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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대학 문을 나선다

Z세대가 대학 문을 나선다

냉소주의적인 X세대 손에 자라며 2008년 경제위기 목격한 올해 대졸자는 조심스럽고 기업가 정신 지녔으며 이전 세대와 같은 실수 하지 않겠다는 의지 강해
GETTY IMAGES BANK(25)
베이비붐 세대나 밀레니엄 세대는 무엇이든 하고자 하면 될 수 있고 결국에는 만사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들으며 성장했다. 잭 바우더스(21)도 그들 세대로 태어났다면 아버지처럼 전문 사진작가로서 인생설계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분명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바우더스의 작품으로는 전 해군 미식축구팀 쿼터백키넌 레이널드가 한 발을 앞으로 뻗으면서 공을 던지려고 팔을 뒤로 젖힌 모습을 포착한 뛰어난 액션 샷이 대표적이다. 야간에 산과 개울 위로 떨어지는 유성우의 분위기 있는 사진도 촬영했다. 고향 필라델피아의 지역 잡지들에 정기적으로 기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텍사스대학을 졸업한 바우더스의 전공은 사진학 또는 시각미술과 관련된 분야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보험통계학을 선택했다. 보험회사에서 위험을 분석하고 요율을 계산하는, 항상 고액연봉 일자리가 보장되리라고 그가 믿는 직업이다. 그에게 그 직업의 최대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사실상 미래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점이었다. 그는 “내가 자연이나 풍경 사진작가로 성공하리라는 말을 들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쪽을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수학을 잘하니까 그런 능력을 활용하면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란 확신은 있었다.”

Z세대가 올봄부터 대학 문을 나서면서 최근 몇 주 사이 그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가장 보편적인 정의에 따르면 Z세대는 1994~1996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다). 지난 수십 년 사이 어느 때보다 인력 수요가 많은 시점에 Z세대가 노동시장의 문을 두드리려는 참이다. 그리고 미국 대학·고용주 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해 신규 대졸자 채용을 지난해보다 약 17% 늘릴 계획이다. 사무실의 빈 책상을 채울 인재들이 이전 세대와 얼마나 다를지 모두가 알고 싶어 한다.

공평하든 않든 밀레니엄 세대(1981~1995년 출생자)를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형용사가 ‘권리를 주장하는(entitled)’이라면 Z세대를 상징하는 표현은 ‘실용적’ ‘조심스러운’이다. 이들을 연구하는 직업 카운슬러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Z세대는 현실적인 경제 실용 주의자다. 지난 50년래 최고의 호경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만 그들은 경제붕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부모 중 다수가 일자리나 평생 모은 돈 또는 둘 다 잃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감수성 예민한 십 대였다. 이들은 확률 낮은 모험에는 관심이 없다. 호경기도 이들 세대의 마음속에 깔린 불안과 절박함을 덜어주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학자금 부채가 있는 경우엔 그런 심리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학자금 융자 잔액은 현재 무려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Z세대 중 다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모들이 일자리를 잃은 기억을 갖고 있다. 이제 그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모색한다.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는 신규 대졸자들의 고액 연봉 일자리 중 하나다. / 사진:BRENDAN MCDERMID-REUTERS/YONHAP
경영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의 한 조사에선 올해 대졸자 중 88%가 취업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했다. 한편 조지아대학 취업 상담소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조사에선 미래의 직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특성으로 고용안정이 꼽혔다(직능 개발, 교육 그리고 영감을 주는 목적의식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생활의 목표 중에선 직업 안정이 둘째로 중요한 목표였다(일과 삶의 균형 워라벨이 1위). 신념을 위해 일한다는 의식 또는 대의를 위해 봉사한다는 보람감이 그 뒤를 이었다.

