하고 세밀하고 정밀한 감각이 필요한 부분은 노인 노동자가 하도록 작업장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보던 ‘입는 로봇’을 현실에서 개발해 노인이나 허약자가 손가락만 움직이면서도 거대한 목재나 철근을 나르면서 일을 할 수도 있다. 섬세한 목공 작업을 인간과 로봇이 나눠서 함께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연령·성별·체력·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사이버 세계에서만 적용되던 다양한 기술을 현실 세계에서 응용하는 ‘연결 플랫폼’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꿈을 현실로 이루면서 경제도 일으키고 사회도 편안하게 하겠다는 국가전략이다.
이렇게 해서 경제 효과가 큰 신산업까지 창출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이는 일본은 물론 글로벌 경제계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가 약 6000억 달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면서 전 세계가 빠졌던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계는 장기 성장을 이끌 투자가 줄면서 경기 침체와 수요 부족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소사이어티 5.0은 과학기술을 앞세운 거대한 투자로 신산업을 일으키면서 사회 발전까지 동시에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아베의 정치적 기반은 견고하다. 특히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아베의 정치적 인기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정책의 힘이다.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서 아베노믹스를 ‘평가한다’고 답한 비율이 72%나 됐다. 심지어 이시바 전 간사장 지지자 중에서도 66%가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시바의 속이 타들어가는 대목이다. 최근 조사에서 아베는 42%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내각은 그보다 더 높은 48%의 지지를 얻고 있다. 자민당도 45% 지지율을 유지한다. 아베 개인이 내각이나 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사학 스캔들로 인한 도덕적인 추락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지지율이 회복된 상황에서 아베가 차기 자민당 총재에서 무난히 승리한다면 정치적으로 사학 스캔들을 극복하고 2021년까지 총리로서 순항하게 된다. 그럴 경우 아베의 숙원인 개헌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동아시아 각국이 아베의 3연임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거에서 이기면 2021년 9월까지 총리 가능
이런 아베가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해 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국 헌법 하의 총리로서는 물론 일본제국과 일본국을 포함한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전후 총리의 경우 현재까지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 전 총리가 2798일로 역대 최장 재임 기간을 보유하고 있다. 2위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1967) 전 총리의 2616일, 3위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6) 전 총리의 1980일이다. 아베는 이미 2016년 12월 5일 재임 1807일을 맞으면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00) 전 총리의 1806일 재임 기록을 따돌리고 4위에 올랐다. 아베 재임 기간은 2006년 1차 집권 당시의 재임 일수를 포함한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계속 총리를 맡게 되면 내년 8월엔 사토 전 총리의 기록을 제치고 전후 최장 총리 재임 기간을 기록하게 된다. 뿐만 아니고 내년 11월에는 메이지(明治) 시대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 전 총리가 세운 일본 헌정 사상 최장 재임 기록인 2886일도 깨게 된다. 아베가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되는 것이다. 가쓰라는 러·일 전쟁 직후인 1905년 7월 29일 미국 육군 장관인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도쿄에서 만나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기로 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장본인이다. 사토 전 총리는 아베의 외할아버지로 기시노부스케(岸信介, 1896~1987) 전 총리의 동생인데 중학생 시절 사토 집안에 양자로 가면서 성을 바꿨다.
아베는 이번에 연임에 성공하면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되는 길을 여는 것은 물론 내년 새 왕위 계승, 일본의 첫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현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아베가 내년에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친 후 2020년 발효를 목표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아베는 총리 출마 선언 자리에서 “일본이 큰 역사의 전환점을 맞이 한다”라며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내일을 열어야 할 시기”라고 말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아베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하면 그간 아베의 발목을 잡았던 사학 비리 스캔들의 정치적 부담에서 탈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아베가 논란이 많은 개헌을 추진하고 사학 스캔들에 쌓였음에도 3연임에 자신감을 얻고 있는 셈이다. 그 자신감의 원천은 경제 성적표다.
일본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 유력
숫자로 말한다는 주가도 계속 올랐다. 니케이(日經) 평균주가가 2012년 12월 26일 1만230엔36전이었으나 2017년 12월 25일에는 2만2939엔18전으로 뛰었다. 노후자금을 묻어둔 은퇴자를 포함해 투자자들이 한결같이 아베 정권의 경제 부양책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숫자다. 달러 대비 환율은 85엔36전에서 113엔24전으로 변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된 셈이다. 이는 일본의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지난해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이 환율을 조작한다는 의심을 품게 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고용 성적은 더 좋다. 취업자 수는 6270만 명(여성 2660만 명)에서 6520만 명(여성 2860만 명)으로 250만 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200만 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까지 따지면 251만 명이 늘었다. 그 결과 일본이 실업난에서 벗어난 것은 넘어 이젠 구인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구직자 대비 구인자의 비율을 가리키는 유효구인배율은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2년 12월 0.83배로 구직자가 일자리보다 17%나 더 많아 취업난이 심각했다. 하지만 2017년 10월 통계는 1.55배로 나타나 취업난은 해소되고 오히려 구직난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유효구인배율은 숫자가 클수록 구인난이 심한 상태임을 의미하는데 일본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1을 넘고 있다. 이는 대도시는 물론 일본 전역에서 취업난이 말끔히 해소되고 이제 구인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아베 정권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고 있음을 통계 숫자가 보여주는 셈이다.
