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커지는 발행어음 시장] KB증권 합류로 발행 규모 커져
[덩치 커지는 발행어음 시장] KB증권 합류로 발행 규모 커져
6분기 만에 잔액 8배로 증가… 3%대 수익 남길 투자처 물색 고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창업자인 브루스 헨더슨은 ‘3과 4의 법칙’에서 특정 시장이 성숙해 안정화되는 단계가 되면 시장에는 3개의 기업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1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위 업체의 두 배 수준, 2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3위 업체의 두 배 수준이 되며, 1위와 3위 업체 간 시장점유율 차이는 네 배 수준에서 시장이 균형점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KB증권이 국내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세 번째로 발행어음(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고 관련 상품의 판매에 나서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어 세 번째 사업자의 등장으로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실제로 지난 6월 3일 KB증권이 내놓은 ‘KB able 발행어음’은 하루 만에 원화 기준 발행 물량 5000억원을 모두 팔았다. 발행어음은 종합금융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스스로 발행하는 어음이다. 금융회사가 자사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하기 때문에 ‘자발어음’이라고도 부른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다른 방식에 비해 절차가 단순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을 경우 자금 조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모두 5곳이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가 하반기 중으로 유상증자를 마치고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늘리게 되면 후보가 6곳이 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기업 대출, 회사채 인수, 비상장 지분 투자, 부동산 금융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4720억원, NH투자증권은 5조749억원, KB증권은 4조4062억원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이론상 가능한 발행어음 시장 규모 최대치는 27조9000억원이다. 다만 모든 증권사가 발행어음 한도까지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초대형 증권사의 발행어음 시장은 지난 2017년 4분기 이후 첫 사업자가 등장한 이후 급격하게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관련 상품 판매를 시작한 후 한 달여 만인 12월 말까지 8526억원을 조달했다. 이어 지난해 2분기 말 발행어음 잔액은 2조7363억원으로 220%로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발행어음 잔액이 5조57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발행어음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해 7월 이후 매분기 30% 이상 성장 중이다. NH투자증권의 지난 1분기 말 발행어음 잔액은 2조6110억원이다. KB증권은 연내 2조원가량을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시장 규모는 10조원 수준에 이른다.
증권가에서는 발행어음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초대형 증권사 2곳에서 상품 금리를 인하하거나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자금 조달에 숨을 고르는 중이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공식적인 설명은 없지만 발행어음을 통해 끌어모은 자금을 투자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관련 상품을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는 금리가 꼽힌다. 발행어음이 증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는 시중은행 예·적금이나 국공채 및 우량채에 투자하는 CMA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관련 상품에서 제시하는 금리는 1년 기준으로 각각 2.35%, 2.30%다. 여기에 신규계좌개설 등 일부 조건을 거는 식으로 5%대 특판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시중에 발행어음 관련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끌어 모은 후 회사채 등에 투자해 일정 마진을 확보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초대형 증권사들에 한해 단기금융업인 발행어음을 허용하면서 조달한 자금의 50%는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인수, 지분 매입 등 기업금융과 관련한 분야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상장사 지분 인수는 투자 기간과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주된 투자 분야가 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결국 회사채나 기업대출에 일정 부분을 기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증권사들이 한도를 가득 채워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 받은 후 시장이 무르익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IB 담당자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특판 금리를 제외하면 현재 발행어음 관련 상품들은 2%대 금리를 주고 있다”며 “발행어음으로 수익을 내려면 3%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 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액은 22조7413억원가량이었다. 상환 금액은 12조813억원가량으로 순발행액은 10조6425억원이다. 발행액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최대 규모다.