이전 세대에 비하면 큰 변화다. 영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영국의 브랜드 관리업체 유스사이트의 타냐 미켈슨 부국장은 미국의 젊은이에게도 충분히 적용될 만한 조사 결과를 설명한다. “밀레니엄 세대는 그들의 삶에서 더 큰 탄력성을 원했다. Z세대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일거리 중심의 일시적 계약 근로 시스템)의 부상 때문에 더 큰 확실성과 안정성을 모색한다. 경제적 앞날에 불안감을 느끼며 리스크를 상당히 싫어한다.”

이는 올해 대졸자들의 미래에 무엇을 의미할까? 불확실성과 급속한 변화가 그들을 정치 불안과 극심한 소득 격차의 세계에서 설 자리를 잃을까 잔뜩 겁을 집어먹고 불안에 휩싸인 노이로제 환자들의 잃어버린 세대로 탈바꿈시킬까? 부모들의 높은 기대와 꿈 그리고 쪼그라드는 경제와 다가오는 기후재앙 사이에 갇혀 갈팡질팡하는 세대가 될까? 아니면 이런 제약요인들에 더욱 자극받아 수십 년래 가장 근면하고 높은 실적을 올리는 세대가 될까? 둘 중 하나일까, 아니면 모두 다일까? 이것이 Z세대가 안고 있는 모순이다.

앨리슨 피사치크(22)는 지난 5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을 졸업한 보안위험 분석 전공자다(정보기술 부전공). 학자금 융자액이 늘어나면서 정치학에의 ‘집착’과 UN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일찍이 접었다고 한다. 기대할 수 있는 연봉 수준이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였다. 지금은 대형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서 일자리를 잡았지만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이 항상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대학 문을 나섰으니 ‘학자금을 매달 갚아야 하는데 도시에서 살아갈 만큼 돈벌이가 될까’ 걱정하며 하루 24시간 1주일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다. 요즘엔 항상 그런 고민에 빠져 산다. 학자금 융자는 분명 내가 갚지 않으면 줄어들지 않는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고액의 학자금 부채에 항의하는 대학생들. / 사진:YOUTUBE.COM
정신건강 문제가 Z세대의 화두인 듯하다. 지난해 가을 미국 심리학회에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세대 중 대학 졸업반의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후반 청년 중 91%가 우울증이나 불안 등 스트레스와 관련된 육체적 또는 정신적 증상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런 불안을 안고 사회에 진출한다. 23세 이하 근로자 중 약 54%가 지난 한 달 동안의 스트레스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비율이 밀레니엄 세대(40%)를 웃돌며 미국 평균인 34%보다 높다.

이 수치는 요즘 세상에서 성인이 되는 데 따르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또는 정신건강에 관해 공개적으로 거론하려는 최근의 추세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양쪽 진영에서 전문가들이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필시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피사치크는 “내 룸메이트 중 한 명은 학교생활 중 우울증을 겪었다”고 말했다. “다른 룸메이트는 더 어렸을 때 그런 일을 겪었는데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정신적인 문제에 관해 분명 상당히 드러내놓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스트레스 같은 것을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한 듯하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자신만 유별나다고 느끼지 않게 된 듯하다.”

미국 전국 대학의 보건 서비스 관계자들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지낸다. 취업 카운슬러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바빠졌다고 한다. 조지아대학 취업상담소의 스콧 윌리엄스 소장은 학생들이 대학생활 초기부터 상담소 문을 두드리며 상담 약속을 잡고 취업 박람회에 참석한다고 전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취업 상담센터의 밥 온도프 소장은 상담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사이 매년 취업 상담 예약이 “최대한도까지” 거의 찼다고 한다. 학생들이 긴박감을 더 크게 느끼며 이르면 1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상담소를 찾는다. 높아지는 기대에 따르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다. 지금은 최소한 1개 어쩌면 그 이상의 인턴사원 경력이 기본으로 여겨진다.

