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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의 스마트 팩토리를 가다] 친환경·첨단기술로 사람과 로봇이 공존

[오메가의 스마트 팩토리를 가다] 친환경·첨단기술로 사람과 로봇이 공존

스위스 비엔에 지난해 완공…태양광 패널 설치해 전력 자체 생산
레이날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가 공장 1층 로비에서 취재진과 방문객들에게 전시된 시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한정연 기자
스위스의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오메가의 본사가 있는 베른주 비엔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 도시의 독일식 이름을 딴 ‘비엘 호수’가 있다. 버스 창가로 호숫가에서 열심히 풀을 뜯는 소들이 보였다. 스위스다운 평화로움도 잠시, 비엔 시로 들어서자 곳곳에 오메가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경쟁사 롤렉스의 커다란 간판이 적진에 심어놓은 척후병처럼 출몰했다. 롤렉스의 본사는 비엔에서 3시간 이상 떨어진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뉴욕타임스가 추산한 지난해 매출은 롤렉스가 80억 달러로, 19억 달러인 오메가보다 훨씬 많지만 두 회사는 스위스 내에서는 라이벌 관계다.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비엔 시내 한복판에 오메가의 본사이자 유일한 공장이 있다. 인구 1만2000여명인 비엔은 스위스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혼용하는 도시 중에서는 가장 크다. 오메가는 지난해 3월 이곳에 어느 시계 제조사보다도 앞선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했다.
 스위스산 목재 활용해 친환경 건물로 지어
조립라인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들이 기계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스마트 선반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오메가 제공
10월 3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레이날드 애슐리만 최고경영자(CEO)와 이 회사 공장 1층에서 악수를 하는 것으로 탐방이 시작됐다. 애슐리만 CEO는 “시계 조립은 무척 섬세한 작업이므로 방문객을 내부로 들이지 않는다”며 “각층 한가운데에 설치된 투명 유리로 작업 과정을 봐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어서 약 2시간에 걸쳐 3층에 있는 무브먼트 조립라인, 검사라인, 전자기파 등으로부터 시계의 정밀함을 지켜주는 스위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 작업 공간을 둘러봤다. 오메가는 이 공장을 동양의 미를 갖춘 친환경 공장으로 소개한다. 실제로 공장은 일본인 건축가가 스위스산 목재로 골자를 짰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등 친환경적 요소가 강하다. 스위스는 자연환경 규제가 무척 강한 나라다. 벌목을 한 이후 7시간 안에 그만큼 새로운 묘목을 심어야 한다. 이 회사는 스위스산 목재를 5층짜리 건물에 풍족하게 썼다. 더군다나 시계 생산에 가장 큰 적인 먼지를 막기 위해 건물 내에서 종이 사용을 금지하면서도 먼지를 유발하는 목재를 주된 자재로 썼다는 건 친환경 건물을 올리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 한가운데 있는 부품 창고는 로봇팔을 이용해 자동으로 필요한 부품을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 사진:오메가 제공
하지만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 등 외신들은 이 공장을 시계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스마트 팩토리’로 소개한다. 공장한 가운데 위치한 높이 14m, 길이 30m, 폭 10m인 일종의 자재창고가 그 핵심이다. 수직 리프트와 로봇팔은 1초에 4m씩 움직여 부품이 들어있는 3만개의 작은 박스를 필요한 생산라인으로 올려 보낸다. 이런 작업을 1시간에 1400회까지 할 수 있다. 유리 벽으로 돼 있어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부품 창고 내부의 산소 농도는 바깥보다 약 10~20% 정도 부족하다. 해발 4000m 높이와 환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수 훈련을 받은 작업자 2명만이 들어갈 수 있다.

본사와 붙어있는 공장 정문 근처에 나무가 심어져 있다. / 사진:한정연 기자
이날 1일 가이드를 맡은 오메가의 직원은 산소 농도를 낮춘 이유가 무엇일지 맞춰보라고 퀴즈를 냈다. 도난 방지, 화재 예방 등 여러 답이 나왔다. 정답은 품질 때문이었다. 이 직원은 “산소 농도를 낮춘 가장 큰 이유는 금속 부품들이 산소와 결합해 산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전력 등 에너지도 건물 내부에서 자체 조달
부품 창고의 로봇 팔과 리프트는 탐방을 하는 동안에도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각 생산라인 매니저들이 필요한 부품을 주문한다. 이 부품 박스를 수령해 완제품을 외부로 배송할 때까지의 모든 공정은 주문량 예측 등 데이터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품을 재고창고에 채우는 것부터 공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이드를 맡은 직원은 “1주일 생산량이 2000~3000개 정도”라고 밝혔다. 상당 부분의 공정이 자동화 됐지만, 이 회사에는 대부분의 공정에 작업자를 투입한다. 이 과정에서도 기술의 도움을 받는다. 예컨대 작업자가 작은 나사를 주어진 매뉴얼보다 더 세게 조일 경우 기계가 자동으로 드라이버를 멈추게 돼 있다. 작업도구들이 스마트 선반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 수는 300명이 넘는다. 공장 지붕에는 900㎡에 달하는 12kW짜리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118mW 전력을 생산한다. 이 전기로 전체 빌딩의 전력과 공조 시스템 등을 돌린다. 냉각수나 난방에 필요한 에너지는 건물 지하에 있는 우물 모양의 집수지들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오메가 공장의 겉모습은 스위스 풍경처럼 목가적이었지만 공장 내부는 첨단 기술로 꽉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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