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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부자 그들만의 빌딩

0.1% 부자 그들만의 빌딩

미국 뉴욕 맨해튼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허드슨 야드, 중산층 해치는 도시 개발 사업의 대명사로 떠올라
허드슨 야드의 베슬 내부에서 올려다본 모습. 방문객 대상으로 이 구조물의 영구적인 이름을 정하는 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 사진:WANG YING-XINHUA/YONHAP, MARK LENNIHAN-AP/YONHAP
번쩍이는 초호화판 뉴욕 개발 프로젝트 허드슨 야드가 혹평을 받았다. 영화 ‘폴리스 아카데미 6’만큼 욕을 많이 얻어먹는다. 뉴욕 잡지의 건축 비평가 저스틴 데이빗슨은 허드슨 야드에 가까이 갈 때마다 ‘내 가슴 속에서 경탄과 낙담이 불안정하게 뒤섞여 소용돌이치는 느낌이 든다’고 썼다. ‘이곳에 오면 외계인 같은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부의 극치는 21세기 도시에 관한 누군가의 판타지이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집값을 올리는 고급주택화에 항의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시위대 / 사진:KURTIS ALEXANDER-SAN FRANCISCO CHRONICLE-AP/YONHAP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데이빗슨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마이클 키멀맨은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의 10만5200여㎡에 달하는 그 개발 프로젝트에 관해 허드슨 야드는 ‘기본적으로 0.1% 부자를 겨냥해 외부 출입을 통제하는 콘도 커뮤니티와 쇼핑몰을 갖춘 교외 스타일의 초대형 업무단지’라고 썼다. ‘2기의 정부에 걸쳐 운전대를 잡은 채 졸음운전을 했던 도시 지도부의 위기, 그리고 민간개발이 뉴욕의 일차적인 목표이자 도시의 활력과 건강의 가장 참된 척도이며 돈만이 이 도시의 유일한 진짜 가치라고 가정하는 유해한 시민복지 이론에 물리적 형태를 부여한다.’
개장 파티에 참석한 개발자 로스 / 사진:EVAN AGOSTINI-INVISION-AP/YONHAP
이 프로젝트는 78세의 억만장자 개발업자이자 미식축구팀 마이애미 돌핀스의 구단주인 스티븐 로스의 작품이다. 카르티에와 디오르 같은 매장들, 약 366억원짜리 펜트하우스, 세련된 디자인의 오피스 타워 빌딩이 들어서는 약 28조6000억원 규모의 허드슨 야드 개발사업은 북미 역사상 최대의 복합 프로젝트로 홍보되며 도시개발의 전형으로 칭송받는다.

로스 구단주는 지난 3월 개장식에서 “뉴욕에 사람들이 살고 일하고 놀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엘리트들을 끌어모을 새로운 지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스의 미식축구팀과 마찬가지로 허드슨 야드에 대한 반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 프로젝트는 공정하든 않든 도를 넘는 고급 도시개발의 상징이 됐다. 1% 부자와 나머지 사람들 간의 커지는 격차를 부각하는 증거였다. 달리 말해 이들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는 부를 골고루 분산시키는 대신 명품 매장, 비싼 초밥집, 고가의 주택을 양산하면서 주로 부자의 취향을 맞춘다.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의 허드슨 야드 개장 이벤트에 참석한 로스를 비롯한 유명인사들. / 사진:DREW ANGERER-GETTY IMAGES-AFP/YONHAP
이런 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저항의 조짐은 단순히 건축 비평가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을 포함해 운동가·주민·정치인 연합이 뉴욕 퀸즈 이스트 리버 연안 지대에 37만1600여㎡의 건물을 짓겠다는 아마존의 꿈을 저격했다. 그들을 비롯한 프로젝트 반대 진영은 아마존이 약속한 경제적 혜택(예컨대 약 2만5000개의 일자리)이 30억 달러에 가까운 조세 보조금을 능가할 만큼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도시설계 전문가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 경제학자들이 잘못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시애틀로부터 워싱턴 DC에 이르는 많은 도시의 허드슨 야드 같은 개발 사업이 머지않아 철퇴를 맞지는 않을 듯하다. 진짜 문제는 상류계급의 취향에 그렇게 잘 맞춘 이런 유의 도시개발이 중산층에도 좋은 일자리와 주택을 제공하느냐는 점이다. 부가 공평하게 분배될까? 그리고 이들이 가치 있는 목표라고 한다면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쉬운 일이 아니다. 볼티모어의 ‘이너 하버’ 개발부터 보스턴의 ‘빅 딕’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미국 도시의 외관·느낌·성격이 수년간 변해 왔음은 널리 알려졌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허드슨 야드의 본거지처럼 거의 사용되지 않은 황무지, 또는 볼티모어의 이너 하버처럼 초라한 해안지구, 또는 보스턴의 기이한 도로·교량·지역 복합지구 등이 있다.
베슬 내 154개 계단을 걷는 방문객들. / 사진:MARK LENNIHAN-AP/YONHAP
그런 지역을 개발해 관광객과 근로자를 끌어모으면서 동시에 세수를 확대하고 어쩌면 몇 군데 차량정체까지 해소하면 좋지 않겠는가? ‘뉴욕시 파트너십’의 캐스린 윌더 대표는 허드슨 야드에 관해 “50년간 일자리 하나 생기지 않고 세금도 걷히지 않는 텅 빈 죽은 공간과 거기에 투자한 것을 비교하면 얼마나 혜택이 큰지 확연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도시설계자 플로리다가 큰 영향을 미친 자신의 2002년 저서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에서 제안한 접근법이다. 플로리다가 말하는 이른바 ‘창조 계급’(예술가·지식인 그리고 대졸 밀레니엄 세대의 혼합) 구성원을 유치함으로써 도시 상업지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대중적인 이론이다. 그들을 끌어들이면 더 좋은 기업이 뒤따르고 필연적으로 고용이 창출되고 세수가 확대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도시 지도자들은 공원, 역동적인 야간유흥 옵션과 음식점 등 삶의 질을 높이는 편의시설로 그들에게 어필하면서 큰 폭의 세금감면을 제공해 부동산 개발업자를 유치하고 IT 기업들이 둥지를 틀도록 설득할 수 있다.
허드슨 야드의 베슬. 부자들의 취향에 맞춘 이 자족형 단지는 고용 창출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매장과 음식점의 근로자가 저렴한 주택을 찾아 도심에서 더 멀리 이주하게 한다. / 사진:MARK LENNIHAN-AP/YONHAP
샌프란시스코와 텍사스주 오스틴 같은 IT 허브와 소수 해안 도시들이 대략 플로리다의 청사진을 따랐다. 플로리다가 예상한 대로 자금·일자리·세수가 증가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요소도 부상했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상점·음식점 그리고 오피스 빌딩에서 일하던 근로자 중 다수가 지역 주택시장에서 밀려나 임대료 낮은 지역으로 멀리 이주해 직장을 잃지 않으려면 장시간 큰 비용을 들여 통근해야 했다.

