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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불패’ 서울·수도권도 미분양?] 올 들어 초기 계약율 동반 하락세

[‘분양 불패’ 서울·수도권도 미분양?] 올 들어 초기 계약율 동반 하락세

6월에만 2만 가구 분양에 공급 과잉 우려... 현금부자에게 ‘로또 아파트’ 기회도
서울에서도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여파로 청약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올 1분기 서울 초기 계약율은 97.4%로 전 분기보다 2.6%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지난 1월 대림산업이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 파크’는 현재 전체 가구의 20%가 미분양 상태다. 주택건설업계는 당초 어린이대공원·식물원·서울숲이 가깝고 강변북로·올림픽도로와도 인접해 있어 분양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3㎡당 3000만원이 넘는 분양가와 분양가 9억원 초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이른바 ‘완판’에 실패했다. 결국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계약금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시행사인 엠디엠이 연대 보증을 서 최대 40%까지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했다.

강남권 청약 경쟁률의 열기도 조금씩 식고 있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10월 첫 강남권 분양으로 화제를 모은 ‘래미안 리더스원(서초우성 1차 재건축)의 평균 경쟁률은 42대 1에 달했다. 강남 파워를 입증하다 싶더니 두 달 후 분양한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 3차 재건축)’는 23대 1로 마감했다. 이어 지난 4월 30일 ‘디에이치 포레센트(일원대우재건축)’의 평균 경쟁률은 16대 1이었다. 모두 두 자릿대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경쟁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HUG, 서울 등 분양가 주변 시세 이하로 통제
서울에서도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여파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청약열기가 한풀 꺾인 영향이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 등 공공택지는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3월 대광건영이 내놓은 ‘검단불로 대광로제비앙’은 순위 내 청약에서 대거 미달됐다. 평균 경쟁률은 0.06대 1였다. 같은 달 평택시 소사3지구에서 나온 ‘평택 뉴비전 엘크루’는 1396가구 모집에 순위 내 청약에서 70명이 접수하는 데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주택경기가 꺾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생기고 있다”며 “당분간 서울에서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입지 여건이 좋지 않거나 분양가가 비싼 편이라면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초기 계약율도 떨어지고 있다. 초기 계약율이란 아파트 분양 개시일 이후 3~6개월 사이의 계약률을 의미한다. 초기 계약율은 실제 계약까지 이뤄진 비율을 나타내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보다 분양시장 현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서울의 올 1분기 초기 계약율은 97.4%로 지난해 4분기 100%에서 2.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96.4%를 기록했던 수도권 초기 계약률은 1분기 84.7%로 11.7%포인트 떨어졌다. 수도권에서는 경기지역(96.4%→73.7%)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런 가운데 6월 한 달 동안 서울·수도권에서 2만여 가구가 쏟아진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서울 12곳에서 5149가구, 경기지역 20곳에서 1만 3361가구가 분양한다. 서울에서는 강남·서초구 일대 재건축 단지가, 수도권에서는 파주시 운정신도시가 12년 만에 분양을 재개하는 등 공공택지에서 대거 분양 물량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의 과잉 공급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규 공급이 이뤄지면 지역 수요만으로 물량을 소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 양극화가 짙어지고 있는 만큼 절대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유형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분양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과천·분당 등 전국 34곳의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선 되레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HUG가 6월 24일부터 이들 지역의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 이하로 통제하기로 하면서다. HUG는 전국 34곳의 고분양가 관리 지역의 분양가를 심사할 때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 기준을 주변 시세의 110%에서 100~105%로 낮추는 내용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분양가 급등을 막기 위해 세운 ‘110% 룰’이 집값 안정 분위기로 향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HUG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분양가 수준이 현행보다 다소 하향 조정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또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낮아진다 해도 강남이나 한강변 등 서울 인기 지역 분양 아파트에서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분양가는 나오기 어렵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면 결국 실수요자가 아닌 현금부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순위 청약 수요 늘어
최근 집을 갖고 있어도 대출 걱정 없이 자금력이 있는 수요가 늘고 있다.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중도금 대출이 막히고 자격 미달로 계약을 못하는 미계약 물량이 많아지자 이런 물량들을 담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분은 ‘무(無)순위 청약’이라고 해서 아무 조건 없이 살 수 있다.

무순위는 1, 2순위와 상관없는 자격이다. 청약통장·거주 요건 등도 거의 필요 없다. 청약 가능 지역은 해당 주택건설지역이나 같은 광역권이다. 서울 아파트의 광역권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다.

지난 6월 11일 진행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 미계약 가구 무순위 청약 접수에는 2001명이 몰리기도 했는데, 대개 대출 없이도 중도금을 낼 수 있는 부자들이라는 분석이다. 박 위원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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