이런 불안은 상당 부분 의심할 바 없이 천정부지의 학자금 투자에서 자녀들이 최대한 많은 수확을 얻게 하려 어느 때보다 노심초사하는 부모에게서 비롯된다. 취업 카운슬러가 각종 대학입학 행사에서 부모들의 상담을 받기 위해 그리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과정의 일환으로 불려 나가는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고 30년 경력의 베테랑인 온도프 소장은 말한다. 대학 순방에 나선 학생과 부모들이 투자수익률(ROI) 같은 용어를 거론한다. 한 세대 전이라면 듣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을 법한 표현이다.
 “우리 사회가 변혁의 한복판에 있다”
지난 5월 졸업식에 참석한 하버드대학 존 F. 케네디 행정대학원 졸업생들. / 사진:STEVEN SENNE-AP/YONHAP
대학 졸업률이 과거보다 높아지고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둘러싼 취업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꿈의 직장을 잡으려면 이젠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온도프 소장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만사 OK’라는 사고방식이 통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들이 현실에 눈을 떠 선배들이 많은 빚을 떠안고 졸업해 경쟁 치열한 취업 시장으로 뛰어들며 자신들이 정말로 인턴사원 경력을 2회 또는 3회까지 쌓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런 전반적인 불안 고조의 배경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지난 2년간 Z세대에 관한 저서의 자료를 조사해온 스탠퍼드대학 로버타 카츠 연구원은 이 세대를 규정짓는 특징 중 하나인 듯한 불안정은 빠른 변화 속도 그리고 변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예컨대 긱 이코노미에선 우리가 어디에서 일하게 될지 그리고 현재의 일자리를 얼마나 오래 지킬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갈수록 온라인화하고 세계적으로 연결된 기업들은 전통적인 직장 문화를 바꿔놓았다. 직장 자체를 움직일 수 있고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었다. 카츠 연구원은 “우리 사회가 변혁의 한복판에 있다”며 “변화가 정말 빠르고 어지럽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Z세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카츠 연구원은 “이들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큰 우려를 안고 있어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성장하는 환경은 우리와 다르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정말 정확히 인식한다. 대단히 실질적인 총기폭력 위협과도 마주한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가 우리가 그동안 경험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오늘날의 대졸자들은 마음속에 큰 문제를 안고 있다. 2018년 총기 난사사건이 일어났던 플로리다주 마저리 스톤먼 더글러스 고등학교의 한 여학생과 치료견. / 사진:WILFREDO LEE-AP/YONHAP
메릴랜드대학 취업상담센터 켈리 비숍 소장은 요즘 Z세대의 관점을 이전 세대와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들 부모의 태도와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대다수 밀레니엄 세대의 부모는 베이비붐 세대의 손에 자랐다고 그는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베이비붐 기간에 성장해 특권과 권리를 당연시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미(me)’ 세대로 자랐다. 베이비붐 세대의 관점은 그들을 상징하는 영화 ‘졸업’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1세의 주인공 벤자민 브래덕(더스틴 호프만 분)이 부모의 친구와 잠자리를 하고 그녀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결국 딸의 결혼식을 중단시키고 함께 달아나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조심성과 부모세대의 전통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날려버린다.

마찬가지로 베이비붐 세대 부모는 자녀들에게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모두 뜻대로 이뤄지리라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이기든 지든 모든 아이가 트로피를 받았다. 그러나 Z세대는 베이비붐 세대 손에 자라지 않았다. 음울하기로 이름난 X세대의 자녀들이다.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다른 관점을 지닌 냉소주의자 세대다. X세대의 정서는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같은 영화에 잘 포착돼 있다. 벤 스틸러 감독, 위노나 라이더와 이선 호크 주연의 1994년작 영화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 초년생들이 단조롭고 실의를 안겨주는 일자리의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에이즈 감염을 걱정하는 줄거리다.