다만 이 가운데 3% 이상 수익을 내는 회사채로 좁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월 넷째주를 기준으로 1년 만기 3% 이상의 금리를 제시하는 회사채는 신용등급 BBB+부터다. 올해 들어 5월 첫주까지 발행된 BBB+ 등급 이하 회사채는 1조7000억원 규모다. A-등급으로 올라갈 경우 1년 만기 금리는 2.41% 수준으로 낮아진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 물량이 급격히 늘었어도 회사채만으로 마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기업들은 통상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연말을 지나 연초에 자금 조달에 나서기 때문에 매년 1분기 발행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회사채 시장 분기별 평균 발행액이 20조원, 평균 순발행액은 5조8000억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상황은 그나마 낫다. 2분기 들어 지난 5월 22일까지 국내 회사채 발행액은 5조3646억원으로 급감했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확대와 달리 기업 대출 수요에는 물음표가 달려 있다. 일단 증권사들의 장점을 살려 금융기법을 적용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발행어음 1호 사업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자금을 TRS(토탈리턴스왑)를 활용해 대출해주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전통적인 방식에 기반에 기업 대출 시장은 시중은행과 제2 금융권 등 경쟁자들이 많은 곳이다. 더구나 기업들 사이에서는 투자 자금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집계한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줄곧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최근 회사채 시장 발행 규모 증가는 경기 둔화 등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할 경우 기업들은 재무적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을 비축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운용한다”며 ”선제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일종의 버퍼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어서 실제로 자금 수요가 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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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발행어음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모두 5곳이다. 여기에 신한금융투자가 하반기 중으로 유상증자를 마치고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늘리게 되면 후보가 6곳이 된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기업 대출, 회사채 인수, 비상장 지분 투자, 부동산 금융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4720억원, NH투자증권은 5조749억원, KB증권은 4조4062억원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이론상 가능한 발행어음 시장 규모 최대치는 27조9000억원이다. 다만 모든 증권사가 발행어음 한도까지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본 규모 갖춘 미래대우·삼성 인가 못 받아
증권가에서는 발행어음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발행어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초대형 증권사 2곳에서 상품 금리를 인하하거나 일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자금 조달에 숨을 고르는 중이기 때문이다. 두 곳 모두 공식적인 설명은 없지만 발행어음을 통해 끌어모은 자금을 투자할 만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중론이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관련 상품을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는 금리가 꼽힌다. 발행어음이 증권사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적용되는 시중은행 예·적금이나 국공채 및 우량채에 투자하는 CMA 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관련 상품에서 제시하는 금리는 1년 기준으로 각각 2.35%, 2.30%다. 여기에 신규계좌개설 등 일부 조건을 거는 식으로 5%대 특판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시중에 발행어음 관련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끌어 모은 후 회사채 등에 투자해 일정 마진을 확보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초대형 증권사들에 한해 단기금융업인 발행어음을 허용하면서 조달한 자금의 50%는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인수, 지분 매입 등 기업금융과 관련한 분야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상장사 지분 인수는 투자 기간과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주된 투자 분야가 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결국 회사채나 기업대출에 일정 부분을 기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증권사들이 한도를 가득 채워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 받은 후 시장이 무르익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IB 담당자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특판 금리를 제외하면 현재 발행어음 관련 상품들은 2%대 금리를 주고 있다”며 “발행어음으로 수익을 내려면 3%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회사채 시장에서 발행 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액은 22조7413억원가량이었다. 상환 금액은 12조813억원가량으로 순발행액은 10조6425억원이다. 발행액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최대 규모다.
다만 이 가운데 3% 이상 수익을 내는 회사채로 좁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월 넷째주를 기준으로 1년 만기 3% 이상의 금리를 제시하는 회사채는 신용등급 BBB+부터다. 올해 들어 5월 첫주까지 발행된 BBB+ 등급 이하 회사채는 1조7000억원 규모다. A-등급으로 올라갈 경우 1년 만기 금리는 2.41% 수준으로 낮아진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 물량이 급격히 늘었어도 회사채만으로 마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기업들은 통상 재무제표가 확정되는 연말을 지나 연초에 자금 조달에 나서기 때문에 매년 1분기 발행 규모가 가장 크다. 국내 회사채 시장 분기별 평균 발행액이 20조원, 평균 순발행액은 5조8000억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상황은 그나마 낫다. 2분기 들어 지난 5월 22일까지 국내 회사채 발행액은 5조3646억원으로 급감했다.
한투증권, TRS 대출로 당국 제재 받아
전통적인 방식에 기반에 기업 대출 시장은 시중은행과 제2 금융권 등 경쟁자들이 많은 곳이다. 더구나 기업들 사이에서는 투자 자금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집계한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말부터 줄곧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최근 회사채 시장 발행 규모 증가는 경기 둔화 등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기업 재무팀 관계자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할 경우 기업들은 재무적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을 비축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운용한다”며 ”선제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일종의 버퍼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어서 실제로 자금 수요가 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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