예컨대 뉴욕대학의 퍼먼 부동산·도시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소득수준이 지역 중위소득의 80%인 가구가 고급 주택화하는 뉴욕시 주거지구에서 선택할 만한 임대 매물의 비율이 77%를 웃돌았다. 2014년에는 이들 가구가 선택할 만한 매물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한편 미국의 많은 도시에서 주택소유가 급감했으며 집값이 갈수록 올라 많은 가구의 소득 수준을 넘어섰다. 2000~2015년 워싱턴 DC의 주택가격 중앙 값은 228% 이상 급등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선 약 130% 상승했다.

그런 변형의 속도와 기세는 플로리다를 비롯한 도시개발 전문가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플로리다는 “내가 2002년 저서를 펴낸 때를 돌아보면 단 한 명의 시장, 도시 전문가, 도시 경제학자 누구도 이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아마존 본사의 퀸즈 유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뉴욕 주민들. / 사진:BEBETO MATTHEWS-AP/YONHAP
그러나 2017년 저서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The New Urban Crisis: How Our Cities Are Increasing Inequality, Deepening Segregation, and Failing the Middle Class?and What We Can Do About It)’에서 플로리다는 도시개발 붐에 관한 의구심을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개발업체들은 부자들의 주택을 짓는다”며 “땅값이 비싼 맨해튼 같은 곳에서 이익마진을 남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개발업체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에 따르는 대규모 세금감면을 받고자 한다면(언론보도에 따르면 허드슨 야드의 경우 그 규모가 60억 달러에 육박했다) 중산층 주택을 더 많이 짓도록 해야 한다고 플로리다는 말한다. “그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중저가 주택을 짓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은 허드슨 야드가 일자리 창출을 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 사진:STUART RAMSON-AP/YONHAP
댈러스·시카고·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는 도시 주변부의 토지를 개발해 1세대 주택과 더 큰 침실이 여럿 있는 아파트 등 중산층에 어필하는 주택을 더 많이 건설함으로써 저가주택난을 완화할 수 있다. 휴스턴 소재 기회창출도시계획센터(Center for Opportunity Urbanism)의 조엘 코트킨과 웬델 콕스가 ‘고급주택화를 넘어(Beyond Gentrification)’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뉴욕대 퍼먼 연구소의 잉그리드 굴드 엘런 소장은 “특효약은 없다”면서도 편리한 대중교통 건설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집값 비싼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일자리를 유지하기가 더 쉽다.
맨해튼 고급 타워 지구 센트럴 파크 사우스에 건설 중인 고층 타워 아파트. / 사진:BEBETO MATTHEWS-AP/YONHAP
그 밖에 매수자의 주 주거지가 아닌 주택에 세금을 부과해 1% 부자들의 도심 부동산 매입을 억제하는 방법도 있다(의도는 좋지만 500만 달러짜리 콘도나 주택을 사들일 만한 부자가 몇 푼 안 되는 세금에 정말 그렇게 신경 쓸까?).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 그리고 캐나다 밴쿠버에도 비슷한 세제가 있다.

어떤 해법을 내놓든 로스 같은 개발업자가 플로리다 같은 비판자의 말을 따르리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로스는 예상대로 허드슨 야드와 그에 따른 보조금을 옹호한다. 세금감면은 “뉴욕에 완전히 새로운 부분을 올리는 한 방법”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요즘 극좌파 정치인이 많다. 아마존 본사 유치도 그들이 망쳤다. 요즘 그들 사이에 그런 일이 유행인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주류가 아니다.”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왼쪽)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이 단지의 개장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 사진:LOUIS LANZANO-UPI/YONHAP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 중 무려 7층짜리 소매유통·음식점 섹션을 담당한 릴레이티드 어번의 켄 힘멜 사장 겸 CEO는 그런 비판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놓았다. “아무도 시간을 갖고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모두를 위한 요소가 있다.”

결국 정치인들이 나서기 오래전에 그 문제는 경제적 변수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10년 전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주의 부동산 가격 폭락처럼 말이다. 재고가 너무 많아지면서 주택개발이 중단되고 집값이 하락한다. 롤렉스와 투미(가방 브랜드)는 도시의 유행 특구에 또 다른 상점을 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요즘 쇼핑몰이 죽어간다. 온갖 소매업체가 짐을 싸 떠나도록 법을 만들 필요도 없었다. 온라인 쇼핑이 그 문제를 처리했다.

중산층과 저소득층 주택 건설이 유행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개발자, 1% 부자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애덤 피오르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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