비숍 소장은 “X세대는 어렸을 때 집의 현관 열쇠를 갖고 다니며 하교 후 혼자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간 기억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실패해도 훌훌 털고 일어서야 한다,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정신 차리고 살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는 의식이 훨씬 더 강하다.” 떠오르는 Z세대 중 다수는 밀레니엄 세대와 달리 “어른들이 모든 것을 알아봐 주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도록 해주리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한다.
 내가 좋으면서 안정적인 일자리 원해
2007년 주택시장 거품이 꺼진 후 집값이 급락하면서 압류당한 캘리포니아주 안티오크의 주택 / 사진:PAUL SAKUMA-AP/YONHAP
Z세대에게 직접 물으면 자신들의 불안과 조심성에 관해 다른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붐 세대 부모가 심어준 희망과 꿈이 가혹한 경제 현실과 충돌하는 밀레니엄 세대 대졸자들의 슬로모션 참사를 목격한 후유증이라고 말이다. 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바우더스는 대입과 취업을 준비하는 자신의 접근방식이 상당 부분 “밀레니엄 세대의 암울한 전망과 그들이 얼마나 근근이 살아가는지” 그리고 20대 후반의 청년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무런 계획도 없이 대학에 들어갔다면 취업 시장에서 내세울 만한 기술이 전혀 없을 것이고 지금쯤 그냥 부모님 밑으로 들어가서 식료품점 점원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같이 달아오르는 경제에서 그것은 지나친 과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2년 전만 해도 그렇게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상당수 밀레니엄 세대는 심각한 불황이 절정에 달했을 때 성년이 돼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퓨리서치센터의 마이클 다이머크 사장은 지난 1월 한 기고문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이 같은 슬로 스타트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미국사회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Z세대가 직면할 환경을 밀레니엄 선배 세대에 비유했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을 괴롭히는 유령이 어떤 모습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다이머크 사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거품 붕괴 후 밀레니엄 세대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떠안았는지 수량화한 2012년 퓨리서치 보고서를 인용했다. 당시 18~24세 젊은 청년 세대 중 취업자는 약 54%에 불과했다. 1948년 정부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취업자들의 주간 소득은 이전 4년 동안의 다른 어떤 연령집단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젊은 청년 세대와 모든 노동연령 그룹의 고용격차는 유사 이래 최대 폭인 15%였다. 조사 대상 밀레니엄 세대의 절반 정도가 생활비를 조달하려고 원치 않는 직장에 다녔으며 3분의 1 이상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학교로 돌아갔고 4명 중 1명은 부모 밑으로 들어갔다고 답했다. 다이머크 사장은 ‘열악한 경제환경이 그들의 인생선택, 미래 소득 그리고 사회진출에 영향을 미쳤다’며 ‘그들의 후배 세대 경우엔 그 정도로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백악관에서 총기폭력에 항의하는 시위자. / 사진:MCCOY-REUTERS/YONHAP
지난 5월 오하이오주립대학을 졸업한 경영학 전공자(공학 부전공) 카일 레스코제크는 2008년의 사건들은 “일이 항상 잘 풀리지는 않는다”는 “상당히 비관적인 태도”를 낳았다고 말했다. 당시 10~11세였던 그는 금융 컨설턴트였던 아버지가 밤잠을 설치며 항상 안절부절못했다고 돌이켰다. 고객 중 다수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투자자금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했다”고 레스코제크는 회고했다.

몇 년 뒤 대학에 진학할 나이가 됐을 때 클리블랜드 출신인 레스코제크는 무엇을 전공할지 결정했다. 경영·공학 통합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과 공학을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하이오주립대학을 선택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해 여러 회사에서 인턴사원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 1년 반 동안 컬럼버스 시내의 한 IT 스타트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해 왔으며 졸업 후 거기에서 풀타임 직원으로 근무한다.

