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체인저’ 넷플릭스의 위력] 국내 지상파도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
[‘게임 체인저’ 넷플릭스의 위력] 국내 지상파도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
153만 가입자, 풍부한 제작비 지원에 제작사 인식 달라져… 지상파 3사, SK텔레콤과 OTT 통합 추진 “찻잔 속 태풍일 수밖에 없다.” 2016년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을 두고 미디어·콘텐트 업계는 넷플릭스로 인한 시장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넷플릭스가 내놓은 가입형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적은 콘텐트 수에도 구독료는 비싼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는 미국 드라마를 즐기는 소수만 넷플릭스 주문형 비디오(VOD)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3년이 흐른 현재, 넷플릭스는 첫해보다 20배 많은 153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국내 미디어·콘텐트 업계를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넷플릭스는 회당 20억원을 투입한 자체 제작 드라마로 가입자 확대를 이루는가 하면 지상파 드라마까지 자사 OTT로 끌어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규모는 153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진출 초기인 2016년 8월 6만 명으로 시작해 같은 해 12월 8만 명을 기록했던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2년여 시간 동안 20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90만 명이었던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153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확보한 유료 구독자 153만 명은 1인당 월평균 1만3100원을 지불, 총 200억원 넘는 액수를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통신3사 IPTV 가입자 수가 각각 4만명 가량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넷플릭스가 OTT를 앞세워 VOD 시장을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가입자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적극적인 콘텐트 투자를 통해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양질의 VOD 콘텐트’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회당 20억원을 들여 제작한 좀비 소재 사극 드라마 [킹덤]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말 넷플릭스가 킹덤을 독점 공개하자 당시 107만 명이었던 가입자는 지난 2월과 3월 각각 114만 명, 153만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독점 공개할 당시도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넷플릭스는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를 내세운 영화 [페르소나]를 독점 공개했고, 올해만 4개 드라마 공개를 예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벌어들인 돈을 다시 VOD 등 콘텐트 제작 비용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캐시 버닝(현금 소진)’ 전략을 쓰며 콘텐트의 양과 질을 올리고 있다. 2016년 넷플릭스가 콘텐트 제작에 투입한 금액은 49억7000만 달러(약 5조8000억원)로,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70% 수준인 약 80억 달러(9조3400억원)를 쏟아부았다. 국내 지상파 3사 제작비 총합(2016년 기준)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콘텐트 다수는 tvN·JTBC 등 국내 방송사가 방송하고 있거나 이미 방송한 콘텐트인 만큼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당초 분석과 달리 넷플릭스는 압도적인 콘텐트 투자를 바탕으로 OTT 시장 독점적 지위를 공고화했다”면서 “양질의 콘텐트로 가입자 확보를 이끄는 선순환을 이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국내 OTT 업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상파 3사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내형 넷플릭스’나 ‘콘텐츠 제작사 연합 OTT’ 구축을 고려했던 지상파는 최근 지상파 3사 콘텐트츠 연합 플랫폼 ‘푹’을 SK텔레콤 OTT인 옥수수와 합병하기로 했다. 지상파는 가칭 ‘푹수수(푹+옥수수)’를 통해 넷플릭스와 같은 독점 콘텐트를 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옥수수 가입자 946만 명과 푹 가입자 400만 명이 합쳐질 경우 푹수수는 13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OTT 플랫폼이 된다. 지상파는 여기에 자체 제작 콘텐트를 올려 넷플릭스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푹수수는 콘텐트 제작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포털사이트 역시 OTT 시장 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동영상 서비스 사업 부문을 ‘V CIC’란 독립법인으로 분리함과 동시에 메인 화면과 검색창 등에서 동영상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트 자회사를 통해 OTT에 힘을 싣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해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 컴퍼니, 숲 엔터테인먼트, 레디 엔터테인먼트 등을 잇따라 인수, 자체 콘텐트 제작 역량을 다졌다. CJ ENM은 지난해 자사 OTT ‘티빙’을 전 세계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글로벌 티빙’으로 전환했다. 다만 국내 OTT 업계가 넷플릭스를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미디어·콘텐트 업계가 OTT를 찻잔 속 태풍으로 간주한 사이 넷플릭스가 시장 흐름 자체를 바꿔놨기 때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이력 분석 결과 넷플릭스는 2016년 이후 연평균 1360개 넘는 VOD 콘텐트를 등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이후 연평균 8400여 개 콘텐트가 등록 심의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전체의 약 20%가 넷플릭스의 VOD인 셈이다. 여기에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트 제작에 연간 9조원을 투입하고 있어 국내 드라마 등 VOD 제작사는 좋은 기획이 있으면 우선 넷플릭스부터 찾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한 관계자는 “제작사들은 기획을 들고 넷플릭스부터 찾는다”면서 “지상파는 제작비 규모 자체가 적은 데다 제작비의 40% 수준을 제작사가 담당하도록 하는데 넷플릭스는 회당 20억원 규모 지원도 하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지상파 드라마의 동시 방영까지 OTT로 끌어와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조달 창구로 기능하면서 그동안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을 피해온 지상파마저 제작사 요구를 묵살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MBC와 SBS에서 오는 5월과 9월 각각 상영 예정인 [봄밤]과 [배가본드]는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될 예정이다. 