최저임금 상승 수준도 안정적이다. 2012년 최저임금이 시급 749엔이었는데 2017년 848엔으로 올랐다. 아베 정권 집권 기간 동안 99엔이 오른 셈이다. 실질 소비지출은 2012년 12월 전년도 같은 달 대비 –0.7%였지만 2017년에는 0.0%로 개선됐다. 생필품 등을 제외한 상품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도 같은 달 대비 –0.2%였지만 2017년 10월에는 0.8%로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업 경상이익은 48조5000만 엔에서 75조엔으로 26조5000억엔이 늘었다. 그만큼 영업실적이 좋았다는 이야기다. 일본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역시 역대급 기록이다. 그 결과 4.5%에 이르던 실업률은 2.5%로 떨어졌다. 이직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마찰적 실업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이 발 빠르게 외국인에게 일자리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이유다.
외국인 투자는 71조9000억엔에서 86조8000억엔으로 15조 엔이 늘었다. 일본으로 외국의 투자 자금이 그만큼 더 많이 몰린다는 이야기다. 세금 징수액도 42조3000억엔에서 59조1000억 엔으로 16조7000억엔이 늘었다. 아베노믹스의 길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600조엔의 GDP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의 경쟁자로 떠오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아베 정부의 경제정책을 계속 비판해왔다. 성장률이 2%라고 하지만 잠재 성장률은 1% 전후로 ‘저속’ 상태라고 지적한다. 명목 GDP도 통계를 고쳐서 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용에서도 개호(간병) 분야의 이직률이 2012년까지 제로였는데 2017년 9만9100명이 이직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육아 분야에서도 아베 정부는 희망출산율이 1.8명이라며 업적으로 내세웠지만 합계특수출산율, 즉 한 명의 여성이 평생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하는지를 추계한 수치가 2015년 1.45에서 2017년 1.43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합계특수출산율은 2014년 1.4로 전년도에 비해 0.01포인트가 떨어지면서 9년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합계특수출산율은 2005년 1.26명으로 바닥을 친 다음 서서히 회복됐지만 2014년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정권 차원의 노력으로 이를 다시 상승세로 돌려놓았다며 치적의 하나로 내세웠는데 이시바가 희망출산률이 아닌 합계특수출산률로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집권 후 주요 경제지표 개선돼
예를 들어 노인 인구 비중이 커서 이들을 위한 이동 서비스가 절실하지만 인구 부족으로 제공이 쉽지 않은 시골 벽지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활용해 주민 이동성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 수요를 일으키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로봇산업을 고도로 발전시켜 사람이 로봇과 함께 팀을 이뤄 안전하게 작업하면서 무겁거나 단순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세부 작업은 로봇이 하고 세밀하고 정밀한 감각이 필요한 부분은 노인 노동자가 하도록 작업장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보던 ‘입는 로봇’을 현실에서 개발해 노인이나 허약자가 손가락만 움직이면서도 거대한 목재나 철근을 나르면서 일을 할 수도 있다. 섬세한 목공 작업을 인간과 로봇이 나눠서 함께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연령·성별·체력·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사이버 세계에서만 적용되던 다양한 기술을 현실 세계에서 응용하는 ‘연결 플랫폼’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꿈을 현실로 이루면서 경제도 일으키고 사회도 편안하게 하겠다는 국가전략이다.
이렇게 해서 경제 효과가 큰 신산업까지 창출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이는 일본은 물론 글로벌 경제계에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가 약 6000억 달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면서 전 세계가 빠졌던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먼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계는 장기 성장을 이끌 투자가 줄면서 경기 침체와 수요 부족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하지만 아베 정권의 소사이어티 5.0은 과학기술을 앞세운 거대한 투자로 신산업을 일으키면서 사회 발전까지 동시에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아베 숙원인 개헌 이룰 가능성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제조업 자동화’ 가늠자 ‘로봇 밀도’...세계 1위는 韓
2영풍, 고려아연에 배당금만 1조1300억 수령
3KT, 1.6테라 백본망 실증 성공...“국내 통신사 최초”
4'윤여정 자매' 윤여순 前CEO...과거 외계인 취급에도 '리더십' 증명
5‘살 빼는 약’의 반전...5명 중 1명 “효과 없다”
6서울 ‘마지막 판자촌’에 솟은 망루...세운 6명은 연행
7겨울철 효자 ‘외투 보관 서비스’...아시아나항공, 올해는 안 한다
8SK온, ‘국내 생산’ 수산화리튬 수급...원소재 조달 경쟁력↑
9‘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김치 원산지 속인 업체 대거 적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