리스크가 큰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로 결정한 사람 중 다수도 플랜 B를 가진 듯하다. 캐트렐 톰슨-니키(22)는 최근에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 대학 체육관 농구코트 앞 복도에서 음악 전공을 살려 음향 엔지니어와 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고소득 경력을 구축하는 자신의 꿈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이 제대로 안 풀릴 경우에 대비해 음악 교육학 석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상적으로는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안정적인 일을 원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적인 일자리로 그 두 가지를 원한다. 내가 원하는 일은 그다음에 추구할 수 있다. 가정을 이뤄 훨씬 더 많은 책임이 생긴 20년 뒤에 가서 이런 일을 하려 애쓰기보다는 지금 백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이들 세대의 신중함과 실용주의에는 장점이 있다. Z세대는 훗날 우리가 한동안 못 봤던 가장 유능하고 생산적이고 높은 성과를 올리는 세대로 판명될지 모른다. 미국 역사상 가장 다양한 세대일 뿐 아니라 가장 학력이 높은 세대가 될 듯하다.여러모로 볼 때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목적으로 대학 생활을 치밀하게 계획하면서 습득한 기술 덕분에 그들은 직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릴 것이다. Z세대는 조심스럽지만 절대 사회적으로 무기력하지 않다. 다수가 사회의식이 강하며 자신들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낙관한다. 이들 최근 대졸자들은 밀레니엄 세대보다 ‘사명’을 더 중시하며 잠재적 고용주들도 그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고용주들은 강조한다. 제약회사 머크에서 암치료제를 연구하든, 록히드 마틴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로켓과 무기를 개발하든, IBM에서 신기술로 개도국 세계 주민의 삶을 향상하고 문제를 해결하든 말이다(31쪽 참조).

이상주의적인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요즘 대졸자들의 부모는 냉소주의로 유명한 X세대다.(위부터)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같은 일류 대학에 자녀를 들여보내려다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부모가 많았다. / 사진:REED SAXON-AP/YONHAP
컨설팅 업체 매킨지는 미래에 채용할 인력의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몇 년 전 현재의 대졸자들에 관해 광범위한 조사를 했다. 케이틀린 스톨하우그 글로벌 채용·커뮤니케이션·마케팅팀장은 “전체적으로 대단히 희망적이었으며 불공정하거나 잘못됐다고 느끼는 일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고용주들은 현재의 잠재적 근로자 그룹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스톨하우그 팀장과 다른 잠재적 고용주들에 따르면 Z세대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면 탐험과 모험 정신이 샘솟기 시작한다. 그들은 다른 역할을 탐구하고 경력과 기술개발에 힘쓰고 사내에서 한 곳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욕구를 시종일관 드러낸다.
소득증가와 적어도 안정된 가정생활을 구가하던 1950년대는 지금은 딴 세상처럼 느껴진다. / 사진 : FLICKR
 Z세대는 최초의 ‘디지털 원주민’
Z세대는 또한 직장에 기술적 노하우를 더해준다. 밀레니엄 세대가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시대 다른 측면들의 얼리 어답터로 (그리고 어쩌면 개인 정보를 지나치게 공개해 피해를 자초한 것으로) 유명하다면 Z세대는 최초의 진정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그들은 선배 세대를 지켜보며 디지털 발자국과 온라인 공유 과잉의 위험을 깨달았다. 자신의 디지털 콘텐트를 토대로 개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더 신중하다.

바우더스는 텍사스대학 친구 중 다수가 2개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유한다고 말한다. 미래 고용주가 볼 수 있는 공개 계정과 가명으로 소수 엄선된 친구들에게만 공개하는 비공개 계정이다. 상당히 일반적인 관행으로 이를 가리키는 이름도 있다. Z세대는 자신들의 비공개 계정을 ‘핀스타스(finstas)’로 부른다. ‘가짜 인스타그램 계정(fake Instagram account)’의 합성어다.