두 작품을 제작한 제이에스픽쳐스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가 넷플릭스 동시 방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두 작품 외에 CJ ENM의 신작 동시 방영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호영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성장은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까지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면서 “지상파 등 국내 미디어들이 그동안 OTT를 재방송 채널로 인식해왔던 것과 대조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국내 미디어들이 OTT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넷플릭스로 제작 시장 중심이 넘어간 게 사실”이라며 “넷플릭스는 제작사와 지상파 간 제작 비용 문제 등 국내 VOD 콘텐트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로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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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양질의 콘텐트 내세워 시장 장악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가입자 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넷플릭스가 적극적인 콘텐트 투자를 통해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양질의 VOD 콘텐트’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회당 20억원을 들여 제작한 좀비 소재 사극 드라마 [킹덤]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말 넷플릭스가 킹덤을 독점 공개하자 당시 107만 명이었던 가입자는 지난 2월과 3월 각각 114만 명, 153만 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6월 넷플릭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독점 공개할 당시도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넷플릭스는 가수 겸 배우 이지은(아이유)를 내세운 영화 [페르소나]를 독점 공개했고, 올해만 4개 드라마 공개를 예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벌어들인 돈을 다시 VOD 등 콘텐트 제작 비용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캐시 버닝(현금 소진)’ 전략을 쓰며 콘텐트의 양과 질을 올리고 있다. 2016년 넷플릭스가 콘텐트 제작에 투입한 금액은 49억7000만 달러(약 5조8000억원)로,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70% 수준인 약 80억 달러(9조3400억원)를 쏟아부았다. 국내 지상파 3사 제작비 총합(2016년 기준)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콘텐트 다수는 tvN·JTBC 등 국내 방송사가 방송하고 있거나 이미 방송한 콘텐트인 만큼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당초 분석과 달리 넷플릭스는 압도적인 콘텐트 투자를 바탕으로 OTT 시장 독점적 지위를 공고화했다”면서 “양질의 콘텐트로 가입자 확보를 이끄는 선순환을 이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국내 OTT 업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상파 3사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국내형 넷플릭스’나 ‘콘텐츠 제작사 연합 OTT’ 구축을 고려했던 지상파는 최근 지상파 3사 콘텐트츠 연합 플랫폼 ‘푹’을 SK텔레콤 OTT인 옥수수와 합병하기로 했다. 지상파는 가칭 ‘푹수수(푹+옥수수)’를 통해 넷플릭스와 같은 독점 콘텐트를 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옥수수 가입자 946만 명과 푹 가입자 400만 명이 합쳐질 경우 푹수수는 13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OTT 플랫폼이 된다. 지상파는 여기에 자체 제작 콘텐트를 올려 넷플릭스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푹수수는 콘텐트 제작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포털사이트 역시 OTT 시장 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동영상 서비스 사업 부문을 ‘V CIC’란 독립법인으로 분리함과 동시에 메인 화면과 검색창 등에서 동영상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트 자회사를 통해 OTT에 힘을 싣고 있다. 카카오M은 지난해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 컴퍼니, 숲 엔터테인먼트, 레디 엔터테인먼트 등을 잇따라 인수, 자체 콘텐트 제작 역량을 다졌다. CJ ENM은 지난해 자사 OTT ‘티빙’을 전 세계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글로벌 티빙’으로 전환했다.
재방송 채널로 인식하던 국내 지상파 큰 코 다쳐
넷플릭스는 지상파 드라마의 동시 방영까지 OTT로 끌어와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조달 창구로 기능하면서 그동안 넷플릭스와 동시 방영을 피해온 지상파마저 제작사 요구를 묵살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MBC와 SBS에서 오는 5월과 9월 각각 상영 예정인 [봄밤]과 [배가본드]는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될 예정이다. 두 작품을 제작한 제이에스픽쳐스와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가 넷플릭스 동시 방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두 작품 외에 CJ ENM의 신작 동시 방영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호영 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성장은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로 이동하는 ‘코드 커팅’까지 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면서 “지상파 등 국내 미디어들이 그동안 OTT를 재방송 채널로 인식해왔던 것과 대조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국내 미디어들이 OTT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넷플릭스로 제작 시장 중심이 넘어간 게 사실”이라며 “넷플릭스는 제작사와 지상파 간 제작 비용 문제 등 국내 VOD 콘텐트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시키는 게임 체인저로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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