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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꿈의 소재’ 그래핀 적용한 제품도 개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은] ‘꿈의 소재’ 그래핀 적용한 제품도 개발

리튬이온 배터리 수명·출력·안전성 한계… 리튬황·리튬에어·나트륨이온 배터리 연구도 한창
KAIST EEWS대학원에서 연구원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검사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배터리 기술 개발에 전 세계가 뛰어들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독일·미국 등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선하는 한편, 다양한 소재로 새로운 전극을 개발하는 원천기술과 기초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모두 배터리의 용량이나 수명, 에너지밀도, 안전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이다.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2차전지(재충전해서 사용하는 전지)로는 전고체, 리튬에어, 리튬황 배터리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중 어떤 것이 차세대 배터리가 될지는 미지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수명·출력·안전성 한계
2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양극과 음극의 전압 차이에 의해 전해질 내의 이온이 충·방전 과정에서 분리막을 통과하며 양극 및 음극 소재와 반응하는 과정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한다. 이때 핵심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배터리의 성능이 달라진다. 현재 2차전지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다.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지다. 리튬은 금속 원소 중 가장 가볍고 가장 낮은 반응 전압을 가진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압은 같은 크기 일반 배터리의 두 배 수준이다. 그 덕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은 더 작고 가벼워졌다.

단점도 있다. 수명·출력·안전성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기에너지 저장 용량이나 충전 성능 등의 효율이 떨어진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250번의 완전 방전 후에는 용량이 73%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 사용하면 쉽게 방전된다. 가령 테슬라 ‘모델 X’ SUV 전기차를 충전 50%인 상태에서 추운 밤에 세워두면 다음날 아침 충전율이 30%까지 내려간다. 2016년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건 이후로 안전성 문제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런 충격이나 압력 변화에 전지 내부 구조가 변형되면 온도가 상승해 폭발할 수 있다.

배터리의 활용 분야가 넓어지고 전기차 등 고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갈수록 고출력 배터리를 요구하고 있다. 더 빨리, 덜 자주 충전하고 한 번 충전에 더 오래 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은 배터리 에너지밀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구성 재료별로 높은 에너지원을 갖도록 소재의 구성을 개선하거나 단위재료 두께, 셀 부피 등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최근 연구가 활발한 하이니켈 배터리는 리튬이온 전지의 양극재 소재에서 니켈의 비중이 80% 이상인 것을 의미한다. 배터리 시장에서 상용화된 제품은 NCM622 배터리나 NCM712 배터리다. 니켈(Ni)·코발트(Co)·망간(Mn)의 비율이 6:2:2 또는 7:1:2다. 현재 니켈 함량이 80% 수준인 NCM811 기술도 개발돼 2023년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업체들은 여기에 더해 NCM9½½와 망간과 알루미늄을 활용해 코발트 비중을 낮추는 NCMA 배터리 기술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의 니켈 함량이 많을수록 배터리의 출력이 늘어난다. 또 니켈 함량이 높아지는 만큼 고가 원재료인 코발트 함량이 줄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활용한 대용량 배터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종합기술원과 삼성SDI, 서울대는 저렴한 실리카(SiO2)를 이용해 팝콘 모습의 ‘그래핀 볼’을 합성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래핀 볼’을 리튬이온전자 양극 보호막과 음극 소재로 활용했더니 충전 용량이 45%가량 늘어났다. 이론상으로는 고속 충전기를 활용하면 12분 만에 스마트폰 배터리의 충전이 끝난다. 삼성전자가 출시할 갤럭시 노트10에 넣는다는 소문이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액체 전해질 방식에서 오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진행 중이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 물질로 대체해 열과 외부 충격에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만큼 물리적 충격에 전해액이 누수가 되거나 폭발하는 위험이 없다는 설명이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전고체 전지 시장이 2035년 약 28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적용될 수 없는 고온 환경 등 특수한 산업용부터 2차전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 분야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게임 체인저’?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이 개발한 ‘그래핀볼’ 확대 이미지.
전고체 배터리는 안전성 확보가 숙명인 전기차 관련 업체들의 관심이 크다. 도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게임 체인저’로 보고 특허·소재·공정 분야에서 총 1조5000억엔(약 15조4000만원)을 투자해 자체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스타트업 지분 인수나 자금 투자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발을 담그고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10억 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통해 전고체 기업 아이오닉 머티리얼에 투자했다. BMW는 미국 솔리드 파워와 기술협력을 맺었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스타트업 퀀텀 스케이프의 지분 5%를 인수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지난해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2곳에 약 90억원을 투자했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를 선행 연구 중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지난해 미국 MIT와 손잡고 반영구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에너지밀도 극복이 최대 관건이다. 충·방전을 위해서는 리튬이온 이동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액체상태 전해질과 비교할 때 고체 형태에서는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최소 2040년까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제성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튬황, 리튬에어, 나트륨이온 배터리도 주목 받는 기술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재로 황을, 음극재로 리튬 금속을 사용하는 전지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6~7배 높고, 원료물질 가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 에너지 용량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리튬황 배터리의 경우 전극 반응 때 중간 반응 생성물로 인해 배터리 용량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는데, 최근 이를 해소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국내에서는 포스텍과 KAIST에서 리튬황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리튬에어는 리튬과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 배터리다. 음극재로 리튬 메탈을, 양극로는 탄소 지지체 안의 산소를 사용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평균 출력이 2배가량 높다. 비싼 금속 산화물 대신 산소를 쓰는 만큼 생산 비용도 리튬에어 배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약 6배 저렴하다. 다만, 아직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떨어지는 효율성이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아예 리튬을 대신해 바닷물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나트륨을 이용하는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상용화의 최대 관건은 나트륨이온 전지에 적합한 음극재를 찾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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