고용주 입장에서 불확실한 문제는 Z세대가 어느 정도까지 회사 취업 대신 창업의 길을 걷느냐는 점이다. 필요할 때는 주저 없이 인원 ‘감축’을 하는 대기업은 더는 안정적인 대안이 아니다. 엘리자베스 ‘엘라’ 데이나(22)같은 상당수 Z세대는 일찍부터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데이나는 전형적인 Z세대 방식으로 올해 영화·TV·미디어와 이탈리아어 복수 전공으로 페어필드대학을 졸업할 무렵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 부모님 댁 지하방 생활을 하지 않도록 실용적이고 치밀하게 계획적인 절차를 밟아왔다. 그녀가 꾸준히 늘려온 프리랜서 작업 고객들이 지금은 그녀의 회사 엘라 크리에이티브에 안정적인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한다. 엘라 크리에이티브는 중소기업 대상의 소셜미디어 관리, 사진·동영상 콘텐트 창작, 브랜드 작업 전문 업체다.
이선 호크와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1994년작 ‘청춘 스케치’는 이번에 첫 대졸자를 배출하는 Z세대의 부모들인 X세대를 상징하는 영화다. / 사진:IMDB
데이나의 친구들은 대부분 거액의 학자금 융자를 갚기 위해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는 전통적인 취업의 길을 모색한다. 그러나 상당수 ‘창의적 그룹’은 ‘부업’으로 자신이 선택한 경력을 추구하기로 했다. 학자금 상환 부담이 없는 데이나가 자기 사업을 선호하는 것은 일정 부분 장기적으로는 더 안정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는 직장 취업이 안정적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데이나는 팟캐스트 청취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코네티컷주의 제네럴일렉트릭에서 근무하던 숙부는 회사가 뉴욕시로 이전하는 바람에 지금은 출퇴근하는 데 편도 1시간 넘게 걸린다. 데이나의 숙모는 회사의 감원조치로 1년 동안 일하지 못했다. 그녀는 “남의 밑에서 일하면 많은 사람이 ‘9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겼으니 앞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다. 감원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한다. 자기 사업을 하면 모두가 자기 손에 달렸다. 밖으로 나가 일거리를 찾고 어느정도까지 일거리의 유무가 자기 하기 나름이다. 물론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회사에 들어가면 감원대상이 돼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데이나의 평가는 분명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행동계획을 갖고 있다. 전형적인 Z세대답다.

- 애덤 피오르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모험 추구하는 조심스러운 대졸자 구함” - 기업들은 안정적인 일자리 뛰어넘는 다양한 약속으로 Z세대 끌어들이려 노력한다
Z세대는 실용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원한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이런 이상주의에 어필하려 경쟁한다. 루비 솔리스는 항공우주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에서 인턴으로 시작해 지금은 풀타임 우주선 엔지니어로 일한다. 록히드 인사담당자들은 국가봉사와 우주를 강조한다. / 사진:PATRICK H. CORKERY
Z세대는 실용주의와 안정성을 추구하기로 유명하지만 그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모험과 의미를 약속하며 그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머크와 제넨테크는 병을 고칠 기회를 내세운다. 록히드 마틴은 공학도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에 봉사하고 어쩌면 우주인을 화성에 올려보낼 기회를 홍보한다. 그리고 IBM의 마케터들은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헬스케어에 컴퓨팅 기술을 적용하고, 금융 서비스 기간망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강조한다.

Z세대가 안정성을 원한다고 해서 그들이 더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선배 세대만 못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고용주들은 이런 트렌드를 간파해 모집공고에서 사명과 기회를 강조하려 노력해 왔다. 머크에는 Z세대 수백 명이 본사에 집결하는 ‘인턴 데이’가 있다. 그때 “그들은 우리가 암을 어떻게 정복하고 사상충증(눈이 멀 수 있는 기생충 질환) 퇴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듣고 싶어 한다”고 머크의 트레이시 프랭클린 인재 채용 담당 부사장은 말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밀레니엄 세대도 그런 욕구를 갖고 있지만 Z세대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듯하다.”

대형 컨설팅 업체 매킨지 직원들은 인도 등지에서 무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여러 가지 경력 옵션을 열어놓고자 하는 직원들의 의견도 수용하려 노력한다. / 사진:COURTESY OF MCKINSEY & COMPANY
Z세대는 “기술적 연결과 정보 접근으로 좌우되는 세상”에서 성장했다고 제넨테크의 코니 화이트 대학 인재 영입 팀장은 말했다. “따라서 그들은 사회 경제적·환경적 도전을 명확히 인식한다. 그리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열의를 갖고 있다.”

대기업들은 보통 채용 공고를 낼 때 정치 문제를 멀리하지만 일부 기업은 그것을 이용해 Z세대에 어필한다. 예컨대 IBM은 성전환자의 공중 화장실 이용을 금지하는 노스캐롤라이나·텍사스 주의 법안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입장과 기후변화 솔루션 마련 노력을 집중 조명하는 전략으로 Z세대의 사회의식과 사명감에 어필한다. IBM은 잠재적인 입사자들에게 그들이 갈구하는 안정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득시키려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어쨌든 10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IBM 인사부의 오베드 루이산트 인재 담당 부사장은 말한다. IBM은 하루 약 9000건의 신규 입사지원서를 받아 연간 약 4만5000명을 채용한다.

한편 대형 우주항공·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은 국가와 미국 우방들에 봉사하고 인류를 우주로 올려 보낼 기회를 강조한다고 록히드 마틴의 패트리샤 루이스 인사 담당 선임 부사장은 말한다. 전체적으로 회사 인력의 40% 이상이 현재 Z세대와 밀레니엄 세대로 구성됐으며 우주와 기술 부문에 주로 공학 분야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한다.

Z세대는 “사명을 대단히 중시한다”고 루이스 부사장은 말한다. “그들은 대체로 사회발전을 위해 힘쓰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당사의 경우 회사가 우리 나라와 전 세계 미국의 우방을 위해 하는 일과 관계가 있다. 우리는 또한 항공우주국(NASA)이 달과 화성에 우주인을 올려보내는 데 사용할 우주선을 개발 중이다. 이들 젊은이는 그런 유의 사명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그런 일에 상당히 큰 매력을 느낀다.”

올해 대졸자를 끌어들이는 또 다른 큰 유인은 직무의 탄력성, 성장과 모험에 도전하는 잠재력이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대기업 매킨지의 케이틀린 스톨하우그 글로벌 채용·커뮤니케이션·마케팅 팀장은 회사의 조사 결과 대기업 내에서도 Z세대는 이른바 ‘경력의 자율(autonomy of career)’을 선망했다. 미리 정해진 출세 가도를 따르지 않고 여러 가지 진로를 열어놓는 능력을 말한다. 그녀는 “우리 조사에선 ‘탐구’가 큰 화두였다”며 “컨설팅은 탐구에 안성맞춤이다.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록히드의 루이스 부사장도 회사 내에서 젊은 직원들에게 다양한 순환 근무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야 그들이 회사에 장기 근속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우리 조사에서 그들은 2년마다 경력을 계속 쌓아나갈 새로운 기회를 원했다”며 “실험 정신이 대단히 강해 사내의 여러 부서를 이동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기 원한다”고 말했다. 머크의 프랭클린 부사장은 “우리도 그런 점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사내에서 직원들이 다양한 일을 경험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습 여건을 어떻게 조성할까?”

IBM의 루이산트 부사장은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의 설명회 같은 최근 채용 행사에선 7명의 IBM 직원이 연단에 올라 2~37년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담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경우엔 37년 근속자의 이야기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쨌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2배 가까운 기간 동안 재직한 사람의 이야기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는 고용안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며 자신이 어떻게 여러 가지 경력과 수십 개 직책을 거쳤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애덤 피오르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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